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46화 (46/343)

46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흘려보낼 것 멍청한 양반.

방삼은 그리 생각하며 천막을 걷었다.

그는 조금 전까지 보았던 전호의 표정을 떠올렸다. 태평한 척하면서도 얼굴은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져 금방이라도 울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러면서도 어투는 태평한 척 가장하니 그게 어찌 미련하지 않을까.

그래서 더 화가 났다.

적어도 그는 제 대장의 그런 표정은 보고 싶지 않았다. 죄책감과 슬픔에 짓눌린 듯한 표정을 보고자 전호를 따른 것이 아니었다.

“시발.”

화가 났다. 무엇에 화가 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데도 그 분노는 점점 그 크기를 키웠다. 목표도 없는 분노가 가슴에서 일렁이며 그 불길은 더욱 그 크기를 더해간다.

그렇게 그가 막 바깥으로 나왔을 때.

“……아가씨.”

진소연.

그녀는 전호가 있는 막사 입구 인근에 서 있었다.

솔직한 말로 방삼은 그녀가 껄끄러웠다.

무엇이 껄끄러운가를 말하자면 구태여 콕 집을 곳은 없었지만, 그런데도 그녀는 부담스러운 상대였다. 되도록 상대하고 싶지 않은 상대였는데.

게다가 조금 전까지 전호에게 했던 말이 있다.

“…어디까지 들으셨소?”

방삼의 질문에 소연이 고개를 돌렸다. 그 붉은 눈이 무심하게 빛나며 방삼을 바라본다. 감정이라고는 일절 담기지 않은 무기질적인 시선.

“전부.”

그녀는 단조로이 말하며 다시 고개를 돌렸다.

소연은 그저 막사 근처에 서서 그것을 바라볼 뿐이었다. 들어갈 생각조차 하지 않으며, 그저 전호가 있는 막사를 바라보기만 할 뿐.

방삼은 그것이 조금 기괴하게 느껴졌다.

“저, 아가씨…. 내가 말하려던 것은 그런 것이 아니라.”

“됐어. 알고 있으니까.”

조금 전까지 들었던 것을 소연이 모를 리도 없었다. 아무리 막사 안이라 해도 결국은 천으로 덮인 것. 어지간한 목소리는 근처에 있으면 전부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이해했다. 기본적으로 이 무리의 토대를 닦은 건 전호였다. 그가 직접 검을 쥐고 나서서 모은 사람이었다. 그러니 그를 우선시하는 것을 어찌 모를까.

그렇지만 불안했다.

다른 게 불안한 것이 아니었다. 만약 전호가 정말 떠난다고 하더라도 대체할 수단은 있었다. 그렇지만, 그가 제 곁에 없다는 걸 생각하면. 그게 못내 불안했다.

전호라는 남자가 만약 진소연을 떠나고 싶다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대안을 생각하려 했지만, 생각처럼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머리가 복잡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가슴이 아파졌던 것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는 남겠다고 하였다.

진소연. 그녀에게 반했다고 하였다. 거기서 모든 불안감도, 심장의 고동도, 가슴 한편의 고통도 전부 사라졌다.

그의 말을 떠올리며 소연은 미소를 지었다.

“덕분에 좋은 걸 들었으니까.”

방삼에게는 그 미소가 조금 불쾌했다.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좋을까. 적어도 방삼에게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단지, 조금 마음에 걸렸다.

“아가씨. 내 다른 말은 안 하겠소.”

그는 그리 말하며 소연에게 한 발짝 다가갔다.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듯, 한 발짝씩 천천히 다가간 방삼은 마침내 진소연과 숨결이 닿을 거리까지 다가갔으니.

“대장을, 우리 형님을 버리지 마쇼.”

일그러진 표정. 본래도 험상궂은 얼굴이 지금에 이르러선 완벽히 악귀나찰을 연상할 정도로 험악한 것이 되었다.

“배신하지 마. 우리 대장은 당신만 보고 있으니까, 당신만은 대장을, 우리 형님을 배신하지 마. 대장은 당신을 위해 정말 모든 걸 걸고 있으니까.”

방삼은 그리 말하며 제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제발, 제발 부탁이니까. 대장만이라도 인간으로 대해줘.”

소연은 그런 방삼의 말을 다소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인간으로 대하라는 말이 못내 우스웠다. 그럼 자신이 지금까지 그를 인간으로 대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그녀가 생각하기에 본인은 그런 적이 없다고.

그리 생각했는데.

“대장은 당신이 말한 그 이상인지에 푹 빠졌어. 천하를 배부르고 등 따습게 하자던 그 말. 그거 하나에 대장은 목숨까지 걸고 있어.”

방삼은 그리 말하며 마른침을 삼켰다.

“그게 당신이 대충 내뱉은 말인지, 아니면 진심인지. 그것까진 모르겠수. 그렇지만 적어도 대장 앞에서는 그걸 목표로 한 사람처럼 행동해줘. 부탁이요.”

