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반동탁 연합 우리는 그길로 다소 강행군을 거듭하여 겨우 하내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마 우리가 세 번째로 먼저 도착한 듯, 딱 두 개의 군단만이 보였으니.
손견군과 원소군.
지나가면서 관찰하니 이들의 군중 분위기도 다소 뒤숭숭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제대로 뭘 해보기도 전에 아군이 패전했다는 소식을 먼저 접하면 저런 반응을 하는 것도 어쩔 순 없겠지만.
조금 가슴이 쓰렸다.
세상에 전쟁이 없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빈번하게 벌여도 된다는 이유도 없으니.
동탁만 잡으면 세상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싶었다.
아가씨는 이런 나를 보고 다정하게, 그렇지만 살짝 안쓰럽게 웃었지만. 아마도 아가씨는 확신하고 있었을 것이다.
전쟁 없는 세상은, 적어도 동탁 따위로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나도 그녀의 뒤를 따르며 어렴풋이 짐작은 했다.
원소도 그렇고 조조도 그러했다. 아직 보지 못했던 다른 군웅들이 만약 모두 그들과 같다면, 그게 아니더라도 그 둘만 하더라도 평화에 안주할 이들로는 보이지 않았다.
특히 원소.
그는 결코 평화에 안주할 인물이 아니었다.
“분위기가 흉흉하네요.”
조운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아마 곧 다른 제후들의 군대가 도착한다면 이보다 더 심해지리라.
그나마도 빠르게 하내까지 도착한 나름의 정예병들이라 분류되는 이들조차 이 모양이었다. 다른 이들이, 게다가 포신에게 책임을 전가할 권리가 있는 제후들이 군을 이끌고 몰려온다면.
상상하기도 싫었지만 자연스럽게 상상이 됐다. 개판 5분 전으로 변한 연합군의 분위기와 서로 물고 뜯기 바쁠 제후들.
“시작부터 이러면 곤란한데.”
“대장. 우리 선택을 잘못한 거 아니오?”
방삼이의 말에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싸우기도 전에 이런 한심한 소리를 하기엔 뭣했지만, 이 연합군이라는 것이 내 상상 이상으로 개판이었다.
아가씨는 진즉에 원소에게 불려 나갔다.
아마 타 제후들이 도착하기 전에 원소 파벌에 속한 조조와 진소연을 따로 불러내 회담을 가져 이 사후처리를 어떻게 할까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을까.
물론 그리 해봐야 모두 허사이리라 확신했다.
저들은 어쩔 수 없이 모였겠지만, 결국에는 사태를 지켜보자는 식으로 얘기를 끝내겠지. 만일 정말로 이들끼리 모여 포신의 처우를 결정한다고 쳐도 누가 그걸 따르겠나.
당장 포신도 제북상이었다.
제아무리 원소라 해도 쉬이 건들 수 있는 상대도 아닐뿐더러, 맹주의 독단을 다른 제후들이 용납할 리가 없었다.
안 그래도 원술을 중심으로 원가의 정통성에 대한 풍문이 살살 들려오는 판국에 맹주의 권위를 높여줄 리가 있나. 그들이 원소를 견제하지 않을 리가 없지.
“다 부질없는 짓이거늘.”
아가씨도 알고서 나갔다. 제 머리를 부여잡으며 한숨을 내쉬던 그 모습이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땅이 꺼지라 한숨을 쉬던 모습에 미리 애도를 표하기로 했다.
“이제부터 어떡할 거요?”
방삼이 우리 병사들을 돌아보며 그리 물었다.
좋은 지적이었다. 아마 선봉에 우리가 설 것 같지는 않으니, 미리 군장을 풀고 쉬게 하던가. 아니면 뭔가 다른 방향성을 정해주기는 해야 했다.
애당초 도적 떼거리를 모아둔 것에 불과했기에 이번 패전 소식은 제법 타격이 컸다.
겉으로는 아무런 말이 돌지 않는다지만 슬슬 불만의 말이 돌아도 이상하진 않았다. 지금이야 고관들의 군에 껴있으니 반발을 하려 해도 할 수가 없을 뿐.
“방삼아. 미안한데 네가 우선 수습 좀 해줘야겠다.”
“뭐가 미안하오. 어려울 것 없지.”
그는 싱긋 웃으며 한발 먼저 자리를 떠났다. 하기야 그 흉신과 같은 미소를 보면 그 누가 감히 개길 수 있겠는가.
힘내서 열심히 웃고 다녀라, 방삼!
“오라버니, 저는 어찌할까요?”
“일단 대기. 만약에라도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나 혼자서 대처하기 곤란한 상황을 위해서라도 너는 일단 내 곁에 있어라.”
지금이야 딱히 문제는 없었지만, 슬슬 타 제후의 군대가 들어오기 시작하면 또 몰랐다.
