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84화 (84/343)

84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기주의 패권 전풍은 저 멀리 산세 중턱에서 전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번 회전은 사실상 기주의 주인은 결정짓는 전투. 북방의 공손찬은 어중간한 명분으로 내려왔기에 빠르게 급진할 수 없었다.

기주목의 치소가 있는 업.

그곳을 목전에 두고 치르는 두 군웅의 전투였다.

전투는 원소가 유리했다. 기주목은 당장 공손찬을 막기 위해 병력 대부분을 끌고 나갔다가 완벽하게 패전을 기록했다. 거기에 갑작스러운 원소군의 북진이 겹치니 군을 끌어모아도 수적으로는 분명한 열세.

그는 원소가 부탁했던 국의 장군이 반란을 일으키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제 남은 것은 원소가 약속대로 승리를 차지하는 것뿐.

모든 것은 전가를 위하여.

한복의 치하에선 어차피 한직으로 밀려날 뿐이었다. 전가의 힘이 점점 떨어지는 것과 가주인 자신의 영향력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느꼈다. 그렇기에 도박에 나섰다.

그 결과가 지금 이 전장에서 나오려 했다.

전풍은 살짝 시선을 돌렸다.

저 끝자락에 진소연이 이끄는 군이 기주목의 군 측면을 돌파하고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숫자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 기병이 성공적으로 돌파하여 들어가는 장면.

“진소연.”

이 전투에서 승리한다면 다시 만날 수 있겠지.

그녀는 전호의 행방을 아는 유일한 인물이었다. 전풍에게 있어 인생 유일한 회한이 되었던 그것. 힘이 부족했고, 무엇보다 전풍이 아직 어렸기에 분을 못 이겨 벌어진 그 인생 유일한 오점.

원소의 본대는 기주의 본대와 격하게 밀고 밀리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검은 깃발을 내건 조조의 군은 점점 앞으로 치고 나가고 있었다.

진소연의 군은 전방에서 뚫었던 기마의 돌격을 보병대가 성공적으로 비집고 들어가며 그 역할을 착실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변수 따위는 없었다.

이 전투는 확실하게 원소가 가져간다.

이 시점에서 전풍은 등을 돌렸다. 이제는 업으로 돌아가 내부에서 입소문을 퍼뜨려 원소의 기주목 취임을 더 수월하게 돕는 것이 나았다.

이미 원소의 사람들 몇인가가 업성 내부에서 분탕을 치고 있다고 하니, 전풍 자신은 그간 기주에서 연이 있던 명사와 만나며 원소의 취임에 대해 긍정적인 분위기로 이끄는 역할을 맡는다.

모든 건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밀약을 맺었던 원소는 순조로이 기주목의 목덜미를 조여가고 있었고, 이제 남은 건 내부에서 호응하는 것뿐.

그것만 성공한다면 기주에 기반이 없는 원소는 분명 전풍에게 일정 이상 기대게 될 것은 필연적이었다. 가문의 영광만을 위해 변절자가 되어 여기까지 왔던 것.

여기서 실패할 수는 없었다.

전풍이 살짝 고개만을 돌려 진소연의 군을 바라보았다. 어차피 업이 함락된다면, 혹은 한복이 항복한다면 다시 만날 사람이었다. 전호의 얘기는 그때 나누어도 무방했다.

모든 것은 전가의 영광을 위하여.

********************************

소연은 계속해서 지휘봉을 휘둘렀다.

“3군! 우측으로 벌려! 4군은 앞으로!!”

그녀가 먼저 말을 외치면 지휘관의 말을 전하는 이들이 말을 전하고 전하여 그들에게 명령을 하달한다.

처음 군을 이끌 당시 완벽하게 군령에 적응하지 못하는 도적 떼였기에 써먹었던 명령체계였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이런 조잡한 방식으로도 군이 신속하게 움직임을 바꿀 수 있게 되었다.

