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전호, 그리고 호세 군의는 사실 별거 없었다.
애당초 원소의 움직임에 우선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전제를 깔고 가니, 결과적으로 무슨 얘기가 나와도 우선은 원소의 움직임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결말이었다.
그렇지만.
“동군이라.”
군의가 끝나고 지나가는 길.
운이는 먼저 일이 있다고 떠났고, 아가씨와 조조는 원소를 만나기 위해 떠났다. 뒤에 남은 방삼이와 함께 적당히 병소로 돌아가는 길.
“동군이면 저 아래 쪽 아니오? 배 타고 넘어가는.”
“그렇지.”
조조와 아가씨 모두가 입을 모아 동군을 언급했다. 확실히 그 인근 지방이 최근 시끌시끌하기도 하거니와 당장 기주의 턱밑에 자리 잡은 거점.
거기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점에서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조조가 정말로 원소와 살짝 거리를 두고 세력을 넓히고 싶다면, 그러면서 원소와도 척을 질 생각이 없다면 그 정도가 타당했다.
아예 멀어지면 원소의 의심을 사고, 그렇다고 원소의 곁에 있자니 자기만의 세력을 가질 수 없는 현 상황에선 연주가 가장 이상적이었다.
공감은 할 수 있었지만.
“그런데 거기까지 따라가면 조조랑 한동안은 같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요? 당분간은 아예 그쪽 사람들이랑 묶일 거 같은데.”
“그렇겠지.”
안 그래도 지금 아군과 조조군이 거의 합쳐지다시피 한 마당에, 만약 동군까지 동행한다면 그 뒤로는 딱히 그들과 작별할 이유가 떠오르질 않았다.
아가씨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대장. 솔직히 누구를 따라가던 원소보단 나아서 고개를 끄덕이긴 했는데, 아가씨는 뭐 약자 선호라던가 뭐 그런 변태요?”
“뭐 이 새끼야?”
눈살을 찌푸리니 방삼이가 손을 휘휘 젓는다.
“아니아니, 말이야 바른말로. 어? 원소도 그랬고, 지금 조조도 그렇고. 왜 이렇게 상황이 이상한 사람들만 따라가는가 싶어서 하는 소리 아니요!”
“…반박할 수가 없네.”
“그것 보쇼.”
좀 그런 감이 없잖아 있었다.
아직 기주에 들어서기 전에 원소. 그는 사실상 도적 떼가 되기 일보 직전의, 정치적인 입지와는 별개로 상황 자체는 사실상 한복의 손에 말라죽을 위기에 있었다.
조조도 마찬가지인 것이, 그녀가 아무리 원소군에서 나름 비중을 차지했다고는 하더라도 기껏해야 수하일 뿐이었다. 게다가 근래 들어서는 살짝 겉도는 면도 있다고 하니, 그 입지는 점점 작아질 것.
병력 수천을 이끈다고도 하지만, 그것 역시 원소가 기주를 안정케 한다면 가당찮은 숫자. 일국을 세우기에는 영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었다.
아가씨가 지금까지 선택한 사람들은 다 이랬다.
어딘가 모자람이 있다고 할까, 다들 입지가 불안했던 사람들이다. 아가씨는 그런 사람들의 뒤를 받치고 있었다. 대체 무엇을 노리는지, 어떤 미래를 그리는지.
조금 답답하기도 했다.
“대장도 조조 별로잖아.”
방삼이는 그리 말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우리는 한 번 보았으니까. 조조라는 여자의 인간답지 않은 모습을, 그 여자가 주도권을 쥐었을 때의 행동을 전부 지켜보았으니까.
전보다는 덜해도 다소 껄끄러운 부분이 남았다.
이건 앙금이라고 해도 좋을까.
“사람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
“그 인두겁을 뒤집어쓴 악마가? 대장, 아니 형님. 정신 차리쇼. 대장이 말한 거야. 저 여자는 여신의 피륙을 뒤집어쓴 괴물이라고.”
