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89화 (89/343)

89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전호, 그리고 호세 소연은 맞은편에 앉은 호세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루 전, 전풍이 다녀갔다는 소리를 들었다. 조조와 함께 원소를 만나러 자리를 비웠기에 마주치지는 않았지만, 어차피 당분간은 업에 체류하게 된 이상 언젠가는 마주칠 일이었다.

아직 호세와는 제대로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어떻게 말을 꺼내면 좋을까. 애당초 소연은 그의 입으로 전호라는 이름에 대해 들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뭐여? 왜 불러놓고 멍하니 있으쇼?”

그는 갑자기 자신을 불러 앉혀놓고는 잠자코 있는 소연에게 의문을 표했다. 분명 할 말은 있어 보이는데, 정작 말을 꺼내지를 않는다. 표정도 썩 좋아 보이지는 않는 것이.

“아니, 뭔데 그래.”

“그냥….”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할까.

소연에게는 그것이 다소 난해하게 다가왔다. 전풍은 호세를 아들이라 칭했지만, 정작 호세는 전호라는 이름을 단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었다.

그건 분명 모종의 사정이 있다는 것.

상태창이 아니었다면. 그 홀로그램이 아니었다면 소연도 영영 모를 수 있는 일이었다. 비록 알았다고 해도 설명할 길이 없는 것도 당연한 일.

호세가 그 모습을 보다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뭔데 그래. 뭐 그리 답답한 문제요?”

“조금은.”

그녀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조금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우선 전풍이 다녀왔다는 소식에 그를 불렀지만, 당장 어떻게 그에게 말을 전해야 할지.

소연은 그와 오래 지내면 지낼수록 그를 접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다.

어떻게 다가가는 것이 좋을까. 어떤 방식으로 말을 걸면, 또 어떤 식으로 대하면 좋아할까. 그런 생각이 꼬리를 물어, 이런 사태에서는 그녀의 지력 스탯도 제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

“그러면, 조금 다른 얘기를 합시다.”

마침 호세도 그녀에게 할 말이 있었다.

“조조, 언제까지 따라갈 거요?”

물론 당장 말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기왕 이렇게 단독으로 대면한 자리에서 먼저 말해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방삼은 조조에 대해 다소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조운은 당장 본인의 일, 그날 밤의 일을 소화하는 것에 아직도 벅차 보였기에 제외.

그에게 있어 가장 의외였던 것은 사마의가 오히려 긍정적인 시선으로 조조와 합병하는 것에 찬성했다는 것인데, 그것을 제외하더라도 당장 호세조차 조조에게는 다소 생각하는 바가 있었다.

“불만이니?”

“불만까지는 아냐. 그냥 안 좋은 추억이 있었던 것뿐이지, 사실 그 여자는 우리에게 제법 호의를 베풀고 있으니까.”

그것은 그에게 있어서는 단지 지나간 옛일.

지금의 호세는 그 당시의 소년이 아니었다. 조조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그것이 나름 합리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지 의문이 한 가지 있다면.

“그 여자가 아가씨가 내게 말했던 그것에 합당한 사람이냐가 문제지.”

“원소 때는 아무런 말도 없더니.”

“그때랑은 다르지. 아가씨, 원소랑 제대로 지내볼 생각도 없었잖아? 대놓고 거리를 벌리는 것이 보였는데, 지금은 조금 다른 느낌이라서 그래.”

만약 진소연이 정말로 조조의 아래에서 빛을 보겠다고 한다면 그는 말릴 생각이 없었다. 그것이 아가씨가 생각하는 가장 올바르고 빠른 길이라면 반대할 이유는 없으니까.

단지 그는 아직도 조조라는 인물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옛날의 일은 물에 흘린다고 치더라도, 그에게 조조라는 사람은 의문부호가 여럿 붙은 여자였다.

“그 사람, 믿을 수 있겠어? 권력을 쥐었을 때 정말로 나라를 올바르게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이 맞느냐, 내가 묻고 싶은 건 그거야.”

소연은 그 말에 살짝 미간을 찡그렸다.

조조.

나라를 다스릴만한 인물이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비록 여러 기행이나 악행은 부정할 수 없겠으나, 적어도 그 본인은 지방 호족의 적폐를 청산하며 중앙집권적인 국가로 만들아 나라를 하나로 만들었다.

비록 그 후계에서 점점 일이 꼬여 결국에는 무너졌다지만, 적어도 조조라는 인물 하나만 놓고 봤을 때는 누구보다 지배자에 가까운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역사로 보아도 가장 승자에 가까웠던 인간.

단지 서주 대 학살이라는 주홍글씨가 마음에 걸리는 단 하나의 요소였다.

하지만 그것뿐이라면.

“설령 이상한 짓을 하더라도 막을 수 있어. 그러니까 가장 그 여자가 기반이 약할 때 힘을 실어준 거야. 걱정하지 않아도, 네가 했던 말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

서주 대 학살의 이유는 알고 있었다. 발단도 알고 과정도 알며, 그 결말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천하를 평화롭게.

모든 이들을 배부르게.

모든 이들을 따스하게.

