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백파적 당연하게 단언한 사마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근거는 있나?”
“물론 있죠.”
사마의는 그리 말하며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켰다.
“저마다 모여 식사를 하고 있음에도 그 숫자가 다른 것이 보이세요?”
“그렇긴 하다만.”
밥 정도야 따로 모여서 먹을 수도 있지. 그게 전쟁과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러는가 싶어 다소 의아한 면이 있었다.
“하여간. 생각을 좀 해보세요. 보통 군은 십인대로, 그걸 넓혀 백인대로. 이렇게 규율을 잡고 저마다 그걸 중심으로 행동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원칙이잖아요.”
실제로 우리 군도 그리 뭉쳐 생활하도록 하고 있으니 그 말이 맞기도 했다.
그게 군을 움직이기에 가장 편할뿐더러, 그들끼리는 어차피 같은 조에 묶여 전투를 치러야 하니 유대감을 형성하기에도 좋은 방법이었다.
“그러면 저기 모여서 식사하고 있는 인원은 몇 명으로 보여요?”
저마다 흩어져 식사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저마다 제각각 달라 구분하기는 힘들었지만, 어느 곳은 다섯 정도. 또 어떤 곳은 일곱.
시야로 식별이 가능한 쪽만 확인해도 제각각 다른 인원수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야 생각하지 않았지만, 사마의의 말을 듣고 생각하니 그건 다소 비정상적인 모습이었다.
“저리 따로 식사와 생활을 한다는 건 제대로 규율을 정하지 않은, 혹은 막 끌어모은 병력이지 않겠냐는 말이죠.”
“군의 규격화가 되어있지 않다는?”
그 질문에 사마의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면서 확신에 가까운 표정을 짓는데, 이유가 명확하여 납득할 수 있었다.
가장 기본적인 군의 배열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군이 강할 턱도 없으니, 이 어린 소녀가 그걸 가장 먼저 파악했다는 것은 놀랍지만 합리적인 판단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게다가 치중의 규모가 크지 않아요. 그건 군마를 운용하지는 않는다는 방증이니, 아마 후미까지 보지 않아도 기병이 없다는 것도 확실하겠네요.”
“규모라.”
생각해보면 가축, 특히 말을 먹이기 위한 여물은 제법 부피를 차지했다. 후미까지 확인할 수 있는 거리는 아니었지만, 치중이 모여있는 곳을 바라봐도 부피가 있는 것을 챙겼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이해할 수 있었다. 납득도 되었다.
“너…, 생각보다 머리가 잘 돌아가는구나.”
“도움이 될 거라고 했죠?”
솔직한 말로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요소였다. 기껏해야 적의 모습을 보고 얼추 가늠 잡으려 했던 내 의도가 다소 부끄러워지기까지 하는 순간이었다.
이 소녀가 말했던 것 모두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렇지만 그 당연한 것을 자연스럽게 눈치채고, 거기에서 더 나아가 확신을 가지며 답을 도출할 수 있는 것이 일류가 아닌가. 나는 사마의가 말하기 전까지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 작고 어린 소녀가.
단지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고 말하기 전까지는 그걸 눈치채지 못했다. 들어보면 이해할 수 있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대단하네. 정말로.”
“당연한 건데요, 뭐.”
사마의는 그저 어깨를 으쓱였지만 놀라지 않을까.
전략이라는 건 복잡하고 어려운 게 아니었다. 어디에 군을 배치하며 치중을 어떻게 유지하는가. 적을 알고 나를 아는 것부터 시작해서 전장을 어디로 정하는지까지.
전부 당연한 이야기였다.
그저 견실하게 당연한 것을 행하는 게 전략이었다. 그렇기에 모두가 당연한 것을 해낸다면 천재적인 책략이나 전략가 같은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겠지.
“당연한 걸 당연히 해내는 것이 천재다.”
“그러면 뭐, 저는 천재겠지요.”