“당장은 선택지가 없잖아. 왜 갑자기 얘기가 그리로 빠지냐? 너도 동의했으면 가만히 있어라. 아가씨가 알아서 다 하겠지.”
그러니 방삼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말 그대로 아군은 별도의 선택지가 없었다. 원소는 노골적으로 아군을 무시하고 있는 마당에, 그렇다면 우리도 선택해야만 했다. 우리는 줄을 잡은 것이고, 그것이 단지 조조였을 뿐이었다.
이것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조조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다. 단지 원소의 휘하에서 입지를 차지했다는 것. 그것뿐인 여자가 원소의 품에서 벗어나 독립을 꿈꾸고 있었다.
만약 우리가 그걸 돕는다고 치면.
그래서 만약 조조가 진정 군주의 반열로 올라선다고 가정했을 때. 그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까. 아가씨는 조조의 곁에 끝까지 남으려고 할까?
아가씨는 처음부터 원소에게는 마음이 없던 것 같았다. 그렇다면 조조 역시, 단지 지나가는 풍파를 막아 세울 방패 역할에 불과할 것인지, 그것이 아니면.
이것이 현재 유일한 의문이었다.
“조조도 능력은 있는 여자니까.”
“난 모르겠소. 능력이 있다고 해서, 다 성공하는 건 아니잖아. 당장 조조 그 여자한테 있는 것이 뭐라고. 아가씨는 대체 조조의 뭘 보고 따라가는 건지 모르겠수다.”
과거 아가씨는 내게 말했다.
천하를 배부르고 등따습게 사는 걸 원하지 않느냐고. 그 미래를 그리게 해주겠다고. 언제까지나 비천한 도적으로 살 바엔 자신을 따르라.
아직도 잊지 않았다. 지금까지 싸우는 모든 것이 그거 하나만을 보고 달려온 것이었다. 한량이었던 자신을, 도적이었던 호세를 버리고서 그녀를 따른 이유였다.
지금까지는 그리 썩 좋은 인생은 아니었다.
미래는 불안정했다.
항상 굶주렸다. 추웠다. 싸늘한 한기가 가실 줄 모르는 외지에서 살아왔다. 천하에 도리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니, 정에 굶주리고 평화를 갈구했다.
그저 견딜 수밖에 없었던 것.
좋은 인생이었노라고 말할 만한 조건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니 나중에서는 도적질이나 하며 제 한 목숨에 연연한 삶을 살았지.
그랬던 삶에 목표를 준 것은 아가씨였다. 목숨을 걸고 싸우면서 쟁취하는 것이 평화라면 나름 인간다운 삶이 아닌가. 인생을 낭비하며 의욕 없는 삶을 살던 남자를 일으킨 것이 아가씨였다.
물론 첫 만남은 최악이었지만.
“아가씨와 약속했어. 난 그 약속을 믿고 있고, 실제로 아가씨는 몇 번이나 능력을 보였으니까. 그걸 믿고 가지 않으면 뭘 믿겠나?”
“…대장.”
“너도 믿어라. 정 믿기지 않는다면 날 믿어.”
내가 아가씨를 믿고 있으니, 너희가 날 믿으면 그것이 곧 아가씨를 믿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만약 말이요.”
방삼이가 다소 주저하듯이 입을 열었다.
“만약, 아가씨가 그 약속이라는 걸 깬다면. 애당초 그게 다 거짓말이었다면. 그러면 대장은 어떻게 할 거요?”
“글쎄다.”
생각해본 적이 없는 질문이었다.
“뭐요?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요!?”
“아 좀, 소리 낮춰라.”
그런 거 생각할 시간이 어디 있나. 그냥 믿으니까 달려온 것이지. 설령 아가씨가 도중에 마음을 바꾸더라도, 그녀가 내게 전해준 이것을 그저 믿으면서 달려갈 뿐이지.
단지, 그러네.
