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85화 (85/343)

85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기주의 패권 식은땀이 흘렀다.

말은 진즉에 창에 꿰여 죽었고, 이제는 지면으로 내려 청강을 뽑아들고는 적을 베어 가고 있었다. 창대 채로 베어버리는 명검을 쥐니 확실히 명검은 다르구나 싶은 것이.

“대장! 적이 조금씩 흩어지고 있수다!!”

방삼은 그리 외치며 제 창으로 적 하나를 꿰었다. 배부터 찔러버린 그것이 적의 몸에 세게 박힌 것을 본 방삼은 혀를 차고는 발로 낑낑거리면서 그것을 뽑으려 하고 있었다.

“이봐요, 그냥 버려요!”

운이가 그 꼬락서니를 보고 얌전히 있을 리 만무. 그녀는 은색의 창을 크게 휘둘러 적을 떨쳐내며 방삼이에게 짜증을 냈다.

“아니 시발, 이게 얼마 짜…, 으와아악!!”

뭐라고 받아치려던 방삼이도 저기 나자빠진 병사 하나가 벌떡 일어나는 모습에 창대를 놓고는 바닥에 떨어진 검을 챙겨 쥐었다.

참, 염병한다 진짜.

방삼이 놈은 다 좋은데, 이긴다 싶은 전투에서는 긴장을 풀어버리는 단점이 있었다. 그거 안 고치면 언젠가 비명횡사할 거라고 그렇게 누누이 말했건만, 아직도 그 버릇을 고치질 못했다.

손에 청강검을 쥐고는 다가오는 적을 베었다.

확실히 기주 방위군이라고는 해도 급조해서 편성한 부대라 그런지 민간인처럼 보이는 이들이 다수였다. 제대로 창을 잡을 줄도 모르는 이들이 더러 보이는 전장.

손맛이 좋지는 않았다.

“방삼아! 꾸물댈 시간 있으면 애들 모으기나 해!”

아직 말에 타고 싸우는 애들부터, 말을 잃고 바닥을 구르며 싸우는 애들까지. 아직도 사방에서는 전투가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었다.

검을 쥐고는 반복하듯이 적을 베었다.

아직 훈련조차 제대로 이수하지 못한 병력이 다수여서 그런가, 생각보다 아군 기마에 큰 피해는 없었다.

정작 선두에서 선행하던 나만 말이 제대로 꿰여 큰일 날 뻔했지, 나머지는 큰 문제 없이 적의 반격을 받아친다.

아직은 수월하게 버틸 수 있었다.

저 멀리서는 조조군이, 뒤에서는 아가씨가 이끄는 본대가 각각 우리를 향해 전진하고 있는 상황.

원소군의 상황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조조군이 이쪽으로 말머리를 돌릴 정도라면 그쪽도 여유가 있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승기는 거의 넘어온 셈.

이번 전쟁에서 승리한다면 뒤는 어떻게 될까.

아마 원소가 기주를 차지하겠지. 그러면 아군은 어떻게 되는가. 아니면 어디로 떠나야만 할까. 그렇지만 아가씨가 아무런 이득도 없는 전장에 나섰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라버니! 아가씨 본대가 도착해요!!”

힐끗 뒤를 바라보니 지척까지 도착한 본대의 모습이 보였다. 꽤 빠른 속도로 기세 좋게 적을 베어내며 달리는 아군의 보병을 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이제 물러나라!! 보병대가 밀고 나갈 길을 내어준다!”

선두를 세우고는 뾰족한 쐐기형 추행진으로 달리는 모습. 저런 진형이라면 우리가 여기서 버티고 있어 봐야 진격에 방해만 될 따름이었다.

군을 물려 최대한 아군 보병대의 진격에서 비켜나갔다.