다소 얄미울 정도로 태연했다. 당연하다는 듯이 저 자신을 치켜세우는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웠으니, 소녀는 정말 그것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아저씨도 나중에 제대로 공부만 한다면야 이런 것쯤은 파악할 수 있을 거예요. 재능이 극히 떨어지는 이들만 아니라면야, 누구라도 알 당연한 거니까.”
“아서라, 아서.”
정작 이런 것들을 기억한다고 해도 그걸 각각의 상황에 맞춰 대입할 자신이 없었다. 공식이 있다고 해도 상황이 다르면 얼마던지 다른 해석이 나오는 게 세간의 일이라는 것인데.
어쨌건 적이 생각보다는 약하다는 것만을 안 것으로 충분했다. 이거라면 우리끼리도 충분히 해볼 만한 여력이 있었다.
특히 적에게 기병 전력이 없다는 것은 고무적.
아군에게는 숫자야 부족하긴 하지만 백여 기의 기병이 준비되어 있으니, 내가 직접 그들을 이끈다면 충분히 도모할만한 전장이었다.
“가자.”
“네? 주변 지형을 파악하는 게 아니고요?”
주변 지형이라. 어차피 저들은 곧 진군하기 시작할 것인데, 이 근방의 지리를 파악해서 무엇에 쓰겠는가. 어차피 전장은 온현 인근의 평야가 될 터였다.
“필요 없다.”
왼쪽 어깨는 아직 욱신거렸다. 억지로 움직이고자 하면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으니 어떻게든 되겠다 싶긴 하지만.
그래도 되도록 자제하려 했던 것을.
조금씩 왼쪽 어깨를 움직였다. 뼈를 베인 것도 아니고 근육도 깊게 베이지 않았다. 거의 아물어가 욱신거리기만 할 뿐. 이거라면 승마도 가능하기야 했다.
그렇게 먼저 말에 오르려 하니 사마의가 내 옷깃을 다급하게 붙잡았다.
“매복이라던가 계책을 사용하는 것이 옳지 않나요? 숫자가 적다면 능히 묘수를 내어 대적함이 올바른 것일 텐데요.”
그것도 일리는 있었다.
적은 숫자라면 자신이 유리한 곳에서 상대를 기습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야 누구라도 알 수 있는바. 이 소녀의 말도 썩 틀린 것은 아니었다.
“얼핏 보기에도 이쪽 가도 인근에는 수풀이나 숲이 우거진 곳이 있어요. 거기에서 일직선으로 오는 군이라면 차라리 매복을….”
“그럴 필요가 없어.”
사마의의 말을 도중에 끊고는 말에 올랐다. 그리고서는 손을 뻗었지만, 소녀는 그 손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
이내 살짝 날 올려다보며 말을 잇는다.
“전면전으로는 위험해요. 자신보다 많은 적이라면 피하는 것이, 피할 수 없다면 속이는 게 최선이라는 건 병법의 기본이에요.”
안타깝게도 난 그 병법의 기본이라는 걸 몰랐다.
내가 아는 거라고는 경험뿐. 그것도 백전노장의 노련함에 비하면 모자랄 뿐이기는 하나, 이런 상황에서의 매복에 경험이 없는 건 아니었다.
“가도 인근의 수풀이나 숲의 폭이 너무 좁다. 성공만 한다면야 나쁠 것이 없지만, 실패한다면 그대로 궤멸당할 우려가 있어.”
“그건 그렇지만요.”
사마의는 그리 말하면서도 못내 아쉽다는 표정으로 뒤를 돌아봤다. 확실히 가도가 협소하니 기습을 하기엔 적절해 보이는 부분이 있기야 했다.
만약 이런 경우를 겪지 않았더라면 찬성했을지도 모르겠다만.