“처음에는 만약에라도 배신하면 죽일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정이 너무 많이 들었다. 솔직히 모르겠다. 아가씨는 우리와 그리 생각을 공유하는 편이 아니고, 솔직한 말로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느낌이 짙어서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어떻게 말해야 정리가 될는지, 그걸 모르겠다.
설마 조조를 따를 줄은 몰랐으니까.
선택지가 그거밖에 없다는 것은 이해하고 있고, 아가씨도 그 부분은 제대로 설명했으니까 따라가는 것이었다. 게다가 아가씨의 시선에서는 조조가 좀 다르게 보일 수도 있었고.
그게 아니더라도 현재 조조의 입지는 불안했다.
사마의도 그 점을 꼽아, 차라리 기반이 미약한 조조군 내에서 입지를 키운다면 조조도 우리를 함부로 대할 수 없으리란 점을 언급했었다.
그렇게 되어, 설령 조조가 미래에 평화와는 거리가 먼 것을 선택하더라도 그걸 막을 수 있다면.
아니면 조조 자체가 사람이 변해준다면.
“믿어봐야지. 게다가 조조가 우리를 좋게 보는 거 같던데. 여기서 공을 좀 세운다면, 우리의 말도 허투루 듣지는 않겠지.”
황건적과의 전투, 형양에서 비명을 질렀었다.
왜 민간인까지 다 죽여야 하느냐고.
지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당시 황건적은 백성과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머리에 누런 두건을 쓰면 황건적이요, 벗으면 백성이었으니까. 애당초 황건적은 이름이 그럴 뿐, 사실 다 까놓고 보면 백성들이었다.
그러니까 황건적을 토벌하려면 그래야만 했다.
이제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어린 마음에 외쳤다. 살릴 수는 없느냐고, 이렇게 사람을 죽여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당시의 조조는 항명하던 나를 살려두었다. 물론 그렇다고 학살을 멈춘 것은 아닌 것이, 많은 피가 흘렀고 그보다 더 많은 비극을 낳았다.
호세는 그때 그 나약하던 소년이 아니었다.
“그랬으면 좋겠는데.”
방삼이가 머리를 긁적였다.
“애당초 우리는 아직 조조라는 사람을 잘 몰라. 만약 정말로 우리 목적과 부합하는 사람이라면, 그러면 해묵은 감정 같은 건 전부 잊고 따를 수 있다.”
“참, 속도 좋으쇼.”
“그때 나 안 죽인 것만으로도 다행이지.”
그 말에 그도 그렇다면서 방삼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군법이 지엄한 것을, 그 당시 소년병에 불과했던 내가 기도위 조조에게 그리 바락바락 악을 쓰고 악담을 퍼부었는데도 모가지가 붙어는 있었다.
물론 그 당시의 감정은 속에 깊게 새겨졌다.
그렇기에 조조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아직도 색안경을 끼고 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가씨가 선택한 사람이기도 하고, 만약 정말로 조조가 올바르게 세상을 통치한다면야.
“너도 불만 품지 말고. 응? 그럴 시간에 힘이나 더 길러. 너 시발, 저번에 창 가지고 끙끙거리다가 칼침 맞을 뻔한 거. 어? 누가 그렇게 어정쩡하게 굴랬냐.”
“아니 시발, 그거 비싼 거였다고.”
“염병. 그게 네 모가지보다 비싸더냐?”
어이가 없어서.
방삼이는 여전히 제 창이 얼마를 주고 샀으며, 이게 어떤 명품인가에 대해 막 주장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시발 그 창을 어디서 얼마에 샀는가는 정말 궁금하지 않았다.
조금 전의 대화 탓에 다소 뒤숭숭했던 마음이 조금은 풀리고 있었다. 놈의 악귀 같은 면상이 무언가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것이 웃기기도 했고, 마음을 조금 다잡은 느낌도 들었다.
물론 아직도 아가씨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는 궁금했다. 좀 속 편하게 숨기지 말고 말했으면 좋겠지만, 그녀도 그녀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딱히 할 일도 없었다. 적당히 아무 곳이나 들러서 술이나 진탕 마시고 들어가 잘까 싶었던 무렵.
