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사수관 공방 유섭의 목이 꿰이기 무섭게 동탁군에서는 함성이, 연합군에서는 침묵만이 흘렀다. 대범하게 단신으로 출전한 화웅이지만, 생각보다 꽤 머리가 돌아가는 것처럼도 보였다.
아군의 활이 닿지 않는 거리.
처음에 아군을 도발할 때를 제외하고는 오로지 화살이 날아들지 않을 거리를 지키며 아군을 조롱할 뿐이니.
저걸 방조하면 분명 사기가 떨어진다.
“대장. 혹시 저거 못 이기슈?”
“아이고 방삼아. 네가 제 대장 모가지를 날리려고 작정을 했구나.”
방금 움직임을 못 봤냐? 저건 그냥 창을 뻗은 수준이 아니었다. 유섭이라는 자가 내지른 창을 살짝 비껴치면서도 제 팔을 비틀 듯이 휘젓는 기예였다.
단 한 번의 공방으로 상대의 방어를 벗겨내며 그 목을 찌른다.
말이 쉽지 이게 어디 일반인의 기예겠는가.
물론 내가 나선다면 저렇게 한 방에 저승길 탐색은 안 할 것 같긴 했는데, 그렇다고 저걸 이기리라는 확실한 보장도 없었다. 아니, 아마 질 것 같은데?
자고로 이길 견적이 안 보이는 싸움은 하는 거 아니랬다. 그런 거에 무턱대고 뛰어가는 건 용기가 아니라 만용이었다.
“이놈!! 그러면 내 도끼도 받아보겠느냐!!”
또 누군가가 호쾌하게 도끼 하나를 들고 나선다. 말에서 도끼를 들고 휘두르기도 힘들 것인데, 그 도끼의 크기가 저리도 크면 뭐.
“어우, 저거 도끼 크기 좀 보소. 저만한 거한이면 저 화웅이라는 작자랑도 좀 비빌만한 구석이 있지 않겠나?”
확실히 힘은 장사처럼 보였다. 당장 덩치만 봐도 화웅보다 큰 것이, 도끼도 무슨 거의 창 비슷한 길이에 날도 무지막지하게 큰 것을 들고 다닌다.
저거 차라리 언월도라고 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렇지만 못 이길 거다.
“저걸로는 안 되지. 화웅이라…. 저거랑 싸우려면 우리 쪽 운이 정도는 나가야 겨우 이기려나. 어쨌건 저 인간은 화웅 못 이긴다.”
그래도 미리 명복을 빌어줘야지. 아까는 제대로 못 빌었으니까. 반봉이랬나. 아저씨도 부디 좋은 곳으로 가….
“흥! 이 정도인가. 적장 반봉의 목, 이 화웅이 취했다!!”
또!? 아니 뭔 명복도 못 빌게 만드네.
옆에서는 방삼이 그 광경을 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나도 당장 혀를 내두를 판국인데, 이걸 지켜보던 연합군은 또 어떤 기분일까.
“허미, 이거 대장이 나갔다간 순식간에 목이 따이겠구만.”
“야. 그 정도는 아니다.”
적어도 몇 번은 버틸 수 있지 않겠냐.
우리의 주제와는 별개로 주위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아군이 자랑하던 무장들이 연속으로 저 손에 일초지적조차 되지 못하고 전사한 셈이니, 이거 뭐 병졸들이 장수를 믿고 따를 수나 있겠나.
“…이거 좀 위험한 거 아니요?”
“사기는 땅에 떨어지겠지. 뭐, 그나마도 아군 건사만 잘한다면야 머릿수로는 아군이 우위니까 문제는 없겠지만.”
그 건사를 잘해줄 양반들처럼 보이진 않는다.
술렁거리는 아군을 제대로 통제할 수만 있다면야 몇 번의 패배는 문제가 아니다. 정말 문제는 이렇게 패배를 관망하면서도 손을 놓아버린다는 전개.
만일 그렇게 된다면 그 누가 용감하게 동탁 타도를 내걸고 앞으로 나서겠는가.
“누가 화웅 목 좀 따줘야겠는데.”
“대장은 나서지 마쇼. 와, 저거 진짜네. 대장 같은 건 나섰다간 바로 꼬치구이행이요,”
나도 안다. 아는데, 그래도 꼬치구이는 너무한 것이 아니냐. 적어도 제 대장이라는 사람에게 신뢰가 이렇게 없나.
“아 좀. 그렇게 보지 마쇼. 이것도 다 대장을 잘 아니까 하는 말이 아니요.”
“쯧. 말은 잘한다.”
서러워서 혀를 찼더니 방삼이가 머리를 긁적였다.
솔직히 나 자신에게 물어도 저건 못 이기겠다는 생각이 드나, 그렇다고 제 대장을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잖아, 이 새끼야.
