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83화 (83/343)

8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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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끼고 북상하는 원소군. 그에 맞서는 것이 기주의 방위군 일만 하고도 오천. 아군이 삼만이니 숫자로 밀리는 상대는 아니었다.

물론 아군은 연합군에서 했던 포진이 이어졌다는 느낌이 강하여 각 군이 개별적으로 독립된 느낌이었다.

그것도 조조와 아군이 합병에 가까운 느낌으로 묶여있기에 사실상 원소와 조조가 이끄는 두 개의 군으로 나뉜 셈.

원소의 군사적인 능력은 모르겠다.

정치적인 능력만큼은 탁월하다는 평이 많았고, 실제로 그를 오래 보았을 조조는 원소의 정치적 능력이 우수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 능력이 군사적인 부분에서도 빛을 발휘할까. 그것은 조금 의문이었지만, 2군을 맡은 조조의 군사적인 지휘가 출중하니 우선 그것을 믿어보기로 했다.

“아가씨.”

전장에서 저 멀리 기주의 방위군과 마주하고 있었다.

다소 스산하게 느껴지는 분위기. 누군가는 긴장을, 다른 이는 흥분을. 저마다 각각 다른 감정을 품고 현장의 공기를 느끼고 있으리라.

개인적으로는 정말 싫어하는 감각이었다.

“왜?”

옆에 서 있던 아가씨가 살짝 고개를 돌렸다.

시선을 마주했다. 개인적으로 눈이 빨간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런데도 아가씨의 눈동자는 제법 좋아했다. 맑고 투명한 느낌이 들었으니까.

“이거 받으쇼.”

손에 쥔 지휘봉을 내밀었다.

기본적으로 내가 군에 붙어있는 동안에는 언제나 중앙에서 군의 지휘는 내가 맡았다. 물론 내가 전장에 나가 싸울 적에는 방삼에게, 어쨌건 언제나 아가씨는 후방으로 돌렸었다.

사마의와의 대화에서 결심을 굳힐 수 있었다.

그간 나는 아가씨를 너무 아가처럼 취급했었다. 조금이라도 다치면 부러질까, 살짝이라도 스치면 피를 흘릴까. 그것을 두려워해 전장에 세우고자 하지 않았다.

처음 여포와 붙었을 당시에도.

결과적으로 아가씨는 여포와 무기를 맞대며 훌륭하게 이겨냈다. 전쟁이라는 혼란 속, 전투라는 목숨을 걸고 벌이는 도박에 손을 뻗을 정도로 성장했다.

“난 앞장서야지.”

그리 말하며 살짝 시선을 돌렸다.

아가씨 옆에 서 있던 사마의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진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게 그 소녀가 물었던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이기도 했다.

“운이를 제외하면 이 군에서 제일 강한 건 나야. 이런 인력을 놀리기엔 다소 아쉽지 않겠어?”

“…그도 그러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손을 뻗어 지휘봉을 쥐었다. 이게 옳았다. 사마의가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말이 오히려 앞으로 진소연군의 방향성을 정했다.

이 군은 진소연의 군이었다.

나는 전투에서, 아가씨는 전쟁으로.

서로가 그런 방향으로 활약하면 될 뿐이었다. 실제로 운이의 말을 빌려 들어보면 형양에서의 전투에서 아가씨는 훌륭하게 군 지휘를 수행했다고 들었다.

그녀가 거기까지 말할 정도라면 아가씨도 점점 기량이 올라왔다는 뜻. 비록 아직도 아가씨가 저리 성장했다는 점에서, 본래 있었을 터인 진소연이 점점 흐려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마는.

안타깝지만 전장에 섰다면 결국은 거쳐야만 하는 일이었다. 조금은 슬프고, 그 이상으로 걱정도 되었다.

그래도 언젠가는 해야만 했던 일.

“내가 선봉에 설게.”

원래 위치는 이게 맞았다. 내가 앞에서 길을 열고, 아가씨가 나라는 칼을 잡고는 원하는 방향으로 휘두르는 모양새.

