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34화 (34/343)

34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사수관 공방 조조는 그 붉은 눈으로 내게 둔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조조는 가끔 전호를 언급했다. 아마 과거에 영천 전투라는 황건적과의 전투에서 면식이 조금 있던 것 같은데, 조조는 제법 그가 인상에 깊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전호를 꺼낼 순 없어.

“그는 일전의 전투에서 다소 몸을 상한 것 같아서 뒤로 물렸어요. 조공께서 말씀하신다면 언제든 불러오겠으나….”

뒷말은 흐렸다. 살짝 불안한 표정까지 지어야지.

만일 조조가 정말로 호세를 내보내자고 한다면? 잠시 고민도 되지만, 그는 지금까지 내 편에서 여기에 오기까지 가장 크게 헌신해준 사람이었다.

아무리 조조의 호감을 사고자 해도 쉽게 버릴 수는 없잖아. 사람이라면 그러면 안 되는 거니까.

“흠, 그런가.”

조조는 잠시 눈을 감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잘 판단했군. 그 아이는 아직 화웅을 꺾기엔 이르다. 여기에 뒀더라면 자칫 사지로 걸어 나갈 수 있었지. 본인도 그걸 걱정하였는데, 그대는 잘 생각했다.”

훌륭하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조조.

어떻게 답해야 할까. 이미 조조는 내 속내를 꿰고 있는데, 뭐라고 말해야. 여기서 진짜로 몸이 아프다고 할 수도 없어. 그렇지만.

“아, 답할 필요는 없다. 그대를 곤란하게 하려고 말한 것이 아니니, 그냥 고개를 끄덕이면 되는 일이다.”

그녀는 그리 말하고는 조용히 내 곁에서 떠났다. 이럴 땐 확실히 전호가 왜 조조를 그리 껄끄러워하는 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체격은 작지만 분명 폭풍 같은 여자였다.

단지 무표정을 고수하며 주변을 뒤흔드는 폭풍 같은 여자. 저런 여자가 상관이라면 속이 좀 쓰리려나?

차라리 원소에게 갈까?

그렇지만 원소도 아랫것들 부리기 험하기로는 조조 못지않은 남자였다. 어떤 면에선 차라리 조조가 나을 수도 있을 정도로 지독한 남자니까.

모르겠다. 잘 생각이 나지 않아.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고작해야 상태창뿐. 사람을 보는 눈은 차라리 전호나 조운이 더 낫다고 해도 무방했다.

미래를 안다는 것은 분명 좋지만, 당장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모른다. 다른 이가 날 어떻게 생각할지는 알 방법이 없었다.

내게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미래를 알고 움직이는 것.

“답답하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여전히 장내는 시끌시끌한데 이 자리를 바로잡을 인물이 나오질 않았다. 유비는 어디에 있고 관우는 언제 나타나?

게임 스토리가, 역사가 바뀔 일은 없는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아우, 죄송합니다! 제가 늦었네요!!”

천막을 젖히며 누군가가 고개를 숙였다. 슬쩍 돌아보니 여인 둘에 사내아이 하나. 그들은 여러 제후가 모인 회의실에 당당하게 발을 들였다.

“누님아, 우린 연락도 못 받았어. 죄송하긴 개뿔이, 읍읍!!”

“장비, 조용히 있어.”

처음 들어온 여자는 갈색 긴 생머리에 웃는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언제나 미소를 지우지 않을 것만 같은 인상에, 아니 잠깐. 가슴은 또 뭐 저리 커?

그 뒤에는 살짝 키 작은 보랏빛 머리의 소년. 같이 걷는 검은 생머리의 여인인데, 아니 이쪽도 가슴이 커? 세상이 이래도 되는 거야?

“음, 그대는 분명 북평태수의 대리였지.”

“넵! 그렇습니다!”

북평태수의 대리면 분명 유비였다.

원소가 살짝 인상을 찌푸리는데도 이에 굴하지 않고 미소로 화답하는 유비. 어떤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을 것만 같은, 해바라기 같은 인상의 여자였다.

