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사수관 공방 그건 이른 아침의 일이었다.
“오라버니, 손견이에요!”
“…아, 조금마……, 누, 누구!?”
잘 자고 있던 나를 두들겨 깨운 조운의 말에 눈이 확 떠졌다.
침상에서 몸을 벌떡 일으켜 막사로 나가니, 저 멀리에 손견과 그 휘하 몇 명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니 사수관에 있어야 할 이가 어째서.
순간 의아함이 들었지만, 그들의 꼬락서니를 보니 곧 깨달았다. 손견은 결국 패퇴하고 말았구나. 그 강동의 호랑이가 결국 호뢰관을 넘지 못했어.
그렇지만 이상한 것도 있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사수관과 대치하던 상황이라는 전령을 보고를 받았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이게 무슨 일이냐.
그것도 꼴을 보니 패전도 저런 패전이 없다.
대장인 손견은 머리에 투구조차 쓰지 못했고, 그 휘하에 있는 이들은 몸에 성한 곳이 없다.
가장 심한 것이 저 등판이랑 팔뚝에 화살을 덜렁거리는 이였는데, 그는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손견의 안위만을 살피고 있었다.
“충! 파로장군 손견 님을 뵙습니다!!”
“…그대는?”
그 기운차던 손견은 어디로 가고, 힘이 쭉 풀린 목소리로 고개만을 힘겹게 들며 나를 바라보는 남자가 하나.
“무성장군 진소연 장군의 행군사마, 호세라 합니다! 이번엔 원소 맹주의 명을 받들고 이곳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원소가 말이지.”
그는 작게 고개를 끄덕일 뿐.
사실 나는 그가 어째서 군량을 보내지 않았는가에 대한 질문이나 왜 지원군을 보내지 않았나에 대해 질문을 던지리라 생각했다.
이미 우리도 알고 있었다. 손견군에 어떠한 치중 부대도 지원을 나가지 않았고, 그 탓에 손견이 얼마나 애가 닳으며 전령을 보냈는지, 전부 알고 있었다.
“그래, 무성장군은 어디에 계시지? 내 인사를 드려야겠다.”
“안쪽 진채에 계십니다. 안내는…, 조운. 부탁한다.”
“옙, 행군사마님.”
그렇게 손견은 조운을 따라 물러갔다. 그 휘하도 한 번 이쪽으로 고개를 힐끗 돌릴 뿐. 그들은 생각보다 얌전히 우리를 따라 움직여주었다.
“후우, 심장 떨려.”
만약 손견이 이번 패전의 영향으로 연합군 전체를 적대하였다면 심히 곤란할 뻔했다. 우리도 어찌 되었건 맹주 원소의 휘하였으니 그 책임을 우리에게 묻겠다고 날뛸 상황을 염려하고 있었다.
실제로 조운은 마지막까지 창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나도 웃는 낯짝을 하긴 했지만 언제든 검을 뽑아 들 준비를 하고는 있었는데.
손견이 이성적이라 다행이라 해야 할까.
“아니, 그게 아니지.”
스스로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조금 전까지 패전을 경험하고 제 수하들 태반을 잃은 장군이 이성적일 리가 없었다. 그는 단지 참고 있을 뿐이었다. 이를 꽉 깨물고, 그 분노를 가슴에 담고서.
그저 참고 있을 뿐이었다.
“대장, 손견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 것 같소?”
방삼이가 옆에서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손견의 앞날이라. 그건 나도 모르겠다. 솔직히 내가 저 상황이었으면 진즉에 칼부터 빼 들고 원술의 목을 치려 들었건, 그게 아니면 아예 동탁에게 귀순했겠지.
그렇지만 손견은 이곳으로 돌아왔다.
“나도 모르겠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손견이라는 맹장은 이 사태를 어떻게 극복해낼 것인지, 정말 하나도 예상할 수 없었다.
그저 알고 있는 것은 단 하나.
“같은 아군이라는 것들이 자신을 사지에 몰아넣었으니, 어떻게 제정신이겠어.”
