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32화 (32/343)

32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사수관 공방 결국 첫 번째 사수관 공방전은 연합군의 패배로 끝났다.

손견은 좋은 선에서 분투했으나 결국 패배했다. 그 대단하신 제후들께선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놀랍게도 그들은 승패는 병가지상사라며 손견을 위로했다.

구역질이 나는 장면이었다.

진소연군의 피해는 대략 사상자 이백여 명. 잠깐의 습격이었지만 꽤 많은 이들이 다치거나 죽었다.

그렇지만 어디 그게 손견군에 비할 수 있을까.

손견은 당장 흩어졌던 군을 어떻게든 끌어모았음에도 원래 끌고 왔던 1만 5천의 병력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1만밖에 남지 않았다. 심지어 1만이라는 것도 부상자의 숫자를 전부 포함한 숫자였다.

게다가 손견 본인이 과거부터 이끌고 다녔던 장수였던 조무라는 장수까지 전사했다고 하니, 손견군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연합에서의 손견은 이제 끝났네.”

내가 말하고도 한숨이 절로 나왔다.

병력의 손실이 너무 컸다. 삼분지 일의 병력을 잃은 것인데, 과연 손견이 이 이후로도 반동탁 연합에 힘을 보태겠는가. 나라면 그 꼴을 보는 순간 바로 떠났을 건데.

“안 끝났어.”

소연 아가씨는 그런 내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무 당연하게 말을 하는 그녀의 모습에 살짝 당황스러운 느낌도 들었다.

분명 아가씨는 대부분 맞는 말만 한다.

알고는 있다. 그녀가 아무리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더라도 그것은 대부분 이뤄졌으니까. 이번에도 그런 이상한 확신이 있으리라.

“뭐, 그렇다면 그렇겠지만. 그래도 오천이 어디 말이나 되는 숫자요? 사기는 확실히 꺾였을 것 같은데.”

“손견은 다시 출전해. 이건 확신이야. 내기해도 좋아.”

“하여간 내기 억수로 좋아하시는구마.”

그치만 정말로 손견이 다시 움직일까.

아가씨도 분명 보았을 것인데. 이번에 있었던 제후 회의. 그 가운데에서 그저 멍하니 앉아서 그들의 얘기만 듣고 있던 그 남자, 손견 문대를.

그 모습은 마치 이 빠진 호랑이와 같다고 느꼈는데, 정말로 그 남자가 다시 싸우려 들까.

물론 그는 용사였고 영웅이었다. 수많은 전공을 제 손으로 쌓아 올린, 근 한나라에 이만한 전공을 세운 장군은 정말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 이번 패배는.

“어휴, 난 모르겠소.”

“손견은 움직여. 그것보다 문제는 우리지. 병사들의 사기는?”

“문제는 없지. 사상자가 나왔다고는 하지만 성공적으로 적장을 격퇴했으니까.”

이몽은 제법 강한 자였다. 그래도 내게 이길 정도는 아니지만. 절로 어깨가 으쓱해지는 전과가 아닌가. 실제로 제후 회의에서 별도의 포상도 나왔다!

…전부 군량이어서 내가 떼돈을 벌거나 하진 못했다만.

“방심은 금물이야.”

“알고 있지. 난 내가 싸워서 이길만한 사람이랑만 싸워. 딱 봐도 보이잖아, 뭔가 위험한 사람들은. 뭔가 흉흉한 냄새가 난다고.”

팔을 살짝 들어 늑대가 으르렁거리는 느낌으로 흉내를 냈다. 아가씨는 그 모습에 피식 웃는다. 나도 마주 웃어주었다.

그렇지만 말 자체는 진심이었다.

나보다 강할 거 같은 사람들은 대부분 피 냄새가 나는 이들이었다. 찐득하게, 제 몸 구석구석에 덕지덕지 피를 펴 바른 듯이 지독한 비린내가 진동했다.

솔직한 말로 그것은 감이기도 했지만, 옛날부터 내 감은 제법 잘 맞는 편이었다.

“내가 사람 보는 눈은 좋다니까?”

그리 말하니 아가씨가 슬쩍 웃는다.

“조운은 못 알아봤으면서?”

“…그건 예외요.”

첫 만남이 이상하면 판단이고 자시고를 논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그런 계집애가 그렇게 강할 줄은 진짜 몰랐지. 평소에는 뭔가 은근히 푼수 같은 느낌이면서, 전장에만 서면 사람이 확 달라지는 사람.

