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약간의 평화 가을의 끝물. 사실상 겨울이 다가오기 직전인 계절이라 그런가 쌀쌀하게 부는 바람에 옷깃을 여몄다. 다소 추운 날씨인 것이, 하필 이곳이 황하와 바로 맞붙은 지역이라 그런지 더욱 춥게 느껴졌다.
그간 저 북방에서 어떻게 살았나 몰라. 불과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 눈보라 치던 곳에서 살았다는 걸 생각하면 치가 떨렸다.
물론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것도 다 삶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겠지.
동군에서의 전투 이후 조조는 동군태수로 임명되었다. 왕굉이라는 원래 있던 동군태수 양반도 죽었겠다, 원소가 조정으로 상소를 올렸다고.
물론 말이 상소지 동탁이 끼고 있는 황제 폐하가 그 상소를 받아봤을 턱이나 있나. 요즘 천하에서는 적당히 시늉만 하고 자기 사람에게 관직을 내리는 형식이 판을 치고 있었다.
한이 진짜 망하려고 그러나.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정식으로 동군태수로 임명된 조조. 그 휘하에 있던 이들도 저마다 관직을 하나씩 받았으니, 나 역시도 동무양의 현위가 되었다.
그러니 이런 날씨에도 거리를 휘적거리면서 돌아다니는 거지.
“어머, 장군. 이런 곳에 계셨나요?”
적당히 거리를 휘적거리면서 걷고 있자니 저 멀리에서 여인 하나가 손을 흔들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을 묶어 옆으로 늘어뜨린 것이, 걸을 때마다 흔들리는 것이 유독 눈에 띄었다.
“진 주부님.”
“님이라니, 장군께서 그러시면 제가 낯부끄럽잖아요.”
살짝 입을 가리고 웃는 모습이 다소 낯설었다.
주변에 너무 이상한 여자만 가득해서 그런가. 다소 현숙한 모습으로 그리 웃는 모습은 굉장히 낯선 모습이었다.
“저도 장군 아닙니다요.”
기껏해야 치안이나 맡은 현위였다.
물론 조조가 동군태수의 치소를 동무양으로 옮긴 시점에서 그곳의 치안을 맡은 것이니 동군 내 관직 서열은 다소 높다고는 들었다만, 애당초 관직의 고저 같은 것에 익숙지도 않았다.
그에 반해 그녀는 동군 관청의 문서나 기록을 총괄하는 주부. 애당초 현 소속인 나와 군 소속으로 내정 총괄인 그녀로는 관직의 차이가 제법 컸다.
“그간 조공 밑에서 힘써오신 것이 있는데 어찌 그리 자기를 낮추세요? 장군께서 해오신 것이 있으니, 거기에 자부심을 느끼세요.”
그녀는 그리 말하며 내 손을 맞잡았다.
“장군이 그리 자신감이 없으시면 전호 장군을 따르는 부하들이나 장군을 중용하는 조공에게도 누가 되는 것이랍니다.”
맞잡은 손이 따듯했다. 포용하는 자세로 따듯한 미소를, 그렇지만 그 안에 잔소리를 섞는 모습에서는 언젠가 느꼈던 감각이 느껴졌다.
“…엄마.”
“네?”
그 자애로운 미소가 다소 눈부셨다.
딸도 있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그런가. 왠지 모르게 이 눈부시게 빛나는 후광이, 마치 엄마라 불러도 무방하다 싶을 정도로 미소는 뭐라 설명해야 옳은가.
최근 군부 내에서도 진궁을 엄마 같다고 하던 이들이 제법 많았는데, 최근에 이르러서는 나도 그 부분에서는 다소 공감하게 되었다.
정말 엄마 미소라는 게 이런 거구나.
“엄마라니요, 조금 남사스럽네요. …그래도 썩 나쁜 느낌은 아닌 것이, 혹시 다시 한 번 불러주실 수 있으실까요?”
살짝 발을 올리며 고개를 치켜드는 순간 그녀의 가슴이 살짝 출렁이며 움직였다. 이것이 유부녀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일까. 살짝 미소를 짓는 모습에서는 왠지 모를 모성마저 느껴졌다.
“아, 말을 실수한 겁니다.”
“…그러신가요.”
왜 갑자기 고개를 떨구나.