처음에는 적당한 말이었던 그것이 점점 현실적으로 이뤄야만 하는 목표로 다가왔다. 허황한 목표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현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이 시대의 기준을 배경으로 한다면, 호세가 바라는 것은 지상낙원과 같은 환상 속 나라가 아니라는 것만은 명백했다.

그럼 공산주의적인 이상으로 점칠 된 것이 아니라 조금 더 현실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현시대를 기준으로 하는 복지를 적어도 이 중국 곳곳에 닿을 수 있을 정도로 발전시킨다는 전제하에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조조는 유능한 군주였다.

적어도 자신의 재물욕에 미쳐 그것을 탐하는 군주는 아니었다. 권력을 향한 야욕은 있을지언정, 그녀의 시작은 분명 천하를 제 손으로 바로잡고 싶다는 숭고한 것이었다.

“너에게 한 말을 내가 기억하고 있어.”

이제 소연은 제 한 몸 지키는 것에서 멀어질 필요가 있었다. 그걸 조조가 일깨워주었다. 그저 시대에 견디고 버티며, 그러다가 얼추 한 자리 차지해서 안락한 생활을 보내겠다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했다.

그녀가 바뀔 필요가 있었다.

조금 더 큰 목표를 향해서 나아가야만 했다. 그 궁극적인 목표를 민간을 향한 복지로 가닥을 잡는다면, 그 뒤는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나는 아가씨가 왜 조조를 선택했는지 아직도 모르겠어. 군사적인 재능은 보았으니 알겠지만, 그 외에 다른 요소가 있나?”

“있어.”

소연은 단호하게 말했다.

“일단 그녀가 중원 인근에 있다는 점.”

그녀는 그리 말하며 손가락 하나를 폈다.

“그것도 낙양 인근이다 보니 이 근방 호족들은 기본적으로 사병을 키운 가문이 거의 없어. 즉, 그들은 평시에는 영향력이 컸을지 몰라도 이런 난세에서는 휘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소리지.”

당장 사마 가문만 해도 그렇다.

평소라면 현장 따위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명가에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것도 사마의라는 직계 자손을 맡겨가면서까지 풍파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쓴 것이다.

“당장 지방에는 여전히 호족이 사병을 이끌며 강한 세력을 이끌고 있어. 그들의 손을 잡지 않으면 통치도 불가능한데, 그래서는 너의 이상과는 맞지 않아.”

“머리가 많으면 그야 곤란하기는 하지.”

호세도 그 말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지방의 토호들이, 현장이라는 작자들이 얼마나 악랄하게 고혈을 빨아대는지 두 눈으로 직접 체험했었다. 그런 이들을 잡아내지 못한다면 치세 같은 것이 가능할 리도 없었다.

“당장 제압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야.”

그 오나라가 어째서 세력 확장이 그토록 더뎠는가. 가장 큰 이유는 지방 토호들의 입지가 큰 탓에 그들을 다스림에 치중했던 이유가 컸다.

당장 오나라만 둘러볼 것도 없었다.

현재 진행형으로 형주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유표가 어떻게 무너졌는가. 그의 몇 차례 전술적인 실수가 겹쳤다고는 해도 결과적으로는 호족 세력들에게 힘이 밀려버린 탓이었다.

강남이나 형주를 비롯한 지방으로 내려가는 것은 기반을 닦기까지 시간이 너무 걸렸다.

그 사이에 조조는 역사대로 성장할 것인데, 소연에게는 그 지방의 토호를 전부 제압할 지혜나 지식이 없었다.

물론 조조가 역사상 가장 승자에 근접했던 군웅이라는 이유가 가장 컸지만, 그것은 그에게 어떻게 해도 설명할 길이 없었다.

“뭐, 그런 이유라면 나름 납득은 가지만. 그런 이유라면 원소는 무리라고 치고, 뭐 다른 이들도 있지 않겠소? 여차하면 아가씨 본인이 나서는 것은.”

“말했잖니. 난 어떤 지지기반도 없어.”

게임이되 게임과는 다른 부분.

이것이 문제였다.

세상천지 그 어느 누가 가문도 없는 이에게 미래를 맡길까. 그 어떤 명사나 호족이 아무런 경력이나 가문도 없는 소연을 따르겠는가.

“조조가 제격이었어. 원소와 거리가 멀어진 이상, 나름의 인지도도 있으면서 중원에 터를 잡을 수 있을 만한 세력으로는 그녀가 딱 적당해.”

마침 지금 시기는 그녀가 최고로 지지기반이 약할 시기. 지금 그녀에게 빚을 지운다면, 그 밑에서 활약한다면 차일 개국공신과도 마찬가지인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소연이 이런 결정을 내린 가장 큰 이유는 원소의 수명 탓이 컸고, 애당초 원소의 뒤를 따른 이유도 조조에게 접근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것 역시 설명할 수는 없었다.

호세는 그녀의 말을 듣고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납득할 수 있는 부분과 다소 의아한 부분이 공존했다. 이건 설명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필연적인 모순에 가까웠다.

“뭐, 그러면 됐수다.”