아가씨가 이끄는 본대는 우리를 지나쳐 그대로 돌진을 반복. 이대로 적을 흩어버리려는 생각일까. 저 멀리에 아가씨를 태운 전차가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살짝 시선을 돌리더니 이내 이쪽으로 시선을 돌리고는 손을 한 번 흔들었다. 그렇지만 이쪽으로 다가오지는 않고, 다시 고개를 돌려 본대의 지휘를 시작했다.

근방의 적병은 모두 본대에 쓸리거나 흩어져 도망가고 있었다. 남겨진 것은 먼저 기마를 몰고 선행했던 아군뿐.

“아가씨도 이제 제법 그럴듯해지지 않았냐?”

“뭐, 옛날보다야.”

방삼이는 무심하게 답했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제법 아가씨의 명령이나 부름에 잘 따르게 되었다. 이제는 조금 친근하게 다가갔으면 좋겠지만, 그건 강제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운이도 내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제는 오라버니의 존재감을 많이 지울 정도로는 성장하셨죠. 이렇게 계속 일을 나눈다면 오라버니가 걱정하시는 일은 없을 거 같은데요.”

“내가 뭘 걱정해.”

어이가 없어 그리 반문했지만, 운이는 그저 미소를 지으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속내를 파헤쳐진 느낌에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사마의는 확실히 아군의 가장 큰 약점을 꼬집었다.

군의 주체가 너무 내게 몰렸다는 것.

그건 옛날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내가 아가씨를 따르고 있으니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했었다. 점점 군의 규모가 커진다면, 혹은 아가씨가 장차 높은 곳으로 오르면 오를수록 그럴 수만도 없다는 걸 몰랐다.

설마 정말로 내가 군을 차지하라는 말을 들을 줄은 몰랐었다. 그건 내게 제법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전장을 둘러보니 얼추 우측에서 벌어진 전투는 가닥이 잡혔다. 나머지는 도망치는 기주 방위군의 병사뿐. 슬슬 일이 진정된 것 같아 그냥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괜찮아요?”

운이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적당히 괜찮다는 신호로 손을 휘저었다. 아직 완전히 전장이 끝난 것이 아니었으니, 그녀에게는 따로 부탁할 것이 있었다.

“너는 애들 피해부터 파악해줘. 혹시 낙오된 애들 있나 확인하고, 군마는 얼마나 죽었는지. 그거 좀 알아봐.”

그리 말하며 뒤편을 가리켰다.

거기에 모인 애들은 확실히 처음과 달리 조금 숫자가 줄어있었다. 적진에 대놓고 돌진한 것에 비하면 큰 피해는 아니었지만, 고작 백여 기의 병사였기에 그 소수의 구멍은 제법 커 보였다.

씁쓸하지만, 그래도 그들의 희생으로 얻은 대승이었다.

전쟁에 희생은 언제나 따르는 법. 그리 말하며 수긍할 수밖에 없는 자신이 너무 싫었지만, 그래도 이런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전쟁은 벌일 수 없었다.

답답한 일이지만, 아가씨를 따르기로 한 이상 감내해야만 했던 일이었다. 이미 너무 많은 희생을 치렀다.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어구, 삭신아.”

방삼이가 내 옆에 주저앉았다.

곳곳에 찰과상이, 칼에 베인 듯한 흔적도 남은 것을 보아 이놈도 제법 격하게 전투를 벌였다는 게 느껴졌다.

“대장은 어째 가면 갈수록 실력이 느오?”

“너도 많이 늘었어.”

나 자신도 제법 실력이 늘었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방삼이도 과거와 비교하면 일취월장으로 성장했다. 과거 도적질이나 벌이던 둘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대장한테는 못 미치지. 그때 여포랑 드잡이했을 때부터, 오늘도 보니까 다섯 놈을 동시에 상대하더만.”

그걸 또 봤냐. 그럴 시간이 있으면 제 앞에 있는 적을 살피지. 그러니까 이놈 팔에도 칼에 베인 흔적이 남은 것이 아닌가.

“얼추, 잘 보면 돼.”

