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백파적 사수관은 여전히 열릴 줄을 몰랐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남은 군도 단 셋뿐이었으니. 소연은 언젠가 열리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사실이 못내 답답했다.
“아직 사수관의 반응은 없는가?”
조조 역시 그녀와 나란히 서 그것을 바라볼 뿐.
“쉬이 움직이지 않겠지요.”
“흥, 알고는 있었다지만 답답하군. 연합군은 전부 흩어졌는데, 정작 이 기회를 노려야 정상일 동탁도 주저앉아버렸군.”
그것이 조조에겐 못내 의아한 부분이었다.
물론 동탁의 목표가 지키는 것에 있음은 명확했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한 번 고개를 내비칠 법도 했거늘, 여전히 잠잠하기 그지없었다.
“저희는 막 도착한 직후라서. 혹여 동탁군은 그동안 한 번의 움직임도 없었나요?”
소연의 질문에 조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습지만 정말로 동탁은 연합군이 뿔뿔이 흩어지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었다. 뒤를 쳤으면 꽤 괜찮은 공적을 쌓을 수도 있었을 것인데도.
“모르겠군. 차라리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인지. 그게 아니면…, 아니. 어떻게 보아도 사수관의 움직임은 이상하다. 무언가를 기다리는가? 아니면 그저 틀어막고 지킬 속셈인지도 모르지.”
손견의 군이 현재 승승장구를 거듭하며 남부 가도를 통해 낙양으로 접근한다는 전통을 받기야 했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
그렇지만 낙양의 정규군 역시 아직 건재할 터였다.
“내부의 분열인가? 그러나 확실한 것이 없다.”
조조의 제 엄지와 검지를 비비며 생각을 거듭했다. 소연은 그 내막이 어떤지야 알고는 있었지만, 그걸 지금의 조조에게 말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
그녀가 보기에 이 작은 군주는 아직 한의 충신이었다.
만약 동탁이 장안으로 천도를 감행하리라는 걸 깨닫는다면 바로 각 제후에게 전통을 넣고 사수관 공략전에 임하겠지. 그러다 만약에 그것이 성공이라도 한다면.
그래서야 역사가 바뀐다.
소연에게 있어 역사가 바뀐다는 건 최악의 사태였다. 적어도 그녀 본인이 확고한 위치를 다지기 전까지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사태.
만약 이번에 정말로 동탁을 잡는다면?
그 뒤엔 그 어린 천자를 누가 모시고 권력을 쥘 텐가. 누가 반발을 하고, 또 어디서 전쟁이 일어날지. 그것을 모르는 이상 미래개편은 반드시 피하고 싶은 일이었다.
“일단 방도가 없네요. 사수관을 저희끼리 뚫을 수 있을 리도 만무하니, 일단은 사태를 지켜봄이 옳지 않을까요?”
“답답해서 그러네. 답답해서. 이 빌어먹을 제후란 것들은 당최 움직일 생각도 하지 않고, 보아하니 기주목은 벌써 다른 마음을 품은 모양이지? 멍청한 것들.”
조조는 혀를 차며 이를 갈았다.
“한이라는 나라의 체계가 뒤틀리면 저들같이 안이하게 보신만 생각하는 이들의 목숨도 없을 진대, 가만히 있어도 자신은 대우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천치뿐이다.”
무려 400년 가까이 유지되었던 체계였다. 비록 잠시 그 명맥이 끊긴 적도 있다지만, 그런데도 한나라는 계속 버텨왔으니.
그런 대제국 수복에 이리 손을 놔버린다.
그녀에겐 도무지 그것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체계라는 것은 생각보다 중요했다. 적어도 조조는 그리 생각하고 있었으니, 400년 가까운 세월을 버틴 이 제국은 이미 많은 이들의 가슴 한편에 각인되어 있었다.
이름이라는 것은 그것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것이니, 한의 백성들은 한 제국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비로소 하나가 된다.
그리고 현재 그 정체성이 무너지고 있었다.
“동탁의 집권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안정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그대도 그리 생각하지 않는가? 지금 저 제후라는 작자들이 제 군을 저리 많이 이끌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그 말에 진소연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제후들이, 각 지방을 담당하는 고관들에게 무력이라는 새로운 돌파구가 생긴 것이죠.”
“그러하다. 중앙과는 떨어져 독립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인데, 이것이 길어진다면 시대가 자칫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우려가 있지 않겠는가?”
소연이 생각하기에 조조의 의심은 지극히 합당했다.
