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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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것이 온전히 사실인지는 차치하더라도, 적어도 그리 말해주었던 사람은 그녀가 유일했으니까.
명문가의 자제나 명사에게는 천하의 이목이 쏠린다. 그에 비해 백성의 삶은? 그들이 몇이나 죽건 그냥 그런 일이 있어나 보다 하고 지나가는 것이 세간의 시선이었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기에 아가씨를 따르는 것이었다. 명예나 명성, 그런 것은 내겐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 뒤에 이어진 말.
난세가 비약적으로 빠르게 끝나리라는 부분.
그것만큼은 확실히 매력적이었다. 지금까지 십상시가 정권을 잡은 이후로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고통받았던가. 황건적이 왜 들고일어났으며, 어째서 풍년임에도 굶어 죽는 이들이 허다했을까.
그 모든 것이 끝난다면.
“……아으, 나는 모르겠다.”
“아저씨는 생각을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게 단점이에요. 그 밖에도 조금 단점이 많긴 한데, 어떻게. 하나하나 읊어드릴까요?”
흰소리는.
한 번 피식 웃고는 저 멀리에 보이기 시작한 육지를 바라보았다. 저기가 하남. 이제 남쪽으로 움직이면 바로 낙양까지 닿을 수 있는 위치였다.
살아생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낙양.
듣자 하니 벌써 낙양은 지옥도가 펼쳐졌다고 사람들이 입을 모아 떠들었다. 그런 소리를 들으면 아가씨의 신병을 걱정하게 되는 것이 당연했다.
인간이 만든 인세의 지옥도.
거기에서 아가씨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무엇을 보고 느끼며, 결과적으로 어떤 결론을 낼까. 그것이 조금 신경 쓰였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정확히는 꼽을 수 없지만, 그래도 구태여 꼽자면 아마 흑산적과의 전투 이후로 그녀는 조금 사람이 바뀌었다. 그전까지 가지고 있던 겁이라는 걸 점점 잊어가는 느낌이었다.
물론 그건 군을 이끄는 사람으로서는 나은 면도 있었다. 과거 흑산적과의 전투도 피하고자 했던 것에 비하면 확실히 군의 수장으로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진소연이라는 인간은.
사람의 죽음에 겁먹으며 다툼을 두려워했던 그녀. 처음 내가 만났던 그녀는 분명 사람의 죽음을 두려워하던 사람이었다. 전쟁을 두려워했고, 검을 쥐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랬던 그녀가 점점 무감각해져 간다. 그것이 과연 좋은 일일까. 전투와 전쟁에 점점 무감각해지는 그것이.
처음 만났던 당시의 그녀에게도 좋은 일일까.
“무슨 생각을 하기에 그리 표정이 심각해요?”
사마의가 몸을 기대면서 고개를 까딱 들고는 시선을 맞췄다. 그 보라색 눈동자가 오롯이 내 얼굴만을 비추고 있었다.
“너는 말이다….”
입을 열려다가도 이 어린 소녀에게 이런 말을 해도 될까 싶어 입을 다물었다. 문제는 없는 것을, 단지 내 걱정에 의한 한탄에 불과한 일이었으니까.
분명 군을 이끄는 이는 겁을 가지고 있어야만 했다. 그렇지만 너무 겁만을 먹어서는 움직일 수 없으니, 그 균형이 분명 중요한 것.
단지 인간 진소연만을 생각해서 걱정하던 내가 잘못된 것이었다. 분명 옳은 길로 가고 있으리라. 그렇게 믿어야만 했다.
그러지 않으면….
“뭔데 말을 하다가 말아요?”
“됐다. 곧 육지니까 몸이나 풀어.”
앞으로는 말을 타고 한참을 달려야만 했다. 미리 몸을 풀어두지 않으면 몸이 굳어 사지가 저릿할 터.
소녀의 머리를 작게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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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군을 이끌고 출정을 강행했다.
손견이 한 차례 만류하긴 했지만 그것뿐. 그도 동탁을 잡으려면 지금이 최고의 적기라는 것은 분명 이해하고 있었기에 강한 어투로 말리지 못했다.
그런 조조를 따르는 것이 진소연과 유비.
그들은 일시적으로 조조를 사령관으로 두고 각각 좌익과 우익을 맡으며 진군을 감행했다. 그것은 조조에게도 의문인 것이, 분명 앞으로는 고전을 겪을 것인데도 그들은 당연하게 조조를 따르겠다고 했다.
이들은 왜 따라오겠다고 했을까.
조조에게 그것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일이었지만, 어찌 되었건 따라와 준다면야 그녀에게는 고마울 따름.
안 그래도 손 하나라도 더 필요한 시기였다.
“동탁의 군은?”
그녀는 고개를 돌려 옆에서 말을 이끌고 있을 조인에게 말을 건네었다. 이에 조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조조를 바라본다.
“이대로 가면 흠, 형양 인근에서는 잡을 수 있겠습니다. 아무래도 그놈들이 백성을 이끌고 낙양에서 돈 될만한 건 거의 다 챙겨서 움직이니 다소 더딜 수밖에 없죠.”