손견은 미치기 일보 직전이 아닐까. 피를 토할 정도의 분노를 단지 제 이성으로 힘껏 억누른 것이 지금의 손견이지 않을까.
참으로 얄궂은 일이다.
그는 누구보다 동탁의 타도에 앞장섰다. 제후들이 저마다 제 잇속을 챙기고자 눈치만 보고 있을 때, 당당하게 맹주에게 나서 동탁 타도를 외쳤던 인물이다.
그런 용사도 결국 정치싸움에 놀아났다.
“슬슬 애들 준비시켜라. 아마 곧 동탁의 군이 몰려올 거니까, 준비는 해둬야지.”
아마 거리가 꽤 있기에 그리 많은 수가 이리로 오진 않으리라. 온다고 하더라도 이 좁은 가도에서 진을 꾸리고 있으니, 아마 간만 보다가 돌아가겠지.
그래도 준비는 하는 게 맞았다.
“대장, 그러면 손견이나 아가씨는 어떻게 하실 거요?”
“후방으로 돌려야지, 당연한 걸 뭘.”
부상자와 패잔병에게 어찌 싸우라 말하겠는가. 또 어찌 제 주군에게 검을 들고 최전선에서 싸우라고 말을 할까.
“어차피 별일 없을 거니까, 그냥 확실하게 준비만 시켜둬.”
“알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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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겨어어언!! 손견은 어디냐! 이 이몽께서 친히 네놈의 수급을 가지러 왔거늘, 도망치는 것만은 확실히 호랑이라 불릴 만 하구나!!”
“이런 시발.”
웬 미친놈 하나가 그대로 말을 몰고 아군 목책에 꼬라박았다. 당연히 말이 뾰족하게 날을 세워놓은 목책의 끝을 버틸 리도 없었는데.
“흥!! 잡졸은 꺼져라!! 손겨어어언!!”
그는 제 말이 쓰러지자 바로 그 위에서 뛰어내려 땅에 안착하고는 그대로 아군 병졸과의 전투를 시작했다.
동탁군의 기병대 중 선발대가 일제히 말에서 내려 목책을 놓고 아군과 힘겨루기를 시작하니, 순식간에 최전선이 백병전의 형태가 되었다.
“와, 시발. 진짜 미치겠네.”
저 멀리에 동탁의 기병대는 선발대가 목책을 제거하는 걸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 최전선이 밀린다면 그대로 저 기병대가 들이닥치겠지.
“야, 안 되겠다. 방삼아, 너 여기 좀 지키고 있어라.”
“대장!?”
저 이몽이라는 미친놈, 진짜 미친놈이긴 한데 잘 싸운다. 제 말을 그대로 꼬라박고 땅에 안착하자마자 아군을 그대로 휩쓸 듯이 베어내고 있다.
저거 그냥 저대로 내버려 두면 그가 싸우는 곳을 중심으로 아군 대열이 무너질 확률이 높았다.
“저거 내가 막으러 간다.”
하필 아군 최강이라는 조운을 손견에게 붙여 후방으로 돌린 게 후회됐다. 아니 설마 그 누가 저렇게 미친개처럼 달려들 거라 생각이나 했겠는가.
심지어 저들이 숫자가 많은 것도 아니었다. 대략 눈으로 가늠하기엔 천도 안 되는 것이, 한 오백 정도는 될까.
그걸 적군도 분명 알고 있을 것인데, 그런데도 그들은 그저 맹목적인 개마냥 이렇게 아군 진영에 그대로 꼬라박은 거다.
막을 순 있지만 이대로면 피해도 크다.
“어차피 지휘할 거라곤 전방으로 애들 보내는 것뿐이니까. 잘 부탁한다.”
“무리는 하지 마쇼.”
방삼이의 말에 그냥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몽과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다. 허리춤에 찬 검을 뽑으니 오른손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무게. 그것이 곧 싸우러 나간다는 걸 실감하게 했다.
아직도 전방에선 이몽이라는 작자가 제 창을 휘두르며 아군 진열을 멋대로 휘젓고 있었다.