사마의가 그 광경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조잡한 방식이었다. 그렇지만 그 명령에 따르는 병사들의 신속함을 본다면, 결과적으로는 어지간한 정규군보다 더 신속한 반응을 보여주고 있었다.

“앞으로 머릿수가 모이면 명령체계는 바꾸시는 게 나을 거 같네요. 아직은 소수여서 괜찮을지 몰라도, 언젠가 한계가 찾아올걸요?”

“그렇겠지.”

그녀는 소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이야 잘 통한다지만, 그것도 이 명령체계에 익숙해진 군이기에 가능했다. 적어도 지휘관이 전하는 말 정도는 다른 방식으로 전달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러나 그건 지금 생각할 문제는 아니었다.

우익에서의 전투는 거의 확실히 승기를 잡았다. 호세를 필두로 적진에 밀고 들어간 기마 무리가 예상 이상의 돌파력을 보여주며 순식간에 적진을 와해했다.

소연이 이끄는 보병 무리는 흐트러진 틈을 밀고 들어가며 추행의 형태로. 이윽고 그것은 거대한 쐐기가 되어 적 좌측 방면을 완벽하게 흐트러뜨릴 거대한 추가 되었다.

“조조군도 거침이 없네.”

이미 조조군은 원소의 본대가 기주 방위군의 본대를 붙잡고 있는 사이에 그 옆을 타격하며 적의 본대를 이분하고 있었다. 그리고 떨어져 나온 좌익의 군을 아군 우익의 군이 사정없이 분쇄하는 중.

사마의는 그 모든 것을 눈으로 새겼다.

소녀에게는 경험이 부족했다. 그것을 지식으로 메꾼다고 호언장담하기는 했으나, 아무리 지식이 있더라도 그것이 경험보다 나을 리가 만무.

군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떨 때 강해지고, 어떨 때 약해지는지. 각 진의 장점은 무엇이고 어떤 상황에서 더욱 힘을 낼 수 있는지. 하다못해 병사들의 싸움은 어떤 무기로 싸울 때 강점을 가지는지까지.

그 악마의 두뇌가 모든 것을 흡수하려 눈을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 멀리에 나선 호세는 이미 군을 양분하는 것에 성공했다. 고작 기마 100기를 이끌고도. 그렇다면 그 성공의 요인은 무엇인가.

사마의는 고민과 고뇌를 거듭했다.

생각했다.

“사마의.”

소녀는 끊임없이 눈을 굴리며 전장을 살폈다.

피를 흩뿌리며 죽어가는 병사. 비명을 내지르는 그 참혹한 장면, 이미 미친듯한 눈으로 적을 무참히 도살하는 아군의 병사. 넘어진 채로 발아래 깔려 밟혀 죽어가는 인간의 모습.

기주 방위군에는 사마의와 또래일 아이들도 보였다.

아마 급조하여 군을 끌어모았으리라. 이런 것 하나하나가 적의 강약을 측정한 판도가 되었다. 그 아이들이 어른의 손에 배를 찔리고 목을 베인다.

책으로는 모를 장면이었다. 사람들의 말로 전해 들어서는 이해할 수 없는 추악함이었다. 사람이 어느 때보다 비참하게 죽어가는 장면.

그렇지만 여기서 배울 것이 있다면.

“사마의?”

“아, 네?”

소연이 한 차례 더 부르고 나서야 겨우 그것을 깨달은 사마의가 고개를 돌렸다. 주변을 살피고 판단하여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너무 길었던가.

“내가 너무 성급했니?”

그녀는 그리 말하며 사마의를 바라보았다.

어린 나이라는 것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머리에 스쳤다. 소연은 만일 사마의가 이 전장의 참사에 겁을 먹었다면 당분간은 그녀를 후방으로 돌려 성장시키는 것에 전념해야 할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물론 소연은 거기까지 말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사마의는 그녀의 진의를 정확히 읽을 수 있는 것이, 다소 걱정하는 듯한 눈빛이 소녀의 머리에 콱 박혔다. 배려하는 느낌의 다소 부드러운 목소리가 거슬렸다.

