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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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군 진영에서 막 돌아온 것은 좋은데, 그녀를 맞이하는 호세의 표정이 영 이상하다고 느꼈다. 아직 그날의 일로 조금 어색한 걸까.
그녀 역시도 어색하긴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해야 하는 말이 있었다. 아직 그의 질문에 대한 답을 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 이전에 전풍의 건은 말해야만 했다.
“표정이 별로네.”
“어, 어? 아니, 뭐. 별거 있나.”
호세는 뒷머리를 긁으며 머쓱히 웃었다.
그것이 그녀에게는 영 적응되지 않는 것이었다.
어딘가 어색한 느낌. 언제나 적당히 웃어주며 이상한 농담이나 던지던 그의 모습에서 느끼는 괴리감이 그녀를 조금 괴롭게 했다. 가슴이 술렁이는 느낌에 그녀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거 뭐냐, 원소군에 간 건 잘 됐소?”
누가 봐도 말을 돌리려는 느낌이었다. 이 일에 대해선 더 얘기하고 싶지 않을 걸까. 소연은 그 모습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잘 되었는가에 대한 기준이 조금 모호하긴 한데.”
미간을 찌푸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제국의 사자로 온 이의 목을 치고 그것을 조롱거리로 삼는 장면이, 그것에 수많은 이들이 동조하는 장면을 좋다고는 볼 수 없었다.
“뭔가 일이 꼬인 모양인데.”
거기서는 호세도 어색하던 기운을 떨쳐내고는 다소 진지한 분위기로 돌아갔다. 그가 알기로 소연이 이렇게 말을 흐릴 때는 보통 좋은 일이 아니었다.
“원소가 황제의 사자를 베었어.”
“그 양반이야 뭐, 새로운 황제를 추대하자고 기주목이랑 말을 맞춘 거 아니요? 과하기는 한데 이해하지 못할 것은 없는데.”
“거기에 다른 제후들이 동조했다는 게 문제지.”
여기서는 호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가 생각하기에 동탁에 반감을 품은 사람이거나 원소를 지지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뭐 동조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황제의 사자를 벤 것은 너무 앞서나갔다는 느낌이었으나, 큰 문제는 아닌 듯싶은 것.
“어쩔 수 없지 않나?”
“아니. 이걸로 황제의 권위는 확실하게 땅으로 떨어졌다는 게 문제지. 여기에 다른 제후들이 동조했으니, 그들도 앞으로 황실에 대한 경의를 잊을 거야.”
“…그건 좀.”
문제가 된다.
여기서는 그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당장 황실의 권위가 떨어진다면 지방의 통제력이 약해진다. 이건 반동탁 연합군이 해산했을 때부터 우려했던 것인데, 정작 그 맹주였던 원소 본인이 그것을 더욱 가속하고 있었다.
원소가 한 황실을 거절하여 얻을 수 있는 이득.
호세는 그것을 쭉 고민했다. 답은 의외로 간단한 것이, 원소가 지금의 황실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우선 세력을 모으기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었다.
두 번째로는 만약 새 황제를 추대한다면, 그 주변에서 새로운 동탁이 되어 국정을 주무를 수 있는 권한. 그것은 곧 권력이니, 그런 부분을 생각한다면 원소의 다소 파격적인 행보도 이해가 갔다.
“내 그 양반, 비범한 사람이라는 건 진즉에 알았지만.”
상황이 오니 너무 노골적으로 야욕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하고. 호세는 적어도 맹주라는 자가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었다.
물론 현 황실을 올곧게 지지할 수 없기도 했다. 그 부분은 호세도 이해하고 있었다. 지금 황실의 명을 받든다는 것은 동탁의 명을 받들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았으니까.
그렇지만 이건.
“아가씨. 그럼 우리는 어떡하오?”
“앞으로 더 혼란해지겠지. 이번에 원소가 무참하게 황실의 권위를 짓밟았어. 유우가 황제 자리에 오른다면 모르겠지만….”
소연은 그리 말하며 말끝을 흐렸다.