반면 그 뒤에는 인상을 있는 대로 찡그리는, 저건 분명 장비였다. 그 뒤를 따르는 게 관우. 이렇게 도원결의 삼인방이 나타났다.

드디어 화웅을 잡을 키가 나타났다.

그녀가 사뭇 웃는 낯을 유지하며 원소가 손짓으로 가리킨 자리에 앉았다. 장비와 관우는 그 뒤를 따르는 상황.

한 번 그들에게 시선이 몰리기야 했지만, 고작해야 현령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내 다들 시선을 돌리고는 다시 화웅의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결국 그래서 누가 나서서 싸울 거냐.

관점은 그거였는데 아무도 거기에 시원하게 답하는 이들이 없었다. 그저 다들 서로에게 떠밀기만 바쁠 뿐.

그때였다.

“화웅이 곤란하시다면 제가 나서겠습니다.”

조금 전에 도착했던 유비의 휘하, 관우가 드디어 나섰다. 그 검은 머리칼을 흩날리며 손에 쥔 청룡언월도를 장비에게 맡기고선 장내의 중심까지 걸어갔다.

「 관우 운장 」

통솔력 - 96

무력 - 97

지력 - 74

정치력 - 62

매력 – 91

게임에서의 성능과 다를 바 없는 상태창. 확실히 관우는 전성기의 스텟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관우는 이때부터 이미 전성기 스텟을 보유하는 무장이었다.

그녀에게 순간 시선이 몰렸다. 누군가는 미색은 곱다고 평했고, 누군가는 그래서 저게 누구냐며 의문을 표했다.

원소도 후자의 입장이었으니.

“그래, 그대는 누구인가?”

이에 관우가 엎드렸던 고개를 들었다. 찰랑거리는 흑발의 머리가 유독 눈에 띄었다. 여자로 설정하면 수염 대신 머리카락인 게 게임 일러스트와 변한 게 없었다.

“고당현령 유비공의 휘하, 마궁수 관우라고 합니다.”

원소가 그 말을 듣고 잠시 침묵한다.

그를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었다. 고작 마궁수, 고작 현령의 휘하였다. 보내서 목을 베여봐야 아군의 사기만 떨어뜨릴 뿐. 확실하지 않은 이는 보내지 않느니만 못할 수도 있었다.

그녀를 알고 있기에 나서서 변호하고자 해도 나도 고작 현장. 어쩌면 유비보다 더 관직이 낮은 축에 속해서 발언하기 애매했다.

“그대의 의기는 알겠으나, 화웅은 강맹하오.”

“가능합니다. 화웅이라는 이가 강하다면, 저는 더 강합니다.”

관우가 그리 답하니 저 뒤에서 답답하다는 표정을 줄곧 유지하던 원술이 드디어 터졌다.

“여봐라!! 뭣들 하느냐! 저 한낱 일개 병사가 제후를 우롱하는데 당장 끌어내리지 않고!!”

원술은 이미 제 장수인 유섭을 잃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뻗치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었다. 스토리에선 분명 조조가 그를 변호할 것인데.

옆을 바라보니 아니나 다를까 조조가 나섰다.

“그리 흥분치 말라. 원술, 그대는 가끔 너무 막 나가는 경향이 있는데 그건 분명 잘못된 것이다.”

“이, 이 환관의 계집이……!!”

“멋대로 부르도록.”

조조는 원술의 멸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선을 돌려 원소를 바라보았다. 빤히. 그렇게 몇 초의 시간이 흘렀을까.

그녀는 시선을 돌려 장내를 향해 말했다.

“지금 당장 화웅을 잡을 수 있는 분은 있습니까.”

이에 장내의 모든 이들이 헛기침만을 한다. 그 꼬락서니를 둘러보던 조조가 다시 한숨을 내뱉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한데 어찌 제후들께선 이 자를 부정합니까. 동탁 휘하의 무장 하나에 이리도 휘둘려서야 되겠습니까. 저는 찬성합니다. 맹주, 이자를 내보내시지요.”

“그러나 자칫 패하기라도 하면.”

원소의 걱정은 그것이었다. 이미 두 번의 패배를 거듭했다. 여기서 더 패배를 반복한다면 완전히 기세를 동탁군에게 내어줄 우려가 있었다.