어린아이로 취급받는 것이.

“그런 꼬마는 아니니 걱정하지 마시죠.”

사마의에게는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신경 쓰지 마세요. 고작 이런 것,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그것보다는 슬슬 기마가 멈췄어요. 속도를 올리지 않으면 선발대가 잡아먹힐 우려가 있는데.”

소연 역시도 전장을 살피고 있었다.

처음 이 세계에 떨어졌을 당시에는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던 전장도 이제는 어느 정도 눈에 익었다. 사람 목에 헛구역질하던 대한민국 출신의 진소연은 이제 없었다.

사람은 변하는 법이구나.

거기에서 소연은 씁쓸하게 미소를 흘렸다.

“전군!! 속도를 올려! 선발대가 고립되는 걸 막아야 해! 나팔수, 불어! 최대한 빠르게 급행이야. 뒤처지는 이는 버릴 각오로 달리라고 전해!!”

여기서부터는 속도전이었다.

이미 뚫어야 할 적의 방비는 모두 벗겼다. 조조의 군도 기주 방위군을 양분한 뒤, 군을 두 갈래로 나누어 원소에게 호응하는 군과 아군을 돕기 위한 군으로 이분되었다.

승기를 잡았다.

이건 아직 초보 지휘관이었던 소연에게도 명확하게 느껴졌다. 애당초 전장의 분위기가 바뀐 것이, 기주 방위군에서 등을 돌려 달아나는 이들의 모습이 심심찮게 보였다.

“추격할 생각은 하지 마!! 그냥 달려!”

호세는 아직도 저 앞에 묶여있었다. 조운과 방삼이 그를 보조하고 있으니 당분간은 큰 피해가 없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젠 본대가 속도를 올려야 했다.

가로막는 적은 분쇄한다.

군의 움직임에 맞춰 소연과 사마의를 태운 전차도 점점 속도를 높이고 있었다. 주변을 가로막는 적은 이미 보병대를 선행시켜 전부 밀어내고 있는 상황.

저 멀리서 조조군의 검은 깃발이 휘날리는 것이 보였다. 이 세계에 떨어지고 나서 비약적으로 향상된 신체 능력은 시력에까지 영향을 미쳐, 제법 먼 거리였지만 깃발의 주인을 읽을 수가 있었다.

조조.

그녀가 이끄는 본대가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마침 조조군도 이쪽으로 방향을 틀었네요.”

사마의는 그리 말하며 밀고 있는 전황을 살폈다. 나쁠 것이 없었다. 조조는 군을 양분하여 각 전투에 힘을 실어주는 선택지를 골랐다.

군이 찢어진다면 오히려 약해질 우려도 있지만, 그걸 체계적으로 지휘할 수만 있다면 오히려 머리가 둘로 나뉘어 각자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강군으로 변할 수도 있는바.

소녀는 그 모습에 휘파람을 불었다.

“조조, 확실히 이름값은 하네요.”

그러나 소연만은 그것에 감탄할 수가 없었다.

이 상황에서 조조가 구태여 주역이기도 한 원소군의 전투를 돕지 않고 이쪽의 잔당을 처리하러 올 이유가 있을까.

차라리 원소에게 향했더라면 그 공적을 더욱 치하받을 수도 있었다. 그걸 포기하면서까지 아군을 지원하는 조조의 의향이 소연에게는 의문으로 다가왔다.

저번 호세의 건도 그렇고.

어쩌면 조조는 아군을 포섭하려는 것이 아닐까.

장기적으로는 조조의 편에 가세하려던 의향이 있었지만, 그보다도 먼저 손을 뻗는다는 느낌을 풍기는 조조의 의향이 다소 의문으로 다가왔다.

만약 조조에게 다른 생각이 있다면 그 의향은 무엇인가. 그걸 떠나서 소연 자신은 그에 어떻게 대처하는 게 옳을까.

