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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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걱정하시지 않겠냐?”
그 질문에 사마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아까 제 오라비와의 대화를 들으셨잖아요? 사마 가문에서 아저씨네를 보조하기 위한, 그러면서 그 맹약의 수단으로 저를 보내었다고. 이제 사마가의 사람이기 이전에 같은 군의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어린아이를 무슨 군의 사람이냐.”
어찌 되었건 가문에 말하길 원치 않는 듯싶기에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장원 바깥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서둘렀다.
사마의는 내 뒤를 따르며 말을 이었다.
“저를 대함에 있어 사마가는 신경 쓰지 마세요.”
아니 사마 가문의 영애를 대하는데 그 가문을 신경 어떻게 안 쓰나. 애당초 사마 가문과의 연을 맺을 생각이 없으면 이 당돌한 꼬마와 만날 일도 없었을 것을.
“그러면 어떻게 대해주면 되나?”
“…음, 미인이면서 천재 군사?”
제 분홍빛 혀를 살짝 내밀면서 눈을 깜빡인다.
“헛소리 마라. 넌 사마 가문이 아니었다면 볼일도 없었고 군에 데려갈 일도 없었어요, 꼬맹아. 미인은 개뿔.”
어이가 없다.
다소 반반하다고는 해도 아직 풋내기 꼬꼬마에 불과한 것이 무슨 미인에,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한 나이에 무슨 군사냐.
천재라는 부분에서는 머리가 좋음은 느껴지나, 딱 그것뿐이다.
사마의는 그런 내 말에 제 볼을 부풀렸다. 그래 봐야 어린아이가 삐져서 토라진 느낌밖에 들지 않아서 그다지 신경이 쓰이지도 않는데.
“언젠가 저와 만난 걸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노라고 회고하게 될걸요? 그때가 되어 방금 발언이 얼마나 부끄러운 것이었는지, 아저씨 안목이 얼마나 형편없는 것이었는지를 깨달아도 늦는다고요?”
“늦으면 늦는 거지.”
헛소리를 하고 있어.
칭얼거리지 말란 의미로 그녀의 머리를 살살 한 대 쥐어박고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뒤에서 사마의가 뭐라고 빽빽 소리를 지르고는 있지만, 뭐 어쩌겠는가.
그냥 적당히 웃으면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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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에 변화는 없었다.
조조는 항시 눈을 빛내며 사수관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동탁군은 그 어떠한 반응도 없이 그저 굳건하게 문을 걸어 잠글 뿐.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는 건 오히려 불안함을 불러왔다.
“무언가, 무언가가 부족하다.”
제 손가락으로 의자의 팔걸이를 톡톡 건드렸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동탁군은 지금처럼 내리 앉아있을 이유가 없었다. 당장 연합군의 구심점이 흩어진 시점에서 한 번쯤은 떨쳐낼 필요가 있을 것인데, 어째서.
“맹덕. 자효가 군의 정비를 마쳤다고 한다만.”
하후돈이 천막을 걷고 들어오며 말을 꺼냈다. 조조는 시선조차 돌리지 않으며 그저 팔걸이를 반복해서 두드릴 뿐. 이에 하후돈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가 아는 조조는 본디 생각하는 바가 있을 때는 모든 말을 듣지도 못하며 한 생각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었다. 지금도 분명히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책을 계속 강구하고 있는 것이겠지.
하여 그가 단지 조조의 다음 행동을 기다렸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이 걸린 후.
“이상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치가 맞지 않아.”
드디어 조조가 고개를 들며 하후돈을 바라보았다. 이에 하후돈이 드디어 끝났냐며 투덜거리면서도 그녀를 향해 다가갔으니.
“원양.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 우리는 애초부터 판을 잘못 읽고 있던 것이 아닌가? 본인에겐 그 가능성을 저버릴 수가 없다.”
“그야 지금 연합군이 답이 없기야 한데….”
조조가 생각하는 건 그게 아닌 것 같아 하후돈이 말을 흐렸다. 물론 조조도 연합군의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녀가 걱정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동탁군이 너무 조용하다. 손견은 이미 양인성을 공격하고 있다고 한다. 그곳이 뚫리면 대곡을 거쳐 순식간에 낙양을 가시권에 둘 수 있음인데, 사수관의 동탁군은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니?”
그것이 너무나도 이상했다. 불안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혹여 아군은 동탁군에 대해 뭔가 오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동탁이 오판을 저지르면 좋은 것이 아닌가?”
“그럴 리가 없다. 그는 성정이 난폭하나 그것과는 반대로 영민한 구석이 있다. 그가 낙양을 어떻게 함락시켰는지를 기억하라.”
동탁은 수천에 불과한 군으로 낙양에 입성하고는 모든 이의 눈과 귀를 속였다.
밤에 군을 몰래 밖으로 돌려 낮에 다시 들이는 식으로 제 군을 십만이 넘는 대군으로 속여 순식간에 낙양의 방위군을 제 손아귀에 넣은 인물.