가끔은 아군끼리도 다툼이 나는데, 하물며 지휘체계가 완전히 다른 군끼리 포진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갈등이 생길 요소가 있었다.
혹시라도 모르니 아군 최강인 조운은 중앙에서 손을 비우고 여차할 때를 위해 대비시키는 것이 나았다.
“혹시 까부는 놈들 있으면 네가 줘패야할 수도 있어. 그럴 땐 망설이지 말고 줘패버려. 원술군만 아니라면 우리 맹주께서 알아서 무마해주실 거다.”
우리야 말이 진소연의 군이지, 사실상 원소의 군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었다. 제 군을 건드린다면 원소에게도 발언권이 생길 터이니, 이래서 뒷배는 강할수록 좋았다.
“정말 그래도 될까요. 맹주가 자칫 언짢게라도 여기면 저희 입장도 난감해지지 않나요?”
물론 조운의 의문에도 일리는 있었다.
원소라는 거물에게 구태여 미움을 살 이유는 없었다. 그러니 행동을 조심하는 것도 맞는데, 그건 다른 제후에게도 통용되는 일이었다.
“어차피 우리는 대외적으로는 원소의 군이잖냐.”
그러니 조운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살짝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고 경거망동할 이유는 없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녀의 입술이 달싹이기 전에 먼저 선수를 쳤다.
“그런데도 우리에게 시비를 건다는 건, 어차피 원소와는 그다지 친하지 않은 제후이지 않겠느냔 말이다.”
“일리는 있네요. 그러면 원소 입장에서야 저희가 먼저 실수한 것이 아니라면 구실을 잡을 수도 있을 터이니, 원소가 감당하기 힘든 상대는 원술 뿐이기도 하고요.”
역시 조운은 머리가 좋았다. 적당히만 말해도 금세 그 맥락을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다음 나올 말을 예측해냈다.
나야 세상 살면서 는 것이 잔머리밖에 없다지만.
“하여간, 누구 여동생이어서 이리 똑똑하냐.”
그리 말하며 조운의 머리에 손을 가져가 그대로 그 머리카락을 사정없이 쓰다듬으며 헝클어뜨렸다.
“아우, 누구 여동생이긴요. 당연히 호세 오라버니의 여동생이죠.”
크으, 피는 맺어지지 않았다지만 이리 기특한 말도 다 하고! 조운 이것, 지금까지 내가 널 속으로 못내 자지녀라 불렀던 것을 취소해주마!!
“물론 명석한 건 오라버니를 닮은 게 아니지만요.”
“시발 자지년아.”
“뭐요!?”
뭐, 왜, 뭐.
난 틀린 말은 하지 않았다. 아무렴, 같은 편이 되었다고는 하나 어찌 첫 만남을 잊을 수 있으랴. 지금에야 말하지만 난 솔직히 네가 밤에 날 덮치려 들지는 않을까 매번 불안감에 떨었다.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조운은 아예 창까지 꺼내 들고 격분한다. 아니, 반쯤 장난인데. 갑자기 너무 화를 내는 것이 아닌가 싶었을 때.
“자지년이라고 하면 제가 달린 것 같잖아요!!”
이거 내 생각보다도 훨씬 훌륭한 또라이였다.
“어휴, 이런 걸 동생이라고 들인 내가 병신이지, 내가 병신이야.”
어디서 주워와도 이런 또라이를 주웠다. 살짝 정신 나간 것들이 유능하다던 옛 고사는 틀린 게 아니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제 동생 하실래요?”
“너 같은 누이를 두면 앓느니 죽지.”
농담 아니다, 웃지 마라. 너 같은 누이를 어떻게 두냐. 지금도 동생이니까 겨우 부려먹고 있는 거지, 누이라고? 어우 시발. 당장 내 바지부터 까려고 들 것이 눈에 훤하다.
안타까움에 한숨을 쉬니 조운이 눈을 치켜떴다.
“자꾸 그렇게 쳐다볼 거에요?”
“내가 뭘 봤다고 그러냐.”
아니 내가 뭘 어떻게 봤다고 그러냐. 한 번 어깨를 으쓱이니 조운이 못내 제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씩씩거렸다.
“지금 절 이상한 사람 보듯이 봤잖아요!”
어, 이상한 사람 보듯이 본 거 맞아. 그리고 너 이상한 것도 맞고. 하여간 유능한 이들이 죄다 정신이 이상한 거라면, 난 유능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련다.
안쓰러운 계집애.
문무를 겸비한 인재가 알고 보니 머리가 아픈 아이였다. 그건 참 슬프기도 하고, 어떤 의미로는 천지신명께서 굉장히 공명정대한 일 처리를 하셨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뭐, 반쯤 농담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고.
