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사수관 공방 손견의 출정식이 열렸다.
많은 이들이 모였다. 당장 손견보다 작위가 높은 이들만 해도 수두룩한 연합군이다. 그들 한명 한명이 손견에게 덕담을 건네거나 승리를 응원하는 것만으로도 한세월이 걸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원소가 제 검을 손견에게 맡기니.
“그대는 연합군의 얼굴이요. 비록 한 차례 불민한 사건이 있기도 했으나, 그대가 진정 역적 동탁을 치는 최초의 검이니. 부디 승리를 가지고 돌아오시오.”
“장사태수 손견, 명 받들겠나이다!!”
“이 검이 그대를 증명할 것이니, 만일 그대를 막는 이가 있거든 그 검으로 즉결 처형에 처함도 용납하겠소.”
어이, 손견 양반. 거기, 지금 바로 그 검으로 바로 댁 앞에 있는 원씨 형제들의 목을 쳐버려!! 아마 댁이 성공하는 걸 가장 원하지 않는 건 거기 두 사람일 거다.
뭐, 다른 제후들도 그닥 성공하길 바라는 것 같지는 않지만.
저 제후들 표정 좀 봐라. 딱 봐도 적당히 길만 닦는 정도로, 적당히만 싸우다가 돌아오라는 기색이 풀풀 풍기잖아. 원래 타인의 공이란 시샘의 대상일 뿐이다.
물론 이런 생각이 손견에게 전해질 리도 없으니, 그는 마지막까지 호기롭게 웃으며 출정에 나섰다.
“참, 역겹구만 그래요.”
어떻게 사람이 저리도 겉과 속이 다르단 말인가. 차라리 옆에서 대놓고 인상을 찌푸리며 손견을 노려보는 저 원술에게 더 호감이 갈 지경이었다.
물론 제 부하 성공 하나 축복하지 못 하는 상관도 별로긴 한데, 그래도 원소보다는 인간적인 맛이 있었다.
“티 내진 마.”
“흥, 내가 애도 아니고.”
물론 전적이 있기야 했다지만, 조조는 정말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녀는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충격적인 일이었다. 아마 내 안에서 조조는 정신병과도 같은 무언가로 새겨졌다.
아무튼 이제 다시는 그럴 일도 없다.
“조조만 아니면 되오, 조조만 아니면.”
“…흠. 본인의 이름이 들리는가 싶어 왔더니.”
옴마나, 시발! 댁은 또 뭔데 갑자기.
“아무래도 좋은 내용은 아닌 듯싶군.”
그녀는 어느새 내 뒤에 서선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빨갛게 빛나는 눈은 정확히 내 뒤통수를, 내가 등을 돌렸으니 이젠 내 얼굴을 응시하고 있으니.
“아, 아이고! 조조님! 당연히 좋은 말이지요!!”
수차례 아가씨에게 조조와 친하게 지내라는 명을 받은바, 나는 이제 반쯤 조조의 딸랑이 비슷한 무언가가 되어가고 있었다.
염병할.
“분명 본인이 들은 어감은 그것이 아니었는데.”
“아이고, 그럴 리가요! 어려운 걸음으로 어찌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충성충성! 저는 언제나 조조님을 환영하지 말입니다요!”
물론 어려운 걸음으로 뭐하러 여기까지 오냐는 함축적인 의미를 내포한 말이었다. 물론 조조에게 악감정은 없지만, 그런 거 있지 않나? 그냥 뭔가 불편한 사람.
“그대가 그러하다니 그리 믿지.”
그러면서도 눈은 게슴츠레 뜨는 것이 전혀 믿는 태도가 아니었다. 사실 거짓말이니까 틀린 의심도 아니지만.
“크흠. 조조님, 여기까진 어쩐 일이신가요?”
아가씨는 금세 날 발로 밀어버리더니 조조에게 다가간다. 아니,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뒤에서 발로 밀어냈다고.
정확히 조조에겐 안 보일 각도에서 쓱 밀려났다.
와, 시발 이게 설움인가.
또 말실수할 바엔 본인이 대접하겠다는 의도도 있을 것 같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아가씨는 조조에게 잘 보이고 싶은 모양이었다.
근데 원소에게도 사무적으로 대하더니, 고작 조조에게 잘 보여 뭘 하겠다고.