그런 이가 멍청할 리가 없었다.
“낙양을 목전에 두고 손견과 결판을 벌이는 와중에도 사수관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건 반대로 사수관 바깥을 신경 쓸 필요가…, 아니. 그러하면 사수관을 지킬 이유도 없음이니.”
이치에 맞지 않는 움직임이었다.
무언가 놓친 것이, 어딘가에서부터 무언가 잘못 맞물려 돌아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조조는 자신이 그린 지도를 바라보며 그 위에 놓인 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원양. 보아라. 여기가 사수관, 이곳이 아군의 진. 하내에 포진한 군과 산조로 물러난 군. 그리고 노양으로 움직인 원술과 양인성을 공략하는 손견. 여기에 동탁군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지?”
“양인은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있다고 하더군. 사수관이야, 뭐. 우리가 이미 조용한 것을 확인했고.”
“그것이다.”
조조는 하후돈의 말에 지도에 그려진 사수관을 가리켰다. 거기에 놓은 말은 진소연, 조조, 유비의 말과 동탁과 여포의 말.
싸움이 일어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는 조합이었다. 이 자리에 버티는 조조는 동탁을 암살하려 하였으니 동탁의 원한은 하늘까지 닿았을 터. 그런데도 동탁은 움직이지 않는다.
동탁의 깃발은 아직도 사수관에 걸려 있었다.
“동탁이 물러났는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옳았다.
아직 사수관의 성벽 위엔 동탁의 대장기와 여포의 깃발이 걸려 있기는 하지만 이치를 따지자면 그들은 낙양 사수를 위해 움직이는 것이 맞았다.
그들이 없다면 사수관의 병력이 움직이지 않는 것도 이해는 갔다. 단지 여기서 또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사수관을 비워둔다는 것은 위험하다. 그들에게 있어서 양인을 향한 소수의 손견군을 막겠다고 사수관을 내어줄 수는 없는 노릇. 사수관으로도 이목을 집중하여 연합군의 병력을 분산할 필요가 있을 것인데.”
“거참, 내가 그걸 어떻게 아나.”
하후돈은 귀를 후비며 인상을 찌푸렸다.
조조도 그에게 답변을 기대한 것이 아니었기에 다시 고개를 돌려 지도를 바라보았다. 사수관이 뚫린다면 양인으로 향한 군과 사수관을 뚫은 연합군, 그들이 뭉쳐 낙양을 공략하게 될 것인데.
어째서 지금 상황에서 사수관의 병력을 움직이지 않는가. 무슨 이유로 사수관 바깥의 아군을 공격하지 않는가.
이대로 두면 낙양은.
“……낙양을, 버린다…?”
순간 조조의 뇌리를 스치는 최악의 가정.
믿고 싶지 않았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가정. 그러나 이 가정을 놓고 사태를 생각한다면 동탁군의 소극적인 행보도 납득이 가는 부분이 있었다.
“무슨 소리냐?”
“원양! 그거다!!”
의아하다는 하후돈에게 그녀가 소리를 질렀다. 그러더니 이내 지도에 먹을 묻힌 붓으로 선을 여러 갈래로 그으며 선을 이으니.
“모든 건 낙양을 버린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간다. 움직이지 않는 사수관도, 양인에서도 소극적으로 대처할 뿐인 동탁군의 행보도. 전부 지켜야 할 것이 낙양이기에 이해할 수 없던 것이지!”
그러더니 선을 이으니.
마침내 그려진 그림에는 낙양에 X자를 칠하고 동탁의 군이 홍농을 거쳐 장안 인근으로 이동하는 모양새로 끝맺음을 지었다.
“낙양을 지키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다! 그저 군과 황제를 옮길 시간을 벌면 그만일 뿐. 사수관에서 불필요한 도발을 하지 않는 것도, 양인에서도 단지 수세에 임하는 것도 모두 이 조건을 전제로 하면 이해할 수 있지.”
“무슨 말이야. 황제를 볼모로 삼고 권력을 쥔 놈이 어떻게 낙양을 버리나. 그곳은 한 제국의 수도잖아?”
하후돈에겐 그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낙양을 버린다니. 황실을 차지했기에 동탁의 권력이 건재한 것이었다. 낙양은 곧 한 황실의 역사와도 같은 것인데 그걸 동탁이 어찌 버리겠나.
“어차피 수도라는 것은 단지 땅에 불과하다. 아무리 역사가 깊고 한의 중심이었다고 한들 결국에는 땅에 불과하다는 걸 어찌 모르나!”
낙양은 한 황실과 이 제국의 심장이었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그것 역시 인간에 의해 지어졌을 뿐인, 그리고 황실이 오랫동안 수도로 삼았을 뿐이다. 단지 토지이며, 일개 도시에 불과한 것.