“아무튼. 지금은 군을 재정비하는 것 말고는 딱히 할 게 없어. 해서도 안 되고. 우선은 제후들이 다 모일 때까지는 대기겠지.”
다소 지루하겠지만, 그렇다고 괜히 이런 사태에 움직여서 우리가 건수를 잡힐 필요는 없었다. 아마 아가씨도 원소에게 따로 당부를 듣겠지만.
우리도 조심해야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일단 아가씨가 오면 뭐라던 얘기를 하겠지.”
“…무슨 얘기?”
옴마나 시발, 깜짝아!!
뒤를 돌아보니 언제 왔는지 소연 아가씨가 가만히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기척도 없이 갑자기 그렇게 나오니, 조금 무섭기도 한 것이.
“언제 왔소? 아니 왔으면 좀 기척이라도.”
거기서 더 말을 하기 전에 아가씨가 먼저 한숨을 내쉬었다. 딱 봐도 얼굴에 나 답답해요, 라고 써놓은 인상. 이거 물어봐달라는 건가 싶어서 말을 걸려고 했다.
“빌어먹을 원술놈.”
그 전에 먼저 인상을 찡그린다.
“이 개자식.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연합군 내부에서 바로 파벌을 만들 수가 있지? 게다가 포신을 제 파벌로 포섭했는지, 대놓고 포신의 처우에 대한 공문을 날렸어.”
원소의 앞길을 어떻게든 막고 싶어 하는 원술이라면 아마 어떤 공문을 보냈을지는 대충 예상이 갔다.
아마 뭐, 사사로이 제후를 벌하는 것은 옳지 않다. 뭐 이런 종류의 공문이었겠지.
“얼자 놈, 까불지 말고 얌전히 있으라나. 미친놈. 덕분에 원소가 이를 악물면서 펄펄 날뛰려던 것을 조조가 막는데, 그걸 생각하면 아직도 위가 아파.”
……오우, 원술. 생각보다 막 나가는데?
어떻게 연합군 맹주에게 대놓고 노비의 자식주제에 날뛰지 말라는 말을 그렇게 대놓고 할 수가 있는가. 아무리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이건 명백하게 선을 넘었다.
“원소는 어찌 대응하겠대? 이걸 공론화하면 충분히 원술에게도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거 같은데.”
“할 리가 없잖아. 그 원소야. 설령 내일 죽더라도 자존심과 품위를 지킬 사람인데, 그런 얘기를 공론화해서 자기 얼굴에 먹칠을? 차라리 원술을 죽이려고 했으면 했지.”
그가 지금 당장 원술을 죽일 수는 없으니, 결국 이 일도 묻겠다는 건가.
문득 궁금한 것이, 원소는 이런 일을 참을 때마다 제 안에 하나하나 무언가를 묻었으리라. 얼자라는 비난도, 자신을 얕보던, 깔보던 사람들.
그렇게 전부 하나하나 제 가슴에 묻었겠지.
그러하면 그 양은 얼마나 될 것이고, 그걸 파내는 날엔 대체 천하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아마 그중에서도 원술의 비중이 가장 크지 않을까?
“형제가 아니라 원수네, 원수.”
그리 말하니 아가씨도 동의한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미 거의 멸족하다시피 한 사세삼공 원가라지만,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했던가.
4대가 삼공의 지위에 오른 가문. 그렇기에 지지하는 명사도 많은 가문의 가주 자리를 놓고 형제가 경쟁을 펼치니, 이건 사실 형제가 아니라 정적이라 불러도 과언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고작 형제싸움에 연합군이 무너지는 꼬락서니를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아가씨, 그럼 어떻게 할 거요?”
이럴 때 그녀는 항상 답을 내었다. 어떻게든 좋게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이나, 혹은 이렇게 될 거라면서 미리 사태를 파악하고 예측하여 행동하거나.
그러나 이번에는 그녀도 고개를 가로젓기를.
“방법이 없어. 원술은 세간의 평가가 좋은 원소를 질투하고 원소는 자신을 얼자라 무시하는 원술을 증오하니, 이 관계를 어떻게 바꿀까. 그냥 기다리는 수밖에.”
우리, 아직 한 번도 안 싸운 거 맞지?
전쟁 한 번도 해보지 않았는데 이렇게 앞날이 막막하게 느껴지는 것은 난생처음이었다. 뭘 어떻게 해야 싸워보기도 전에 일이 이렇게 꼬일 수가 있을까?
“그럼 저희는 당분간 대기인가요?”
조운의 질문에 아가씨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에는 답이 없는 상황인 것은 바꿀 수 없다.
이제는 그냥 기다릴 뿐.
아마 제후들이 도착하고 나면 어떻게든 바뀔 거다. 그래야만 했다. 그러지 않으면 이렇게 많은 이들이 모인 이유가 없다.
염병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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