“조심하라는 말, 필요해?”

“걱정해주는 건 좋지.”

이젠 죽지 말라는 말, 나서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아가씨가 현실에 익숙해진 것일까, 아니면 이제 서로를 잘 알게 된 것일까. 그건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저 멀리서 함성이 들려왔다.

앞선 기주목의 장수 하나가 무어라 소리치고 있는 것이 들렸지만, 안타깝게도 우익에 배치된 아군에게까지 들릴 목소리는 아니었다. 뭐, 간단한 도발 정도가 아니었을까.

점점 소란스러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곧 전쟁이 벌어지리라는 분위기. 앞으로 수천이 넘는 인명이 희생당할 엿 같은 일이 또 초읽기 상태였다.

“너는.”

아가씨가 고개를 들었다.

“전쟁을 어떻게 생각해?”

“뭘 어떻게 생각하나.”

당연히 개 같은 일이지.

그리 답하고는 등을 돌렸다.

살짝 스친 시야에서 조금 분해 보이는 사마의의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저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에 놀아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방삼! 조운! 준비해라.”

적장이 뒤로 물러나니 저 멀리 중앙에 있던 원소군이 소란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마를 앞으로 내세우는 것을 보아 곧 전면전을 펼칠 느낌. 이에 조조가 위치한 선봉에서도 깃발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대장, 선두에 설 거요?”

당연한 말을.

고개를 끄덕이며 말에 올랐다. 운이와 방삼이도 말에 오른 것을 확인하고는 천천히 말을 몰며 앞으로 나아갔다. 어차피 군은 두 갈래로 나뉘었으니, 전투 역시 양면으로 치러질 터였다.

아마 조조의 군이 중앙과 우측을 상대한다면, 아군은 우익 날개가 되어 안쪽으로 파고드는 역할을 담당해야만 했다.

“오라버니, 제가 선두로 서는 것이….”

“이게, 너 요즘 나 걱정하는 게 너무 지나쳐.”

물론 그런 일이 있은 뒤로 한 달하고 조금밖에 지나지 않았다. 감정적으로는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과한 걱정은 좋을 것이 없었다.

물론 표면적으로 보기에는 운이가 나보다 무력이 더 출중하니, 나름 합리적인 느낌이 있었다.

그렇지만 선두를 내어줄 수는 없었다.

기본적으로 처음부터 이 군을 이끌던 것은 나였다. 게다가 아가씨의 첫 번째도 나였으니, 그 선두를 담당하는 것이 내가 되는 것이 옳았다.

“넌 잘 받치기나 해.”

웃기지도 않는 소리를 일축했다.

옆에서 방삼이가 껄껄대며 웃는 목소리가 들렸다. 운이는 내 말에 고개를 시무룩하게 떨구고 있었다. 전쟁 직전인데 이것들이 긴장감이 없다는 것이 못내 우스웠다.

그래, 차라리 이런 게 나았다.

“하여간 이제 곧 인간 백정이 될 것들이 말이야.”

말로는 그리했지만, 실제로 이들이 전쟁에 돌입하는 순간부터 그 웃음기를 싹 지우고 누구보다 용맹한 이들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숨이 차오르는 긴장감은 치운다.

전장에서 구태여 긴장하여 몸을 딱딱히 굳힐 필요가 없었다. 방삼은 나를 바라보며 씩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내가 저번부터 미리 예고하고 웃으라고 그리 말했는데 말은 뒤지게 안 듣는다.

운이는 다소 걱정하는 투였지만, 그래도 내 말에 제법 순순히 따르며 창을 치켜들고 있었다. 그녀가 쥔 은빛의 창이 햇살에 비쳐 그 빛을 더해간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서로 대치하는 과정은 얼마 남지 않았다.

기주목의 군대는 기주와 업을 사수하기 위해, 대치한 원소군과 우리는 그것을 뚫고 기주를 차지하기 위해서. 그 모든 것은 정치적인 이해와 높으신 분의 탐욕으로 벌어지는 전쟁이었으나, 그런 곳에서도 얻을 것은 있었다.