유우는 황제의 자리에 오르지 않는다. 이건 이미 정해진 사실이었다. 그는 황족의 도리, 신하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 한 황실과 천하를 올바르게 세우는 것에만 관심이 있던 사람이었다.
절대로 이런 일에 엮이지 않는다.
그것이 역사였다.
“황제 자리를 거절할 머저리가 있나?”
“있어.”
소연이 딱 잘라 말하는 통에 그는 머리를 긁적였다. 황제 감투를 씌워준다는데도 거절하는 사람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만약 정말 그렇게 된다면 상황이 꼬여버린다.
“황실은 하나인데, 그 누구도 황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 거 같아?”
그녀는 그리 말하며 호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는 그 시선에 조금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어 살짝 시선을 피하며 혀를 찼다.
“그야 무법지대지. 중앙에서 관리할 수 없는 군벌은 왕이나 다름이 없는 것인데. 세상천지에 왕이 즐비하다? 전쟁 나기 딱 좋지.”
한나라가 건국된 과정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진을 제압하고 초나라가 들어섰을 때. 항우는 군벌의 공을 높이 치하하여 사방으로 왕위를 흩뿌렸기에 그것이 반란의 씨앗이 되었다.
중앙의 권위가 약해진다는 것은 곧 반란의 여지를 남긴다는 것과도 다름이 없었다. 하물며 그 중앙을 난신이자 천하의 역적으로 불리는 동탁이 쥐고 있으니, 오히려 동탁에게 순순히 응하는 이들이 드물 판국.
거기에 원소가 기름을 뿌렸다.
난세의 불길을 더 크게 불태우고자.
“바빠질 거야.”
“그렇겠네.”
호세는 또다시 전쟁이 터질 듯한 분위기에 한숨을 내쉬었다. 전쟁이 끝맺음을 짓고 얼마나 지났다고, 이제야 겨우 숨 좀 돌리고 있을 찰나에 다시 천하의 분위기가 험악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순간 그의 머릿속에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말이요. 원소는 결국 기주목 한복의 수하 아닌가? 결과적으로 황제를 옹립하더라도 그 밑으로 들어가야 할 거 같은데, 왜 구태여 맹주라는 양반이 그렇게까지 전면에서 나서는 거요?”
그가 생각하기에 원소가 황실의 사자를 벤 것은 어느 정도 정치적인 과시가 껴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기주목 한복을 중심으로 새 황실을 받들자는 얘기가 나온 것이 아닌가?
반대로 생각하면 그 모든 것이 한복의 공으로 돌아갈 것인데, 원소가 그리 주도적으로 나설 이유가 있을까.
“…그렇지.”
소연은 그의 의문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있지 않아서 원소는 한복을 공격한다. 그것도 유주 최강의 군벌, 천하에 동탁과 유일하게 맞상대 가능하리라 여겨지는 공손찬을 끌어들여서.
최근 공손찬은 30만의 황건적을 고작 2만의 군사로 토벌하여 수급 3만여 개에 포로도 5만 이상을 잡는 대 전과를 올렸다. 천하 그 누가 공손찬의 강군에 저항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파격적인 행보.
그런 사람까지 끌어들여 철저하게 한복을 무너뜨리리라.
“일단 지켜봐야겠지만, 아마 원소는 한복에게서 기주목의 자리를 얻어내려 들 거야. 그렇게 된다면 우리도 움직여야 할 테니까, 미리 준비해두고.”
“응? 그럴 명분이 있던가. …뭐, 아가씨가 하는 말이니까 맞는 말이겠지. 알겠수다. 일단은 조만간 움직일 수도 있다고 일러는 두지.”
그렇게 현황에 대한 이야기는 끝냈다.
소연이 살짝 고개를 들어 호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전풍과 전호. 얼굴을 잘 살펴보아도 그다지 닮은 점이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전풍은 그를 자기 자식이라고 했다.
이걸 어떻게 말하는 것이 좋을까. 게다가 그날의 일도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었다. 호세를 한 번 밀어냈던 그 날의 일.
적어도 진소연에게 있어 그건 아직 끝난 일이 아니었다.