“허이구. 이래서 천재는 안 되는 거야.”

그리 말하면서 방삼이가 어처구니없다는 것처럼 헛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누누이 말했는데, 그걸 또 그새 까먹었나.

“너 내가 허락받고 웃으랬지.”

“아니 시발, 진짜 생긴 거 가지고….”

발끈하여 그리 말하던 방삼이가 갑자기 말을 끊었다. 표정도 뭔가 놀란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는데, 갑자기 무슨 일인가 하여 뒤를 돌아봤다.

검은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저, 저거. 이쪽으로 오는 거 아니요?”

“그러네.”

조조군의 깃발.

그것도 대장기였다.

분명 아군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군했던 조조군이 말머리를 돌려 이쪽으로 오는 것이 보였다. 아가씨는 어찌 되었나 싶어 고개를 돌리니, 저 멀리에서 남은 잔당을 쫓아내는 아군 본대가 보였다.

얼추 상황정리가 끝났구나.

그리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앞쪽에서 멈춘 조조군. 그리고 기마 몇 기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투구를 벗어 은발을 흩날리는 모습이 딱 보아도 조조. 그리고 그 뒤에는 조홍인가.

호위 몇을 대동한 조조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대장, 저 양반이 여길 왜 오는 걸까?”

방삼이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이놈 역시도 나와 함께 영천에서 만났고, 그렇기에 조조를 알고 있었다. 하여 조조에게 그다지 좋은 감정을 표하지 않았던 나와 감정을 공유하고 있었다.

“쉿.”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앞으로 당분간은 계속 동행해야만 하는 관계. 방삼이니까 알아서 처신은 잘하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겉으로 표출하지 말라는 의미로 손가락을 저었다.

“알고 있수다.”

“그럼 다행이고.”

그러는 와중에도 말을 천천히 몰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조조. 그 뒤에서 조홍이 뭐라 소리치며 손을 흔들었지만, 솔직히 거리가 좀 되어 잘 들리지는 않았다.

솔직히 쓰잘머리 없는 소리일 거 같았고.

지척까지 도착한 조조가 말에서 내렸다. 그녀의 호위와 조홍까지 말에서 내리고, 이내 이쪽을 향해 발걸음을 움직였다.

“노고가 많았다.”

그녀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으며 그리 말했다. 너무 무표정이라 그런가, 솔직히 고생을 치하하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지만, 원래 이런 여자라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었다.

“뭐, 고생은 좀 했지요.”

물론 그 공적이 원소나 조조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고생을 없던 것으로 만들 생각은 없었다.

“어허, 이 친구 제법 뻔뻔하네?”

조홍이 빙긋 웃고 있었다.

“그야 우리도 고생은 했으니까요. 있는 공적을 괜스레 겸손 떨면서 아무렇지 않다고 하면, 여기서 죽어 나간 애들은 전부 아무것도 아닌 일에 죽은 게 아닙니까.”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

그 말에 조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렴. 군의 지휘관이라면 응당 아랫것들을 보살피고 그 의견을 대신할 필요가 있지. 그대는 바른말을 했다. 조홍, 그대는 조금 더 진중해지도록.”

“치, 말도 못 하나.”

입술을 삐죽 내밀지만, 영 싫다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조조를 포함해 그들은 내게 적잖게 호의를 표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니까 나도 이렇게 조금은 뻔뻔하게, 조금은 당돌하게 말할 수 있었다. 만약 원소의 앞이라면 결코 이렇게 뻗대는 느낌으로 말할 수 없었겠지.

솔직히 왜 이렇게 날 평가하는지는 다소 의문이었다.

조금 찝찝한 감도 없잖아 있었다. 허리에 맨 청강의 무게가 느껴졌다. 조금은 묵직했던 그것이 이제는 다소 거추장스럽게 느껴졌다.

“진심으로 고생했다. 본인이 상정하던 것 이상으로 그대들은 강했다. 이걸 칭찬하지 않으면 무얼 칭찬할까.”