조조야 어차피 원소 휘하의 무장 아닌가? 대단한 사람인 건 맞지만, 혹시 조조를 품고 싶어서 저러는 것인가? 그렇지만 부하로 삼기엔 조조의 가문이나 세력이 꽤 크다.
혹시, 성적인 의미로??
“아가씨. 그건 아니 되오. 음양의 기운이이이이익!!”
“아. 죄송합니다, 조공. 이것이 가끔 정신을 놓을! 때가! 있어서! …부디 개의치 마시길 바랄게요.”
이건 사람의 힘이 아니었다. 사람이라면 어찌 고작 등짝을 때리는데 골이 울릴 수가 있나. 절대로. 이건 인간의 힘이 아니라고 장담할 수도 있었다.
와, 처음 한 방은 눈깔까지 튀어 나가는 줄 알았다.
“…그대들은 언제나 유쾌하군. 보는 재미가 있어.”
유쾌? 아무래도 눈을 뽑아야 하는 건 내가 아니라 조조였다. 뭐하쇼? 당장 가서 조조 등짝 좀 두들기시지. 저거 눈 뽑아서 씻고 다시 끼워야 할 거 같은데?
“조공께서도 하후 행군사마가 계시지 않습니까. 그분과도 나름 막역한 관계라 들었는데, 혹여 제가 착각한 걸까요?”
“그 얼간이는 안 된다. 듣는 본인이 부끄러워지니.”
아가씨가 말을 놓으라고 하여 같은 직급임에도 말을 놓는 조조.
처음에는 그것이 좀 아니꼬웠는데 정작 이렇게 보니 조조는 누군가에게 말을 편하게 하는 게 어울렸다.
단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면.
“헌데 그대는 진정 내게 말을 놓을 생각이 없는가?”
“제가 어찌 조공께 말을 놓겠습니까. 천하에 조공의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는데, 한시적으로 같은 직급이라 하여도 예는 갖추어야지요.”
그녀는 결코 조조에게 말을 낮추지 않았다. 단지 조조에게 저를 편하게 대하라고만 할 뿐.
뭐, 사실 가문을 생각하고 조조의 예전 작위를 생각한다면 조조는 확실히 진소연보다 대단한 사람이 맞기야 했다.
“본인이 뭐라도 된다고.”
반면 조조는 그리 말하며 코웃음을 쳤다.
“아무것도 없군. 이룬 게 없다. 십상시도, 황건적도, 동탁도. 이 나라의 질서를 어지럽히던 것들을 쳐내고자 하였으나 정작 내 손으로 이룬 것이 아무것도 없다.”
다 부질없는 짓이라며 조조는 고개를 저었다.
사실 내가 그녀를 껄끄럽게 생각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녀가 하고자 했던 것은 분명 옳았다.
십상시는 한의 질서를 어지럽혔다. 황건적도 결국 대규모 민란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불러왔고, 동탁은 말할 것도 없지. 종묘사직을 제 욕심을 채우고자 꿀꺽 집어삼킨 야수가 아닌가.
“조공께서 이루고자 하신 것에 뜻이 있으니, 살아만 계신다면 분명 큰 대의를 이루실 수 있을 겁니다. 아무렴요. 그것은 만백성에게 복이 아닙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었다. 이 아가씨가 갑자기 입에 꿀을 잔뜩 바르고 급발진을 하네. 대의? 만백성? 어우 소름. 몸에서 아주 그냥 닭살이 돋는다.
“소연 장군까지 본인을 부끄러이 할 참인가? 보라, 그대의 수하도 질색하는 표정을 짓지 않는가.”
“어, …아니, 뭐.”
사실이 그런 것을 어쩌나. 솔직한 말로 백성들이 지배자의 이름을 알 필요가 있는가? 그들의 행복? 그건 그냥 등따습고 배부르면 그만이다.
머뭇거리니 조조는 한 번 피식 웃을 뿐.
“말이 길었군. 본인은 그대들이 이번에 손견의 뒤를 받치기 위해 출전한다고 들어 그 안부를 전하고자 왔을 따름이다.”
“말씀만으로도 감사하죠.”
소연 아가씨는 고개를 숙여 그에 화답한다. 그러니 조조는 고개를 돌려 나를 보는데. 뭐야. 나도 뭐라고 해야 하는 부분이었어?