조운은 확실히 내가 보아도 이상한 계집애였다.

위험한 기색도, 피의 냄새도 나지 않지만 강한 인간. 가끔 그런 인간이 있기야 했다. 무엇에도 휩쓸리지 않으며 단지 고고하게 제 길만을 걷는 인간.

그런 부류의 인간들은 아무런 기색도 없이 제 기운을 갈무리할 줄 아는 부류다. 사람을 죽이지 않고도 이기는 법을 아는 부류의 인간.

나랑은 전혀 다른 부류였다.

“걘 내 척도로 계산할 수가 없지. 나랑은 사실 완전 다른 인간이거든.”

“평소에는 잘도 놀더니?”

“그건 그 계집애가 놀려먹기 편하니까 그런 거고.”

같이 어울린다고 하여 비슷한 인간이라는 법은 없었다. 성격이야 얼추 맞는 면이 있겠지. 서로가 인정하는 면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운과 나는 근본이 달랐다.

호세는 아마 조운을 이해할 수 없다. 조운도 아마 호세를 이해할 수 없겠지. 서로가 그냥 그러고 지내는 거다. 저 사람은 저런 사람이라고.

“아무튼, 너도 참 특이하다니까.”

“내가 좀 특별하긴 하지.”

그리 말하며 아가씨와 낄낄 웃었다. 이런 시간도 나쁘지 않았다. 비록 전쟁통 한복판이라 하더라도 언제까지 전쟁만 하고 있을까.

겨울바람이 차갑게 볼을 스쳤다. 살짝 고개를 돌려 소연 아가씨를 바라보니 그녀의 볼 또한 빨갛게 달아오른 게 보였다. 피부가 하얗기 때문일까, 그 홍조가 더 도드라졌다.

“어우, 이거라도 좀 껴입고 있으쇼.”

겉에 걸쳤던 털옷을 풀어 아가씨의 어깨에 걸쳤다. 저것도 과히 따듯하다고 하기엔 힘들겠지만, 그래도 안 입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낫겠지.

“참견하긴.”

“싫으면 내놓으시고.”

걱정을 해줘도 뭐라 한다. 나라고 춥지 않아서 외투를 건넨 것이 아니다. 그냥 추워 보이기에 작은 호의를 전했을 뿐인데.

홧김에 손을 뻗으니 그녀가 입술을 내밀었다.

“싫은데?”

제멋대로다. 정말 언제나 제멋대로인 여자.

나쁘지는 않았다. 그녀는 이러는 게 맞았다. 언제나 제멋대로.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그녀가 제멋대로이지 않은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이젠 익숙하다.

“가끔은 나쁘지 않네. 아가씨랑 단 둘인 것도.”

“가끄음? 그럼 평소에는 나빴다는 거야?”

아니 뭘 또 그렇게 받아들이나. 그냥 대충 나오는 대로 말했을 뿐이잖아. 적당한 말에는 대충 대꾸하는 게 정석이 아닌가?

당황해서 무언가 변명을 하려 하니 소연 아가씨가 배시시 웃었다. 저런 걸 보고 소악마라고 하는 것인가.

“사람 골려먹는 것이 그리도 좋소?”

“너도 자주 그러면서.”

그건 상대가 조운이라서 그런 거다. 뭐, 가끔은 방삼이도 괴롭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내가 당해도 될 이유가 되진 않는다.

“난 때리는 쪽이지 맞는 쪽은 아니올시다.”

“양아치니?”

그리 대화를 나누면서도 나름 훈훈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적어도 나는 이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적당한 대화, 적당한 주제.

언제까지 무거운 주제에 씁쓸한 대화만 나눌까.

가끔은 이런 것도 나쁘지 않았다. 마침 적당하게 전쟁에 대한 일도, 손견에 대한 것도 잊을 수 있었다. 그걸 생각하면 웃음이 멎을 일이 없었다.

없었는데.

저 멀리에서 함성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가 울리면서 아지랑이처럼 느껴지는 것이 꽤 거리가 있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그것은 분명 함성이었다. 그것도 다수의 인간이 내지르는 함성.

연합군 중 누군가가 미쳐서 이럴 리도 없을 것이니.

