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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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으로 들어와 촛농 몇을 켜 밝힌다고 해도 다소 어둡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살짝 얼굴을 가린 그녀의 표정만은 무슨 일인지 선명하게 보였다.
술에 너무 취했나.
그 붉어진 볼을 애써 손으로 가리는 것이 귀엽게만 느껴졌다. 진짜 미쳤지. 미치지 않고서 어떻게, 그런데도 그냥.
“…옷 벗는다?”
“네? 네, 네엣!!”
아까까지 그 당돌한 모습은 어디로 가고 웬 숫처녀가 하나. 내가 웃옷을 벗기 시작할 때에도 그녀는 그냥 눈만 껌뻑이면서 이쪽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속옷은 어찌할까.
하의까지 다 벗은 상황에서 여전히 눈만 껌뻑이며 얼굴을 붉히는 그녀를 보니 술기운이 점점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무언가 굉장히 잘못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래서야 꼭 어린아이와 하려는 느낌이잖아.
지금껏 만난 여자 중에서도 이리 숫기 없는 여성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조금 어색해져, 지금이라도 그만두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살짝 다리가 휘청거리는 것을 어떻게든 버티며 살짝 고민했다. 아직 술기운은 남아있었다. 그렇지만 아예 판단력이 없어진 것도 아닌 것이.
여기서 멈춰야 하나.
그리 생각했을 때였다.
“오라버니.”
운이가 천천히 다가와서는 내 속옷에 제 손가락을 걸치고는 천천히 내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길에 따라 조금씩 다리를 타고 내려가는 속옷.
그녀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실눈을 뜨고는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듯이 그리 움직였다.
“…하여간, 예전부터 알아봤다.”
“말하지 말아요.”
마침내 나는 알몸이 되었다.
아무리 초봄에 가깝다고 해도 아직 밤공기는 차가웠다. 그건 방안이라고 해도 다를 것이 없어 순간 몸이 부르르 떨렸다.
술로 달아오른 몸이 갑작스레 찬 바람에 맞아서 그럴까. 조금 서늘해져 몸을 떨던 찰나에 그녀가 내 팔을 잡아당기며 이부자리로 이끌었다.
그리고는 부드럽게 겹쳐지는 몸.
그녀도 얇은 홑옷 하나만을 걸치고 있었기에 그 몸의 굴곡과 체온이 그대로 느껴졌다. 조금은 따듯해졌지만, 그 이상으로 다소 낯뜨거운 상황.
특히 서로 마주하고 끌어안은 모양새가 되어 그녀의 가슴이 내 가슴팍에 닿아 뭉개지는 감촉, 그 와중에 다소 솟은 두 개의 젖꼭지가 닿은 감각이 너무 선명했다.
“…섰네요.”
“남자라서 그래.”
이런 상황에서 서지 않으면 그것이 남자인가.
아래를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운이의 허벅지에 닿은 그것이 아플 정도로 딱딱하게 곧추선 것을 느꼈다. 그녀의 양 허벅지 사이에 껴서, 그 부드러운 감촉을 고스란히 느끼는데 서지 않고 배길까.
“에잇.”
그녀는 허벅지를 움직여 내 물건을 살짝 조였다.
“어때요. 좋아요?”
배시시 웃으면서 부끄러움을 감추려는 모습이 썩 마음에 들었다. 귀엽지 않은가. 그래서 그냥 마주하고 웃으면서 그녀의 볼을 꼭 잡았다.
“아으, 아파요.”
하나도 안 아프면서.
애당초 힘을 주지도 않았다. 그냥 적당히, 아주 살짝 볼을 늘이는 정도로만 힘을 줬는데 아플 턱이 있나.
그런데도 인상을 살짝 찌푸리면서 칭얼거리는 운이의 모습에서 다소 부끄러움, 그리고 조금 겁을 먹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괜히 과장된 반응으로 태연함을 연기하는 것이 빤히 보여서 손을 떼고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다는 의미로, 걱정하지 말라는 뜻으로.
어깨까지 내려오는 군청색 머리카락이 내 손의 움직임에 따라 부드럽게 흔들린다.
“저만 긴장한 것 같아서 좀 화나네요.”
그 새파란 눈으로 나를 지그시 노려보는 꼴이 조금 우스워서 피식 웃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다시 그녀를 골리는 모양새가 된 것도 우스웠다.
“너만 옷 입고 있어서 그래.”
“읏, …그런 말 하지 않기.”
뭘 그런 말을 하지 않기냐. 어차피 다 벗어야 하는 것을, 그렇게 꽁꽁 싸매는 게 더 이상한 거다. 그렇지만 강제로 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도 없어서 그냥 그녀를 끌어안고 이부자리에 몸을 뉘었다.
운이는 숨을 고르며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정말 사람이 나빴어.”
“혼자 못 벗겠으면 정말 벗겨주랴?”
이에 그녀가 인상을 찌푸렸다. 숫처녀에게 조금 배려가 없었나 싶었을 무렵, 그녀가 손을 뻗어 내 코를 잡아당기며 빙긋 웃었다.
