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58화 (58/343)

58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백파적 사수관을 함락했다.

너무나도 쉬웠다. 당장 공략전에 나섰던 이들 모두를 당황케 할 정도로 너무나도 간단한 전투. 애당초 성벽 위를 지키던 병력이 거의 전부에 가깝다고 평할 정도.

이미 동탁군은 예전에 사수관을 버렸다는 방증이었다.

“결국은 선택했는가.”

조조는 제 손톱을 살짝 물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사수관이 이리 쉬이 함락될 리가 없었다. 이 뒤는 낙양인데 낙양 자체는 기본적으로 방위하기엔 영 적합하지 않은 성이었다.

물론 그것이 견고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성 외곽에도 수많은 거주공간과 상업 구역이 있는 곳이 낙양이었다. 성만 지키면 끝나는 것이 아닌, 성벽 밖에서도 존재하는 수많은 구역 자체를 전부 합친 것이 바로 낙양이었다.

낙양에서의 공성전은 말 그대로 그 바깥에 존재하는 모든 시설물을 포기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비로소 마음을 굳힐 수 있는 것.

그것 전부를 포기하면서까지 지킬 가치가 있던가.

“맹덕. 정말 그 돼지가 낙양을?”

“포기했겠지. 연합군은 시간을 너무 지체했다. 본초에게 보낸 파발은 돌아왔는가?”

“아직.”

그녀의 입에서 짙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시급을 요구하는 작전이었다. 이대로 동탁이 함곡관과 동관을 거쳐 경조윤 장안현으로 들어간다면 그 공략은 한층 고단해질 것이 뻔했다.

낙양이라면 아직 괜찮았다. 연합군에 치중도 들이기 쉬웠고, 무엇보다 낙양 자체에서도 동탁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컸으니까. 하지만 장안현은 어떠한가.

거기서부터는 사실상 동탁의 영역.

이대로라면 한의 수복은 더욱 멀어진다.

“원소를 기다릴 시간이 없다. 무성장군과 고당현령에게 진군하자는 의견을 제안을. 최대한 빠르게 낙양으로 달릴 필요가 있다.”

이에 하후돈이 조금 난감한 기색을 비쳤다.

“그들이 따라올까? 자칫 잘못하면 본인들이 위험해질 우려가 있잖아. 게다가 강행군은 분명 저들에게도 부담일 건데.”

“거절한다면 본인 혼자라도 가겠다.”

단호하게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릴 적부터 그녀의 고집은 아무도 못 꺾었으니. 그걸 새삼 떠올린 하후돈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등을 돌렸다.

“내 최대한 따라오라 일러는 보겠다마는.”

기대는 하지 마라.

이 말을 꾹 삼킨 하후돈이 먼저 막사를 떠났다.

조조도 알고는 있었다. 자칫 잘못하여 동탁군과 마주한다면 지금의 병력으로는, 설령 그들과 뭉친 군세라고 하더라도 고전을 피할 수는 없는 노릇. 그들이 따라오지 않을 경우도 분명 존재했다.

그렇다면 본인 혼자로도 나설 뿐.

그간 조조는 매사에 목숨을 걸었다. 십상시를 건드렸을 적에도, 동탁을 암살하려 했을 적에도, 그리고 지금도.

“본인은 지금까지 죽지 않았다.”

그 사실을 재차 입으로 재확인했다. 그녀에게 있어 지금까지 목숨을 걸고 행했음에도 모두 실패했던 것들, 그렇지만 그녀가 아직도 살아있다는 현실까지.

그렇다면 이번 한 번은 성공하는 것이 옳았다.

적어도 그녀가 보기에는 그랬다. 지금까지 죽지 않았다는 것은 언젠가는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의미가 아닌가. 그렇지 않고서는 하늘께서 이 연약한 목숨을 거두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마지막이었다.

마지막 목숨을 불태우는 전투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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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령을 보낸 진소연은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은 이렇게 되었다. 손견도 승승장구하면서 낙양을 향해 진격하고 있었다. 연합군이 늑장을 부린다지만, 그런데도 착실하게 낙양으로의 진군이 진행되고 있었으니.

“조운. 네가 보기에는 어떠니?”

이에 조운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힘들 거 같아요. 사수관 자체를 이리 무방비하게 버려둔 의미도 모르겠고, 혹여나 함정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어요.”

“함정은 아닐 거야. 우리의 군세를 다 합쳐도 만을 넘기질 못하는데, 그런 군을 잡아먹겠다고 사수관을 포기할 이유가 없어. 중요한 건 우리가 조조의 강행군에 맞출 여력이 있느냐는 거지.”

결국에는 역사대로 흘러갔다.