어이가 없지만, 그렇다고 진짜로 엄마라고 부를 수도 없는 노릇. 살짝 고개를 돌리고 그녀의 반응을 무시했다.
“거, 찾으셨던 걸 봐서 무슨 용무라도 있으신 거 아닙니까?”
“아! 저도 참.”
그리 말하며 그녀가 배시시 웃었다.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현 내에서 별도로 군사훈련을 하잖아요? 그 부지선정을 조금 변경했으면 하는데, 거기에 자문하고자 왔거든요.”
……부지? 자문?
안타깝지만 그런 건 내 소관이 아니었다.
애당초 그런 행정적인 업무는 내가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차라리 그런 건 아가씨나 사마의, 하다못해 운이에게라도 찾아가는 것이 맞지 않던가?
“제가 그런 거엔 좀 문외한인데.”
“아! 장군에게 부지를 골라달라고 찾아온 건 아니고요. 그냥, 군사훈련을 할 때 어떤 조건이 있으면 편하실지. 그런 현장에서의 경험만 말씀해주시면 되거든요.”
그리 말하면서 또 웃는다.
웃음이 조금 헤프다고 할까. 그렇지만 마음에 안 드는 것도 아니었다. 조금 보는 사람의 가슴을 근질거리게 하는 그런 미소였다.
“뭐, 그런 거라면야….”
살짝 말끝을 흐렸다.
현장의 경험이라고 해도 별거 있나. 애당초 우리가 군을 움직였던 적부터 지금까지 사실상 도적 떼거리를 끌고 다녔던 것으로, 훈련도 적당히 빈 벌판에서 대강 명령체계나 잡았던 것이 전부였다.
“우선 아무래도 동무양의 현 내 부지가 다소 협소한 면이 있거든요? 지금까지야 부지 내에서 했다지만, 그 부지 인근에 거주지를 확장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서요.”
그러면서 진궁 선생이 말을 쏟아내듯이 하는데, 솔직한 말로 대부분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이었다.
뭐 공간의 활용도와 영지의 면적 대비 실제 활용비율이 너무 부족하다느니, 민원 등을 처리하는 부분에서도 곤란함이 있다느니.
군이 차지하고 있는 영지를 백성에게 할애할 경우 군 내부에서는 어느 정도 반발이 있을 것 같냐는 질문부터 시작해서 갑자기 내 취향인 음식까지 묻는가 싶더니, 이제는 경제적으로 군의 봉급과 관련된 질문까지.
“그래서 말이죠. 이런 부분은….”
“지, 진궁 주부님!!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결국에는 양손을 들고 항복해버렸다.
근래에도 간간이 사마 꼬마에게 글의 공부나 각종 시사상식 등을 배우고는 있다지만, 태생이 칼 밥 먹던 출신이라 아직 이런 대화를 나누기까지는 멀고도 험했다.
차라리 적을 어떻게 죽이느냐에 대해 떠든다면 반나절 내내 떠들 수도 있겠지만, 갑자기 백성의 거주공간 확장이나 경제활동 구역과의 입지조건을 고려한 거주공간 조성에 관한 정치적인 부분을 내가 어찌 알까.
내가 답할 수 있는 게 단 하나도 없었다.
자문? 사람을 잘못 찾아도 한참 잘못 찾았다. 애당초 이런 문제는 태수가 먼저 지시하는 게 보통이 아니던가?
“태수께선 뭐라고 안 합니까?”
“조공께서는 그런 문제는 현장에 있는 이들과 의견을 논의하라고 하셔서요. 전호 장군의 이름을 언급하시면서 그에게 한 번 의견을 구하라고 하던데요?”
그 빌어먹을 조 씨네 땅꼬마가.
내가 이런 것에 영 소질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그런 것이 틀림이 없었다. 요즘 유달리 자주 술자리에 초대하기에 귀찮아서 안 간다고 좀 했기로서니, 사람을 이렇게 멕여?
“그거라면 차라리 아가씨…, 소연 군승이나 사마의한테 상의를 해보는 게 어떱니까. 소연 군승도 군을 이끌었었고, 사마의 그 꼬맹이도 나름 그 부분은 박식한데요.”
