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62화 (62/343)

62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형양전투 조조가 낙양에 도착하고 이틀이 지났다. 연합군도 앞다투어 사수관을 넘었다는 전령이 오긴 했지만, 그 규모가 규모인지라 아직 낙양에 도착하는 이들이 없는 상황.

그런 와중에 드디어 원소에게 보냈던 전령이 돌아왔다.

“…하, 하하…, 크흐흐흐!!”

“뭐라 쓰여있기에 그래?”

하후돈은 살면서 조조가 저리 웃는 것을 본 적이 드물었다. 기껏해야 어릴 적에나 간간이 보았을까. 제법 진심으로 웃는 모양새에 하후돈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 발짝 다가갔을 때였다.

“이 한이 드디어 망하려는 모양이다, 원양!!”

그녀는 죽간을 집어 던지며 이를 갈았다.

거기서 즐거워서 웃는 것이 아니라 열이 너무 받아서,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는 걸 깨달았지만 이미 그녀의 근처까지 걸어왔기에 너무 늦었다.

시선을 돌리는 하후돈.

그 시선을 피하는 조인.

그렇게 시선으로 실랑이를 하는 사이에 조조는 성큼성큼 다가와 하후돈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하후돈보다 키가 작아서 팔을 조금 드는 형태였지만, 그 누구도 그것을 개의치 않았다.

“하후돈!! 원소가, 그 본초가 본인보고 경거망동하지 말라는군!! 그 빌어먹을 샌님이! 이 조조보고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고…, 이 사달을 낸 장본인이 말이야!”

그것이 조조에게는 너무나도 우스웠다.

우습다? 사실 그건 틀린 말이었다.

그녀 본인은 그것을 우습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 속에 품은 감정은 다름 아닌 분노. 십상시를 토벌하겠다며 궁내 모든 환관을 베어버리더니 그걸로도 모자라 변방의 군벌을 불러들여 결국 일을 키운 것은 원소였다.

누구보다 이 사태에 책임이 막중한 이가 어물쩍 책임은 비켜나가는가 싶더니, 이제는 마지막일지도 모를 황실의 구제에 반대를 던진다.

“원소, 아. 그래. 원소. 그놈이 문제였다.”

조조는 그간 줄곧 생각했다.

이 천하를 갉아먹는 기생충에 대해서. 분명 천하는 한 번, 그 이상 완성되었었다. 올바른 형태를 갖추고 내전 없는 평화로운 치세를 누린 적이 있었다.

그것은 얼마나 갔는가?

우스웠다. 그녀가 느끼기에 이 천하는 언제나 완성되었을 즘에는 또 권력에 눈이 먼 누군가의 손에 의해 안쪽에서부터 갉아 먹혀, 언젠가는 다시 망가지기 시작했다.

“내 깨달음이 너무 늦었다. 그간 그 기생충을 바깥에서 찾고 있었으니 깨닫지 못했지. 설마 오랜 지우 역시 그 기생충이 되어있으리라고 누가 생각했을까?”

“조조, 진정해라.”

하후돈이 생각하기에 그녀의 발언은 너무 앞서나간 것이었다. 당장 원소도 보급에 차질을 빚어 움직이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설령 그것이 아니더라도 조조는 현재 간접적으로는 원소 휘하의 장수였다. 그녀에게 분무장군이라는 잡호장군의 패를 내린 것이 원소였으니, 가령 이게 바깥으로 새어 나간다면 결코 좋은 일은 없을 터.

“본인이 틀린 말을 했는가? 이 조조가!!”

“진정해라!! 지금 너무 흥분했어! 너도 원소의 행동에 나름 이해하는 구석이 있었으니까 같이 행동한 것이 아니냐!”

결국은 하후돈도 소리를 높였다.

그것이 반대로 조조를 다소 냉정하게 만들었다. 확실히 그녀가 생각하기에 지금 당장 원소와 척을 진다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물론 원소가 십상시의 난 당시 군벌까지 불러들이며 황궁을 제압하려던 것. 그것에 대해서는 확실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모든 건 저 동탁을 찢어 죽이고 난 뒤에 해도 늦지 않았다.

문제는 그걸 원소 본인이 막고 있다는 것.

“경거망동이라. 언제부터 천하를 바르게 잡고자 하던 일이, 폐하를 구하고자 하였던 일이 경거망동이 되었는가. 하후돈, 조인. 너희는 알고 있는가?”

“그거 뭐라고 쓰였는지 보기라도 하자.”

하후돈이 허리를 숙여 조조가 내던진 죽간을 쥐었다.

내용은 별것 아니었다.

동탁이 퇴각한다고 하더라도 방비를 마치지 않았을 리가 없으니, 내 소중한 친우가 불귀의 객이 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 병력이 모이거든 다시 토론하고, 지금은 경거망동을 자중하고 휴식을 취하라.