“그러한가.”
형양 인근이라면 분명 가도가 다소 협소한 지역. 그녀가 기억하기에 그 인근은 제법 수풀도 빽빽하여 군을 매복시키기에 적절한 곳이었다.
그렇다면 대비도 필요할 터.
“하후돈! 그대는 후방으로 가, 만일에 대비해 군을 경계시키라. 뒤에서의 기습에 대비하여 여차할 때 움직이는 것을 주저하지 말도록.”
“그건 알겠다만, 네 호위는?”
하후돈은 그간 그녀의 경호도 같이 담당했었다. 그런 그가 후방으로 빠지면 그녀는 누가 지키는가 하여 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조홍이 남는다.”
“엑? 그 철부지 갑부가?”
그가 생각하는 조홍은 돈 많은 철부지였다.
물론 조조가 군을 모음에 있어 제 자산을 풀며 혁혁한 공을 세우긴 했다. 본인의 무력 역시 그렇게 모자라는 것은 아니었지만, 안타깝게도 조홍은 군을 이끈 경력이 없었다.
“아니, 차라리 자효를….”
그가 거기까지 말했을 때.
“어머? 우리 원양, 날 그렇게 봤었어?”
군의 사이에서 조홍이 말을 몰고 직접 앞으로 나섰다. 이에 하후돈이 작게 인상을 쓰고 조인이 고개를 돌리니, 오로지 조조만이 그녀를 정면에서 마주 보았다.
“우리 주군아, 쟤들이 나 너무 뭐라고 하는데? 화나네. 너희가 타고 있는 말도 다 내 창고에서 나온 거라는 걸 잊었니?”
“자렴, 그만하도록. 그들은 너의 경력이 적다는 걸 근거로 저리 말하는 것이니, 그대가 실력으로 증명하면 그만이다.”
“물주님 취급이 너무하잖아.”
조홍은 그리 답하면서도 미소를 지었다.
제 금발을 길게 늘어뜨려 흩날리는 조홍.
조조가 더 성장하여 표정에 잦은 변화를 준다면 저런 모습일 것 같은 느낌의 여인. 그렇지만 전장에서 투구조차 쓰지 않았다는 것에 하후돈이 살짝 인상을 썼다.
“전쟁은 네 놀이터가 아니다, 자렴. 전장에 서면서 제대로 무장도 하지 않은 이에게 내가 뭘 기대해야 하나?”
“으응?”
그도 그렇다며 조홍이 씩 웃었다.
그러면서 말에 달아놓았던 보따리를 풀어 무언가를 꺼내니, 황금으로 꾸며진 휘황찬란한 투구를 제 머리에 꾹 눌러쓴다.
“됐니?”
“아니 뭔 투구를 저리….”
이쯤 되니 그도 어이가 없어 고개를 가로저었다.
황금투구라니 생각이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딱 죽기 십상인 무장이었다. 심지어 주군이라는 조조조차 그냥 일반적인 두건을 두르고 있을 뿐인데.
“왜? 내가 가진 걸 쓰겠다는데. 불만이라도?”
“불만은 많지만.”
솔직히 그가 어찌 조홍에게 불만이 없을까.
당장 그런 투구를 쓰면 죽기 딱 좋은 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어찌 무관이라는 이가 제 주군보다 더 화려한 것을 쓴다는 말인가.
천생이 무관이던 그에겐 이해하기 힘든 것이었지만, 조홍에게 있어서 하후돈의 말은 그저 허례허식에 사로잡힌 고집으로만 보였으니.
“그 불만은 네가 거지라 그런 거야.”
그러면서 깔깔거리며 웃는다.
하후돈이 보기에 그것은 전장에 나서는 이의 모습이 아니었다. 물론 본인을 거지라고 놀린 것도 다소 열이 받기야 하지만, 그 이전에 그녀는 너무 가벼웠다.
행동거지가 저리 가벼우니 어찌 사람이 믿고 따를까.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라지만, 정말 이런 부분은 적응하려 해도 할 수가 없었다.
“자렴. 적당히 하도록.”
“네에.”
조조의 만류가 있고 나서야 조홍은 말하는 것을 멈추고 그저 웃는 낯을 유지하며 조조의 옆으로 말을 몰았다.
“원양은 예정대로 군의 후미를 지키도록. 자효, 그대는 이제부터 선봉으로 군을 이끌고 나아간다. 자렴은 본인을 지켜라.”
그녀의 말이 떨어지고 나서야 소란이 잠잠해지고 각자 위치로 돌아갔다. 조홍은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또 한 번 깔깔대며 웃기 시작했다.
“아이고, 우리 언니. 언제부터 이렇게 늠름해졌을까.”
조홍이 기억하는 조조는 무표정하지만, 그와 대비될 정도로 혈기에 차 갖가지 사고를 치고 다니던 여인이었다. 키는 작더라도 그 누구보다 야망과 욕심이 흘러넘치던 사람.
그런 사람이 이렇게 늠름하게 변했다.
문득 그녀는 어릴 적 조조와 하후 가의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놀던 일을 떠올렸다. 그때는 좋았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다들 변했을까.