조조는 단지 원소를 무표정을 고수하며 바라본다.

“어차피 두 번을 내리 졌는데, 세 번이 무슨 상관일까. 어차피 아무도 나서지 않는 것을. 관우라 하였는가. 이리 오도록. 출전 전에 술 한 잔 정도는 나쁘지 않다.”

그녀는 시종에게 손짓하여 막 덥혀둔 술을 가져오라 일렀다. 추운 겨울이니 저런 술 한잔이라도 마시고 가라는 것은 분명 조조의 배려였다.

그렇지만 관우는 고개를 저었다.

“그 술은 화웅의 목을 바치고 받들겠습니다.”

그리 말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장내에서 벗어나 천막을 걷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무례하다면 무례할, 그렇지만 관우의 성격은 원래 저랬다.

본인의 할 일을 수행하는 것에 의문을 가지지 않는, 타인의 시선 같은 것보다는 대의와 형제자매를 더 소중히 여기는 성격.

역시 게임과 바뀐 게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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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머리카락의 장수가 나섰다. 그 손에 쥔 언월도. 긴 생머리를 정리하지도 않고, 갑옷은 고사하고 투구조차 쓰지 않은 여인이 눈에 끌렸다.

“이번에 이 화웅에게 목을 바칠 이는 누구인가?”

이제 화웅은 입가에 웃음조차 지우지 않았다. 당연하게 승리를 자신하는 모습이 썩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

이에 여인이 제 언월도를 치켜들며 답하길.

“무당현령의 휘하, 마궁수 관우다.”

“마궁수? 마궁수라!! 하, 그래!! 연합군의 벌레들이 이젠 하다 하다 나를 우롱하는가! 나는 용사를 원했지 한낱 일개 병졸을 내놓으라 한 적이 없거늘!!”

화웅이 분노하며 말을 달리게 했다. 마궁수라면 분명 관직조차 없는 일개 병사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 확실히 이런 자리에 설 인물은 아니었다.

미리 명복을 비는 게 옳은 선택이었을까.

그렇지만 뭔가 이상했다.

솔직하게 말해 나는 그녀의 기백을 가늠할 수가 없었다. 화웅이 지는 장면은 상상할 수가 없었지만, 그렇다고 저 관우라 소개한 여자가 진다는 그림 또한 그릴 수가 없었다.

“대장, 어떻게 될 것 같으슈?”

“모르겠다. 화웅이 이길 거 같은데, 그렇다고 관우라던 저 여자가 질 것 같지도 않아.”

“에이, 저 화웅인데? 저거 창 쓰는 거 대장이 더 잘 알잖아. 저거 괴물이라고 혀를 내둘러놓고선 갑자기 왜 그런데.”

그렇지. 혀를 내두르긴 했지.

화웅은 진짜 강했다. 맹장이라 불러 부족함이 없는데, 그걸 강하다 평하지 않으면 어떻게 평가할까. 솔직한 말로 나로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장수가 화웅이었다.

그러니 보통은 화웅이 이긴다고 말하는 게 맞다.

“내 감이다, 감.”

“거참. 허구한 날 감 타령은.”

방삼이가 혀를 끌끌 차면서도 시선은 저 앞에서 떼지 못하니, 말을 몰고 달리는 화웅과 관우가 맞붙기 일보 직전의 상황이었다.

“이 화웅과 자웅을 겨룰 맹장은 얼른 나오거라!!”

화웅은 이미 다음 상대를 가정하며 제 창을 내질렀다. 말을 몰고서는 순식간에 내지른 창은 분명 그 속도가 굉장했다.

굉장했는데, 정작 말에서 떨어진 것은 화웅이었다.

“……어?”

옆에 섰던 방삼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멍하니 앞을 바라보았다. 아마 주변에 있던 모든 병졸들이 다르지 않을 것이고, 그건 나도 채 다르지 않겠지.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솔직히 나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었다. 그저 눈을 깜빡하니 화웅이 말에서 떨어졌다.

순간 세계가 멈춘 줄만 알았다.