실제로 이 이후에 원소와 한복에 의해 새로운 황제의 추대, 그걸 빌미로 제후들은 각지로 뿔뿔이 흩어져 그 군웅할거가 시작되는 것이었다.
군웅할거. 말은 멋있지.
그녀에게는 그것이 그저 우스울 따름이었다.
군웅할거라 적으니 무언가 영웅의 시대처럼 보이지 않는가. 실상은 그저 지방의 관리들이 자치를 시작하며, 결국에는 조정과 멀어져 각자 제 야욕을 탐했을 뿐인 분열인 것을.
조조 역시 이 상황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있었다.
지금은 비록 가정이라며 말할 뿐이지만, 어쩌면 그녀야말로 이 세계에서 누구보다 이 사태의 핵심을 잘 짚은 인물이었다.
“이 연합군의 최대 지원자였던 한복이 등을 돌린 이상 원소는 쉬이 움직이지 못한다. 그러하면 남은 제후들인데, 맹주가 소극적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기대할만한 것이 있겠는가.”
“…조금, 힘들겠지요.”
그녀는 그리 말하면서도 못내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으니. 조금이 아니라 사실상 동탁은 저 스스로 무너지기 전까지 계속 만인지상의 위치를 차지했다.
나중에 이르러선 황제가 되려 했을 정도.
“소연 장군. 본인은 말일세.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끝나는 것이 무섭네. 이번에 연합군이 실패하고, 결국 저마다가 한에 기대를 버린다면. 그렇게 되면 진정 끝이다. 이 나라도, 평화도, 치세도.”
여기서 진소연은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조조가 초반에는 충신의 길을 걸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게임에서도 초기 성향은 한 수복이라는 명목을 내세우고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그녀가 이렇게까지 한에 충성을 바치는 신하였던가. 실제 역사에서는 어땠던가. 게임에서는 물론 충신이라 묘사하기야 했지만, 이렇게까지 충신이었던 느낌은 없었는데.
소연이 그걸 생각하며 살짝 입술을 뗐다.
“조공께서는 무엇을 바라십니까?”
무엇이라.
조조는 그 말에 잠시 고민했다.
저 자신이 무엇을 바라는가. 이건 굉장히 복잡한 문제였다. 입신양명? 물론 바란다. 제 이름을 날리는 것을 고까워할 이가 누가 있을까. 출세도 좋고, 제 능력을 발휘하는 것도 좋다.
거기에 제국의 평화라는 미명까지 끼어있다면야.
그건 더할 나위 없는 영웅이 아닌가.
“그렇군. 본인은 말이다.”
그녀는 그리 말하며 잠시 뜸을 들였다.
지금부터 하게 될 말은 조조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다소 어이가 없는 말이었으니, 그렇지만 진심으로 그걸 바라고 있는 자신이 있었다.
그렇기에 당당하게 가슴을 폈다.
“평화를, 만천하를 아우르는 태평 치세를 원한다. 언젠가는 조조의 이름 아래에 그것을 이루는 것이 본인의 숙원이지.”
“…그런가요.”
소연은 그리 말하며 작게 웃었다.
아.
그러면 그렇지.
역시 조조는 조조였다.
“평화는 좋은 것이지요.”
우스웠다. 이 여자는 방금 제 입으로 천하를 평화롭게 하고 싶다고 하였다. 아직까진 자기 손으로 한을 다시 일으킨다는 충의가 앞서겠지.
그렇지만 반동탁 연합군이 실패한 다음에는.
애당초 제 손으로 평화로이 하고 싶다는 것 자체가 이미 큰 영향력을 쥐고 싶다는 정치인의 그것이었으며, 더 나아가 권력에 대한 지배자로서의 야욕이었다.
“저도 그렇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랄게요.”
어차피 조조는 이용해야 했다.
오히려 소연에게 있어 조조가 은은한 야욕을 보여준 것은 다소 안심이 되기도 하는 것이었다. 원래 역사도, 게임에서도 그랬지만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있었다.
이 충성심도 모두 제 권력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었다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 말해주니 고맙군.”
조조는 그리 말하며 슬쩍 소연의 표정을 바라보았다.
어딘가 안심한 듯한, 그러면서도 자신을 관찰하는 눈빛. 마치 자기 자신을 재보려는 느낌마저 들어 그녀는 그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진소연이라는 이는 언제나 그랬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그 눈만큼은 항상 누군가를 재단하려 든다는 느낌을 받았다. 누가 도움이 되는가를 분별하려는 듯한, 질척이면서도 끈적거리는 오만한 이의 시선.
그래서 조조는 그녀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앞으로도 잘 부탁하지.”
