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약간의 평화 동군을 점령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었다.
이건 조조와 소연 모두의 공통적인 의견. 적어도 연주 정도는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데, 당장 연주자사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 판국에서는 섣부르게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소연 군승. 너무 조급해하는 것이 아닌가?”
“시간은 금이에요. 최대한 기반을 빠르게 닦아야죠. 안 그래도 조공께서는 시작이 느린 편이라,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냥 시간을 흘려보내야만 해요.”
“아직 건수가 없다.”
군을 움직여서 연주자사를 칠 수도 없었다.
그와는 특별한 은원관계도 없었을뿐더러, 그녀에게 호의적인 군수라고 해도 과거부터 연이 있던 장막 정도일까.
게다가 직접적으로도 연주자사는 동군태수인 조조의 상관. 함부로 공격할 수 있는 명분도 없는 상황에서는 그저 상황이 반전될 것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반전될 순간.
소연이 알고 있는 미래라면 청주에서 황건적들이 대거 봉기, 그들이 연주까지 침입하기 시작하면서 연주의 판도가 바뀌었다.
그러나 그것은 아직 조금은 먼 이야기.
“명분이 없는 것이 흠이네요.”
그녀의 말에 조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명분이 없었다. 군을 일으킨다면 분명 조조는 연주 대다수의 군현을 쓸어낼 수 있을 정도로 강했다.
그렇지만 명분도 없는 군사행동에 대체 누가 찬동을 할까. 적어도 연주자사가 죽기라도 하지 않는 이상에야 아군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애당초 아직 동군 내도 제대로 수습하지 못했다. 이 얘기는 나중에 하는 것이 옳음이다. 이번에는 그대가 너무 서두르는 것 같군.”
191년.
앞으로 9년도 남지 않았다.
관도대전이라는 삼국지 역사의 한 획을 그을 대전. 역사에서는 조조의 승리로 끝난 전투지만 세상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 최대한 조조의 세력을 키워서 그 초석을 공고히 다지는 것이 중요했다.
소연은 그리 생각하며 지도를 바라보았다.
동쪽의 도겸. 남쪽으로는 유표나 원술. 서쪽으로는 동탁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연주라도 차지해야만 예주까지 노릴 수 있었다.
“너무 심려치 말도록. 그대가 무엇을 고민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당장 아군을 위협할 세력은 주변에 없지 않은가.”
“그렇기는 하죠.”
소연도 그것은 알고 있었지만, 미래를 생각하자니 영 조바심이 나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관도대전만 조조의 승리로 마친다면 천하는 거의 조조에게 넘어간다고 보아도 무방한 것.
거기만 넘길 수 있다면.
“참 그대는 걱정도 많군.”
조조가 어깨를 으쓱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선은 시간이 해결해줄 때까지는 동군을 정비하는 것이 우선적이었다. 동군 내부에서 지지를 받는다고는 하지만, 아직 내부 호족이나 명가에서의 지지율을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
그것들을 먼저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우선 연주 내에서도 제법 명망이 높은 진궁이 조조에게 붙었으니, 그녀는 진궁의 이름값을 최대한 팔아 동군을 안정시킬 생각이었다.
조조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고 소연이 그 뒤를 따랐다.
어차피 결론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언제까지나 고민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기에 소연 역시 그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말이다.”
마침 생각난 것이 있어 조조가 살짝 고개를 돌렸다.
“그쪽 호세는 요즘 통 얼굴을 보기 힘들더군.”
“그런가요?”
왜 조조가 또 호세를 찾는가.
소연은 가끔 조조가 그에 대해 말할 때마다 묘한 불길함을 느꼈다. 물론 같은 배를 탔으니까 호세와 조조가 친밀하게 지낸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었지만.
그런데도 그 묘한 불길함은 가시질 않았다.
“요즘은 식사나 조촐한 술자리에 초대해도 아무런 답장도 보내지 않는군. 내 그리 바쁘게 일을 시킨 적이 없는데 말이야.”
사실 소연도 동군에 들어선 이래, 각자 다른 곳에 거주하고 있어 가끔 관청에서 얼굴을 마주치는 일을 제외하면 그의 얼굴을 보기 힘들었다.
물론 찾아간다면 언제나 흔쾌히 웃는 낯으로 맞아주기는 하지만, 그간은 계속 군영 내에서 툭하면 얼굴을 마주했기 때문일지 그 거리감이 조금 낯설게만 느껴졌다.
“그는 본인이 싫다던가?”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요.”
근래 호세는 조조에 대해 딱히 불만을 드러낸 적은 없었다. 그냥 적당히 봉급 꼬박꼬박 주니 아가씨보다 좋은 사장 아니냐고 비아냥거리던 그의 모습은 떠올리기만 해도 다소 얄미운 구석이 있을 정도.
“그런가… 흠. 다소 생각하는 바가 있다마는.”
“제 사람입니다.”
생각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소연은 조조가 그에게 무언가 수작을 부리는 것을 놔둘 수는 없었다.
그 대답에 조조가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견제인가?”