그는 그리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소연은 그런 방삼에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단지 그 모습이 못내 처절해 보여서, 너무 간절하게 느껴지는 태도에 그녀의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녀는 방삼과 대화하기 위해 막사에서 살짝 떨어진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대화를 그에게 들려줄 수는 없었다.

“이해했어. 그리고 네가 말하지 않아도 그럴 거였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리 말했다. 소연은 적어도 전호를 버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애당초 버릴 것 같았으면 왜 여포에게 싸움을 걸었을까.

아직도 손바닥이 낫지 않아 천으로 감싸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자신은 왜 그때 여포에게 달려갔을까.

소연은 아직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아무리 무력 스텟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길 수 있는 싸움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비록 신체 능력이 비슷하다 하더라도 그 경험의 차이는 명확했으니까.

왜일까. 왜 거기에 뛰어들었을까.

지금의 그녀로서는 답을 내놓을 수가 없었다. 단지 지금 그녀가 내놓을 수 있는 답은, 아직도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남자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단 하나였다.

“절대 난 호세를 배신하지 않아. 버리지 않아.”

단호하게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방삼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석연찮은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제 대장을 버리지 않겠다는 그녀에게 뭐라고 더 말할까.

“……그거면 됐수.”

그는 그리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침묵. 방삼도 더 그녀에게 할 말이 없었고, 소연 역시 방삼에게 할 말이 없었다. 이에 방삼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언제까지 있을 거요?”

“한 번 보고 가려고.”

그러면 처음부터 들어가지 왜 이러고 있는데.

그것이 어이가 없어 방삼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느끼기에 이 집단에 모인 우두머리라는 사람들은 당최 제정신인 사람도 없었다. 제 대장도 그렇거니와 이 아가씨나 조운 역시 마찬가지.

“쯧, 난 먼저….”

먼저 가보겠다고 말하려 했다.

그것보다 먼저 그 말을 가로막는 목소리가 들렸으니.

그것은 울음소리였다. 그렇지만 비명이기도 했다. 무언가를 말하려 하였으나, 채 언어로 이어지지 않아 단순한 울부짖음으로 변해버린 비명.

처절하고 애절했다.

얼마나 크게 울부짖고 있으면 여기서도 또렷하게 그 목소리가 들렸다. 그 눈물을, 그 얼굴을 짐짓 상상케 하는 소리. 누가 울고 있는가는 보지 않아도 뻔했다.

그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다.

“시발.”

이윽고 어금니까지 꽉 깨무니.

“시발, 시발시발시발, 시바아아아알…….”

그냥 갈 것을. 이건 듣지 말았어야 했다.

방삼은 진심으로 그리 생각했다. 그는 결코 제 대장의, 전호의 저런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저 울음에 얼마나 많은 한이 맺혔는지, 얼마나 많은 설움이 쌓였을지.

어릴 적부터 그와 함께하면서 그가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전우가 죽더라도 항상 씁쓸한 표정만을 지을 뿐이었다.

뒤에서 울고 있었구나.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저 혼자 저리 비명을 질렀던 것이야.

그러니까 제 눈에 보이지 않았다고. 그래서 대장은 울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방삼은 제 대장은 울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소연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냥 그것을 듣고만 있었다. 뭐라고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그녀는 아무것도 몰랐다. 지력 스텟이 100? 그런 것은 지금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난 어떻게 하면 좋니?”

소연은 막사를 향해 작게 물었다.

그는 항상 소연의 질문에 모종의 답변을 내놓았다. 그것이 맞건 틀리건, 적어도 그 물음에는 항상 답을 해주었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답해주길 바랐다.

“넌 네가 힘들 때, 내가 어떻게 해주었으면 좋겠어? 내가 뭘 해줘야 너에게 위로가 될까. 뭘 하면, 어떡하면 기분이 좀 나아질까.”

작게 속삭였다. 그것은 전호가 내는 울음소리에 묻혀 사그라질 정도로 작은 속삭임이었다. 들릴 리도 없었다. 그렇지만 소연은 그리 말하며 막사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그 둘은 한동안 그 자리에서 떠날 수 없었다.

그저 그 자리를 지키며, 한동안 그것을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누구에게도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던 남자의 비명을, 줄곧.

겨울바람은 여전히 그칠 줄을 몰랐다.

* * *

날이 개고 아침이 되었다.

어젯밤은 최악이었다. 운이는 마지막까지 내 울음을 그저 옆에서 지켜보며 손을 맞잡아주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이것만큼 부끄러운 일이 있을까 싶은 것이.

“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아악!! 미친노오옴!!”

거기서! 거기서 왜!!!

멀쩡한 오른손으로 얼굴을 붙잡고 비명을 질렀다. 그치만 너무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제 여동생이라는 애한테 매달려서는 막 울면서 칭얼댔다. 사내가 되어서 어찌 이런 수치스러운 일이 있을까!

