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75화 (75/343)

75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엇갈리는 밤 전풍은 미소를 지었다.

분명 딱딱히 굳은 표정이지만, 그것은 분명한 미소. 입꼬리를 올리며 소연을 그저 지그시 바라볼 뿐. 그것이 그녀에게는 조금 낯설게만 느껴졌다.

“그러면 보이기 만이라도 부탁하겠소. 한 번 확인만을 해보고 싶으니, 그것마저 안 된다고 하시지는 않겠지요?”

소연은 살짝 미간을 찡그렸다.

전풍이라면 상당히 유능하다 알려진, 실제로도 천하에 통할 지략을 품은 명사. 게다가 당장 적인지 아군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심기를 거슬러 좋을 것이 하나도 없었다.

설령 그게 아니더라도, 그가 원소군의 진영에서 보였다는 것만으로 이미 원소와 일종의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이니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됐다.

「 전풍 원호 」

통솔력 - 73

무력 - 31

지력 - 94

정치력 - 86

매력 – 78

명실상부하게 A급. S급에 거의 근접했다고 말해도 무방한 스테이터스를 자랑하고 있었다. 본래라면 적대하기보다는 일단 포섭하기 위해 노력했을 만한 명사였다.

소연은 그를 조금 껄끄럽다 느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세요.”

보여주는 것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그녀는 허리춤에 맨 검을 풀어 그에게 건넸다. 전풍은 그것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받고는 검을 검집에서 뽑았다. 문관답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

“…어디서 나셨소?”

전풍이 딱딱한 투로 그리 물었다.

어딘가 경직된 느낌. 소연에게는 그것이 무언가를 억누른 느낌으로마저 느껴졌다. 만약 그것이 진실이라면 저 중년의 가슴에 억눌린 감정은 과연 무엇일까.

“부하의 것이라고 말씀드렸을 터인데요.”

“그러면 그 부하의 이름은.”

조금 전까지의 예의는 온데간데없이 무뚝뚝하게 딱 잘라 묻는다. 전풍은 자루 끝에 박힌 옥을 제 엄지손가락으로 매만지면서 소연을 쏘아보고 있었다.

그녀는 호세의 전직이 떠올랐다.

그 남자는 분명 자신과 만나기 전에 도적이었다. 아무리 본인 입으로는 나쁜 놈들밖에 안 털었노라고 장담했지만, 걸레가 빨았다고 새것이 되던가?

혹시라도 그가 전가의 인물을 해친….

…전가?

“혹여.”

여기서 소연은 의문을 느꼈다.

「 전호 」

통솔력 - 81

무력 - 86

지력 - 77

정치력 - 69

매력 – 89

호세. 그의 상태창은 여전히 전호라는 이름만이 쓰여 있었다. 그간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을 전호라고 소개했던 적이 없더랬다. 그녀는 그것을 항상 의아하게 여겼고, 한때는 그를 의심하기도 했었다.

지금에야 그런 의심도 남기지 않았지만.

문제는 전풍이 그가 어머니의 유품이라던 검을 전가의 검이라고 말하며 날을 세우고 있었다는 것. 전호, 그리고 전풍. 같은 전 씨에다가 하나의 검으로 엮인 관계.

이것이 과연 우연일까.

“왜 하던 말을 멈추시오?”

전풍은 여전히 그녀를 쏘아보고 있었다.

과연 이것을 말하는 것이 옳을까. 혹여나 나쁜 일로 엮였다면 곤란해질 우려도 있었다. 소연은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고민을 계속했다.

그렇지만 호세는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전호라고 언급한 적이 없었다. 누구도 그를 전호라 부르지 않았으니, 한 번 떠보는 것 정도는 괜찮을까. 애초에 그녀가 느끼기에 이 만남은 너무 갑작스러웠다.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도 없이 다가온 만남.

그녀는 마음을 굳혔다.

“혹시, 전호라는 이름을 아십니까?”