과거 황건적 토벌에서 기주 방면으로 차출되었을 당시에 겪었던 매복이 떠올랐다. 내가 있던 군이 기습을 당하는 처지였으나, 그 기습을 버텨냄과 동시에 순식간에 밀어내어 역으로 섬멸했던 전투.
그때도 상대는 좁은 가도에서 매복했기에 퇴로를 잃고 그대로 전원 사살당하는 처지에 놓였었지.
반면교사를 보고 배운바, 무리는 할 수 없었다.
어차피 아군에는 기병 전력이 백 정도는 있었으니 차라리 평지 회전으로 몰고 가 기병의 전투력을 살리는 것을 고려하는 것이 나은 면도 있었다.
“진을 쌓고 수비로 돌릴 시간도 없으니, 기습 아니면 회전밖에 없기야 하겠네요.”
소녀는 그리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도 매복에 다소 미련은 남은 듯싶었지만, 세상일이 그리 쉽게만 돌아가지 않으리라. 가령 실패라도 한다면 저항조차 못 하고 다 죽어 나갈 지형.
무리는 하지 않는 것이 맞았다.
“타라. 그런 거 안 해도 아마 이길 거니까.”
“자신감은 넘치시네요.”
그리 말하며 내 손을 잡고는 폴짝 뛰어 말에 올라타는 소녀. 그대로 내 품에 안겨 등을 기대는데 그 체구가 작아 품 안에 쏙 들어왔다.
“전 몰라요. 분명 말했어요.”
“나도 말했다. 이길 수 있을 거 같다고. 아니더라도 버티기엔 충분해.”
모든 게 예상대로 돌아가는 법은 없었다. 특히 전쟁이라는 것은 그 낙차가 제법 심하니, 정 안 되겠다 싶으면 원군이라도 요청해야지 뭐.
원소라면 제 체면 때문에라도 구색은 갖추어 보내주지 않을까?
“반드시 이겨야 해요. 가치를 증명해주지 않으면 제가 곤란해요.”
“걱정하지 마라. 지면 나도 곤란하니까.”
그나마 다행인 건 적의 군세가 제대로 규격화된 병력이 아니라는 것.
아마 그저 머릿수만 모은 것이리라.
그렇다면 당연히 병장의 구분조차 제대로 짓지 않고 그저 숫자만 채운 것일 터.
무기에 맞춰 따로 병종을 구분하여 운용할 리가 없는 이들이었으니, 기병으로 휘저을 수만 있다면 단번에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을 거 같았다.
단지 의문인 것은 그 유명하던 백파적에 저런 잡병도 있는가 싶은 것이지만, 결국 생각해보면 그들도 한낱 도적 떼에 불과한 것이었다.
아마 흑산적과 비슷하게 군소 도적단이 뭉쳐 그것을 백파적이라 칭하는 것이겠지. 그거라면 이 정도의 수준 차이도 이해할 수 있었다.
“가슴, 생각보다 딱딱하네요.”
내 품에 쏙 안긴 사마의가 그리 중얼거리며 등을 기댔다. 반대로 이 소녀는 다소 가냘픈 것이 과하지 않나 싶었지만.
“일단은 무장이니까.”
오른팔로 고삐를 잡고 말을 몰았다. 왼팔로는 살짝 사마의를 품에 넣고 달리기 시작했다.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버티지 못할 정도는 아닌바.
“그런데 어떻게 싸울 거예요?”
사마의가 얼굴을 살짝 치켜들었다. 그 작은 얼굴이 움직이며 머리카락이 살짝 턱을 간질이며 스쳤다.
여전히 말을 몰고 있었다.
대지를 내딛는 말발굽의 소리와 투레질하는 소리에 조금 묻히기는 했지만 들리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다.
“기병으로 회전을 걸 생각이다.”
어차피 저들이 저 가도를 지나치면 그 뒤로는 평야였다.
그렇다면 가도의 출구 인근에 진을 치고 기다림과 동시에 측면에서 기병을 운용한다. 한 번. 딱 한 번만 찢을 수 있다면 그 뒤에는 나머지 보병이 그 틈을 공략하게 하는 것.