아무도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이게 사실 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 누구도 목소리 하나 내지 못하고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

그 침묵을 깬 건 역설적이게도 이 침묵을 불러온 여인이었으니.

“적장 화웅! 이 관우가 목을 베었다!!”

드디어 현실로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환상이 눈을 속인 듯한 느낌마저 받았던 것이 막 깨어난 느낌. 아무리 눈을 씻고 보아도 화웅의 목이 떨어진 것이 현실이었다.

관우는 그것을 무덤덤하게 외쳤다.

그 긴 생머리를 찰랑거리면서 제 언월도를 휘둘러 날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그러더니 이내 말에서 내려 자신이 벤 화웅의 목을 천으로 감싸 챙기며 다시 말에 오르니.

아, 그 누가 저 여인의 무예를 부정할까.

읽지 못했다. 그 언월도의 궤적을, 그것이 화웅의 목을 베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고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건 단지 마술과도 같이 눈 깜빡할 사이에 화웅의 목을 쳐냈을 뿐이다.

아마 죽은 화웅도 제가 왜 죽었는지 저승에서 고민하지 않을까.

그렇지만 승자에겐 응당 호응이 필요할 것이니.

“관우!!!!”

먼저 크게 소리를 질렀다.

뭣들 하고 있냐, 영웅의 등장이다. 우리 같은 일반인은 응당 그것에 환호하며 그 성과를 치하함이 옳았다. 당장 소리를 질러라, 그 영웅의 이름을 불러라.

그녀는 이 동탁 토벌전에 떠오른 하나의 샛별이다.

불러서 칭송해라. 기록해라. 역사에 새겨라. 저런 이가 고작 마궁수라고? 우스운 소리. 저런 이가 재야에 묻혀있었다면 드디어 개천에서 용이 난 꼴이 아닌가.

그 강대하던 화웅의 목을 친 마궁수라면 당연히 기억해줘야 했다. 설령 고관 높으신 제후께서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 같은 이들이라도 그걸 인정하고 기억해줘야 했다.

“관우! 관우!!”

옆에서 방삼이 나를 따라 소리를 지르니, 그것은 이윽고 점점 연합군 전체에 퍼져, 그것을 지켜보던 병졸은 이내 모두가 목소리를 부르짖으며 관우의 이름을 불렀다.

관우는 그 함성을 들으며 천천히 말을 몰고 연합군의 품으로 돌아왔다. 정말 덤덤하게, 마치 당연한 일을 했다는 마냥 기뻐하는 기색도 없었다.

“또 이렇게 대단한 사람을 보게 되는구만.”

“대장은 아직 멀었네.”

방삼이 옆에서 이죽였다. 그게 맞았다. 저런 사람이 재야에서 뚝 떨어지니, 그간 산에서 나름 갈고닦은 실력에 자신감이 떨어진다.

앞으로도 나는 많은 전쟁에 나서야만 했다.

더 많은 전투를 경험해야 했고, 더 많은 이들의 목숨을 빼앗아야만 했다. 그들 중에선 소연 아가씨의 목숨을 노리는 자도 있겠지.

어쩌면 저 관우가 내일 갑자기 진소연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지도 모를 일이었다. 가정이라고는 하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난 소연 아가씨를 지킬 수 있을까?

“더 강해져야겠네.”

세상은 진짜 넓다는 걸 새삼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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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관우는 남자로 등장시킬 예정이었으나 여론에 따랐습니다.

@호세 강화는 언제나 예정에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우수수 강해지면 조금 그러니까, 좀 맞아야죠.

일단 뚝배기 여러번 깨지면서 강해져야죠.

@전호는 기본적으로는 오리캐입니다. 원작 인물과 관계가 없진 않습니다. 전호는 자기의 성을 버리고 호세를 자칭하니, 이건 언젠가 풀어낼 기회가 올 것 같습니다.

@캐릭터 일러스트는 언제나 제작하고 싶습니다. 단지 돈이 없을 따름이죠... 기본 30이상이라니... 하꼬는 오늘도 웁니다...

내일 자정엔 비축분 다 풀겠습니다. 이빠이 연참할 생각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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