“동탁이 한의 역사와 권위를 존경했다면 그리 무도하게 굴었겠는가? 황제를 제 손으로 갈아치우고 그리 폭정을 벌였겠는가?”
그 말에 과연 하후돈도 반박할 말이 없었다.
“이럴 때가 아니다. 본초에게 서신을…. 원양! 당장 전령을 보내어 유비와 진소연에게 출정 준비를 이르라!!”
“출정?? 어디로?”
이에 조조가 드물게도 그 무표정에 짜증을 섞어 하후돈을 쏘아보았다. 성인이 되고 표정을 바꾼 적이 드문 조조였기에 하후돈이 바짝 긴장하며 고개를 숙이니.
“당연히 사수관이다! 제후라는 것들의 움직임을 기다릴 여유도 없다! 예상컨대 동탁은 이미 발을 빼고 있을 터, 사수관도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
그리 말하며 조조는 제 몸에 검은 망토를 둘렀다.
지금부터는 속도가 생명인 기동전이 시작될 터. 그녀의 예상이 틀린다면 그건 그것대로 다행이나, 만일 정말로 동탁이 장안으로 옮겨 그곳에서 수비를 두터이 할 생각이라면 문제는 커졌다.
낙양과 장안은 거리도 거리일뿐더러, 그걸 연결하는 보급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물며 장안은 동탁의 본디 거점과도 밀접하였으며 그에게 우호적인 강족의 손길도 닿을 수 있으니.
“조인에게도 명하라. 최대한 빠르게 군의 채비를, 진소연과 유비에게는 따로 전언을 보내 반드시 협조해달라 거듭 강조하도록.”
“아, 알았다!!”
그리 말하며 하후돈이 막사에서 뛰쳐나갔다.
이제부터는 한의 운명을 건 전투의 시작이었다. 이대로 질 수는 없었다. 한이라는 나라를, 그 황제를, 이윽고 천하를 다시 원상태로 되돌리려면.
“마지막이다.”
이번 한 번만 더 분발하기로.
조조는 그리 생각하며 망토의 끈을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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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의를 뒤에 태우고 말에 올랐다. 말이 달릴 때마다 어깨가 조금씩 욱신거리기는 했으나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게 말을 몰고 달리기를 얼마나 했을까. 저 멀리에 진을 구축하며 휴식을 취하는 백파적 무리를 발견할 수 있었으니, 숫자가 제법 많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확실히. 이천 정도는 되어 보이네요.”
사마의가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소녀는 제 보랏빛 눈동자를 빛내면서 그들을 뜯어보고 있었다. 혼자서 병기는, 물자는, 구성은. 그리 중얼거리면서도 계속 그것을 관찰할 뿐.
“군기는, 잡혀있을 리가 없지.”
내가 보기에 그들은 군기도 잡히지 않은 군이었다. 딱 도적이라고 해야 할까. 저 정도면 과거 싸웠던 흑산적 이대목이 이끌던 이들보다 못하다는 느낌이 가장 먼저 들었다.
이대목이 이끌던 흑산적은 제법 강했다.
비록 물리쳐 이제는 수하로 들인 이들도 더러 있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들이 약해서 우리가 이긴 것이 아니었다.
그 전투는 이대목을 내가 쳤기에 비로소 가능했던 승리를 거두었던 전투. 흑산적은 흑산적이라고 할까, 우리는 그때 이대목이 나서지 않았더라면 거기서 패했을 확률이 존재했다.
도적이라 해도 경험이 많은 이들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막 뽑은 신병과 비교하면 오히려 도적이 더 강한 경우도 허다했으니.
방심은 없겠다고 생각했던 순간이었다.
“규모로 보나, 행색으로 보나 그리 강군은 아니네요.”
사마의는 그리 단언하며 피식 웃었다.
“백파적이라기에 조금은 그 위용을 보이리라 생각했는데, 역시 세간의 소문은 믿을 것이 못 되려나요. 아니면 저들이 단지 못난 것일까요.”
그 웃음은 마치 비웃음처럼 보이기도 했으니.
군에 대해서 경험도 없는 이 어린아이가 어떻게 한눈에 저들을 약하다고 판단한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가 그들을 과거 이대목의 흑산적과 비유해 약하다고 평가한 것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했을 따름.
그렇지만 이 어린 소녀에겐 그 경험조차 없었는데, 그런데도 그들을 약하다고 딱 잘라 평가했다.
그 모습이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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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내에서는 500을 이끄는 호세와 사마의가 2000가량의 백파적을
사수관에서는 조조가 동탁의 빤쓰런을 눈치 챘네요.
19금 관련해서는 반동탁 연합 직후에 나올 예정입니다. 첫 상대는.........
( 스 포 일 러 ) 라 말씀드리기 애매하네요.
사마의는 조금 맛 간 계집애로 설정했습니다. 생각해보니까 조운이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등장한 여성 캐릭터 중에 정상인은 없었네요.
참... 개탄스러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