기병의 돌격이 제대로 먹힌다면 안 그대로 빈약한 저들의 지휘체계를 완전히 박살 낼 수 있었다. 그 뒤에는 보병으로 마무리.
“나쁘지는 않은데, 기병을 이끌 무장이 더 있던가요? 다 진소연을 따라간 것이 아니었어요?”
“아가씨를 함부로 부르지 마라.”
목을 내밀며 고개를 숙였다. 이쪽을 올려다보고 있던 사마의의 이마를 정확하게 턱으로 살짝 찍으니 소녀의 비명이 들렸다.
물론 사마의의 의문은 지당했다.
방삼이와 운이, 아가씨까지 아군에서 지휘체계를 맡을만한 인물은 전부 사수관으로 떠났다. 당장 기병을 운용하려 하더라도 그 선봉에 설만한 인물이 전무한 것도 사실이었다.
물론 그건 저 자신을 제외했을 때의 이야기.
“내가 직접 출정한다.”
“팔, 아직 안 나은 거 아니었던가요?”
당연히 안 나았지.
지금도 다소 욱신거리긴 했다. 아무리 근육이 상하지 않는 선에서 베였다고는 해도 당시에는 제법 큰 상처였으니까. 지금에야 조금 아물기야 했지만, 아직은 무리해서 좋을 것이 하나도 없었다.
아마 왼손으로는 무기도 쥐기 힘들 것이나.
“인생 편하게만 살 수는 없지.”
“미쳤어요? 그냥 매복으로 바꾸죠.”
말발굽의 소리가 요란했다. 제법 속도를 내며 달리고 있기에 느껴지는 선선한 바람의 흐름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아직 겨울은 지나지 않았지만, 햇볕이 따스해서 그런지 다소 시원한 정도로 그쳤다.
“무시하지 말고요!!”
소녀가 내 배를 꼬집으며 말을 이었다.
“솔직히 아저씨가 무슨 개죽음을 당해도 제 알 바는 아니거든요? 그냥 예상보다 인간적인 면모가 있어서, 그것이 저랑은 좀 달랐으니까 흥미가 동했을 뿐. 딱히 죽어도 상관은 없다고요.”
아니 무슨 말을 그리 심하게 하는가.
“그래도 당신이 죽으면 제가 곤란해요. 이제야 겨우 이 가문에서 벗어났는데, 이대로 당신이 죽거나 지면 저는 다시 그 새장에 갇혀버려요.”
“갇혀있었냐?”
그런 느낌은 안 들었는데.
그리 물으니 사마의는 또 제 입을 꾹 다물었다.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지간히도 가문에 좋은 감정이 없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적어도 사마준 어르신은 제법 잘 따르는 것처럼도 보였는데. 무슨 복잡한 사정이라도 있는 걸까.
궁금하기야 했지만 구태여 물어볼 이유는 없었다.
“어차피 질 생각은 없다. 이기려면 내가 나서는 게 맞아. 그러니까 넌 얌전히 이 오빠의 승전보나 기다리고 있어라.”
“아저씨는 무슨 자신감이 그렇게 넘쳐요?”
구태여 아저씨라고 바꿔 부르는 게 아니꼽다.
“난 질 싸움은 안 한다.”
언제나 그랬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뿐.
물론 몸이 아직 성하지 않다는 게 마음 한편에 걸리기는 했지만, 저 정도라면 기병으로 한 번 흩어버리기만 해도 물리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작품후기] 내일부터는 다시 정상적으로 2연참씩 이어집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전개를 다소 빠르게 가져갈 생각입니다. 여포를 비롯해서 전개가 너무 질질 끌렸네요. 앞으로도 한참 남았으니, 최대한 노력해서 빠르게 빠르게 진행하겠습니다.
조조 빨리 등장, 시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