잠시 침묵이 흘렀다.

전풍은 그 말을 듣고서는 표정을 굳히고는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다. 그런 그의 모습에서 그녀는 어딘가 일이 그르쳤음을 느꼈다.

“그, 이름.”

긴 침묵을 깬 것은 전풍이었다.

그는 다소 힘겹게 입을 열었다.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검을 쥔 손은 너무 힘이 들어가 떨리고 있을 정도로 악에 받쳐서, 그러나 말이 나오지 않는 것을 억지로 토해내는 느낌이었다.

“그 이름을, 어디서 들었소.”

의심이 확신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소연의 혹시나 했던 의심을 전풍이 확신케 해주었다. 호세는 어떻게 되었건 전풍과 연관이 있는 인물. 그것도 그의 저 과민한 반응을 보면 분명 깊게 연관이 된 인물이리라.

순간 그녀는 이 사실을 이용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잘만 이용한다면 전풍이라는 사람을 쥐고 흔들 수도 있는 일. 전호가 진정 전가의 인물이라면, 그리고 전풍과 좋은 관계에 있다면 분명 전풍까지 엮어서 이용할 기회였다.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소연은 그리 말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용이라는 것은 적어도 자신과 무관한 사람에게나 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지지기반과도 같은 사람을, 게다가 자신에게 그리 열성적으로 응해주는 남자를 쉬이 이용하는 건 그녀에게 불가능했다.

과거였다면 가능했겠지만, 지금은.

이제는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

“정녕, 입을 다물 셈이오?”

전풍은 어느새 눈에 핏발까지 세우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노려본다, 아니 살의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다름이 없는 시선에도 소연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그 원소에게도 숙이지 않았던 그녀였다.

“예.”

그 말과 동시에 전풍이 검을 치켜들었다.

소연은 그것을 보았다. 그가 검을 휘두르려 드는 동작까지 전부 눈에 보였다. 전풍은 이윽고 그녀를 향해 검 끝을 겨누었다.

그렇지만 그의 무력이 고작 30대. 거리는 충분했다. 여포의 공격도 막아내고 피했던 것이 소연인데, 고작 문관의 칼질 한 번을 피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그는 아직 그녀에게 들어야 할 것이 남았다.

“말해주시오!! 그 아이가, 살아는 있는 거요?”

“살아는 있습니다.”

그녀는 그리 말하며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검에 손가락을 대어 조심스레 그것을 밀어내는데, 전풍은 그것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금 진정하시지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중년의 남성을 달래었다.

그리고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소연이 보기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전풍의 표정이 점점 무너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까까지의 근엄해 보이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그 자리에 남은 것은 그저 울상을 지은 한 명의 남자. 그녀에게는 그 모습이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었다.

전풍은 이를 꽉 깨물며 소연을 바라보았다.

“진공.”

천천히.

그는 제 고개를 앞으로 숙였다.

“제발 부탁이오. 방금 그 무례는 사죄하겠소. 그러니, 제발 부탁이건대 당신께서 말씀하셨던 전호에 대해 조금만 더 알려주시오. 어디에 있는지, 혹은 무얼 하고 있는지.”

전풍은 간절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손에 쥐었던 검을 내리고는 그녀를 향해 한 발짝 다가갔다. 떨리는 눈매에 맺힌 조그마한 물기에, 거기에서 느껴지는 묘한 압박에 소연은 한 발짝 물러났다.

“무슨 관계인지, 먼저 설명해주세요.”

그는 분명 전호를, 호세를 가리켜 아이라고 불렀다.

거기에서 얼추 추측은 갔지만, 그래도 확실한 정보가 없는 이상에야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정보는 충분했지만, 그것을 단정 지을 마지막 한 마디가 부족했다.

소연의 단호한 태도에 전풍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가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을 제 입으로 말하려 하니 차마 입술이 떨려서. 그래서 언어로 채 구사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전풍에게 있어서도 치부였기에.