애당초 그녀가 끼었다고는 해도 제대로 움직이지도, 그렇다고 천하의 판도를 바꿀만한 거대 세력도 아니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노릇.

지금 여기서는 따라가는 것이 맞았다.

그렇지만 그 뒤로는? 조조는 아마 형양까지 거침없이 진군할 것이었고, 거기에서 쓰라린 대패를 경험할 것이 뻔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

예정대로 움직이려면 거기까지 동행하는 것이 맞았다.

거기서 만약 조조가 죽는 사태를 방지하는 것, 그리고 조조에게 신임을 얻는 것. 무엇 하나 빼놓을 것이 없는 중요한 전투였으니 반드시 참전하는 것이 옳았다.

그렇지만 그 전투는 명백한 패전.

낀다면 아군 역시도 전멸을 면하지 못할 것이니.

“……조조에게 전해. 참전하겠다고.”

형양의 건은 결국 정하지 못한 채, 그녀는 단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지금은 일단 낙양까지 따라가는 것이 옳다는 판단만을 내리고는 그 뒤를 정하지 못한 채로.

예전의 그녀라면 분명 형양전투에 참전했다.

이런 전투를 놓칠 이유가 없었다. 병력을 잃더라도 그보다 더한 것을 가질 기회. 그런데도 그녀는 점점 주저하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인가 이 세상을 현실이라 받아들이고 점점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선택에 주저가, 아군의 피해에는 망설임이 생겼다.

이건 과연 좋은 것일까.

소연에게 그건 끝없는 의문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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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마가 달린다. 삼백에서 사백 사이의 소규모 군이 백파적과 대치하는 사이, 호세라는 남자가 이끄는 기마가 그대로 적의 측면을 두드린다.

그 모든 광경을 사마의는 언덕 위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지식으로 알고 있던 것이 현실에서 어떻게 이뤄지는지, 실제로 인간이 죽어 나간다는 전투는 과연 무엇인지. 인간미를 물씬 풍기던 남자는 전쟁에서 어떤 모습으로 변하는지.

결국에 전쟁은 무엇이고, 저 남자가 그리도 자신했던 이유는 무엇인지. 소녀는 그 모든 것을 지켜보고자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이게 전쟁인가요?”

아무도 없음에도 사마의는 질문을 던졌다.

누군가가 들을 것도 아니었다. 정작 들어야 했던 이는 저 전장을 휘젓고 있을 따름이지만, 그런데도 소녀는 아련한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백파적의 측면을 그대로 들이받은 기병대는 한 번의 멈춤도 없이 그대로 적을 무참하게 짓밟았다. 그 비명과 함성이 거리가 제법 있던 소녀의 귓가에도 들렸다.

멀어서 구분하긴 힘들었지만, 분명 저 중심에는 그 남자가 있으리라.

평소에는 가볍기 그지없는 분위기지만, 종종 진중한 태도를 보인 남자. 솔직한 말로 사마의는 그의 전공이 어느 정도는 부풀려져 있으리라 생각했다.

저런 남자가 여포를? 병주에서도 이름을 날린 신흥강호?

우습다고 생각했다. 이 남자는 인간적으로는 호감이 갔다. 동네에 아는 오빠 같은 느낌이라, 그 부드러우면서도 가벼운 분위기가. 자신과는 너무나도 다른 사람이라고 느꼈다.

지금에야 깨달았다.

기마가 달리면서도 선두에서 막힘이 없으니, 그대로 백파적 무리를 관통할 기세로 달린다. 단 한 번의 머뭇거림도 없이 추진력을 그대로 살리면서 달리는 백여 기의 기마를 막아내지 못하는 모습.

그것이 평소 한량과 같던 그 남자의 진면모라면.

사방에서 비명이 들렸다.

거리가 멀어 흐릿하게 들리지만 그건 분명 죽어가는 사람들의 비명과 고함, 그리고 전투에 임하는 이들의 함성이었다.

그 남자는 어떤 심정으로 저 전장에서 싸우고 있을까.

전쟁이 두렵다던 남자가 과연 저 중심에서 제 적을 무참히 베어내면서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인간을 중시하며 신분의 고저와는 관계없이 생명은 소중하다고 말하던 남자는 대체 어떤 생각을.

사마의에겐 그것이 너무나도 궁금했다.

동시에 참으로 우스웠으며 제법 사랑스러웠다.

“당신은 어떤 마음으로 적을 베고 있을까요. 속으로 어떤 비명을 지르며 아군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어떤 죄책감을 품고 적을 짓밟을 것이며, 어떤 마음으로 군을 이끌고 있나요.”

인간의 본성은 숨길 수 없다.

그는 분명 사람이 죽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남자였다. 종종 전쟁이 없는 세상은 가능하겠느냐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도 있었다.