“우리 대장이 괜히 엄한 곳에 껴서 죽는 꼬락서니는 못 보겠다, 이 말이요. 나한텐 대장은 대장밖에 없고, 우리에게도 큰형님이 아니요.”
“어휴.”
이 산적 새끼가 말은 잘한다. 얄미워서 머리에 꿀밤이나 한 대 놔줄까 싶다가도 또 저런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약해졌다.
“이제 더 없느냐!! 이 화웅과 다시 한번 자웅을 겨룰 용사는!! 역적들에게도 친히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주었건만, 어째서 답하지 않는가!!”
화웅은 이번 전투에서도 승리를 장식하니 더 기고만장해졌다. 이제는 활 사거리 안까지 들어와서 소리를 치는데 아무도 활을 걸 생각조차 못 하고 있으니.
아군도 기가 질려버렸다.
“그러면 나와 한 번 겨뤄보겠나?”
저 멀리서 누군가가 또 말을 몰며 나서고 있었다. 검은 생머리에 초록색 도복. 갑옷조차 제대로 입지 않은 복장이었는데 그 손에 쥔 언월도가 유독 눈에 띄었다.
이번엔 여무장인가.
미리 명복을 빌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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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원술이 먼저 자신감 넘치게 나서며 자신의 휘하무장 유섭을 보냈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라지만 제법 강해 보이던 유섭이라는 무장이 순식간에 사망했다.
그렇게 원술이 체면을 구겼다.
다들 기회라고 생각했겠지. 이번에 저 화웅을 꺾는다면 원술보다 돋보일 수 있을 기회라고 여겼으리라.
제후들이 저마다 제 휘하무장을 추천하며 순간 장내가 소란스러웠었다. 그중에서 한복이 파견했던 군을 이끌던 무장 중 하나인 반봉이 자신감 있게 나섰다.
거대한 체구에 큼직한 도끼를 다루는 맹장.
무엇보다 기주에서 이곳으로 군량미 등을 지원하는 실질적인 후원자였던 한복의 체면을 무시할 수는 없었기에 결국 모두가 반봉의 출진에 동의했다.
하여 다음 상대로 나섰던 반봉 역시 한 번의 겨룸에서 바로 목을 꿰였다.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게 강해 보였던 사람도 화웅을 이길 순 없다. 이것 모두 게임에서 나왔던 스토리 그대로였다. 제아무리 강한 이라도 이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이 세계는 정말 현실이 맞을까.
“이, 이!! 반봉까지 당한다면 다음엔 누가 나서야 한다는 말이오!!”
누군가가 그리 외쳤다. 안 그래도 소란스러웠던 장내였기에 누군지는 잘 몰랐지만, 확실한 것은 그 말이 있음과 동시에 순식간에 시끄러웠던 장내에 정적이 찾아왔다.
“다, 다음은 누가 나서겠소? 아! 아까 서주자사 도겸께서 그 휘하에 둔 이가 그리 용맹하다 하시지 않으셨소?”
그러니 도겸으로 보이는 늙은 영감이 고개를 젓는다.
“저 화웅의 무가 저리 강하니 제 휘하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소. 그러고 보니 광릉태수께선…….”
또 순식간에 장내가 시끄러워졌다.
아까까지만 해도 저마다 제 휘하무장의 무를 자랑하던 이들은 어디로 가고 이제는 되려 나서기 싫다는 투로 다른 이의 이름을 언급하며 나서지 않으려고만 했다.
우스운 일이었다. 전국의 내노라하는 제후들을 모았는데 저 한낱 화웅이라는 남자에게 모두가 겁을 먹어버렸다.
이 꼬락서니를 보면 어떻게 한숨을 안 쉴까. 아마 여기서 호세가 있었더라면 내게 슬쩍 개판이구만요? 라며 이죽거릴 타이밍이었다.
물론 이 꼬락서니가 되는 건 게임에서도 똑같았기 때문에 미리 그를 바깥으로 돌렸다.
이렇게 서로 미루려다 보면 저번에 적장의 목을 벤 호세에 대해 언급이 나올 건데, 지금 내 직위로는 그들이 강요한다면 거절할 수 없었다.
「 전호 」
통솔력 - 80
무력 - 83
지력 - 75
정치력 - 68
매력 – 89
본명은 아마 전호였을 남자. 모두에게는 호세라고 자신을 자칭하는 그는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사실상 매력과 정치력을 빼면 모든 스텟에서 상승세를 보여주는 남자.
이 정도면 매력을 제외하고는 확실하게 높은 스텟은 없지만, 상당히 유용한 B급 장수 정도는 되었다. 특히 통솔력이 80을 달성한 것은 고무적인 성과.
이런 남자가 왜 게임을 플레이할 당시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지 의문일 정도로 제법 유능한 인재였다.
그렇지만 이 자리에선 쓸 수 없었다.