“하, 시발. 꼭, 꼭! 꼭 좀 분위기가 괜찮다 싶으면 이런다니까.”

“아마 동탁군이겠네.”

그 와중에도 아가씨는 턱을 쓰다듬으며 냉정함을 되찾았다. 한 번, 두 번. 그렇게 손가락을 움직이던 아가씨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화웅이야. 이 시점에서 나설 것은 화웅밖에 없지.”

“화웅?”

들어본 적은 있다. 여포가 합류하기 전, 서영과 함께 동탁의 쌍두마차라 불리던 이가 아닌가. 무력으로는 서영을 웃돌며 전쟁에 나서면 항상 앞줄에 서 군을 이끈다는 맹장.

비록 이번에 손견에게 한 번 패했다지만.

“그러네. 확실히 이런 상황에 연합군에 들이닥칠 인물이라면 어느 정도 힘은 있어야 할 것이니, 화웅일 수도 있겠구만.”

전쟁이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아니, 아니지. 내가 생각을 그르쳤다.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전쟁이 끝나? 우스운 소리였다. 손견의 패배는 그저 전초전에 불과했다는 걸 잠시 망각하고 있었다.

동탁이 죽거나 연합군이 무너지기 전까진 전쟁은 끝나지 않는 것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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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웅의 군이 연합군의 영채 인근에 자리를 잡으니 그 숫자가 삼만에 달했다. 비록 연합군의 숫자에 비해 모자람은 있었지만 화웅은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개의치만 않을까.

“이 화웅과 자웅을 겨룰 이는 어디 없는가!!”

그는 단신으로 연합군 영채 바로 앞까지 와서 제 창을 휘두르며 크게 소리쳤다. 제 군을 등지고 당당하게 연합군 영채 바로 코앞까지 와서는 자웅을 겨루고자 한다라.

손견의 군을 무찌른 탓일까. 분명 수적으로는 연합군이 우위에 있었음에도 기세만큼은 화웅과 그의 군세가 훨씬 드높았다.

이래서 손견의 패배를 방조해서는 안 됐는데.

원가놈들, 지옥에나 떨어져라.

“하하하!! 한 황실과 동태위께 거역하는 무뢰배들은 겁도 많은가!? 혈혈단신으로 찾아온 이에게 어찌 아무도 덤비지 않는가! 지금 내 목을 거둔다면 너희의 승리이거늘!!”

화웅이 제 창을 재차 휘두르며 아군 장수의 출전을 촉구하고 있었다.

심지어 이 작자의 목소리는 또 얼마나 큰지 제법 거리가 떨어진 내게도 들릴 정도였다. 아마 이 인근의 아군은 모두 들었겠지.

그 높으신 제후들께서도 분명.

나는 아가씨가 제후 모임 근처로 얼씬도 하지 말라는 명을 받고 한가로이 화웅의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

아가씨 말하길 아마 화웅이 아군 장수를 몇인가 쳐내면 저번 전투에서 공을 세운 내게 출전을 강요할 수도 있다던가. 아가씨는 이미 화웅에게 몇 번의 패배를 겪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내가 봐도 화웅은 평범한 인물은 아니었다.

이몽? 저거에 비하면 그건 나무젓가락이다.

화웅은 내가 베었던 이몽에 비하면 거목이라 부를만한 것이, 솔직하게 말하자면 저건 슬쩍 보기에도 내가 이길 수 있는 부류의 인간이 아니었다.

“이노오오옴!! 여기가 어디 안전이라고 감히!! 후장군 원공의 휘하 필두무장, 이 유섭이 네놈의 건방진 혓바닥을 뽑아주마!!”

“암, 좋지! 덤벼라, 역적놈들!!”

아니 시발, 역적은 너희잖아.

아, 쟤네 입장에선 우리가 역적이 되는 건가.

우습게도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그런 생각이나 하고 있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는 것이, 내가 보기엔 화웅과 유섭의 싸움은 긴장감을 느낄 이유가 없는 싸움이었다.

유섭이라고 했던가. 명복은 빌어주지.

그렇게 손을 모으기가 무섭게 순식간에 유섭의 목이 화웅의 창에 꿰였다.

아니, 적어도 명복을 빌 시간은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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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랑 모레, 이 벌충은 확실하게 하겠습니다.

혹여 궁금하신 사항은 @를 달아주시면 내일 올리면서 한 번에 정리해서 리코멘트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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