여포와의 전투를 언급할 때면 언제나 자신의 부하들이 많이 죽었다면서 애잔한 표정으로 슬픔을 삼켰다.

그런 남자가 전쟁을 나서, 저리도 많은 이들을 죽이고 있다. 선두에 서서 직접 저항하는 적을 짓밟으며 군을 호령하고 있었다.

“우스워요, 정말로 우스워.”

사마의는 사람이 죽어 나가는 전장을 배경으로 한참이나 웃었다. 어찌 아니 웃을까. 모순덩어리인 남자가 전장에서 저리 필사적으로 발악하고 있는데.

그것은 소녀에게 있어 어지간한 희극보다도 웃긴 것. 그런데도 자신과는 다른 점이 있어서 그 점이 썩 매력적이기도 했다.

여기서 사마의는 깨달았다.

저 남자가 그리 단시간에 신흥강호로 우뚝 설 수 있었던 이유. 제 수배가 넘는 군세를 상대로도 겁먹지 않고 달려드는 병사의 사기도.

모든 것은 전부 저 남자가 이끌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가문을 벗어날 이유였는데.”

그의 무예는 별거 아니었다. 물론 세간에서도 흔치 않은 비범한 맹장이기는 하나, 아직 제대로 전술을 읽을 줄 몰랐다. 제 무용 하나만을 믿고 가는 이는 사마의의 흥미를 끌기에는 모자랐으니.

소녀가 흥미를 품은 이유는 오롯이 저 남자의 인간성. 그리고 거기서 파생되는 모순과 개인의 매력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조금 이용해볼 생각이었던 것이. 그저 가문을 벗어날 때까지만 적당히 이용해볼 말이라고 느꼈던 것인데.

이제는 제법 진심으로 흥미롭다고 느꼈다.

사마의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 어린 소녀가 여전히 시체가 즐비하게 늘어선, 아직도 누군가가 죽어가며 외치는 비명을 배경으로 하여 그 어떠한 감정의 동요도 없이.

그저 조용히 키득거리며 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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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을 몰아라. 말의 고삐를 놓치지 마라. 멈추지 마라.

한 발짝이라도 멈춘다면 죽음이니, 내 목숨 하나라면 어찌할 수 있겠으나 따르는 이들의 죽음은 막을 수 없었다.

창을 내질러 달려드는 적 하나를 꿰었다.

확실히 기병의 진행은 순조로웠다. 몇인가는 결국 적의 창에 명을 달리했지만, 대다수 기병이 아직도 살아 적 진영을 마구잡이로 짓밟고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적의 군세는 형편이 없었으니.

이대로 적 진영을 관통한다면 전쟁은 끝난다.

한 번 체계가 흐트러진 군이라면 소수의 아군이더라도 능히 박살을 낼 수 있을 터. 지금 내가 할 일은 마지막까지 달리는 것뿐이었다.

왼쪽 어깨는 아직도 욱신거렸다.

고삐를 쥐는 것에 불과했지만, 그 힘이 들어가면서 느껴지는 고통이. 말이 달리면서 몸을 타고 흐르는 충격에 계속 지끈거리는 통증이 느껴졌다.

“물러서지 마라, 막아! 막으라고오오오!!”

저 멀리서 누군가가 계속 아군을 독려하며 검을 치켜들고 있었다. 그러면서 정작 저 자신은 나설 생각도 안 하는 꼬락서니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누군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겁먹은 군을 독려하려면 저 자신부터 앞장을 서 막아야 함이 옳다. 적어도 누군가의 목숨을 도구로 써 전장에 나선 인물이라면 자신의 목숨도 같이 걸어야 함이 옳았다.

그 남자는 이내 물러서던 병졸의 등을 베어버렸다.

제 아군을 죽이면서 휘두르는 칼에는 무슨 감정이 서려 있는가. 저 자신을 따라 사지에 나선 사람의 등을 벨 정도로 오기와 집념이 있다면.

“직접 나서서 내 창을 받아라!!”

살짝 말머리를 틀었다.

목표는 적장. 대장기까지 내걸었으니 분명 그가 이 군의 수장이겠지.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그게 아닌 다른 아니꼬운 이 감정의 해소를 위해서라도.

욱신거리는 왼쪽 어깨에 힘을 주었다.

아직 쓰러질 수는 없었다. 지금 이 국면만 넘는다면 승리는 확정적이었다. 명령조차 제대로 내릴 수 없는 군은 숫자가 얼마인들 오합지졸로 변한다.

그러니 이번 한 번만 무리하겠다.

“적장은 어서 나오지 못할까아아아!!”

폐에서부터 숨을 끌어내 소리쳤다.

이 전쟁을 끝낼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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