「 화웅 」
통솔력 - 85
무력 - 91
지력 - 62
정치력 - 43
매력 – 61
화웅은 강했다. 무력 91은 결코 폼이 아니었다. 아무리 관우에게 순식간에 패한다고 해도 절대 무시할 수 있는 장수는 아닌 게, 여기서 호세를 내보냈다가는 바로 목이 꿰이겠지.
전도유망하고 아직도 성장하는 무장을 화웅의 먹잇감으로 던질 수는 없었다. 지금은 그냥 관우가 나서길 기다리면 됐다.
그런데 정작 관우가 보이질 않는다.
아직도 장내는 시끄럽기 그지없었다. 아무도 나서지 않으려고 하니 화웅은 기세등등하게 날뛰고 있고, 결국 떨어지는 건 아군의 사기뿐.
“하아….”
한숨밖에 안 나왔다. 차라리 이게 게임이었다면, 당장에라도 유관장 세트를 섭외해서 휘하로 부리는 건데.
안다. 이 세상에서 그건 불가능했다.
충성도도 안 나오고 호감도도 안 보인다. 그런 것에 움직이는 세상은 아니었다.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숨만 내쉬니까 호세를 대신해서 내 뒤를 따랐던 조운이 작게 내게 귓속말을 건넸다.
“주군, 차라리 제가 나설까요?”
조운이라면 확실히 강력한 손패긴 한데.
“너 저거 술이 식기 전에 이길 수 있니?”
그렇게 물어보니 조운의 얼굴에 순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누가 지금 최고의 기세로 아군 무장의 목을 순식간에 떨군 용사를 술 식기 전에 이기겠다고 호언을 할까.
“그, 직접 그 자와 싸워보질 않아서…, 술 식기 전이라고는 단언할 수는 없지만요.”
“그럼 가만히 있으렴.”
그러니 조운이 살짝 시무룩해져선 뒤로 물러났다. 물론 조운이라면 화웅과도 일전을 겨룰 수는 있겠지만, 구태여 그런 무리한 도박을 할 수는 없었다.
아직 조운은 완벽하게 전성기의 기량까지 성장한 게 아니었다. 장차 S급 장수로 성장할 인재를 이런 불확실한 전투에 소비할 수는 없지.
위를 바라보니 원소도 머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그도 안량과 문추가 이 자리에 없으니 마땅히 내세울 장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일단 맹주인 입장에서 장내를 진정시켜야 하는데, 일단 화웅을 잡을 장수가 없으니 마땅히 진정시킬 방법도 없었다.
근처에 있던 조조가 나를 보고선 천천히 걸어왔다.
“참 개판이지 않은가?”
“…사태가 사태이니 어쩔 수 없겠죠.”
조조는 그 붉은 눈으로 날 빤히 쳐다봤다.
물론 개판이라고 생각하긴 했다. 솔직하게 말해 이 상황을 개판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명백히 거짓말이었다.
그렇지만 조조에게 순순히 이 자리를 개판이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그녀는 이 반동탁 연합을 모으기 위해 조서를 전국에 날린 사람이었다. 연합군의 참군이기도 했으며 원소와도 연이 있는 사람. 사실상 이 연합군을 모으는 것에 원소 다음으로 공적이 큰 사람이었다.
“그대는 언제나 반쯤 물러서는군.”
그녀는 내게 그리 말했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느낌인데, 왜 그럴까. 차라리 여기서 조조의 말에 호응하는 게 나았을까? 그치만 내 작위로 그랬다간 또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공경하지 못한다는 말을 들을 우려도 있는데.
선택지를 잘못 골랐나?
어떻게든 조조에게 최대한 호감을 벌어야 하는데. 앞으로 조조의 휘하로 들어갈 생각인데, 정작 조조의 호의를 사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어.
“제가 어찌 윗분께 그리 말하겠나요. 그저 이 사태를 진정시킬 수가 떠오르지 않아 잠시 몸을 수그리고 있었지요.”
그렇게 말하니까 조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상태창에 게임처럼 호감도와 충성도가 나타났다면 일이 편했을 텐데. 그랬다면 호감도의 반응을 보고 상대가 좋아 할만한 행동을 반복하면 그만이니까.
「 조조 맹덕 」
통솔력 - 98
무력 - 76
지력 - 92
정치력 - 91
매력 – 93
정말 언제 봐도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스펙이네. 그냥 보기에는 좀 키 작은 은발 미소녀 같은 느낌이지만 저 스텟은 어디 가지 않겠지.
조조는 이 세계에서 아마 최고에 가까울 정도로 사기적인 인물이었다.
지금은 비록 세력도 적고 지지자도 적은 편이겠지만, 게임과 역사 그대로 언젠간 가장 크게 세력을 일굴 인간. 되도록 그녀가 약할 때 그 밑으로 들어가는 게 제일 편했다.
조조는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슬쩍 장내를 훑어보고는 내게 시선을 돌렸다.
“호세는? 그는 어디로 갔는가?”
순간 숨이 멎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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