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67화 (67/343)

67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형양전투 여포의 돌격. 그리고 그걸 받치는 서영.

그들은 강력했다. 여포는 말할 것도 없는 천하무쌍. 그걸 받치는 서영도 천하에 내로라하는 명장들과 견주어 부족함이 없는 완숙한 장군이니, 순식간에 조조군을 무너뜨리며 진격을 거듭했다.

그걸 막기 위해 유비와 소연은 군을 압박.

거기에 조운, 장비 등이 중앙으로 합세하였고 하후돈, 조홍, 조인과 조조마저 직접 전투에 낄 정도로 전장은 가열하게 움직인다.

그런데도 채 막아내기 어려웠다.

여포 하나였으면 모르겠으나 서영이, 그가 이끄는 군이 효과적으로 연합군의 장수들을 끊어놓고 막아냈다.

“크윽….”

조조가 제 왼팔을 쥐고 살짝 물러났다.

조운은 서영에게 발이 묶이고 하후돈은 동탁군의 개입을 막기 위해 움직일 수 없었다. 장비라던 이와 조홍이 필사적으로 여포와 전투를 벌이고 있지만, 점점 밀리는 것이 보였다.

그녀가 빠졌기에 더욱더 밀리기 시작할 터.

시선을 내려 어깨를 바라보았다. 방천화극을 찔러오는 공격을 막으려다가 그 곁가지 날에 제대로 베였다.

“천하무쌍인가.”

인간에게 어찌 저만한 힘이 있는가.

그것을 조조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게다가 여포 하나면 또 모를까, 그 옆을 받치며 보좌해주는 장수도 역전의 맹장이었다.

실제로 서영과 맞붙고 있는 조운은 창으로 그의 공격을 뿌리치며 뒤로 물러나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강하군.”

서영은 짧게 중얼거렸다.

여포도 그렇고, 이 계집애도 그렇고. 세상엔 저보다 강한 이들이 많았다. 그것이 서영에게는 못내 아쉬운 부분이었지만, 그것뿐이었다.

전쟁은 개인의 무력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었다.

확실히 그가 생각하기에 저를 막고 있는 조운이라던 계집은 강했다. 그러나 그녀는 부하가 없었다. 제 수족처럼 다룰 수 있는, 자신을 위해 죽어줄 수 있는 병사가 없다.

서영은 부하들과 합을 맞추면서 착실하게 조운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자신의 빈틈을 숫자로 채우면서 벌이는 합격진.

하후돈은 저 앞에서 추가로 이 전투에 달려들려는 병사들을 막기 위해 스스로 병력을 이끌고 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여포와 싸우고 있는 장비와 조홍. 특히 조홍은 이제 한계라는 것처럼 팔을 떨면서, 그러면서도 억지로 몸을 일으키며 다시 여포에게 달려드는 상황.

창과 창이 부딪친다.

장비가 휘두른 사모를 막아내며 발을 들어 달려드는 조홍을 걷어찬다. 여포는 그 둘의 합격을 제법 어렵지 않게 막아내며 오히려 몰아붙이고 있었다.

“흐으읍!!”

여포의 공격을 막은 장비가 힘을 주며 그것을 버텼다. 살면서 처음으로 보는 저보다 강한 존재. 누이 되는 관우보다도 확실히 강할 것으로 보이는 여포와의 만남에 그는 이를 까득 깨물었다.

“이 새끼나 저 새끼가, 애비 셋이라고 놀리는 꼬락서니하고는. 너거 목이 떨어져도 그리 말할 수 있을까?”

조홍이 그녀의 발차기에 맞아 나가떨어져 정면으로 여포를 상대하게 된 장비.

여포는 방천화극에 힘을 주며 그리 말하고는 다시 맹렬히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사선으로 잇는 공격을 힘겹게 막아내면 창대를 돌려 후려치는. 그걸 막아내면 다시 내지르는 공격.

그것 전부를 막아내고 쳐내면서 장비는 버텼다.

모두를 한눈에 지켜보던 조조가 다시 검을 쥐었다. 의천검. 하늘에 의지한다는 의미를 내포한 그 검을 무심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조조가 다시 몸을 일으켰을 때.

“언니야.”

여포의 발길에 맞고 날아갔던 조홍이 몸을 일으켜 조조에게 달려왔다. 배를 부여잡고, 입가에 약간의 피를 흘리면서도 조조를 향해 달린 그녀는 조조를 뒤로 밀어냈다.