모든 걸 어떻게 풀어내야 좋을까.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는 것이 좋을까. 소연은 그것을 잠시 고민했지만, 오히려 더 머리가 복잡해지는 느낌이었다.
“저기 있잖아.”
뭐라도 말해야 한다는 생각에 소연이 살짝 손을 뻗었다. 이게 뭐라고 긴장이 될까. 그리 생각하면서도 살짝 떨리는 손을 뻗었을 무렵.
“오라버니이이이!!”
저 멀리서 해맑게 웃는 조운이 달려오고 있었다.
뒷모습을 보며 손을 파닥이며 흔드는 모습이 그간 진중했던 모습과는 영 딴판이었다. 적어도 소연은 그녀가 저리도 환하게 웃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이쪽을 향해 달려오던 조운도 소연을 보고는 살짝 멈칫했다. 흔들던 손도 어느새 멈춘 상태.
“아, 아가씨.”
“다녀왔어.”
소연은 담담하게 말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뭔가 조운의 상태가 이상하다.
그녀가 그리 느낀 것은 착각일까. 낯빛을 흐리고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어딘가 당황했다는 느낌이 물씬 드는 모양새가 영 어색했다.
평소 조운은 제법 담담한 모습이 떠올랐으니까. 비록 호세의 앞에서는 다소 푼수 같은 모습을 보인다고는 하지만, 저리도 환하게 웃는 모습을 소연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뭐 좋은 일이라도 있었니?”
“아, 아니요, 그…, 아무 일도 없었어요.”
왜 이렇게 당황해?
말까지 더듬는 모습에 소연도 살짝 당황했다. 혹시 뭐 잘못한 거라도 있나? 소연의 눈에 조운은 딱 보아도 뭔가 잘못한 걸 들키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어린아이처럼도 보였다.
“뭐 문제라도 있었어? 왜 그래.”
그것이 이상해서 소연이 한 발짝 다가갔을 무렵.
“에헤이, 뭐 문제가 있겠소?”
호세가 한 발짝 앞으로 나와 그녀를 가로막으며 실없이 웃었다. 이것도 그녀에게는 다소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마치 조운을 감싸고 도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냐.”
무언가 더 말해볼까. 무슨 일이 있었냐고 파고들어 볼까. 그런 고민도 했지만, 이내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등을 돌렸다. 느낌은 좋지 않았지만, 그들이 말하지 않는다면 무언가 이유가 있으리라.
별거 아닌 문제일 수도 있었다.
어쩌면 잘 됐다. 지금 당장 그에게 전풍의 얘기를 하기도, 그렇다고 그날 입을 맞춘 것의 얘기를 꺼내기도 다소 껄끄럽던 찰나였다.
“어쨌건 그것만 알아둬. 좀 쉬러 갈게.”
“아, 어어. 알겠소. 고생 많았어. 푹 쉬쇼.”
한 번 어색하다 느끼니 그가 건네는 인사말도 조금 어색하게만 들렸다. 소연은 그 이질감의 정체를 이해하지 못한 채 천천히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 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는 조운.
“뭘 그리 겁을 먹어.”
호세는 그리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겁은 그 본인도 먹고 있었다. 구태여 밝힐 일도 아니었지만, 반대로 이렇게까지 숨길 일도 아니었다.
조운이 먼저 그것을 밝히지 말자고, 하룻밤의 일로 남기자고는 했더라도. 적어도 그는 그 하룻밤의 일을 그저 지나가는 일로만 남길 생각은 없었다.
그럴 수는 없다고. 그리 생각했다.
그렇지만.
“죄송해요…, 오라버니.”
그녀는 막힌 숨을 겨우 내쉬었다.
껄끄러운 분위기만이 그 자리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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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찬은 손가락으로 탁자를 톡톡 두드렸다.
유주자사가 황제가 된다. 그를 추대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안 그래도 이민족과 유화정책을 벌인다는 명목으로 북평의 군비를 축소하라는 압박이 들어오고 있던 차.
군사력은 곧 공손찬의 힘.