허리춤에는 청강.

손에는 길디긴 장창을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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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대답하시나요.

사마의는 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날의 질문. 거기에 호세는 행동으로 답했다. 그것이 마치 나서지 말라는 것처럼 느껴, 그를 영웅으로 만들고자 하는 자신에게 반항하는 느낌이 들어 소녀의 기분을 자꾸만 망치고 있었다.

소연은 전차에 올라 군을 살피고 있었다.

우측 날개가 되어 적의 측면을 때릴 군의 선봉으로는 호세. 그것을 방삼과 조운이 받치는 형태로 하여 하나의 쐐기가 되어야만 했다.

그러기에는 기마가 모자랐다.

약 100기에 불과한 기마의 기동력을 아군 보병이 맞춰 따라갈 수 있을까. 조금 돌아들어 가야 하는 과정에서 기마병의 기동력과 다소 차이가 날 것이 뻔했다.

그렇게 되면 선행하는 기마가 고립될 우려가.

“사마의.”

소연의 질문에 사마의가 작게 고개를 들었다.

썩 호감이 가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싫다는 것은 아니었다. 당장은 소연을 따라야만 했으니 명령에 불복할 수도 없는 노릇.

“지금 기마를 선행시켜 적의 측면을 친다고 했을 때, 아군 보병이 그 틈을 벌릴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니?”

그녀의 질문에 소녀가 잠시 눈을 감았다.

“얼마나 돌파하느냐, 그게 문제겠죠.”

사마의가 생각하기에 어차피 기마병과 보병의 기동력은 뒤집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필연적으로 거리가 멀어지는 게 당연한 결과였고, 그렇다면 중요한 건 후속 보병이 얼마나 따라가느냐가 아니었다.

“기병의 질이 높다면, 그리하여 가로막는 적을 모두 베어내고 돌파할 수만 있다면 문제는 아니겠네요. 기병이 최대한 적을 흩뜨려야 해요. 그 틈을 벌리면서 나아가면 결국에는 멈출 기마대를 지킬 수 있을 테니까.”

단지 그녀는 정확한 적의 정보를 몰랐다.

호세가 이끄는 기마의 위력은 두 눈으로 확인했었다. 백파적을 삽시간에 파쇄하는 능력은 확실히 호세라는 이의 능력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그렇지만 그건 백파적이 허술한 도적 떼였기에 가능했다. 기주목의 병력은 비록 차출된 병력이기야 하겠지만, 그렇다 해도 그들보다는 규율이 잡힌 군사일 터.

“이 경우에는 아군의 돌파력이 관건 아닐까요?”

문제가 있다면 사마의는 이 군에 합류하고 누군가와 제대로 대화를 나누지를 않았다는 것. 그렇기에 다른 이들의 실력을 확인할 기회가 없었다.

머리가 비상하다고 하여도 아직 어린 소녀에 불과한 사마의에게 있어 흥미가 없는 이는 구태여 상대할 가치가 없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말로만 들었지, 호세의 옆을 지키는 방삼과 조운이 각각 얼마나 해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의 영역.

소연은 사마의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랑 생각이 비슷하네. 그러면 문제는 없겠지.”

「 방삼 」

통솔력 - 69

무력 - 71

지력 - 58

정치력 - 23

매력 – 51

「 조운 자룡 」

통솔력 - 88

무력 - 93

지력 - 71

정치력 - 63

매력 – 81

두 사람 모두 나쁘지 않았다.

방삼 같은 경우에는 초반에 67이었던 무력이 4나 올랐고, 이 스테이터스라면 호세의 부관 역할은 충분히 수행해줄 능력이 되었다. 적어도 이름 없는 무명의 장수나 병졸에게 패하지는 않을 능력.

조운 같은 경우에는 처음 보았을 때보다 스테이터스가 오르며 점점 완성되어가는 단계였다. 사실상 진소연군의 에이스라 불러도 무방한 능력.