“조홍?”

“언니는 도망쳐.”

저 멀리에서 미쳐 양 날개의 군이 막아내지 못한 여포의 기병들이 중앙을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게다가 당장 여포와 서영조차 막아내지 못하는 상황.

어떻게 보아도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어차피 이제 전세는 굳혀졌잖아? 언니가 여기에 있을 필요는 없어. 당장 물러나. 이건 후원자로서 하는 명령이야.”

“헛소리를.”

조조는 그리 말하며 몸을 일으켰다.

“이 군의 주인은 본인이다.”

장비도 혼자서는 여포를 감당할 수 없었다. 점점 밀리며 막아내기만 급급해하는 모습. 여포도 지쳐 보이기는 했지만 착실하게 장비의 방어를 하나하나 꺾어내고 있었다.

여기가 분수령이었다. 천하의 향방을 결정짓는 갈림길, 올바른 세상을 만들기 위한 교두보였다. 이렇게 물러설 것이라면 애당초 검을 쥐지도 않았을 조조에게 조홍의 말은 하등 받아들일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아, 진짜 더럽게 말 안 들어요.”

조홍은 자리에서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조조는 그 모습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조홍도 분명 성한 몸이 아닐 것인데, 그런데도 자신을 대신하여 여포를 막으러 가려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순간이었다.

“이야, 조맹덕이! 거기 있었냐?”

장비를 방천화극의 창대째로 후려쳐 저 멀리 날려버린 여포가 고개를 돌렸다. 두 시선이 정확히 맞물려 얽힌다.

“천하의 짐승이.”

조조가 이를 갈았다.

여포는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나쁜 년이라는 건 천하가 다 아는데 뭘.”

코웃음을 쳤다.

여포가 생각하기에 자신은 조조와 꽤 악연이 짙었다. 같은 동탁군 소속이었던 그때부터 아마 서로에게 미움을 품고 있었으리라. 적어도 그녀 본인은 조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방해하는 것은?

여포는 시선을 돌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재수 없던 애새끼는 뒤로 날렸다. 나머지도 발이 묶여 여기에 개입할 수 없는 상황. 결과적으로 방해되는 것은 조조 옆에서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저 여자뿐이었다.

그녀는 손아귀에 잡힌 방천화극을 내려다보았다.

아귀의 힘은 확실히 빠졌다. 확실히 선봉부터 시작해 쉴새 없이 화극을 휘두르며 진격, 그 뒤엔 제법 한가락 하는 것들과 계속 드잡이를 벌였기에 지쳤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렇지만.

“거기 딱 기다리고 있어라. 응?”

조조 하나 죽이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그걸 지켜보던 조홍이 조조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고는 제 머리에 쓴 황금투구를 벗어 그대로 조조의 머리에 씌운다. 그것에 조조가 미간을 찌푸릴 때.

“언니는 살아.”

조홍은 조조의 손목을 잡았다.

“이 천하에 내가 있어 봐야 무슨 소용이야? 그런데 언니는 다르잖아. 언니는 아직 할 일이 너무 많지 않아?”

그녀는 그리 말하며 조조를 밀어냈다.

조조는 그저 힘없이 조홍에게 밀려났다. 입가에 피를 흘리면서도 미소를 짓는 조홍의 모습이 너무 애절해서. 그렇지만 그 말에 생각하는 바가 있었기에.

조홍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 멀리에는 아직도 전투를 벌이는 이들이 보였다. 누구 하나 이곳으로 달려올 수 없는 상황. 결국에 저 여포를 막아서는 역할은 그녀의 역할이었다.

“주군을 모시렴.”

조조의 호위군으로 인근에 대기하고 있던 병력에 명령을 내렸다. 그들은 이내 조조의 양팔을 잡더니 뒤로 천천히 끌어내기 시작했다.

여포는 천천히 걸어왔다.

“눈물겹기는 한데. 그런다고 내가 저 내시네 계집 하나 못 잡을 거 같아?”

“해보겠니? 할 수 있다면.”

알고 있었다.

조홍은 자기 자신의 역량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당장 아무리 기진맥진한 여포라고 해도 그녀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 수 있다면 그것이 기적일 상황.

그때였다.

말발굽의 소리가 울린다.

이미 전장은 서로 맞물려 교전하는 상황에서 저리 호쾌하게 달리고 있는 기병대는 없었다. 그렇다면 이 기마의 소리는, 저 뒤편에서 들려오는 함성은 대체.

