10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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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은 그간 동군의 정비를 함과 동시에 계속해서 병사의 모집을 진행하고 있었다. 솔직한 말로 조금 과다하지 않은가 싶을 정도의 모집으로, 아군 병력의 숫자가 겨울 끝자락에 이르러서는 거의 2만에 가깝게 모였다.
일개 군에서 2만.
그것도 고작 몇 달 사이에 이만한 병력을 모집한 건, 솔직한 말로 너무 서두르는 게 아닌가 싶었다. 물론 동군에서 아예 모이지 못할 수준의 병력은 아니었으나.
그 질문에 아가씨는 이리 답했다.
언젠가는 반드시 도움이 될 날이 올 거라고.
“와, 오라버니. 저거 봐요. 사람이 개미 같아요!”
“씁. 개미 모독하지 마라.”
그렇지만 저 많은 숫자는 확실히 장관이었다.
저 멀리, 사람의 형태조차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먼 거리에서도 그 웅장함이 절절히 느껴졌다. 누런 두건을 둘러쓴 도적.
우리는 그것을 언제부터인가 황건적이라 불렀는데, 다 토벌했다 생각했던 것들이 다시 저렇게 일어나네. 물론 아직도 누런 두건을 두르는 멍청한 놈들이 있었으니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었다.
거기까지라면 괜찮았는데.
저것들, 숫자가 100만이란다.
“아니 시발, 백만이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어이가 없어서.
그렇지만 당장 청주 관료가 백만의 황건적이 일어났다고 했으니 어쩌겠는가. 국가에서 그렇다니 그런가 보다 하는 것인데, 솔직한 말로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아예 저희 구역에는 들어서지도 않았는데도 저 정도면, 대체 얼마나 많이 몰려든 건지.”
운이가 그리 말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말에는 전적으로 동감했다. 심지어 저 병력이 전부가 아니라 몇 갈래로 나뉜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인데.
당장 흐릿하게 보이는 숫자만 해도 연합군에서 보았던 수십 만의 위용이 느껴지는데도 저게 일부라는 소리였다. 저런 대병력이 연주를 향해 몰려들고 있는 꼬락서니인 것이.
“운아. 지금이라도 도망칠까?”
“저야 좋죠.”
“응?”
아니 농담이었는데.
“어디로 도망칠까요? 이렇게 된 거 아예 남해 인근으로 갈까요? 그쪽이라면 날도 따스한 편이라고 하니, 추위에 떨지 않아도 될 거 같은데요.”
“농담이다, 망할 계집애야. 거참.”
그리 말하니 조운도 빙긋 웃었다. 당연히 농담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리 받아치는 꼬락서니가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웃는 얼굴이 나름 귀여우니까 봐준다.
“아저씨. 쓸데없는 잡담 할 때예요?”
그와 반대로 사마의는 냉랭하기 그지없었다.
뭐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지 미간까지 잔뜩 찌푸리며 나와 운이 사이에 껴서 부들거리고 있는데, 정작 귀여워야 할 나이인 사마의가 성질을 부리고 운이가 귀여운 것은 어떻게 된 노릇인가.
“알겠다, 알았어.”
하기야 지금 상황에 농담이나 주고받을 정도로 느긋한 상황도 아니었다. 솔직히 백만은 거짓이겠지만, 그에 준하는 숫자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운이도 살짝 물러서며 사마의에게 자리를 내줬다.
그제야 살짝 만족한 표정으로 바로 내 옆에 붙은 사마의. 소녀는 고개를 들어 저 멀리 황건적이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많네요. 겨울인데도 저만한 병력을 대동할 수 있다는 건, 나름 비축한 것이 있는 걸까요. 아니면 아예 굶어 죽기 일보 직전이라서 저리 나선 걸까요.”
“후자일 확률이 높을걸.”
비축한 물량이 있다면 뭐하러 도적질이나 할까.
물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저만한 숫자의 인구가 대대적으로 움직이려면 그만한 이유가 필요했다. 그것도 생명에 직결된 문제이리라.
“군수는 뭐라고 하디?”
조금 전까지 그들과 함께 있었을 사마의에게 말을 꺼냈다. 아군은 현재 병력이 다소 모였으나, 그것이 완벽하게 군으로 기능할 정도는 아니었다.
“일단 상황을 주시하며 동군을 지키자. 뭐, 당연한 말밖에 나오지 않았어요. 지금 저희가 나설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요.”
그간 동군에 있으면서 2만의 병력을 모집했다.
