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100화 (100/343)

100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약간의 평화 동탁이 점점 이상해져만 간다.

여포는 그런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불과 며칠 전에도 이상한 것을 트집 잡아 천것이라고 욕하더니, 이번에는 관 하나 잘못 맞추었다고 창을 던졌다.

“시발, 더러워서 진짜.”

이를 빠드득 갈았지만, 그런다고 상황이 달라질 것은 없었다. 예전에도 그랬던 것이 장안으로 천도하고 난 이후부터 동탁은 점점 여포를 함부로 대하는 일이 잦아졌다.

“누님, 이거 괜찮은 거 맞나?”

장료의 질문에 그녀는 답하지 않았다.

누가 보아도 괜찮지 않은 것이, 장료도 본인이 질문하고서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점점 동탁군 내에서 입지가 좁아지는 걸 병주군이라면 누구나가 느끼고 있었다.

최근에는 아예 양주에서 모인 이들끼리 패거리를 지어 기존 황군에서 편입시킨 군이나 병주군을 따돌리는 움직임까지 보이는데.

“이러다가 우리 나가리 아니요?”

“닥쳐. 그래도 내가 그 양반 딸이야.”

“딸은 시발. 제 손녀도 제후로 봉하는 양반이 누님한테는 뭘 해줬는데. 점점 분위기가 이상해지고 있어.”

그녀도 알고 있었다.

단지 지금 여기서 동탁에게 내쳐진다면 정말로 뒤가 없었다. 이미 병주자사였던 정원을 한 번 배신했던 몸. 그녀에게 동탁은 마지막 구명줄과도 같은 것이었다.

“기다려야지.”

“언제까지?”

기약은 없었다. 그것이 여포를 한없이 짜증 나게 하는 것인데, 사냥개는 사냥이 끝난 뒤에는 삶아서 먹는다던가. 그럴 일은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이런 생각이 든다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이미 짜증이 한계에 달해있었다.

“게다가 그 양반, 요즘엔 남색까지 한다며.”

“알 바냐.”

여포가 혀를 차며 돌을 걷어찼다. 쭉 뻗어 나간 돌이 저 멀리에 있는 기둥에 정확히 맞으면서 크게 부딪치는 소리를 낸다.

장료는 휘파람을 불려다가 그녀의 주먹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이럴 때 까불다가 맞으면 곱게 끝나지 않는다는 건 이미 몸이 터득하고 있었기에 겨우 참아냈다.

“그러고 보니 왕윤? 그 할매가 불렀다더니.”

“그렇긴 하지.”

“그 꼬장꼬장한 사도께서 누님을 불러서 뭐라고 합디까? 솔직한 말로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잖아.”

조정의 관료 중에서도 큰 어르신에 속하는 여자. 과거에는 황건적 토벌에도 큰 공을 세웠다고 들었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동탁에게 사도라는 조정 최고위 삼공 중 한 자리를 맡은 인물이었다.

“그냥 같은 병주 출신이라고 잘 지내보자고 하던데. 아, 그리고 좀 예쁘장하게 생긴 남자애 하나를 소개하더라.”

“엥? 갑자기 왜?”

“제 수양아들이라던데 나야 모르지.”

그녀는 그리 말하며 머리를 긁었다.

확실히 굉장히 미색이 있는, 솔직한 말로 여자인 자기보다도 더 예쁘다고는 처음으로 느낀 사내아이였다.

맑은 피부에 오뚝한 코, 똘망똘망한 눈동자로 자기를 올려다보는데, 그녀는 처음에 무슨 그림에서 나온 인간을 보는 것처럼 느꼈었다. 살면서 그렇게 아름답다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을 본 적이 있던가.

“그냥. 잘 대해달라고 소개하더라.”

그녀는 심드렁하게 코웃음을 쳤지만, 당시 그 아이를 보았을 때의 충격은 이루 말하기 힘든 것이었다. 미의 화신이 있다면 그런 느낌이었을까.

“그거 뭐요. 아예 중매를 놓은 거 아냐?”

그런 아이를 남편으로 삼는다라.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녀가 보기에도 절세의 미인인 것이, 한 번 빠져들면 그 미색에서 당분간 헤어나오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웠으니까.

“야, 장료야.”

“왜 그러쇼?”

“너는 말이다.”

거기까지 말한 여포가 살짝 말을 끊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부터 하려는 말이 조금 이상하게 들릴 거라는 건 그녀도 알고 있었다.

특히 저 원하는 대로 살았던 자신이 하는 말이니 더더욱 이상하게 들리겠지. 장료는 그런 여포의 모습에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넌 네 대장이 주색에 빠져 살면 어떨 거 같냐?”

“뭐, 그거야 누님 마음이지.”

“나 말고 미친놈아.”

그녀가 그러거나 말거나 장료는 귀를 후볐다.

“그러네. 뭐, 사실 대장이 하는 거에 반대하거나 그럴 생각은 없지만, 주색에 빠져 사는 대장이라면 좀 그렇기야 하겠네.”

“그렇겠지?”