이것들도 나름 도적이라고 실전에 강한 것들인데 버티지를 못하네.
“손겨어어언!! 손견 당장 나와라! 이 잡졸들로 감히 동태위님의 군을 막을 수 있을 것 같더냐!!”
“아니, 근데 저건 손견, 손견.”
손견한테 뭐 원한이라도 졌나. 사수관에서 손견의 초반 기세가 그리도 매서웠다고 하니, 그때 박살이라도 났나.
“손견은 아직이냐!! 이 이몽의 창이 그리 무섭더냐!! 강동의 호랑이라더니, 이제 보니 강동의 쥐새끼가 아닌가!!”
위세 좋게 창을 휘두른다. 그 창대에 맞은 병졸을 포함해 서넛이 순식간에 나가떨어지는 것이, 대뜸 이 진영에 공습을 가할만한 자신감을 가질 법도 했다.
이길 수 있을까?
자기 자신에게 묻는다. 확실히 상대는 강했다. 힘으로 휘두르는 그 창은 장정 서넛을 그대로 쓰러뜨릴 정도. 내지르는 창의 위력은 방패를 꿰뚫는다.
그러면 이길 수 없나?
“그럴 리가 없지.”
우습다. 저자의 힘이 아무리 강하다 하여도 맞지 않으면 그만. 빠르기로는 조운의 창에는 도무지 미치지 않으니, 저걸 이기지 못하겠다고 말할 이유가 없다.
“동탁의 개가 여긴 어디라고 또 기어와?”
검을 치켜든다.
잘 갈아놓은 검의 날이 아침 해의 빛을 머금고 한껏 빛나 보였다. 이 검으로 지금까지 몇을 죽였던가. 기억은 나지 않았다.
오늘 그 기억나지 않는 한 명이 추가된다.
“누구냐?”
“무성장군 진소연의 휘하, 행군사마 호세.”
그리 소개하며 검을 치켜드니 그가 코웃음을 쳤다.
“흥, 잡졸인가. 네놈보단 손견이다! 당장 죽기 싫거든 가서 손견에게 제발 싸우러 가달라고 애원이라도 해 보거라.”
“응, 너도 느그 동탁이한테 가서 제발 황제 풀어주고 도망가자고 애원해봐. 그러면 혹시 아냐? 내가 살려서 보내줄지.”
“이놈!!”
이제야 그가 날 제대로 바라봤다. 그렇지. 지금 제 앞에 선 것은 나인데 왜 손견만 찾냐. 솔직히 자존심이 상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말 좀 험하게 한 건 관대하게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것을, 이몽은 제 분에 못 이겨 그 창을 치켜들고 내게 달려들었다.
크게 휘둘러지는 창.
“세상 누가 창을 둔기로 쓰냐!?”
검을 치켜들었다. 그대로 머리 위를 향해 내리꽂히는 창대를 가로막는데 순간 앞으로 살짝 몸이 기울어졌다.
“어떠냐. 이제 알겠느냐?”
인정하긴 싫지만, 확실히 힘이 실린 강격이었다. 솔직한 말로 방금 그 일격에 방심했더라면 그대로 검을 놓칠 뻔했다.
그렇지만 놓치지 않았다.
게다가 머리 위로 내리찍는 창대를 막아 세웠다. 그렇다면 간격이 좁혀진 셈. 검을 든 내가 파고 들어가기 쉬워졌다.
몸을 살짝 낮게 숙이며 앞으로 달렸다.
그는 이제 막 창을 되돌려 채 방비가 미흡한 것이, 그대로 검을 휘두르니 당황해서 창대를 세워 막았다.
“한 발짝만.”
가로로 휘두른 검격이 다시금 창대에 막힌다. 그러면 내지른다. 선이 안 되면 면으로, 그걸 상대가 피해내면 다시 위에서 사선을 긋듯이 내려친다.
“딱 한 발짝만.”
손견이 그리도 맹장이더냐. 네 눈에는 그것이 그렇게 대단한 이라서, 그 외에 인물은 보이지 않았는가.
인정한다. 나는 손견보다 모자람이 있었다.