그러나 이들은 말 그대로 모집하고 얼마 되지도 않는 신병. 그런 이들을 데리고 야전에 나선다는 것은 확실히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아군은 결국 기존에 있던 병력에, 많이 쳐준다고 해도 1만 조금 모자라는 병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것. 그런 병력으로 저만한 대군을 덮친다는 건 누가 보아도 자살행위에 가까운 일이겠지.
알고는 있었다.
“답답하네.”
가슴이 꽉 막힌 기분이었다.
저들은 앞으로 연주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며 약탈과 살인을 거듭하리라. 알고 있으면서도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더 웃긴 것은, 정작 연주 백성을 약탈하는 저들도 한때는 이 나라의 백성이라는 것이었다. 서로 남의 것을 탐하고 빼앗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라는 것이 우습기 그지없다.
“오라버니, 지금은 참아야 해요.”
“제법 마음에 드는 소리를 하시네요?”
운이가 먼저 말을 꺼내니 사마의가 빙긋 웃었다.
“아저씨. 지금은 목숨을 건사해야 할 때예요. 다 아시면서 왜 그리 인상을 쓰세요? 저를 어린아이 취급하더니, 정작 본인이 떼를 쓰시려고요?”
“헛소리는.”
이딴 곳에서 죽을 생각은 없었다.
그냥 지금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지, 그렇다고 내가 손이 닿는 한 모두를 돕겠다느니 하는 영웅 흉내를 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솔직한 말로 그럴 깜냥도 아니고.
“그냥 언젠가는 저들을 쳐야 할 날이 올 거다. 그때 저 숫자를 전부 감당할 수 있겠느냐, 그게 고민이지.”
만인을 구할 수는 없었다.
안타깝지만 지금 우리에겐 힘이 모자랐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지. 그나저나 운이도 그렇고 사마의도 그런데, 자꾸 날 왜 그런 머저리 취급을 하는 걸까.
“내가 뭐 설마 진짜로 당장 나서서 모두 구해내야 합니다! 뭐, 이리 말하기라도 할까 봐? 내가 그렇게 멍청해 보이냐?”
그 말에 사마 꼬마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천하를 배부르고 어쩌고 하던 사람이니까.”
“시꺼 임마.”
그거랑 이건 별개였다.
이상은 좋지만, 그렇다고 상황을 전부 긍정적인 시선으로 관망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실제로 밑바닥까지 보았기에 아가씨의 말에 감화된 것이지, 그렇다고 아예 머릿속을 꽃밭으로 물들인 적은 없었다.
황건적이 진군한다는 소리에 우선 황하 이남으로 건너와 동군의 방비에 집중한 것이지, 만에 하나라도 저들과 당장 맞붙고자 하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런데 저거 진짜 막을 수는 있을까?”
당장 저 멀리에서 봐도 득실득실한 숫자.
물론 백만이니 어쩌니 했지만, 실제로 싸울 병력은 일부분이고 나머지는 전부 그들의 식솔이리라. 그렇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저 숫자를 막을 여력이 연주에 있던가.
“힘들겠죠?”
사마의는 그리 말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아니, 너무 단박에.”
“그야 어쩔 수 없잖아요. 애당초 연주 자체가 명사가 많이 모인 지역이기도 하고, 내륙에 있으니 이민족의 걱정도 없는 땅이잖아요. 구태여 병력을 많이 모을 필요가 없는걸요.”
“그런 면에선 저희가 조금 특이했던 거죠.”
사마의에 말에 조운이 살짝 말을 덧붙였다.
연주 자체의 힘만으로는 저걸 막아낼 재간이 없다는 것이 둘 모두의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그런데 저거 연주 전체로도 막을 수 없으면 사실상 우리도 박살 나는 거 아닌가?
우건 어떻게든 황하 이남에 걸친 동군을 사수하고자 내려와, 지금은 그 끝자락에 있는 동아현 인근에서 군을 모아 방비하고 있었다.
문제는 당장 동아현과 맞닿은 제북국은 거의 쑥대밭이 되었다고 들었는데, 아무리 아군이 잘 방비한다고 해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설마 살다 살다 황건적이랑 다시 싸울 줄은 몰랐는데.”
“그러고 보니, 아저씨도 예전에 황건적과의 전쟁에서부터 검을 쥐었다고 했죠? 저들의 수준은 보통 어떻던가요?”
사마의의 질문에 살짝 눈을 감았다.
황건적이라면 어릴 적 전투에 한창 불려다녔을 때, 주야장천 상대해본 경험이 있었다. 그때 당시의 일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약해. 제대로 된 훈련도 못 받은 병사가 강할 리가 없지. 말이 황건적이지 그냥 무기 든 백성에 불과한 이들이야.”