시발, 죽을까?

물론 정말 죽을 수는 없지만, 내일부터 그 계집애 얼굴을 어떻게 보냐는 말이다. 앞으로 그 계집애는 날 볼 때마다 오늘 일을 떠올리겠지.

그러고선 날 놀릴 게 분명했다.

푸픕, 오라버니는 울보시네요, 하고.

“시발년. 죽여버릴 거야.”

상상한 것만으로도 열이 뻗쳤다. 만약 조운이 정말 그런다면 그날로 바로 생사투를 벌일 자신도 있었다. 그치만 너무 부끄럽잖아. 이게 대체 무슨 수치냐.

생각만 해도 최악이다.

“…어디서 자꾸 익룡 우는 소리가 나?”

“어, 아가씨.”

한동안 비명을 빽빽 지르면서 지랄을 하고 있었기에 아가씨가 들어온 것도 몰랐다. 그녀는 내 얼굴을 힐끗 보더니 이내 내 옆자리에 놓인 의자를 빼선 조심스레 앉았다.

“어때, 몸은 좀 괜찮아?”

“그럼! 내가 어떤 남자인데!”

물론 아직도 왼쪽 어깨에선 피가 묻어나오긴 했다. 그렇지만 사내가 되어서 어찌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헛소리는.”

그녀는 그리 말하며 바구니 하나를 꺼냈다. 차를 담은 종기그릇과 다과. 우리 진영에 저런 사치품이 있던가 싶었지만, 뭐 준다면야 감사히 먹을 따름이었다.

“차는 좀 식었으면 덥혀올까?”

“됐수. 나 뜨거운 거 못 먹어.”

차라리 조금은 미적지근한 것이 딱 좋았다.

그렇게 멀쩡한 오른팔로 차를 마셨다. 아가씨는 그런 내 모습을 바라보기만 할 뿐 여타 어떠한 말도 없었다. 조금 껄끄러운 침묵이 흐른다.

“아, 아하. 그러고 보니 아가씨. 그 여포랑 싸우더만. 잘 봤수다. 내 아가씨가 힘이 좋은 건 알았지만 그리 강할 줄은 몰랐어!”

“조운이 합류하고 나선 걔가 다 했어. 나 혼자선 절대 못 버텼을 거야.”

“그, 그렇구만.”

또 대화가 끊어지며 침묵이 흐른다.

굉장히 어색한 침묵인 것이,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난 아가씨와 어떤 대화를 나눴더라. 평범한 대화라는 것이 무엇이었지? 대체 어쩌다 이런 기분 나쁜 침묵이 흐르는 걸까.

혹시.

정말 혹시나 하는 것이 떠올랐다.

“혹시 아가씨, 조운 그 계집애한테 뭐 들은 거 있소?”

그리 물으니 아가씨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행이었다. 만약 아가씨한테도 내가 그렇게 질질 짰다는 걸 들켰더라면 분명 고개도 들지 못했으리라. 그런 못 미더운 남자가 되고 싶진 않았다.

“좀 먹어. 뭐라도 먹어야지. 다과는 일부러 좀 부드러운 걸 골라왔어. 죽이 필요하면 언제든 바깥에 있는 시종에게 말하고.”

“시종?”

이상하다. 내가 알기로 우리는 시종이라는 것이 없었는데. 하여 물어보니 그녀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원소의 지원이야. 미안하다고 하면서 지원해준 거라 구태여 사양할 이유도 없었어.”

“그렇구만.”

물론 다른 제후의 사람이 진영 내부에 있다는 건 좀 껄끄러운 일이기도 했지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딱히 원소에게 척질 행동을 한 적도 없었다. 그럴 이유도 없고.

호의는 그냥 받아들이는 게 맞기도 했다.

“그럼 몸조리 잘해. 곧있으면 우리도 이동해야 할 거니까, 불편해도 조금 참고.”

“이동? 어디로? 왜?”

“하나만 묻기. 알겠니?”

그렇지만 이리 갑작스레 떠날 이유가. 아, 병력이 소진되었기 때문에? 그렇지만 일단은 공을 세운 것인데, 갑자기 연합군 본진에서 이렇게 내쳐지듯이 옮겨질 이유가 없는데.

“일단 위치는 온현. 이동하는 이유는, 뭐 일단 내가 건의했어. 당분간은 아마 전투도 없을 거고. 우리도 일단 부상병을 돌보기도 해야 하지 않겠니?”

“그렇다면야 뭐.”

그거라면 나름 합당한 이유이긴 했다.

“물론 사마가에 방문할 목적도 있긴 한데, 그건 일단 둘째치고. 일단 몸조리나 잘해둬. 괜히 덧나거나 하면 큰일이니까.”

그녀는 그리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알겠다고 답하기는 하였으나, 어디 내 몸 상태를 알아서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일단은 침상에 몸을 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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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의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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