“불이익을 당하게 둘 수는 없으니까요.”
소연이 살짝 고개를 돌렸다.
“딱히 불이익은 아닐 터인데. 자랑은 아니지만, 본인 정도라면 어디서 못났다는 소리를 들을 외모는 아닐 터. 그런 본인과 만나는 것이 불이익일 리가?”
그런 의미가 아닌 것을 알면서도 태연하게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소연이 미간을 찌푸렸다. 종종 조조가 일부러 자신을 도발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었다.
“그것만이라면요.”
“그 이상은 안 된다고?”
아 정말.
소연이 고개를 홱 돌리고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갔다. 그 뒷모습에 조조도 너무 놀렸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 이상으로 조금의 집착이나 소유욕이 느껴졌기에 씩 웃을 수 있었다.
가치 있는 것은 탐하는 이가 많은 것이 정상이지.
그리고 탐하는 이가 많을수록, 그것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 조조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누군가가 탐하려 드는 걸 딱히 싫어하지 않았다.
어차피 결국에는….
“같이 가지.”
조조가 그리 말하며 다가가던 때였다.
“아만, 거기에 군승까지.”
웃통을 까고 창을 휘두르던 하후돈이 그녀들의 모습에 창을 내려놓았다. 조조는 그를 한 번 힐끗 바라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진 군승. 가시지.”
“아만!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닌가?”
하후돈이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꿈틀거리는 근육. 그 모습에 조조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원양. 본인이 누누이 말한 것 같은데. 관청에서 웃옷까지 벗고 단련하는 것은 자중하라고, 그리 말하지 않았던가.”
“입고 있으면 답답한데.”
“그러면 자택에서 하도록.”
“거참, 까칠하구만.”
결국에 하후돈은 그리 말하면서 바닥에 던져두었던 웃옷을 다시 껴입었다. 다소 땀을 흘려 축축하게 젖었지만, 그에게는 그것이 몸을 움직인 상징과도 같은 것이었기에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물론 그것은 그만의 생각.
“원양. 땀내 난다.”
소연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몸은 살짝 뒤로 물렸다. 안타깝게도 하후돈은 제법 진한 땀내가 나는 것이, 생리적으로는 그다지 좋아할 수 없는 냄새였다.
“정말 너무하다.”
조조가 한 발짝, 그에 맞춰 소연까지 한 발짝 물러나는 것을 본 하후돈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그런 쓰잘머리 없는 소리를 할 바엔 일이라도 하도록.”
“일이라고 해도, 진 주부도 자리를 비웠는데.”
그 말은 조조에게 다소 의외인 일이었다. 만년 일 중독이던 여자가 무슨 일로 낮부터 자리를 비우나. 소연도 진궁이 자리를 비운 적은 별로 본 적이 없어서 의아하다 싶었을 무렵.
“뭐냐. 전호 그 친구랑 식사라도 하겠다고 나가던데. 물어볼 것도 있다던… 아만? 군승? 표정이 왜들 그러시나?”
“흠, 진 주부가.”
본인이 그렇게 불렀을 때는 코빼기도 안 비치던 인간이, 진 주부에게는 홀라당 넘어가는가. 조조는 그것이 다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진궁은 먼 과거에 남편과 사별했었더랬지. 물론 그것만 가지고 조조가 그녀를 의심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 경우에는 본인만 쏙 무시하는 그의 처사에 다소 불편함을 감추지 못하는 것이었다.
소연 같은 경우에는 아예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마침 저도 호세에게 볼일이 있었는데, 진 주부네 자택에 있다면 한 번 방문을 해봐야겠네요.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결국엔 그녀가 먼저 등을 돌리고 자리에서 벗어나려는 찰나, 조조가 그녀의 팔목을 확 잡아채며 씩 웃었다.
“우연이지만 본인도 같다.”
***************************
진 주부의 자택은 생각보다 좀 작았다. 물론 관청에서 제공하는 자택에서 사는 나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진궁이라면 제법 이름있는 지방유지라고 들었는데.
“차린 것은 별로 없지만, 솜씨는 자신 있어요.”
그리 말하며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향 하나는 제법 식욕을 돋웠다. 그간은 적당히 바깥에서 때우거나 병사에서 제공하는 배식으로 끼니를 해결했기에 더욱 그럴까.
“오우, 요리 잘하시네요.”
“별거 아닌걸요.”
배시시 웃는 그녀를 뒤로하고 요리에 시선을 돌렸다.
고기를 볶은 것이나 생선을 구운 것. 전부 쉽게 접하기는 다소 어려운 것들인데. 제법 명망이 높다고는 들었지만, 높으신 분들은 이것이 별거 아닌 걸까.
“대장, 이거 보소.”
방삼이가 그리 말하며 가재를 가리켰다.
제법 빨갛게 익은 가재가 껍질째로 올라와 있었다. 거기에 무슨 풀 쪼가리를 옆에 둘렀는데 저 풀은 대체 뭐지? 같이 먹는 건가.