기껏해야 밭이나 갈던 이들이 강하다고 해도 얼마나 강할까. 실제로 어릴 적, 영천에서 참전했던 전투에선 조조가 이끄는 수천의 정규군이 수만의 황건적을 참한 적도 있었다.
단지 그들이 제일 무서운 점이 있다면.
“문제는 그들이 원래는 백성이었다는 거지.”
황건적과의 전쟁은 정말 제살깎아먹기에 지나지 않았다. 그들을 토벌한다고 하더라도 백성을 죽이는 꼴이니 세수는 당연히 줄어든다.
게다가 그들의 가장 큰 문제는 한 번 두건을 벗으면 이게 도무지 백성인지 도적인지 구분되지 않는다는 것.
물론 그것은 다른 도적도 마찬가지였다.
“아무튼, 생각만큼 강하지는 않다는 거죠?”
“그래도 숫자는 우습게 볼 게 아니죠.”
사마의의 질문에 조운이 대신 답하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말이 맞았다. 당장 청주에서 밀려 들어오는 황건적을 막아내지 못해 제북은 이미 쑥대밭이 되었다.
제북과 태산은 청주에서 연주로 넘어오는 입구 같은 지역. 그곳을 뚫었으니 아마 연주 내부까지 내려올 테고, 그러면 동군의 복양성 같은 곳도 안전하지는 않았다.
조금 막막하다 싶던 차.
“대장!”
저 뒤편에서 방삼이가 달려오고 있었다.
분명 아가씨에게 따르고 있으라고 붙여두었는데, 저 멀리에서 저리 뛰어오면서 나를 찾는다는 건 아가씨가 나를 찾는다는 뜻일까.
그는 바로 앞까지 한달음에 달려와서는 잠깐 숨을 고른 뒤에야 고개를 들었다.
“조조 군수가 부르오.”
“응? 그 양반이 왜.”
“급한 용무라고만 하던데.”
이미 군의 준비는 전부 마쳐두었다.
동아현의 부족했던 방위능력을 어떻게든 보수하고 있었고, 기존에 있던 병력에 추가로 더해 목책을 설치하며 진을 꾸렸다.
사실상 군부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끝난 셈인데, 구태여 나를 이렇게 찾는다는 건 뭔가 다른 움직임을 줄 생각인가. 동무양 자체가 그리 할 일이 많지는 않은데, 어쩌면 군을 따로 돌릴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아저씨.”
내 옷깃을 붙든 사마의가 고개를 들었다.
“저도 같이 가죠.”
“너는 왜?”
“지금 상황에서 조조가 아저씨를 불렀다는 건, 뭔가 따로 시킬 일이 있을 거예요. 아마 그럴 리는 없을 거 같기는 한데….”
그러면서도 소녀는 말끝을 흐렸다.
얘가 이렇게까지 나온다는 건 뭔가 짐작은 간다는 거겠지? 고개를 돌리니 운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방삼이 근처에 섰다.
“그러면 전 마침 방삼 씨도 왔겠다, 주변을 다시 한 번 돌아보면서 점검하고 있을게요. 미비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아니, 잠깐만. 나 방금 왔수다만…?”
그러거나 말거나 방삼이의 팔을 잡고는 질질 끌고 가는 모습이 참 대쪽 같기 그지없었다. 그걸 잠시 바라보다 고개를 돌리니 사마의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가자.”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보통 조조가 부르면 대부분 귀찮은 일이 생기고는 했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이번에도 다소 귀찮은 일이 될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축하한다. 그대는 승진이다. 앞으로는 복양현의 현령, 복양성의 성주가 되겠군. 현위에서 복양성주가 되는 것이다.”
“시발.”
거 봐라. 역시나 귀찮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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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질문을 해주셔서, 빠르게 답변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가장 많은 질문인 분양이라던가 NTR 관련 답변입니다만, 그런 일 절대 없습니다. 초선이 남자인 이유는 돌려돌려 돌림판의 결과물입니다.
유부덮밥과 관련된 모든 음해는 아웃입니다!
호세의 생김새는 개연성 있게 생겼습니다. 개연성=잘생김
아직 등장하지 않은 이들도 점차 등장할 예정입니다. 삼국지라 그런지 등장인물들이 많은데, 최대한 정사와 연의 둘 모두 반영하여 계획하고 있습니다.
여포눈나와는 어떤 방식으로건 엮이게 될 겁니다. 그게 좋은 방향일지, 아닐지. 그건 앞으로의 즐거움으로 남기겠습니다.
지금까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감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