저 멀리서 중년의 남성 하나가 걸어오고 있었다.
복장을 보니 문사인가. 게다가 관을 보면 제법 높은 관리직일 것 같았는데, 원소와 같이 있던 모습을 거의 못 봤던 인물이었다.
먼저 고개를 숙였다.
딱 보아도 원소군의 참모격이나 문관처럼 보이는 것이, 기본적으로 문관이라면 어떤 직급이어도 우리보다는 높은 위치의 인물일 것이 뻔했다.
그가 손을 흔들었다. 살짝 마른 체형으로 보이는 것이, 손은 거의 뼈밖에 없지 않은가 싶은 수준.
턱수염이 회색인 것이 인상 깊었다.
그가 떠난 뒷모습을 잠시 응시했다.
“대장? 뭐하쇼.”
“어,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어딘가 낯이 익은 듯한 얼굴. 딱히 기억이 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도 그냥, 어디선가 한 번 본 적이 있지 않을까 싶은 얼굴이어서 조금 긴가민가한 구석이 있었다.
“왜, 아는 사람이였수?”
“아니다. 그냥 좀, 어디서 본 느낌이라서.”
그리 말하니 방삼이가 픽 하고 웃었다.
“저런 꼬장꼬장한 문관을 대장이 보기는 어디서 본다고. 딱 봐도 기품이 넘치는 것이, 대장이랑 일면식을 가질 사람은 아니잖아.”
“맞는 말이네.”
처맞는 말.
놈의 등판을 세게 후려치고 나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분명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도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 얼굴.
묘한 기시감에 살짝 인상이 찌푸려졌다.
가슴이 뒤숭숭한 느낌.
마치 막 무언가가 떠오르려던 것이 안개에 쌓인 것처럼 희뿌옇게 가려져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 기분이었다. 찝찝하기 그지없는 상황.
“거참, 대장도 가끔 보면 사람 참 지랄 맞아.”
“너만 할까.”
앞으로 우리가 당분간 업에 머무른다면 언젠가는 다시 볼 기회가 있겠지. 원소군의 사람인 듯싶었으니, 아예 못 볼 것 같지는 않았다.
다소 무거운 발걸음을 떼었다.
* * *
전풍은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진소연.
연락을 준다고 하더니만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다. 언제라도 좋으니 전호의 행방이라도 알려달라 일었던 것을, 그 언제라는 기간을 대체 얼마나 길게 잡은 것인지.
한 달이 넘게 기다려도 연락이 오지 않아 직접 발걸음을 옮겼다. 그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고, 이번에야말로 확실한 소재를 알아내겠다는 굳은 결의가 있었다.
그녀는 전호가 살아있다고 했지.
만약 그것이 거짓이라면, 그 검이 좋지 못한 이유로 진소연의 손에 쥐어진 것이라면. 전풍은 장담컨대 모든 수를 써서라도 그녀를 파멸로 몰아넣을 계획이었다.
그렇게 군의 막사를 걷고 있었다.
저 멀리서 무관처럼 보이는 둘이 길을 걷고 있었다. 그중 먼저 한 사람이 고개를 숙이기에, 그도 적당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받아주고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다가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는 전풍.
굉장히 낯익은 기시감이 들었다.
“…어디선가.”
전풍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어디선가 본 듯이 낯이 익은 느낌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저런 무관과는 영 연이 없었던 전씨 가문이었다.
생긴 것은 나름 말끔하게 생긴 느낌이었다.
어디서 저런 이를 보았던가.
과거부터 기억을 더듬어보아도 저런 느낌으로 잘생긴 이를 본 적이 없는데. 전풍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고민했지만, 이내 다시 발길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 걸음걸이가 다소 무겁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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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운의 캐릭터 일러스트 외주를 신청하였습니다!
기간은 좀 걸리겠지만, 드디어 운이도 일러스트가 생기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