그는 이를 드러내며 씩 미소를 지었다.

호세가 그녀의 결정에 의문을 품었던 것은 전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뒤를 따르는 사람은 앞사람만을 믿고 따라가야 하는 것을, 정작 그 선두를 이해할 수 없다면 그보다 더한 불안함도 없었다.

“걱정하지 마.”

소연이 천천히 손을 뻗어 그의 손을 잡았다.

거칠고 흉한 손.

“너의 헌신을 내가 기억하고 있어.”

그 보답은 반드시 해줄 거니까.

그는 소연에게 말했다. 자신이 가진 이상이나 목표는 전부 소연에게 온 것으로, 자신은 단지 그것만을 믿고 따라갈 뿐이라고.

그건 틀렸었다.

소연에게 그런 거창한 목표는 없었다.

그것은 단지 백성들을 포섭할 때, 혹은 도적단을 뭉칠 때 게임에서 자주 등장하는 대사에 불과했다. 소연은 그것을 단지 본능적으로 읊었을 뿐이었다.

호세가 그걸 따라온 이유가 그녀의 스테이터스 때문일지, 아니면 정말로 그것에 감명을 받았기 때문일지.

사실 그것은 그녀에게 꽤 오래전부터 머리를 아프게 하는 문제였다. 아직도 눈에 아른거리는 상태창을 보면 그 감각에는 적응할 수 없었다.

만약 정말로 호세가 자신의 매력 스텟에 이끌린 거라면. 단지 게임적인 요소에 불과했던 스탯의 영향을 받은 거라면.

모든 것이 불확실했다.

그렇지만 확실한 것은 하나 있었다.

소연은 그가 계속해서 그녀를 따르고 지지했기에, 자신의 뒤를 받쳐주었기 때문에 비로소 이런 결심을 내릴 수 있었다.

복지제도의 개혁.

힘들겠지. 그건 현대인의 관점에서 완벽하게 이룰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조금만 다듬어, 현시대의 기준점에 맞출 수만 있다면 썩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말할게.”

소연이 잠긴 목에 힘을 주어 가다듬었다.

“나를 따라와. 네가 바라는 것은 내가 이뤄줄게.”

조조는 말했었다.

제 주변을 지키려면 한 발짝 더 나아가야만 한다. 소연은 그 한 발짝을 내디뎠다. 제 주변을 지키기 위하여. 앞으로도 나아가기 위해서 그 손을 내밀었다.

호세는 그녀가 내민 손을 바라보았다.

“좀, 좀! 난 이런 분위기 별로라니까.”

그러면서도 차마 손을 마다하진 않았다. 아까 잡고 있던 손과는 별개로 손을 맞잡으니, 양손을 맞잡고 있는 모양새가 되었다.

소연은 그게 우스워서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런데 말이요.”

거기서 호세가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 얘기는 이제 끝나서 하는 말인데, 아가씨가 먼저 날 부른 거 아니요? 왜 불렀는지 이제는 좀 말을 해줘야 하는데.”

거기에서 소연이 살짝 흠칫했다.

잊고 있었다.

갑자기 조조에 관한, 그리고 앞으로 있을 일들에 관한 이야기로 빠져서 대화하느라 완전히 잊어버렸다. 생각해보니 전풍의 일도 중요한 일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그녀가 살짝 몸을 떨었다.

“너 혹시.”

소연은 거기까지 말하고 한 번 숨을 들이켰다.

“전풍이라는 이름을 아니?”

거기까지 말했을 때.

호세는 맞잡았던 두 손을 놓았다.

그녀의 시야에 표정을 일그러뜨린 그의 모습이 비쳤다. 확실히 호세도 전풍을 알고 있다는 증거. 그것도 아무렇지도 않은 사이도 아니라는 방증이었다.

“어디서 들었소, 그 이름.”

“원소군의 참모로 있어.”

소연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그에 비해 호세의 목소리는 점점 떨리다 못해 갈라진 목소리로 숨을 내쉬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그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입을 꾹 다물었다.

“그걸 나한테 묻는 이유는 뭐요.”

“이 검, 전풍은 자기 가문의 검이라더라.”

그녀가 내미는 것은 과거 호세가 그녀에게 건네었던 검. 어머니의 유품이기도 했던 것이지만, 그 내막까지는 어린 나이였기에 알지 못했던 것이었는데.

호세가 한숨을 내쉬었다.

“미치겠네. 그 작자가 여기에 있다고?”

“전호라는 이름을 찾고 있던데.”

기어코 여기서 호세가 탄성을 내질렀다.

“하이고, 그 이름을 여기서 듣네. 시발.”

평생 꺼내려고 하지 않았던 이름이었다. 어머니는 마지막까지 그를 전호라고 불렀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자기 자신을 호세라고 자칭했다.

그건 누구도 몰랐어야 했을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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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는 여러분의 의견이 있어 다소 상황을 정리하는 느낌이 되었네요. 조금은 천천히 풀어가는 것이 취향이었으나, 일정 부분에서는 조금 진도를 올리겠습니다.

그리고 제발 싸우지 말아주세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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