“진 군승께서는 요즘 조공과 함께 다니시는 경우가 많고, 사마의 그 아이와는 대화를 많이 나누어 본 것이 아니라서요….”
그녀는 뒷말을 흐리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생각해보니 그렇기도 했다.
사마의 그 꼬마야 둘째로 치더라도 아가씨는 요즘 조조와 함께 다니면서 계속 무언가를 하던 것 같던데.
태수의 보좌역을 맡는 것이 군승이니 그것이 자연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요즘은 너무 자주 어울리는 게 아닌가 싶어 조금 의아한 부분도 있었다.
“그, 간단한 거라면 답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그래요? 전호 현위가 이리 도와주시니 참 마음이 편하네요. 너무 편해서 그런가, 요즘에는 제 딸처럼 막 편한 느낌도 든다니까요?”
그리 말하며 입가를 감추고 웃는다.
그녀의 딸이라면 아마 이제 막 공부를 하고 있을 나이라고 들었다. 가끔 그녀와는 이렇게 시시콜콜한 잡담을 나누었는데, 그중 딸에 관한 얘기를 자주 꺼내곤 했던 기억이 있었다.
내게 한 발짝 다가오며 웃는 진궁.
“현위는 가끔 사람을 너무 편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는 것 같아요.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여자에게 그리 거리를 내주다가는 아픈 꼴을 당할걸요?”
“잘 모르겠는데 말입니다.”
“여자 마음이란 건 그런 거예요.”
순간 코가 살짝 화끈했다.
살짝 내 코에 손가락을 튕긴 그녀는 이내 빙긋 웃으면서 팔을 잡아당겼다. 천천히 발걸음을 움직이면서 고개를 돌린다.
“일단 식사라도 하면서 얘기할까요?”
이미 팔을 잡아놓고는 뭘.
“그러시죠.”
천천히 당기는 것 같은데도 묘하게 떨쳐내기 어려운 분위기에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그녀가 이끄는 대로 발을 움직였다.
얼마나 걸었을까.
저 멀리에서 마침 관청에서 막 나오고 있던 방삼이가 우리를 보고는 손을 흔들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어, 대장? 주부님도, 뭐하고 계시우?”
녀석은 팔을 붙잡힌 채로 질질 끌려가는 내 모습을 보고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래도 내 부관이라는 놈이, 아직도 옷을 추레하게 입고 다니는 꼬락서니에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이놈아, 옷 좀 제대로 입고 다니라고.”
“옷이 뭐 별건가? 하여간 대장도.”
놈은 그리 말하며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그러니까 네가 아직도 여자가 없는 거지.”
“아니 뭔 그런 소리를 또 하고 그러쇼? 그러는 대장도 지금 여자 하나 없으면서, 쓸데없이 남만 들들 볶는 거, 좋은 일 아니라고 안 배웠수?”
여자가 없다는 말에 가장 먼저 운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직도 살짝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였기에, 이걸 정식으로 연인관계라 말해도 될지 의문이었다.
“그나저나 주부님, 대장이 또 뭐 했습니까?”
“아뇨, 기왕 만난 거 식사라도 하려던 차였어요. 방삼 진사는 어떠세요? 저, 요리는 자신 있다고요?”
그녀는 그리 말하며 팔을 걷어붙이고는 자신만만 미소를 지었다. 그 와중에 내 팔을 잡던 손을 놓았기에 끌려가던 자세를 가다듬고는 방삼이에게 손짓을 했다.
“같이 가자. 주부께서 권하시는데.”
“…뭐, 아직 식전이니까. 알겠습니다요.”
그러니 진궁이 환하게 웃으며 양손으로 나와 방삼이의 팔을 붙잡았다. 그리고는 다시 우리를 끌고 걸어가기 시작하는데, 결국 우리는 질질 끌려가다시피 하며 그녀의 자택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니, 다 좋은데 왜 자꾸 팔을.
같이 질질 끌려가던 방삼이가 어색하다는 기색을 풀풀 풍겼다. 원숙한 여인의 팔에 끌려가는 다 큰 장정 둘.
조금 모양새가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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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째 쓰다가 잠들었는데, 너무 푹 잤습니다. 오늘 내로 한 편 더 올라가고, 자정에도 또 맞춰서 따로 올라갑니다!!
송구,,, 또 송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