그것이 다소 고민으로 다가왔다.

************************************

조조가 말머리를 돌렸다.

“이제부터는 군을 둘로 나눈다. 조인, 네가 원소에게 붙는 2군을 맡도록. 하후돈, 그대는 그 보조를. 조홍은 본인을 따르라.”

“응? 맹덕, 네가 가는 게 아니고?”

하후돈이 그 말에 다소 의아해서 반문했지만, 조조는 그 말에 답하지 않은 채로 시선을 진소연군이 돌파하고 있는 우익을 향해있었다.

원소에게 가세하는 것이 모양새가 좋을 것인데.

하후돈은 그리 생각했지만, 이내 말머리를 돌려 조인의 뒤를 바쳤다. 어차피 조조는 타인에 질문에 잘 답하지 않는 성격이기도 했고, 하후돈은 친척이기 이전에 군에서는 일개 장수에 불과했다.

“인이랑 돈, 조심하고~!!”

조홍만이 그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렇게 조조의 군이 나뉘었다.

조인이 이끄는 2군은 적의 좌측과 본대를 나눈 조조군에서 분리되어 적 본대의 측면을 친다. 그리하여 원소와 호응하는 한편, 조조는 군의 본대를 이끌고 진소연의 군에 묶여있는 적 우측의 후방을 공략한다.

정확하게 먼저 달려들어 기주 방위군을 나눈 조조군이 군을 두 갈래로 찢어 그 이음새를 벌렸기에 가능했던 전투.

저 멀리에 고립되어 싸우고 있는 진소연군의 기마대가 보였다. 순식간에 달려들어 적 우익의 중앙까지 돌파해낸 기마대가 이제는 움직임을 멈추고 백병전을 펼치는 양상.

“언니가 드디어 남자한테 관심을 가지네?”

조홍이 웃으며 그녀를 골리려 들었다.

“헛소리를.”

그녀는 그 말을 단칼에 일축했지만, 흥미가 가는 것은 사실이었다. 정확히는 욕심이 난다고 하는 것이 옳았다.

제법 나쁘지 않은 남자가 아닌가.

적어도 조조에게는 없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다. 한때 조조가 버렸던 것을 줍는 꼬락서니가 제법 마음에 들었다. 정작 본인도 버려진 백성 중 하나일 뿐이면서. 그런데도 꾸역꾸역 걸음을 내딛는 것이.

군사적인 능력도 나름 탁월한 면이 있었다.

적어도 그가 지금까지 걸어왔던 것을 들은 바로는, 제법 훌륭한 지휘관의 기질이 있었다. 무엇보다 높게 평가한 것은 군을 하나로 묶어놓은 매력.

도적 떼의 규합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압도적인 힘이나 권력이 있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고서야 영 지난한 것을 그는 1년 만에 이루어 반동탁 연합군에 합류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

진소연과 호세.

정치적인 분야에서 원소를 설득하고 관계를 조율하던 진소연과 그 기반을 닦은 것이 호세. 두 사람을 모두 얻을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어차피 원소와는 거리를 두어야만 했다.”

앞으로 더욱 정치적으로 커질 원소. 그가 기주까지 얻고 나서는 본격적으로 그녀를 수하로 두려 할 것인데, 조조의 욕심이 이미 고개를 든 이상 그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이제 욕심을 참지 않기로 했으니까.

그렇기에 그녀는 말에 박차를 가했다. 목표는 당장 적진의 한가운데에서 분전하고 있는 진소연의 선발대.

조조는 제 지휘봉으로 그곳을 가리켰다.

“전군에 진격을 명하라.”

그 욕심 중 첫 번째로, 그들 둘 모두를. 그게 불가능하다면 적어도 한 남자. 제법 마음에 쏙 들어온 남자를 한 번 가져보겠다.

“참, 성격 하고는.”

조홍이 씁쓸하게 웃으며 그 뒤를 따랐다.=============================※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