호세 역시도 이제는 A급 장수라 불러도 무방한 스테이터스였으니 선봉에 선 장수들의 돌파력을 말할 것도 없었다.

오히려 이만한 이들이 고작 기마 100기 정도를 이끌고 다닌다는 것이 우스울 정도로 오버 밸런스였다.

“그들은 충분히 뚫어낼 수 있을 거야.”

“…뭐, 주군이 그리 말씀하신다면.”

사마의는 그리 말하고는 전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소녀는 앞으로 소연과 함께 전차에 타 참군으로 수행하게 되었다. 미리 군의 배치를 봐두어 눈에 익혀야만 했다.

「 사마의 중달 」

통솔력 - 61

무력 - 32

지력 - 90

정치력 - 82

매력 – 90

아직 어린 소녀에 불과하지만, 그 능력치 하나만큼은 이미 어디서도 밀리지 않았다.

사실 호세는 마지막까지 이 소녀를 데리고 전장에 나서는 것을 반대했었지만, 그것을 일축하고 사마의의 의사에 따라 전장에 데려온 것은 다름 아닌 소연 본인이었다.

지금이라도 전장에 익숙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자신 있니?”

소연은 자신의 옆에 선 소녀를 향해 그리 물었다.

사마의는 그 질문에 제 보랏빛 머리카락을 한 번 손으로 훑어 정리하며 소연을 바라보았다. 자신만만한 표정. 오히려 질문한 소연을 한 차례 쏘아보며 소녀는 답했다.

“부족한 경험은 지식으로. 지혜는 지식을 뒷받침할 것이니, 미흡한 경험은 지식으로 채울 거예요. 아가씨가 걱정하실 이유는?”

“그거면 됐어.”

능력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비록 소연 그녀는 그 능력치를 십분 활용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그건 그녀의 특수성이 낳은 이상 현상. 이 어린 소녀만 해도 당장 A급 이상의 활약을 보여줄 삼국시대의 명사였다.

“기대할게. 너는 이 전장을 통해 전투에 눈을 익혀두렴. 앞으로 네가 돌아다녀야 할 곳은, 이런 곳이니까.”

“겁먹은 적은 없어요.”

그간 호세라는 남자가 너무 과보호했을 뿐.

사마의에게 있어 사람이 죽는 것은 아무래도 좋은 것에 불과했다. 인간의 죽음은 이 소녀에게 큰 감흥을 불러오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이미 인간으로서는 망가져 있던 사마의에게 타인의 죽음은 공감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소녀가 눈을 치켜뜨며 그녀와 시선을 마주했다.

“슬슬, 움직이셔야겠는데요.”

아군은 본대와는 별개로 돌아들어 가며 우측을 공략해야 했기 때문에 선행할 필요가 있었다. 원소의 군이 슬슬 말에 박차를 가할 무렵이니, 곧 조조의 군도 움직임을 감행할 터.

움직인다면 지금이었다.

“나팔수. 나팔을 불어. 깃발을 흔들렴.”

출전의 시간.

소연은 그것을 명하며 저 앞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호세가 창을 꼬나쥐고는 전방을 주시하고 있는 모습이. 그 남자의 등만이 시야에 잡혔다.

“전군, 출격한다.”

효시를 날릴 필요도 없었다.

이 전쟁은 기주의 주도권을, 더 나아가 천하의 판도를 바꾸게 될 회전이었다. 본래 역사에서는 벌어지지 않는 전투. 역사의 흐름에서 살짝 엇나갔지만, 그녀는 걱정하지 않으려 했다.

지금은 그저 믿을 뿐.

소연은 손에 쥔 지휘봉을 한 차례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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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목이 없습니다!!

앞으로 진소연의 경우에는 역경을 거치며 성장해야만 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직 능력을 채 활용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고, 조금씩 성장하니 답답하실 분도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그려나간 스토리는 작중에서 잘 풀어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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