그것을 축소하라는 것은 달리 말해 공손찬에게 제 살을 깎아 먹으라는 말과 다를 것이 없었다.
게다가 그간 국경을 지키며 이민족과 필사적인 혈투를 벌인 것도 모두 공손찬의 업적이었다. 한나라의 땅을, 그 재화와 식량을 호시탐탐 노리는 저 이민족을 물리친 것은 모두 자신이 목숨을 걸고 이뤄낸 일이었다.
적어도 공손찬은 그리 생각했다.
그렇지만.
“한복을 언제 제거해야 할까.”
“아직은 기다리셔야 합니다.”
그의 옆에 서 있던 문관이 그리 일렀다. 공손찬의 휘하 장사를 지내고 있는 관정. 그는 제법 머리가 돌아가는 축이기에 공손찬이 이런 대외적인 일에서 신임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역시.
공손찬은 당장에라도 한복을 쳐 없애고 싶던 것을 그의 만류가 있었기에 겨우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말하기에 얌전히 참고 있던 것.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가?”
“아직 유우가 어떠한 입장도 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적어도 그것이 명확해진 이후에 군을 움직여도 늦지 않을까 하옵니다만.”
그것 또한 명분 탓인가.
공손찬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에게는 힘이 있었다. 적어도 이 하북 누구도 그에게 항거할 수 없는 힘. 천하 그 누가 공손찬에게 감히 저항할까. 그는 이미 자신의 실력으로 그 힘을 증명해 보였다.
그런데도.
“명분을 이길 힘에는 달하지 않았는가.”
“물론 장군님이시라면 충분히 가능하시겠지만, 그래도 이런 일에는 조금 더 신중하여 완전을 기하는 것이 낫지 않겠사옵니까.”
관정이 웃는 얼굴은 마치 비열한 모사꾼처럼 보였다. 그것이 웃기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를 위해 이렇게 말해주는 것도 관정뿐이었다.
그렇기에 신뢰를 주고 있었다.
“더 힘을 길러야겠어. 그 누구도 감히 싫은 말을 꺼내지 못할 정도로, 아무도 내가 움직이는 것에 명분을 찾지 않을 정도로.”
“가능하시고말고요!”
관정은 그리 말하며 손을 비볐다.
전형적인 아첨꾼의 모습이었지만, 공손찬에게 있어서는 그것도 썩 나쁘지 않았다. 머리는 제법 돌아가는 인물이니, 그 외에 자신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한 행동이 무에 나쁠까.
그 모습에 씩 웃은 공손찬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군의 징병을 늘려야겠군. 그걸 유지하려면 우선 군비의 확장인가. 뭐, 적당히 세를 걷으면 얼추 해결될 일이겠지.”
이미 몇 차례 세를 걷었다. 게다가 역경을 건설하기 위한 노역으로 수만이 넘는 유주 백성을 강제로 대동하고 있는 차에 또 세를 걷는다는 것.
그건 분명 유주에서 공손찬의 악명을 더욱 떨치게 할 일이었다. 그걸 공손찬과 그의 참모격인 관정도 알고 있었지만, 그들은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백성들이 뭐라고 한들 그들은 저항할 수 없으니까.
“관정. 엄강을 불러오도록.”
그는 그리 말하며 제 창을 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차피 전쟁은 곧 벌어질 일이었다. 그간 오랜 세월을 전쟁터에서 보낸 그였기에 알 수 있었다.
뒷덜미가 따끔거렸다.
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 누가 바라건, 바라지 않건. 목전으로 다가온 전쟁을 어찌 마다할까. 그는 씩 웃으며 창을 붙잡고 창대 끝으로 바닥을 내리쳤다.
전쟁은 초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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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상황은 딱 원소가 공손찬을 끌어들여 기주를 차지하려는 상황, 유우는 황제의 직위를 저절하고 원소 휘하 조조나 진소연은 곧 기주로 들어가겠지요.
진소연은 아직 더 성장해야만 합니다. 아직 많은 성장이 필요한 캐릭터로, 더 발전할 여지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밤공기가 찹니다. 모두 건강에 유념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