얼추 이런 내용이었다.

물론 원소도 다소 마지막엔 다소 거칠게 말한 부분이 있다고는 하지만, 원색적으로 조조를 힐난하고 강제한 것은 아니었다.

“아니, 맹덕아. 별거 아닌 걸 가지고 뭘 그러냐?”

“별거 아니나, 적어도 본초가 쓸 말은 아니었다.”

조조는 고개를 살짝 돌려 하후돈의 시선을 피했다. 조조는 지고 싶지 않을 때는 항상 저리 고개를 살짝 비켜 시선을 피했다.

“어휴. 아무튼, 맹주께서는 멈추라고 명했다는 건데. 하이고, 결국 동탁을 이렇게 눈앞에서 놔줘야 하나?”

“…무슨 말인가? 당연히 추격한다.”

그녀는 정말 이상한 것을 보는 표정으로 하후돈을 보며 그리 일축했다. 맹주가 별거인가, 기껏해야 청류파의 지지를 받아 얻은 자리인 것을.

제아무리 청류파의 문인들이 대단하다고는 해도 어차피 환관과 어울리기 싫어 낙방했거나 귀향한 이들. 그 경력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당장 실권은 없는 이들의 지지를 받은 것에 불과했다.

“…진심이야?”

“진심이다.”

하후돈은 당연하게 말하는 그녀의 표정에 혀를 내둘렀다. 아무리 원소와 어릴 적부터 친구였다고는 해도 지금은 현 반동탁 연합군의 맹주였다.

적어도 이렇게 대놓고 그의 권위를 무시했다가는 좋은 꼴을 보기는 힘들었다. 그가 아는 원소는 제 권위를 뭉개는 이를 용서하는 법이 없는데, 물론 조조라면 조금 다르게 대하기야 하겠지만.

“명분이 없잖아. 이러면 진소연이나 유비가 따라오겠나? 나였어도 괜한 사지로 안 들어가고 버티고 말겠구만.”

“맞습니다, 누님.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죠.”

하후돈의 말을 이어 조인도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이것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그의 의견에 동의하는 조인마저 그리 나오니 그녀가 머리를 부여잡았다.

“이 멍청한 것들. 지금 잡지 않으면 천하의 수복은 물거품이다. 어찌 그걸 모르는가. 본인이라고 이 소규모 군으로 동탁을 잡을 생각은 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버틴다.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질질 끌려가면서라도 버텨야만 했다. 그렇게 서쪽으로 향하는 동탁의 발을 최대한 잡을 수만 있다면, 그 뒤에 연합군이 서쪽을 향해 진군해주기만 한다면.

“아군은 어디까지나 시간 벌이다.”

“그 시간 벌이가 목숨을 걸고 하는 거 아니냐고.”

“일국의 명운이 걸린 전투에 목숨만 걸리는 것이면 싸게 먹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이 조조가 그리 쉬이 죽을까.”

단호한 그녀의 말에 하후돈이 한숨을 내쉬었다.

인간의 목숨은 생각보다 무르고 연하다는 것. 그것을 조조도 잘 알고 있을 것이, 어째서 이리도 무모하게 구는가. 적어도 그는 결코 조조가 죽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정말이지. 시간만 번다는 거, 진심이지?”

“물론이다. 본인은 그렇게 막무가내이지 않다.”

그런 여자가 한 최고 권력가의 외척을 두들겨 패 죽여버리나? 세상 그 누구를 잡고 물어봐도 그 당시의 조조에게 막무가내라고 하지 않을 사람이 없었다.

“조인. 진소연 장군과 유비 현령에게 전문을. 최대한 참전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잘 말해보도록.”

“누님, 그것은 좋으나….”

조인이 살짝 말끝을 흐렸다.

“괜찮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아.”

그녀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설령 누군가가 자신에게 그리 말했더라면 그녀 본인도 고개를 갸웃거렸을 일. 그들이 더 나아가지 않겠다고 해서 그걸 탓할 이유는 없었다.

안 된다면 혼자서라도.

그녀가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며 손짓으로 조인을 보내려고 했을 무렵, 바깥을 경비하고 있던 병사 하나가 천막을 걷고 막사로 들어왔다.

“장군! 지금 진소연 장군과 유비 현령께서 찾아왔습니다. 장군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하시는데 어찌할까요.”

“들여라.”

조조는 바보였다.

적어도 그녀 본인은 자신을 그리 평가했다. 다 무너져가는 제국을 다시 살려보겠다고 발버둥을 치는 멍청이. 무너져가는 제국을 다시 바로잡겠다고 이를 가는 얼간이.

그렇지만 그런 얼간이가 더 있다면.

그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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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내에서 낙양으로 움직이는 일은 꽤 고역이었다.