무엇보다 지독했던.

“…내, 자식이오.”

그의 회한이었으니까.

************************************

오랜만에 술자리를 열었다.

가끔 방삼이와 몇 번 잔을 기울이긴 했지만, 그것도 아주 가끔. 게다가 기껏해야 남는 찬거리 몇으로 대충 기분만 내기에 급급했었던 것.

그걸 술자리라고 하기엔 다소 운치가 부족함이 있었다.

해가 저물고 달이 살짝 고개를 든 밤하늘을 배경으로 하여 잔을 맞댔다. 찰랑거리며 잔 안에서 춤을 추는 그것을 입술로, 그리하여 목젖을 넘겨 삼킨다.

속에서부터 화끈한 열기가 올라왔다.

“비싼 건 다르네.”

저번 여포와의 전투 이후, 원소가 제공하였던 물자에 껴있던 술이었다. 아가씨는 술을 즐기지 않는다고 하여 적당히 꺼내 마시라는 말을 하였기에 이 자리에서 뚜껑을 열었다.

확실히 명문가의 자제가 보낸 것이라 그런가.

“죽엽의 향기가 도는 것이, 썩 나쁘지 않네요.”

“이게 안 나쁘다는 말로 끝나냐?”

난 살면서 이보다 좋은 술을 마셔본 기억이 없는데. 운이는 다시 제 잔에 술을 따르고는 살짝 흔들며 술잔 안에서 술을 굴리듯 움직였다.

“이보다 더 좋은 술도 많지 않겠어요?”

퍽이나. 나도 살면서 음주 가무는 제법 즐기었다만, 그 와중에도 이보다 괜찮은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는데. 운이는 여전히 제 손에 쥔 술잔을 굴리며 찰랑거리는 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서라. 그 맹주께서 직접 내린 하사품이야. 이거보다 더 좋은 술이 어디 흔하겠냐? 이상한 소리 말고 마시기나 해.”

술잔을 내미니 그녀도 그 잔을 맞댔다.

한 모금을 입에 털어 넣고 혀를 써 천천히 입안에서 굴렸다. 차갑게 식어 죽엽의 시큰한 향과 다소 알싸한 술의 냄새. 그것을 다시금 삼키며 술잔을 내려놓았다.

“이것보다 더 좋은 술, 있을 거예요. 지금 이 술이 최고라면 앞으로는 이것의 맛을 그리워할 미래밖에 없다는 건데. 전 그런 건 싫네요.”

운이도 술잔을 내려놓으며 그리 말했다.

무슨 술 하나에 그리 의미를 부여하는가 싶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녀는 술에 빗대어 앞으로의 미래를 얘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뭐든 최고의 순간이 있다면, 그 뒤는 내리막길도 존재하는 법. 그러니까 이것을 최고라고 생각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너 취했냐?”

무슨 갑자기 그런 무거운 얘기를 꺼내나.

그냥 평소처럼 자지, 자지 거리면서 적당히 바보짓이나 할 것이지. 그것이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터뜨리니 그녀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좋은 얘기라고 생각했는데.”

“아서라, 아서.”

이것이 어디서 겉멋만 배워서는. 누구냐? 이 얼빠진 애한테 이상한 것만 가르친 것이. 아마 높은 확률로 그 화살표가 나 자신을 가리키리라는 예감이 들긴 했지만.

“달도 좋은데 괜히 무거운 얘기를 해서 뭣하냐.”

그리 말하며 다시 술을 따랐다.

고요했다. 서로가 말이 없는 순간은 너무나도 정적에 가까웠다. 한없이 고요한, 가끔 벌레가 찌르르 우는 소리조차도 한순간의 정적이라 느껴질 정도로 조용했다.

술잔을 부딪치는 소리.

술을 목으로 넘기는 소리.

그 모든 것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들렸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고 그저 술잔만을 기울였다. 운이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이런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느껴졌다.