여포의 시선이 저편으로 향했다. 조조와 조홍 역시 시선을 뒤로 돌리니, 그곳에는 소수의 기병 무리가 노도의 기세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렇게 달려오는 이들은 정확히 동탁군의 측면으로.

진소연의 군기를 등에 멘 이들이 말에 박차를 가하며 한달음에 달려오더니 그 기세 그대로 동탁군의 측면을 습격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사이에 한 명이.

“어이쿠.”

말에서 뛰어내려 정확히 조조의 옆에 안착했다.

“조조 님? 몸이 영 성치 않아 보이십니다?”

“그대가 어찌.”

그 붉은 눈에 씩 웃고 있는 남자의 형상이 그려졌다. 한 손에는 검을, 다른 손에는 창을 쥐고는 호쾌하게 웃는 남자.

어떻게 이 남자를 잊을까.

“호세.”

“부상자는 빠져 있으쇼.”

그리 말하며 그는 제 창을 여포에게 겨누며 빙긋 웃는다. 입가는 분명 웃고 있지만, 그 눈에는 분명 흉흉한 기색이 드리우니.

“덤벼, 새꺄.”

이에 여포가 씩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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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은 이미 뒤엉켜 고착된 상황. 지금이라면 기동력을 살린 기병이 날뛰기 최적의 상황이었다. 아군 역시 그 사실을 인지한 것인지 그 속도에 박차를 더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달리고 달렸을까.

저 멀리에 여포와 조조가 보였다.

“너희는 이대로 나아가라! 눈에 보이는 동탁군이란 것들은 전부 도륙해라. 최대한 멀리, 그리고 빠르게 달려라!!”

그리 말하며 고삐를 쥐었다.

그러나 이 말은 멈출 줄을 몰랐다. 아마 주변에 달리는 말들에 동화된 것일까. 고삐를 몇 번인가 당기는데도 말은 계속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이래서 군마는 좋은 걸 타야 하는데.

혀를 차고는 그냥 뛰어내렸다.

저 앞에는 벌써 여포가 방천화극을 들고는 제법 흥미롭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걸 가로막은 조조 쪽 사람도, 병사들의 손에 뒤에 이끌려가던 조조 역시 내 모습에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조조 님? 몸이 영 성치 않아 보이십니다?”

창을 쥐었다.

여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며 그저 웃고 있었다.

“그대가 어찌.”

오히려 내 등장에는 조조가 더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기껏 도와주겠다고 왔더니 그러는 것이 어이가 없어 웃음이 절로 터져 나왔다.

“호세.”

“부상자는 빠져 있으쇼.”

앞으로의 전투에 부상자는 발목을 잡을 따름이었다. 여포와 겨루는데 누군가를 지켜야 한다는 전제조건까지 깔린다면 도무지 수지가 맞지 않는다.

“덤벼, 새꺄.”

그리 말하며 창을 잡고 여포를 향해 세게 던졌다. 제법 힘을 주어 던졌지만, 역시 여포는 대수롭지 않게 그것을 쳐냈다.

그렇지만 전과는 달랐다.

확실히 여포의 몸이 살짝 떨리는 것을 보았다. 지금까지 전장을 지켜보면서 여포가 얼마나 오래 전투를 치렀는가를 또렷이 확인했다. 실제로 전에 보았던 것과는 달리 다소 역동적인 움직임은 없어졌다.

이거라면.

“그렇게 쥐어 터지고도 정신을 못 차렸어?”

그녀는 그리 말하며 한 발짝 다가왔다.

“헛소리. 원래 전장에선 전부 미친놈이지.”

이쪽에서도 한 발짝. 천천히 여포와 내 거리가 좁혀졌다. 할 말은 많았다. 저 천하무쌍에게 토해내고 싶은 감정도, 분노도.

그러나 그건 말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

검을 쥐었다. 묵직한 감각을 느꼈다. 여포도 방천화극 휘두르며 자세를 잡았다. 호흡이 거칠어진 것이 보였다. 저 천하무쌍도 지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다리에 힘을 주었다.

언제든 튀어 나갈 수 있게, 그러면서도 여포의 움직임에 촉을 곤두세웠다. 그렇게 찰나의 시간을 침묵으로 보냈다. 누구 하나 입을 열지 않을 때.

발가락에 힘을 주었다.

“여포오오오오오!!”

그녀의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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