“선물을 줬는데, 포장지까지 벗겨줘야 해요?”
말문이 막혔다.
아까까지는 그리 간절하더니, 여기까지 와서는 아쉬울 것이 없다는 태도에 조금 화가 났다. 사람을 기껏 이렇게 할 마음으로 만들고서 그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물론 조금 아쉬운 게 맞았다.
끌어안았던 그녀를 살짝 품에서 놓았다. 그리고 천천히 그녀가 입고 있던 옷을 하나씩, 윗옷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풀어헤쳤다.
점점 드러나는 흰 살결.
옷을 하나씩 벗길 때마다 점점 그 살 내음이 강해졌다. 달달한 향기. 살짝 손가락을 가져가니 부드러운 살이 내 손가락의 움직임에 맞춰 꾹 눌리는 것이 재밌었다.
“…장난치지 말아요.”
“장난 아니다.”
이런 게 다 흥분을 돋구는 요소가 아닌가.
적어도 나는 이런 가볍게 장난치듯이 여체를 만지는 것을 좋아했다. 특히 그 부풀어 오른 유방과 그 끝자락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연분홍색 유두를 괴롭히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
그녀는 알까 모르겠다.
지금 당장이라도 눕혀서 아기처럼 그걸 마구 빨아보고 싶은 이 마음. 한 번 불이 붙은 남자의 성욕에 끝이 없다는 걸 운이는 알아야만 했다.
“아읏, 아! 조옴…, 그렇게 세게 하지 말아요.”
그걸 무시하고 젖가슴에 붙어 유두를 빨면서 하의마저 벗겨냈다. 드디어 그녀도 실 한오라기 걸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되었다.
그냥 어리다고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조금 더 큰 가슴과 허리로 이어지는 굴곡. 여체의 가느다란 선은 분명 그녀가 적령기의 여성이라는 걸 분명히 인식하게 했다.
그녀의 허리를 부드럽게 끌어안아 이부자리에 눕혔다.
“그, 살살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가능하면.”
그리 말하며 그녀의 음부를 향해 천천히 손을 가져갔다.
“저…, 일단은 처음이거든요!? 조금, 그, 그런 게 있잖아요. 네? 다짜고짜 거기부터 만질 게 아니라, 그. 오라버니? 들려요?”
손에 닿은 그곳은 약간의 습기를 머금고는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살살 갈라진 사이를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그녀의 반응을 지켜보았다.
“아, 으응, 그러니까. 좀, 말을 들어줘요….”
허리를 비꼬면서도 차마 손을 밀어내지는 않는다. 여기까지는 괜찮다는 의미였다. 부끄럽기야 하겠지만, 이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
문지르는 속도를 살짝 올리면서 그녀의 젖가슴을 빨았다. 입으로 꾹 누르면 그 움직임에 따라 뭉개지는 하얀 젖을 얼마나 괴롭혔을까.
“…으응, 좀, 적당히…, 아응!!”
실수로 젖꼭지를 조금 세게 깨물었다.
사실 실수는 아니었지만.
“좀! 적당히 안 하면 화낼 거예요.”
“싫었어?”
그 질문에 운이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조금, 아팠어요.”
“조심할게.”
그러면서 그녀의 다리를 살짝 벌렸다. 꽤 오랜 기간 만지고 있었던 덕일까, 그녀의 음부는 이미 꽤 젖어 보지 안쪽에서는 이미 액체가 스며 나오고 있었다.
이쯤이면 괜찮겠지만.
그래도 처음이라는 여인과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그냥 머리를 가져갔다. 순간 그녀가 내 움직임에 다리를 오므리려 들었지만, 이미 내 입술은 그녀의 보지 바로 앞까지 도착했다.
“뭐, 뭐 하는, 으앙!”
입술로 조심스레 그곳을 빨았다.
입맞춤하듯이 살짝, 그렇지만 혀를 빼꼼히 내밀어 보지 안쪽으로 파고들어 그 안쪽을 자극했다. 따듯하면서도 살짝 비릿한 액체. 그렇지만 역한 느낌은 전혀 없었다.
“아응, 아, 오라버니! 좀, 거긴 안 돼요….”
그러면서 말꼬리를 흐린다.
부끄럽긴 해도 영 싫지 않다는 반응이 나름 귀여웠지만, 이 이상 괴롭혔다가는 첫 경험이 정말 부끄러운 기억으로만 남을 수도 있었다.
기왕이면 첫 경험은 아름답게.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게 해줘야지.
입을 떼고 고개를 들었다. 이미 얼굴은 홍시 비슷하게 새빨개져, 그저 이쪽을 바라보며 눈가에 물기를 잔뜩 머금은 소녀가 한 명.
“그만 괴롭혀요…….”
딱히 괴롭힌 기억은 없지만, 부끄럽게 하는 것도 일종의 괴롭힘이라면 그런 것일까. 그렇지만 아예 풀어주지도 않고 바로 박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 아닌가.