“크, 크읏, 이것이!!”
그가 창을 크게 휘둘러 내 공세를 떨쳐내려 했다. 창대는 빠르게 바람을 가르고 내 머리를 향해 날아든다. 아니지, 아니지. 이건 틀렸다.
나를 막아 세울 생각이었다면 머리가 아니라 몸통을 노렸어야 했다.
가볍게 고개를 숙이는 것만으로 머리를 향해 날아들던 창대를 피한다. 그것은 그저 헛바람만 불러일으키며 위를 지나쳤다.
딱 한 발짝.
오른발을 내디뎠다. 검을 휘두른다. 이번에는 좌측 하단에서 위로 올려붙이는 공격. 그걸 어찌어찌 창대를 갖다 대어 막는 데 성공한다고 쳐.
그러면 다시 방향을 바꾼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누군가에게 검술을 배운 적은 없었다. 스승은 내가 죽인 적병이요, 지금까지 겪어왔던 전쟁뿐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검을 다룸에 있어 딱 두 가지밖에 몰랐으니.
휘두른다. 찌른다.
간단했다. 단순히 그걸 반복하기만 하면 됐다. 지강하신 무인들께는 그게 통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뭐 어떠한가.
이런 작자를 베어내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그저 빠르게. 상대가 싫어할 만한 공격을. 상대가 막기 버거워할 만한 곳만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라. 상대가 무기를 든다면 그 반대로 검을 붙여라.
“크, 으윽!! 이, 이런!”
조금만 더.
숨을 고를 틈도 없었다. 상대는 그 힘으로 적을 찍어누르는 자. 빈틈을 준다면 숨을 고르고 다시 한번 이쪽을 몰아 붙일만한 실력이 있었다.
앞으로 한 발짝.
한 발짝만 더.
그렇게 검을 계속 휘둘렀다. 상대가 막기에만 급급하게 만들기 위해, 상대가 제 기세를 유지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치명상 따위를 신경 쓰면 이길 수 없다.
아주 살짝이라도 좋으니 밀어 붙인다. 휘두르고 내지른다. 빈틈을 찾는다. 전투는 어차피 그 반복 선상에 놓인 것.
상대의 수급이란 결국 이런 행동을 반복함으로 얻을 수 있는 부가적인 것이었으니.
“잡았다.”
드디어 왼발을 마저 내디뎠다.
이걸로 내가 이몽의 품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더 이상 그 긴 창을 제멋대로 휘두를 수 없는, 막으려 해도 채 손이 따라가지 못하는 위치에 섰다.
“소, 손견도 아닌 것에게에에에에!!”
그가 마지막으로 창에서 손을 떼고 주먹을 휘두른다.
좋다. 이런 건 받아줄 수 있었다. 검을 들어 그가 내지른 주먹 채로 베어버릴 생각으로 검을 휘둘렀다. 뼈가 좀 방해되어 막히기야 하겠지만.
뭐 어떤가. 손 하나 아작나면 사람 죽는 건 순식간이다.
그대로 그 주먹 채로 쪼갠다.
“마지막까지 손견 찾기는.”
주먹에 검이 박히긴 했으나 결국에는 그 수급을 베어냈다. 그는 마지막까지 손견의 이름을 부르짖느라 눈도 제대로 감지 못하고 목을 베였다.
“후우.”
동탁군은 제 대장이 죽으니 빠르게 모여 퇴각하기 시작했다.
저걸 추격하기엔 아군도 피해가 컸다. 조금 입맛이 쓰긴 하지만 보내줄 수밖에 없는 병력이었다.
“시발, 원소 개새끼.”
분명 아무 일도 없을 것처럼 말하더니 전부 개소리였다. 이래서 높으신 분이랑 얽히면 좋은 일이 없다는 거다. 아가씨도 좀, 앞으로는 그런 놈이랑 친하게 지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겨울바람이 차게 불었다.
뜨겁게 달아오른 몸이 점점 차게 식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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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전호 스테이터스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많은 호응 감사합니다. 여러분 덕분에 30화 찍었네요.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