“충성충성.”
뭐 더 할 말이 있나. 어차피 제대로 싸울 일도 없을 거 같은데 구태여 안부 인사까지 받을 필요도 없다. 그러니까 아가씨, 제발 그렇게 지그시 노려보지 마쇼. 가슴이 아프다.
조조는 그런 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대는 전장에 나서는 게 두렵지 않나보군.”
“왜 안 두렵겠소. 단지 지금 겁을 먹어봐야 어쩔 도리가 있남? 안 그렇습니까요?”
싸울 일 없다고 들었는데 구태여 겁을 먹을 리가 있나. 우리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손견군의 뒤에 대기할 뿐이었다.
만약의 사태라. 다시 생각해도 우스운 일이었다.
어차피 저 협곡 가도에 대기하고 있으면서 손견군이 패퇴하면 그걸 수용하면 될 뿐인 일에 긴장까지 할 필요도 없었다.
“그 어린아이가 벌써 이런 말을 할 수도 있게 컸군. 본인과도 나름의 연이 있는 그대이니, 본인이 특별히 신경 써서 무사를 염원해주지.”
“고맙습니다요.”
조조는 무슨 영문인지 내게 말을 편히 하라고 하며 꽤 내 편의를 챙겨주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게 좋은 연도 아니었을 것을, 조조는 단지 재미있다고 여기는 것일까.
내 입장에서야 주인도 깍듯이 예를 차리는 상대에게 호의를 받아봐야 불편할 뿐이다.
“좋다. 이걸로 본인이 할 말도 끝난 것인즉, 곧 출정을 준비해야 할 그대들을 더 잡고 있어 봐야 민폐겠지.”
조조는 그리 말하며 등을 돌리니 그녀가 등에 멘 검은 망토가 흩날렸다.
그렇게 조조는 떠났고 나는 또 한동안 아가씨의 잔소리에 시달려야 했다. 조조에게 좀 더 나긋나긋하게 굴 수는 없냐느니, 좀 깍듯하게 대하라느니.
어우, 너무 지독해서 도망쳐버렸다.
“하여간 아가씨도 너무 극성이라니까.”
다른 이에게는 안 그러면서, 꼭 조조가 상대면 저런다. 물론 조조만 상대하면 다소 까칠하게 구는 나도 나지만, 조조에게 유독 신경을 쓰는 모양새가 좀 요상했다.
혹시 아가씨는 조조에게 의탁할 생각인 걸까.
잘 모르겠다. 만약 아가씨가 조조에게 자신의 명운을, 우리의 약속을. 거기서 파생된 나의 이상을 맡긴다고 하면. 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어차피 빌려온 이상이니 마지막까지 따르기야 하겠지만.
“오라버니, 심란해 보이시네요? 걱정이라도 돼요?”
“걱정은 무슨.”
어차피 아무 일도 없을 전쟁에 무슨 걱정을 할까. 그냥 마음이 좀 심란해서 그러는 거다. 조조라는 여자, 진소연이라는 주인.
솔직히 아직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었다.
*******************
확실히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었다.
“이런 시발, 아무 일도 없을 거라며!! 괜찮을 거라며어어어어어어!!”
저 앞으로 몰려드는 기마. 손견의 군대는 진즉에 아군의 후방으로 돌렸지만, 동탁의 군은 그 기세를 멈출 줄도 모르고 달려들었다.
“전군 자세를 잡아라!! 목책에 있는 놈들은 최대한 버텨! 나머지는 거창!! 밀리면 죽는다!! 궁수는 당장 활부터 걸어!!”
적들은 손견을 쫓던 기세 그대로 말을 몰고 아군 진영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아무리 봐도 멈출 생각은 없어 보이는 것이, 이대로 들이받겠다는 것인데.
“적장은 누구냐!? 아니 시발, 대체 어떤 사고방식을 하고 있어야 좁은 가도에서 방진을 둘둘 짜둔 상대한테 그대로 꼬라박냐고!!”
못 막으면 죽는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냐. 곰곰이 생각해보아도 일단 내 잘못은 아니었다. 난 최선을 다했다. 혹시 몰라서 목책을 세우고 전방의 병사들에게 창을 배급한 것도 나였다.
일단 내 잘못은 아니었다.
그러면 누구의 잘못인가. 일단 원소는 개새끼다.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