그 괴물 같았던 여자가 공적을 인정해준다.

그것만큼은 썩 나쁜 기분이 아니었다. 눈을 살짝 흘기며 방삼이를 보니, 녀석도 제법 나쁜 기분은 아니었는지 살짝 입꼬리가 올라간 것이 보였다.

“단지 그대들의 노력이.”

그녀는 그리 말하다가 하던 말을 끊었다.

이내 한숨을 내쉰다. 평소 말하기에 있어 망설이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던 조조였기에 조금 의아하게 느껴졌을 무렵.

“그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것이 안타깝지.”

조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요?”

방삼이가 거기에서 그만 고개를 들어 말을 꺼냈다.

“원소는 그대들을 제대로 받아들일 생각이 없을 터. 그러니 치하 또한 노고에 비해서는 부족할 터이니, 본인이라도 먼저 인사를 건네는 것이 옳다 싶었다.”

손을 뻗어 방삼이의 손목을 잡았다.

벌벌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분했을까. 그나마 내가 손을 잡았기에 방삼이는 그저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는 뒤로 물러섰다.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이리 단언을 들으니 조금은 황망했다. 은연중에 이렇게 되리라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렇게까지 충격은 아니었다.

단지 의문인 것은 조조가 이리 나섰다는 것.

그녀는 왜 미리 나서 우리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일까. 저번에도 그렇고, 조조는 원소를 썩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그걸 구태여 우리에게 와서 노고를 치하하는 형태로 발언하는 것은. 이 발언의 의도는 대체 무엇일까. 왜 구태여.

“그대들의 주인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지나가는 차에 그대들을 먼저 보고자 했다. 치하한다며 이런 말을 꺼내는 것이 우습기도 하지만, 그대들도 미리 알아두는 것이 옳지 않은가?”

“…이해하고 있습니다.”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이 어떻게든 힘을 써보겠다. 그대들은 진정 일당백의 기세로 용기를 보였으니, 최대한 그것을 원소에게 고해보지.”

그녀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등을 돌렸다.

조심히 살펴 들어가라는 인사에 조조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동했던 호위들과 함께 자리를 벗어났다. 치하하겠다고 온 주제에, 정말 폭풍만을 일으키고 갔다.

그렇게 한동안 시간이 지났다.

“저게 정말이요?”

“아마 그렇겠지.”

방삼이의 말에 답하고 나니 이를 빠드득 가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의 입에서 들린 소리인지는 구태여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분하겠지. 나도 분하다.

그렇지만 아가씨는 이 길이 옳은 길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 의향에 반문할 이유는 없었다. 그저 그녀가 밝히는 길을 따르면 그만일 따름이니까.

단지 의문점인 것은, 왜 조조는 구태여 우리를 찾아와 원소에 대한 반감을 심으면서 떠났느냐 하는 것.

“…에라, 모르겠다 시팔.”

머리를 벅벅 긁었다.

시선을 돌리니 저쪽에선 한창 운이가 아군 사이를 뛰어다니면서 피해를 살피고 있었다. 일단은 생각을 접고, 지금 해야만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나았다.

“너무 신경 쓰지 마라.”

“아니, 어떻게, …어휴. 알겠수다.”

그리 답하는 방삼이의 어깨를 두드리며 운이가 있는 곳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방삼이는 여전히 불만이 있는 듯싶었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운이를 향해 계속 걸어가는 도중.

지나가는 길이라던 조조의 발언이 떠올랐다.

조조는 분명 적진을 헤집기 위해 움직였을 터인데, 그건 우리가 자리한 위치와는 조금 다른 진로가 아니었던가 하는 의문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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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이 작품을 봐주신 독자분들, 후원해주신 분들까지 전부 너무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앞으로도 이 작품이 여러분의 마음에 드는 작품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저녁은 춥네요. 독자분들 모두 건강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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