물론 지금도 나쁘지는 않았다.
조홍은 이미 조조에게 인생의 전부를 걸 준비를 마쳤다. 투자라는 것은 본디 유망한 것을 누구보다 빠르게 선점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
조조가 가장 필요할 때 그녀를 후원하며 그것을 선점했다. 그런 사람이 이리 좋은 모습을 보이는 건 투자자의 관점에서는 무엇보다 기쁜 일이었으나.
“있잖아, 언니. 가끔 그런 생각도 한다?”
그냥 세상이 평화로웠더라면.
그러면 이 키 작은 제 언니도 평범하게 관직에 올라 가족을 가지고, 언젠가는 자녀도 얻으면서 그리 행복하게 살지 않았을까.
“무슨 생각을?”
“……아무것도 아니야.”
이미 모든 것은 늦었다.
조조는 이미 저 자신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 욕심쟁이 조조는 이제 없었다. 그녀는 군을 이끄는 군주로, 더 나아가 천하를 놓고 전쟁을 벌이는 제후로 성장했다.
“그냥, 오늘 날씨가 참 좋네.”
조홍은 그리 말하며 쓰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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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운은 제 옆에서 나란히 말을 모는 진소연을 바라보았다.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나아가는 그녀의 모습은 지금까지 보았던 아가씨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들었다.
그것이 조운에게는 다소 이질감으로 느껴졌다.
“아가씨. 슬슬 형양 인근으로 진입합니다.”
“이제 곧 시작되겠네.”
그간의 전장에선 전부 호세가 지휘를 맡았다.
그가 직접 군을 지휘하며 싸우러 나갔던 모양새에서, 이제는 진소연 본인이 직접 군을 이끄는 상황으로 바뀐 것.
그녀에게는 그것이 다소 어색했다.
항상 옆에서 흰소리나 늘어놓던 남자가 없다는 것. 제법 믿음직한 부하가 없다는 것은 이리도 허전하게 느껴지는 것이던가.
그녀는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돌렸다.
“방삼은 움직이고 있어?”
“예. 안 그래도 벌써 좌측으로 가서 병사들에게 방패를 들고 매복에 주의하도록 준비를 마쳤어요. 후방은 본대인 조조의 군이 경비할 것이고, 우익에선 유비 현령이 잘해주길 빌어야죠.”
매복은 필연적이었다.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이 지형은 군을 숨기기에 최적인 지점이었다. 역사에서도, 그리고 아마 지금도 매복은 당연히 버티고 있을 일.
이걸 이겨내고 물리쳐야만 비로소 동탁의 후미를 공략할 수 있었다. 매복이란 건 모르고 당하면 두려운 일이지만, 알고 당한다면 그만큼 방비하기 쉬운 것도 없었다.
“유비라면 알아서 잘해줄 거야. 그 여자, 그래 봬도 전장에는 이골이 난 사람이니까. 게다가 관우나 장비까지 있다면 문제는 없겠지.”
소연이 생각하기에 지금 제일 불안한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이 이끄는 좌익이었다.
그간 군을 이끌던 사령관이 바뀌고 나서의 첫 전투. 과연 이들이 얼마나 본인의 명령에 따라줄지,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이들을 잘 다룰 수 있을지가 정해지는 전투였다.
호세는 이들을 제 수족처럼 다뤘었다.
통솔력에서는 자신과 비교할 수도 없는 것이, 정작 전투에선 누구보다도 원숙하게 군을 다루는 모습을 보였다. 소연은 본인이 그걸 완벽히 똑같이 따라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는 이 자리에 없었다.
“조운. 네가 많이 도와줘야 할 거야.”
“물론이죠.”
조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자신의 주군인 이 아가씨는 아직 경험이 부족했다. 그간은 오라비가 제대로 해주었으니 큰 문제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누군가가 그걸 보태어 줄 필요가 있었다.
훈련한 느낌으로만 평가하면 소연은 확실히 재능이 있었다. 적어도 조운은 그녀의 지휘에 허점을 발견하지는 못했었다.
이제 곧 형양의 가도로 진입한다.
“조금, 불안하네요.”
매복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아간다는 것은 호랑이 아가리에 머리를 넣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불안감을 지우기에는 조운도 지휘관으로서의 경력이 아직 미천했다.
“여기서 이기면 오라비가 제법 분해하겠죠?”
“그러겠지. 자기를 빼놓고도 잘 나간다면서 분에 겨워서 씩씩거리지 않을까? 그 버림받은 강아지 같은 눈으로 말이야.”
그녀들은 그리 말하며 긴장을 풀었다.
그런다고 풀릴 긴장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런 잡담을 계속 나누며 나아갔다. 조조와 유비, 진소연이 이끄는 군은 그렇게 형양의 가도에 들어섰다.
동탁과의 결전은 코앞까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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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유 셋은 슬슬 형양에서의 전투를.
이 파트만 끝나면 반동탁 연합은 끝입니다!!!!!!
길었드아아아아아아아!!
19금 씬은 반동탁 연합 이후 나올 것 같습니다. 충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