조조가 손을 내밀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진소연이 그 손을 맞잡으니, 그녀들은 한동안 그 손을 맞잡고 악수를 반복했다.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면서, 서로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소연에게 있어 조조는 최고의 방파제였다.
삼국의 토대를 닦을 중반기 삼국 최강의 군주이자, 이윽고 삼국통일의 시초인 위나라를 건국한 인물.
조조에게 소연은 껄끄러운 여자였다. 속내를 알기 힘들면서도 주변을 재단하는 듯한 시선을 보내는 싫은 여자.
그러나 결국 둘에게는 서로가 필요했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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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선생아. 벌써 저녁이다!!”
“아직 수학을 다 마치지도 못하였으면서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갈 거 같아요? 절대 안 되죠. 앞으로 이 글자, 그리고 이 형용 문구 다 익히기 전까진 밥은 꿈도 꾸지 말아요.”
미치겠다.
이 계집애가 훈장질을 시작하나 싶더니, 이건 뭐 거의 그냥 호랑이 훈장이 따로 없었다. 벌써 다섯 시간도 넘게 앉아있어서 슬슬 다리에 쥐가 나려 하고 있었다.
“하도 머리를 안 써서 그래.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어? 이런 건 어렵지 않게 익힐 수 있다고. 적어도 배에 쌀알이라도 좀 들어가면….”
“본디 인간은 처절한 상황에서 그 능력을 뛰어넘는 기적을 보이죠. 지금이 바로 그 기적에 빌 때가 아닐까요?”
빌어먹을, 무슨 글공부에 기적까지 바라는가.
이러다간 진짜 화병 나서 돌아가시겠다. 적당히 글 몇 개만 배우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을, 이 계집애는 아예 문법 하나부터 다시 가르치고 있었다.
“야, 그러니까 말이다. 이 오빠가….”
“아저씨는 말이 많아요.”
사마의는 내 말을 끊더니 죽간 몇 개인가를 더 들고 왔다. 인장이 찍힌 것을 보아서는 저것은 연합군에서 보낸 전통 같은데.
“지금까지는 제가 대필해드리고 있었지만, 앞으론 이걸 가지고도 수업을 할 테니까 알아두고 계세요. 알겠어요?”
어이구, 머리야.
저 복잡한 것을 또 내 눈으로 확인하라고? 벌써 머리는 결사반대를 외치면서 두통을 일으키며 싫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었다.
아가씨. 운아, 방삼아.
오늘따라 괜스레 더 그립구나.
그러고 보면 사수관에서의 일은 괜찮을까. 아가씨는 분명 사수관에서 직접적인 전투는 거의 없으리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거기에 그 여포가 있다는 걸 생각하면 쉽게 걱정을 지울 수도 없는 노릇.
내 팔만 멀쩡했더라도 지금쯤 나도 거기에서 검을 빼 들고 있었을 것을. 괜스레 오른손에 잡힌 붓이 원망스러웠다.
“어휴, 또 집중 못 하죠?”
그렇게 한동안 또 이 계집애의 갈굼을 당하며 글을 받아적기를 반복했다. 슬슬 손가락이 아려오고 있었지만, 사마의는 내 사정을 봐주는 일이 없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평화라는 것은 좋았지만, 역시 주변에 내 사람이라 이를만한 것이 없으니 다소 아쉬웠다. 이런 평화로운 날엔 방삼이나 운이, 아가씨랑 농담 따먹기나 하며 느긋이 있는 것이 최고였는데.
“어휴,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사마의는 영 집중하지 못하는 내 모습에 한숨을 내쉬며 죽간을 접었다. 드디어 끝났다는 느낌에 일단 붓을 내동댕이치듯 던지, 려다가 사마의의 표정을 보고 조심스레 내려놓는다.
“오늘은 자고 가실래요?”
“그러지 뭐.”
어차피 날도 저물었겠다, 하루 정도는 안채에서 신세를 진다고 해도 문제는 없겠지. 사마준 어르신도 개의치 말라 하였으니.
오늘 하루도 이렇게 지나갔다.
저 멀리에 있는 아가씨도, 방삼이나 운이에게도 오늘 하루가 별일 없이 지나가는 무난한 하루가 되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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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향후 전개 자체에 수정을 가해, 불가피하게 비축은 전량 폐기네요..ㅠㅠ
우선 확실한 것은, 조조와 소연의 관계. 그들의 성향이나 상황부터 시작해서 사수관의 일과 주인공이 겪는 일을 동시에 써내려가기로 정했습니다.
최대한 호다닥 써내려가보고자 하니 조금만 유예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