원래 여포는 이런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녀는 어디까지나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사는 여자였으니까. 그게 여포 봉선이라는 사람이었으니까.

단지 그녀는 근래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제 주인을 위해 목숨을 내던지는 이들을 이끌던 남자. 누군가의 존경이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적인데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여포의 손에 죽으러 달려드는 이들은 저마다 망설이지 않고 몸을 던졌었다.

전호라고 했던가.

그 남자를 따르는 이들은 그를 위해 목숨을 내던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초개와도 같이, 그렇지만 당당하게 그 목숨을 불사르는 이들.

그녀도 알고 있었다.

여포 봉선은 그렇게 될 수 없었다. 그녀는 천하무쌍, 비장 여포였다. 누군가의 희생 따위는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녀는 단지 그 무력 하나만으로 이미 완성된 인간이었으니까.

단지.

“그냥, 좀 생각하는 게 있어서 그래.”

될 수 없다고 해서 부럽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병주군 중 누군가가 여포라는 여자를 위해 그리 목숨을 바쳐 뛰어들까. 최근 여포의 관심사는 온통 그런 것에 집중되어 있었다.

자신은 누군가에게 저리 존경받을 수 있을까.

“쯧, 시발. 생각하니까 열 받네.”

“으엌!!”

그녀는 주먹을 들어 장료의 머리를 내리쳤다.

“아니 시발! 갑자기 왜 또 때려??”

“그냥.”

여포는 심드렁하게 답하고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분명 초선이라고 했던가. 그 사내아이는 제법, 아니 상당히 아름답기는 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조금 더 아름다운 것을 보았다.

타인이 희생. 누군가가 몸을 바쳐 살리고자 하는 목숨. 여포에게는 필요하지 않은 것이었고, 그런 것은 약자들이나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도 그걸 바라는 것은.

“조금 욕심일까.”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 그렇게 몸을 바쳐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마는 것.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은 그녀의 욕심일까.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시 길을 걸었다.

여포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받고 싶었다. 주변은 아직도 그녀를 천하무쌍이나 비장으로밖에 보지 않았다.

우선 자신이 먼저 바뀌어야만 한다는 것을 그녀도 알고는 있었다. 쉽게 바뀔 수 없다는 것도 분명 알고는 있는데도.

“하여간 누님은 가끔 지랄이 심해서 탈이야.”

“뭐?”

주먹을 꽉 말아쥔 그녀의 손을 본 장료가 반대 방향으로 전력을 다해 뛰었지만, 결국에는 잡혀 묵사발이 나고 말았다.

그녀가 바뀔 날은 조금 먼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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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까지 분명 맛있는 식사였다.

풀 쪼가리들이 조금 이상하긴 했어도, 적어도 고기나 생선 같은 육류 반찬들은 상당히 맛있게 잘 먹고 있었던 것이.

“태수님과 군승께서 무슨 일이신가요?”

“업무 관련해서 용건이 생겨서요.”

아가씨는 그리 말하며 나를 힐끗 바라보았다.

“본인은 잠시 무뢰배를 보러.”

조조는 아예 대놓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속이 쓰렸다. 옆을 보니 방삼이가 내게서 멀찍이 물러나서 식사를 계속하고 있는데, 아예 대놓고 이쪽에는 관심을 두지 않겠다는 태도가 너무 뻔히 보였다.

너 이 새끼.

일부러 이쪽에는 고개도 돌리지 않는 것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빤히 티가 난다. 억지로라도 이쪽에 말려들기 싫다는 티가 역력한 모습.

“무뢰배라뇨.”

“본인도 몇 번인가 자리를 만들었건만, 그간 연락은 죄다 무시하지 않았는가. 그대도 참 얄궂은 남자로다.”

아니 그건 좀 귀찮아질 거 같아서 그랬지.

조조가 눈을 가늘게 뜨며 이쪽을 바라보는데 먹었던 밥도 체할 느낌이었다. 밥 맛있게 잘 먹고 있었는데, 왜 여기에 더해 눈칫밥까지 먹어야 하는가.

“조공, 장군께서도 바쁘셨겠지요. 이번 자리도 제가 반쯤은 무리하게 부탁드린 것이니 너무 노여워하지 마세요.”

진궁이 웃으면서 조조를 바라보았다.

부드러운 표정으로 내게 변명의 요지를 만들어주는 모습이 정말 자애로운 어머니를 보는 것만 같았다.

물론 조조가 부르는 것을 반쯤은 무시한 것도 사실이라 양심이 찔리긴 하니까 앞으로는 종종 얼굴을 비쳐야 할까 보다.

설마 저렇게 서운해할 줄은 몰랐지.

“앞으로는 시간을 내서라도 잘 찾아 뵙겠습니다요. 거 표정 좀 푸십쇼. 밥 먹다 체하겠네. 응? 아가씨도 뭐라고 해주쇼.”

소연 아씨도 그 말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가 앞으로 그런 일에도 잘 참여하라고 다시 말해둘게요. 조공께서도 노여움을 조금 가라앉히시지요.”