게다가 옆에는 금귤도 놓인 것이, 곧 가을이 지나가는 시점인데 저런 과일은 또 어디서 구했을까. 저런 건 돈 있어도 쉽게 못 구하는 것들이던데.
“시장하시죠? 먼저 드세요.”
진궁은 웃으며 식탁을 가리켰다.
그런데 드시라고 해도 말이지. 꽤 대단히 뭘 차린 것처럼은 보였다. 고기도 있고 생선도 있으니, 분명 일반적인 식사와는 급이 다른 부분도 있었다.
그런데 말이다.
조금, 아주 조금 뭔가가.
아니 이거, 초록색의 비중이 좀 크지 않은가?
내 기억이 분명하다면 풀 쪼가리는 정말 배는 미친 듯이 고픈데, 정말 먹을 것이 없을 정도로 기근일 때에나 뜯어먹던 것인데 그것이 식탁에 버젓이 올라간 것이 다소 기이했다.
게다가 뭔가 무늬까지 내면서 나름 공들인 티가 나는데, 좀 뭔가 익숙하지 않은 풀 쪼가리들이 보여서 조금 더 생소한 감이 있었다.
나물 무침도 아닌 것이, 저거 생으로 올린 게 아닌가?
“잘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요.”
나와 방삼이가 그리 말하며 젓가락을 들었다. 일단 방삼이는 고기부터 먹는데, 나 같은 경우에는 저 생생한 풀 쪼가리가 영 신경이 쓰여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찐 가재 옆에 있는 풀을 집었다.
“…윽!!”
시발 떫어!! 써!! 지랄!!
존나 쓰다! 이거 그냥 풀 쪼가리 맞는 거 같은데? 요리 아닌 거 같은데?? 그런 생각에 진궁에게 시선을 돌리니 그녀가 웃으며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건 가재 살을 바르고 같이 드시면 더 좋아요.”
이걸? 이 풀 쪼가리를?
존나 쓴데?
뭐지. 시발 내가 모르는 사이에 뭔가 대륙의 식습관이 존나게 뭔가 바뀐 건가.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존나 쓴데. 어릴 적에 너무 배고파서 뜯어먹었던 잡초가 딱 이런 맛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상하다.
“아, 예엡.”
그리 말하면서도 젓가락은 고기를 향했다. 방삼이의 표정이 괜한 짓은 하는 게 아니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시발.
그와는 별개로 나머지는 전부 다 제법 맛이 있었다. 소금으로 간을 했는지 구이도 제법. 고기는 달달한 것이 꿀을 섞은 것 같은데, 조촐하다고 말하기엔 조금 힘든 느낌이었다.
“맛은 괜찮나요?”
“맛있습니다요.”
방삼이는 재깍 대답했지만, 아직도 입안에 그 쓰고 떫은 맛이 있어서 잠깐 대답에 시간이 걸렸다.
“맛있네요.”
그 풀 쪼가리는 쓰고 떫었지만.
그런 느낌으로 고기와 생선 위주로 젓가락을 옮겼다. 가재도 한 번 뜯어볼까 했지만, 그 옆에 있는 풀 쪼가리와 같이 먹으면 더 좋다고 권했던 탓에 도무지 손길이 가지 않았다.
비슷한 이유로 나머지 풀 쪼가리들만 올라온 찬거리도 걸렀다. 저것들도 생인 것 같은데, 높으신 분들은 풀도 찬거리로 쓰는 이상한 취향이라도 있나 보다.
나는 나중에 성공하더라도 고기만 먹을 거다.
그렇게 조금씩 젓가락을 옮기며 이것저것 집어먹어 보았다. 진궁은 같이 식사를 하자고 해놓고도 그저 우리를 바라만 보고 있을 뿐.
“주부님은 안 드십니까?”
“저는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른걸요. 게다가 소식을 하는 터라, 다소 식사를 일찍 끝내니까 개의치 말고 드세요.”
엄마?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니.
그렇지만 억지로 권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얼굴을 밥상에 파묻었다. 풀 쪼가리를 제외하면 다들 맛있는걸.
잠시 침묵이 흘렀다.
들리는 소리는 오로지 젓가락을 움직이는 소리와 음식을 씹는 소리. 방삼이도 제법 입맛에 맞았는지 게걸스럽게 고기를 해치우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이었다.
“마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어머? 따로 초대한 분은 없을 텐데.”
“태수님과 군승께서.”
“어머.”
진궁이 살짝 쓰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는 일어나는데, 그 둘이 뭉쳐서 진궁을 찾는다는 말은.
“무슨 일이라도 터진 건가?”
“낸들 아오.”
그래. 넌 그냥 밥이나 먹어라.
그렇지만 태수와 군승이 대동하여 주부의 저택에 방문한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었다. 무언가 문제가 생긴 건가? 중요한 일이 아니고서야 아가씨와 조조가 이리 동시에 방문할 리가 없는데.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작품후기] 곧 100화입니다!!!!!!!!!!!!!!
끼요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옷!!
진궁 마망!!!!!!!!!!!!!!!!!!!!
Feat_마님은_돌쇠에게_풀쪼가리를_주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