“오늘은 술이 다네.”

이것이 상등품인 술이기에 달다 느끼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분위기가. 혹은 몸 상태가 좋아 그리 느껴지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목으로 넘기는 감촉이, 몸 안에서 퍼지는 열기마저 나쁘지 않다고 느껴졌다. 술이 잘 받는 날은 이런 날이었다.

“조금 천천히 마셔요.”

그녀는 그리 말하며 술병을 살짝 옆으로 치웠다.

“어차피 당분간은 일정도 없는데 뭐하러. 내가 술을 저리 많이 싸 들고 왔는데, 고작 이거 마시고서 항복이냐? 이거 상산이란 동네도 별거 없구만?”

이에 그녀가 헛웃음을 터뜨리며 잔을 내려놓았다.

“오라버니도 참, 도발을 싸구려처럼 하시네요.”

아서라. 입만 웃고 있으면 뭐 하나, 딱 봐도 눈이 시퍼렇게 날이 서서는 노려보는 것이 빤히 보이는 것을. 항상 입만 열면 상산의 조운이니 뭐니 하며 상산을 꺼내던 애가 이 도발에 넘어가지 않을 리도 없었다.

“그래서, 안 받게?”

그리 말하며 운이가 내려놓은 술잔을 대신 들어 그녀에게 내밀었다. 물끄러미 그것을 바라보던 그녀가 이내 그 술잔을 홱 가로채니.

“뭐해요? 안 따라요?”

“그래야 내 동생이지.”

우스운 촌극처럼도 느껴졌지만, 이런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언제까지나 전쟁, 전쟁. 삶에 한 줄기 낙도 없이 그렇게 백정처럼 살 수만은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렇게 술병을 기울였다.

몇 번이나 잔이 오가는 것을 기억했다.

원래 이 자리를 왜 만들었던가. 이젠 그것에 대한 기억도 가물가물해질 정도로 얼큰하게 취했다. 머리는 아직 안 취했다고 말하고 있는데, 무슨 일인지 손이 자꾸 떨리고 있었다.

얼굴이 뜨거웠다. 머리도 지끈거리고 있는데, 정작 맞은편에 앉은 운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술잔을 기울여 내용물을 입안으로 털어 넣고 있었다.

그러더니 이내 술잔을 내려놓고 이쪽을 바라본다.

“너무 많이 마신 거 아니에요?”

“미, 미친….”

벌써 술병이 몇 병을 비웠는데.

몸을 돌려 지금까지 비운 술병을 세려다가 중심이 무너졌다. 기우는 몸이 순식간에 앞으로 고꾸라지려던 찰나. 무언가에 부딪히며 앉은 자세 그대로 넘어지는 일만은 피할 수 있었다.

따듯했다.

“어휴, 그러게 적당히 센 척을 했어야지.”

그녀는 그리 말하며 내 몸을 오히려 제 몸으로 끌어안았다. 부드러운 여체의 감촉이 묘하게 선명하게 느껴진다. 오늘은 조금, 뭔가 이상한 느낌이었다.

“그냥 좀 누워요.”

내 머리가 운이의 허벅지에 닿았다.

부드러운 여성의 허벅지. 평소 얼렁뚱땅 잡스럽게 대하며 여동생이라고 막 부려먹기도 했지만, 그녀 역시 여자라는 걸 새삼 실감하게 하는 감촉이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뭔가 잘못될 느낌이 들었다. 너무 마셨나. 너무 취해서,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드는 걸까.

아무튼 이대로 있으면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지리라는 확신에 가까운 예감이 들었다.

그런 예감에 몸을 일으키려 했을 때.

“…아가씨죠?”

그녀의 말이 쐐기가 되어 가슴을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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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중으로 한 편 더 올라갑니다.

너무 힘을 주려고 했더니 오히려 글이 뭉개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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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가 남아나질 않아욧...

쿠폰 숫자만 보면 계속 연참해야 될 것만 같아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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