“흐음? 그런가. 그대가 그리 말하는가.”

뭔가, 조금 생각했던 거랑은 다른 어감인데.

마치 자기가 허락하여 보내주겠다는 말로 들리는 것이, 뭔가 매우 이상한데. 분위기가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 옆을 바라보니 방삼이는 벌써 제 식탁을 들고 저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진궁이 살짝 옆으로 다가왔다.

“제가 그러기에 말했죠?”

두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입을 달싹거리며 말하는데, 그녀가 조금 전에 말했던 내용이 떠올랐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었습니다, 선생님.

그녀는 내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더니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시선을 돌리며 말하기를.

“두 분, 식전이시면 한 끼 드시지 않으실래요? 제가 이래 보여도 솜씨는 나름 괜찮은 게, 두 귀하신 분을 모셨는데 뭐라도 내오는 것이 나을까 싶어서요.”

그 말에 둘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진궁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잠시 떠났고, 나는 그사이에 방삼이의 옆으로 쪼르르 자리를 옮겨 둘이 자리에 앉는 틈에 그 자리를 벗어날 수 있었다.

“대장, 대체 뭔 짓을 했수?”

“그냥 집에만 있었는데.”

“그러게 조 씨 양반 초대는 왜 거절해?”

아니 좀 귀찮아서 그랬지.

저번에 한 번 갔더니 사람을 거의 죽기 직전까지 술을 퍼먹이는데 다시 가고 싶을까? 그날은 정말 다음날까지 숙취에 시달려 죽는 줄로만 알았다.

“두 사람 모두 너무 멀찍이 떨어진 것이 아닌가?”

조조는 이쪽을 바라보며 손짓을 하고 있었다.

“난 왜….”

방삼이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데, 내 입장에선 나쁠 것이 없었다. 혼자 뻘쭘하게 끼는 것보다야 방삼이라도 있으면 딱 좋지.

그 뒤로는 진궁이 식사를 내올 때까지, 상을 내오고 나서도 계속 묵묵히 식사하느라 대화가 오가지는 않았다.

운이랑 사마의라도 있으면 좀 대화가 텄을까.

그립다, 얘들아.

“그러고 보니 말입니다.”

너무 어색해서 먼저 말문을 텄다.

“뭐냐, 이번에 부지 어쩌고 하는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진궁 주부께 듣기는 했지만, 현 바깥으로 이전한다는 얘기였던가? 그거요.”

“그 일이라면 그대와 진 주부에게 일임하겠다.”

조조는 젓가락의 움직임을 멈추지 않으며 그리 답했다. 일임한다는 단어는 생각보다 무거운 것이, 나 자신이 이런 행정적인 업무에 그리 익숙하지 않아서 버거운 면이 있었다.

“일단 군부에서는 그리 반발은 없을 거 같긴 한데요. 현과 조금 거리가 멀어지면 불편하다 하는 이들은 있겠지만, 나름 저희 군이 봉급은 잘 챙겨주니까 괜찮을 거고.”

“그렇다면 몇 부지를 간추리지. 나머지는 그대가 진 주부와 함께 상의해보도록. 그대도 슬슬 이런 업무도 경험해야지.”

솔직히 거기까지 업무의 양을 늘리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시선을 아가씨에게 돌렸지만, 아가씨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진궁에게 고개를 돌리니 그녀도 그저 웃을 뿐.

결과적으로 그녀들 모두 내가 군 내의 행정적인 업무도 병행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장차 군을 이끌면 이런 경험도 해보기는 해야 하니, 이런 식으로 경험을 늘리는 것도 나쁠 것이 없기는 했다.

차라리 누가 도울 때 미리 경험하는 게 나을까.

조금은 어색하기도 했지만, 운이 같은 경우도 진즉에 이런 업무를 병행하고 있었다고 했으니 나도 슬슬 적응하기는 해야 했다.

그리 생각하고 다시 젓가락을 들려던 차.

“그러고 보니, 두 분께서는 여기 무슨 일이십니까?”

생각해보니 태수와 군승이 함께 주부의 집에 직접 방문하기에 나는 무슨 큰일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정작 별거 얘기한 게 없었다.

그게 의아해서 말을 꺼내며 고개를 들었다.

뭔가 싸한 침묵이 흘렀다. 고개를 돌려보니 진궁은 쓰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이건 물어보면 안 되는 부류의 질문이었던 듯싶었다.

이래서 출세를 해야 눈칫밥을 안 먹는데.=============================※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작품후기] 오늘은 미리 예약으로 올립니다.

드디어 100화를 달성했네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시간. 그간의 많은 호응에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자축의 박수!!

우선 예약으로 미리 올리고, 저는 100화를 조촐하게 자축하기 위해 술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여러분께서 혹여 원하시는 것이 있다던가, 궁금시한 사항은 언제든지 댓글로 적어주시면 즉각 답해드리겠습니다!!

그렇다고 유부덮밥이 벗진 않습니다;;

가끔 이상한 반동분자께서 보이시는 것이, 통탄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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