아무래도 아군에 군선이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선박을 발주해야만 했는데, 그만한 돈이 어디 쉬이 나올까. 결국에는 치중에 있던 식량으로 그걸 대체해야만 했다.

게다가 억지란 억지는 다 쓰며 따라온 꼬마가 하나. 지금도 저 뱃머리에 걸쳐서는 연신 구역질만 하는 저 소녀도 나름 신경이 쓰였다.

“…으으, 인간은 땅을 밟는 생물이었어요.”

“그러게 따라오지 말랬지.”

그리 말하며 소녀의 곁에 다가가 등을 쓸어주었다. 따스한 체온이 느껴졌지만, 그 이전에 너무 가냘프다 느껴지는 몸.

“배는 처음이라고, 우, 우으읍!!”

“하이고 내 팔자야.”

하다 하다 이젠 꼬마 병시중까지 드는구나.

낙양까지는 아직 거리가 있었다. 아무리 기병으로만 꾸렸다고 해도 치중을 신경 쓰며 움직이려니 아무래도 시간이 걸리는 것이 사실. 지금쯤이면 아가씨도 벌써 낙양에 도착했겠지.

“우우욱!!”

“그냥 토하라니까.”

미련하게 계속 꾹 삼키니까 더 심해지지.

지금도 소녀는 계속 헛구역질을 하면서도 입을 틀어막고 어떻게든 버티고 있었다. 차라리 그냥 전부 토해내는 것이 낫다고 해도 끝까지 고집을 부린다.

“가, 가녀린 소녀는 토 같은 건….”

아니, 이미 헛구역질을 그리 반복하는 시점에서 밑천은 다 드러났다고 생각하는데. 지금도 안색이 창백해져서는 입가에 침을 흘리는 꼬락서니를 봐라.

“후, 후우…. 이제 좀 낫네요.”

“낫기는, 염병한다.”

하여간 고집은 사람을 망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었다. 그러기에 그냥 사마 가문에 얌전히 남아있으라니까 그걸 싫다고 고집을 부리니까 이렇게 되지.

“앞으로 조금만 있으면 육지니까 조금만 참아라.”

곧 하남 방면으로 내릴 수 있었다.

하남으로만 내린다면 낙양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물론 그곳이 동탁의 세력권이라면 다소 난감할 수도 있었으나, 사마의는 결코 그럴 리가 없다고 고집했던 것.

“내, 내리면 최대한 빨리 달려야 해요.”

말을 살짝 더듬으며, 안색도 여전히 창백한 가운데 소녀는 제 의견을 고집했다. 물론 우리가 움직인 이유를 생각하면 그게 옳기야 하겠다마는.

“뱃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이미 낙양은 잿더미가 되었다고 하던데, 그러면 그 뒤를 추격할 군이 몇이나 되겠어요. 기껏해야 손견, 조조. 그리고 당신의 아가씨 정도가 아닌가요?”

“설마. 아가씨는 그런 무리한 짓은 안 해.”

그녀는 기본적으로 가끔 무모한 짓을 하기도 했지만, 그건 전부 합당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었다. 적어도 그런 사지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가는 짓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무모하지만 해야 해요. 아마 당신의 아가씨가 정말 천하에 이름을 새기고자 한다면 지금 움직이지 않을 리가 없어요.”

“이름을?”

이름을 새긴다는 말은 명성을 떨친다는 말로 받아들여도 좋을까. 사마의는 비틀거리는 몸 상태와는 반대로 단호한 표정으로 그리 말했다.

“만약 여기서 동탁을 잡을 수만 있다면. 그건 무리겠지만, 적어도 발을 잡아 연합군의 합류를 기대할 수만 있다면 난세의 종식이 비약적으로 빨라져요.”

“동탁만 잡힌다면 어떻게든 그렇게 되겠지.”

물론 내부에서 진통이야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사방에서 군이 궐기하고 전쟁을 펼치는 상황은 줄어들 터였다.

“게다가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동탁을 끝까지 추격했다는 명예가 남아요. 명문가가 얼마나 명예에 중시하는지, 아저씨는 모르죠?”

“명예가 뭐라고.”

그런 건 사람을 배부르게 하지 않는다. 그건 밥이 아닐뿐더러 돈조차도 아닌 것. 그저 가지고 있어 봐야 제 품격을 올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내 지론.

그렇지만 그건 내 개인의 입장일 뿐이었다.

“명예를 얻을 수만 있다면, 당신의 주군은 정식으로 제후처럼 움직일 수 있겠죠. 그게 아니더라도 누가 그런 이를 홀대할까요.”

사마의는 그리 말하며 내게 몸을 기대었다.

물론 난 이 소녀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았다. 물론 아가씨도 일군의 태수로, 더 나아가 군주처럼 움직일 수 있다면 그야 좋겠지만, 그런 것만을 보고 아가씨를 따르는 게 아니었다.

명성이 없더라도 난 아가씨를 따르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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