“미안.”
작게 사과하고는 그녀의 뺨에 손을 가져갔다.
말랑하니 찹쌀떡처럼 뭉개지는 그녀의 뺨을 몇 번이나 가지고 놀면서 시선을 마주했다. 아직도 얼굴은 새빨갛게 물들여서는 살짝 입술을 내민다.
“입맞춤, 해줘요.”
“명하시는 대로.”
천천히 입을 가져갔다.
혀가 얽히는 소리가 났다. 서로 입술을 움직여 그 혀를 살짝 빨았다. 혀끼리 서로 얽히면서 그 체온과 타액을 공유하는 감각.
그렇게 몇 번이나 혀를 섞었을까.
“굉장히, 그…, 음란한 소리였어요….”
입맞춤을 진하게 하면 그런 소리도 날법하지. 이해했다. 내가 느끼기에도 시각적으로는 눈을 감고 혀를 열심히 움직이는 운이의 얼굴이, 청각적으로는 입술을 붙이고 혀를 섞는 물기 어린 추잡한 소리가 성욕을 고조시켰다.
다시 한번 입맞춤을.
“하읍, 츄읍, 으응, 거, 거기 만지지 말아요….”
“싫은데.”
아까까지는 운이에게 주도권을 주었으니, 이런 자리에서 정도는 내가 주도권을 가지는 게 맞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숫처녀에게 주도권을 내주기엔 자존심이 상한다.
그녀의 보지를, 그 안쪽까지 손가락을 살짝 집어넣었다. 뜨거운 체온과 습기. 살짝 묽은 액체로 범벅이 된 내부는 손가락 하나가 들어가도 긴장하여 바짝 조여왔다.
“아으, 아, 하으… 흣.”
손가락 한 개도 못 받아들여서는 성교 자체가 불가능했다. 조금만 더, 천천히. 아프지 않게 조금씩 질 내부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도왔다.
조금씩이지만 운이의 목소리가 살짝 들떴을 때.
“…이제 넣는다.”
그리 말하며 그녀의 보지 끝자락에 자지를 살짝 가져갔다. 이제는 아예 푹 젖어버린 질 입구에 끝자락을 맞추며 시선을 돌렸다.
운이는 얼굴을 가리고는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말리려면 지금이야. 멈추려면 지금밖에 없어.”
지금이라도 싫다고 한다면 멈출 생각이 있었다.
오히려 지금 말리지 않으면 더는 멈추지 못할 것 같았다. 이미 피가 너무 쏠려 팽팽히 발기해 아플 정도로 감각이 곤두서있었다.
그러니까 지금뿐이었다.
만약 운이가 그저 치기에 의해, 아까 말했던 것처럼 한순간의 불장난 같은 느낌으로 덤빈 거라면 지금 멈추는 게 맞았다. 그녀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그것이 옳은 선택이었다.
“…자꾸 그럴 거예요?”
운이는 그리 말하며 빙긋 웃었다.
“전 신경 쓰지 말아요. 그냥…, 좋아서 이러는 거니까. 말했잖아요. 무겁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저라는 여자도 있다는 걸. 당신을 이만큼 생각하는 여자도 있다는 걸.”
그녀가 손을 뻗어 내 자지를 붙잡고는 살살 인도했다. 질척일 정도로 젖은 입구에 스스로 끝자락을 맞추고는 빙긋 웃는다.
“당신을 이만큼 사랑한다는 것만 알아줘요.”
…이유는 묻지 않았다.
그런 걸 묻는 것만큼 쓸데없는 짓도 없었으니까. 사람을 좋아하는 것에 이유는 없으니까. 단지 그 마음에 전심으로 답해줄 수 있을까. 오롯이 그것만이 걱정이었다.
“사랑해요. 다른 건 신경 쓰지 말아요.”
눈가에서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비겁한 거 알아요. 치사한 것도 알고, 그냥 오라버니의 틈을 비집고 들어온 야한 여자라고 불려도 할 말은 없어요. 그렇지만.”
그것은 누구의 눈물이었는가.
“그냥, 지금만이라도 절 받아줘요.”
운이는 그리 말하며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니 흘러내리는 그 조그마한 물방울을 보며 드디어 생각을 굳혔다. 미안한 감정도 불안한 마음도 전부.
그 눈물 한 방울에 담아 같이 씻어내렸다.
“할게.”
천천히 힘을 주어 허리를 내밀었다.
점점 비좁은 질내로 파고드는 감각. 이윽고 끝자락에서 무언가 막히는 느낌을 받았다. 뜨겁게 달아올라 질척하게 젖은 질내지만, 어딘가에 막힌 그것에는 힘을 주기도 곤란하다.
그리 생각했을 때.
“…해줘요. 아플 만큼, 정말 너무 아파서 울 정도로, 그렇게 고통스럽더라도 좋아요. 오라버니,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그러니까, 저한테도 새겨줘요.”
아픔의 증거를.
그 말을 마지막으로 허리를 세게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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