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18화 (18/343)

18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황금 그 자체 전쟁은 끝났다.

흑산적은 제 두목을 잃고 뿔뿔이 흩어지거나 항복하였다.

그중 도망치는 이들은 죽이고 항복한 이들 중에선 가족이 없는 이들만 받아들이니, 세는 삼천을 넘기는 숫자가 모였고 흑산적의 수급만 천을 넘게 거두는 큰 전과를 얻게 되었다.

그뿐일까. 그대로 이대목이라는 놈이 이끌던 영채 본거지까지 쳐, 그곳에 있던 물자와 병력까지 모두 복속시키니 순식간에 머릿수만 해도 사천이 넘는 나름 큰 규모의 군세로 거듭날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좋았다.

“하아.”

189년 11월.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고, 우리도 군을 움직이기 뭣하여 우선은 병주 상당군에서 강을 건넌 지점에서 진을 꾸리고 대기하고 있었다.

다행인 것은 상당은 흑산적의 직접적인 세력권으로 평가받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공세나 간섭이 없었다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전국에서 반동탁 연합이라는 이름이 알려졌고, 각지에서 지방 제후라고 이름을 날리던 군웅들이 사례주 하내군과 기주의 위군 인근으로 몰려들고 있었기에 장연이 경거망동을 할 때는 아니긴 했다.

그는 일개 도적단의 수령에서 사례주와 기주에까지 세를 넓혀, 한 때는 백만이 넘는 수하를 거느린다고 일컬을 정도로 크게 세력을 일군 걸물.

그런 이라면 시국을 보는 눈은 가지고 있겠지.

“거기, 허리가 비었습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잠깐 들림과 동시에 둔탁한 타격 소리가 들렸다. 살짝 뒤를 돌아보니 땅바닥에 엎드려 지면을 벌벌 기고 있는 방삼.

조운은 방삼을 그저 무심하게 내려보고 있었으니.

“동생아, 거 좀 살살 해라.”

이제는 동생이 된 조운이 내 핀잔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라버니는 너무 무르세요. 방금 것도 어지간히 검을 쥐는 자라면 당연히 비면 안 될 틈이었는데, 이 천치는 항상 제 몸을 활짝 열어두고 다닌다고요.”

“처, 천치라니. 이 계지….”

방삼이 뭐라 하려던 것 같았지만, 이내 조운이 눈을 부라리며 쳐다보니 금세 입을 꾹 다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처음에는 자기가 왜 동생이냐며 반발하던 조운도 이젠 너무 편하게 오라버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사실 반쯤 내 억지였으니 그 반발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었다.

네가 병정 몇을 죽였건, 나는 그 수령을 죽여 적게는 천. 많게는 수천에 달하는 이들을 굴복시켰으니 당연히 내가 오라버니여야 하지 않겠느냐는 억지에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떨구던 조운은 볼만했다.

물론 그 결과로 조운은 아군의 군문에 들어, 지금은 저리 방삼을 가르치며 아군 병사의 조련에도 힘을 쓰고 있었으니.

“당신이 직접 제게 가르침을 청해놓고, 이제는 그것이 싫다고 하시렵니까? 움직임이 느립니다!!”

그리 말하며 조운이 다시 달려드니 방삼이가 제 목검을 치켜든다. 몇 번, 딱 몇 번의 공방이 있긴 했지만….

“으억!!”

“왜 자꾸 허리 부근이 비냐고요! 이해를 못 하겠네!!”

조운은 또 방삼이의 허리를 후려치며 성질을 부렸다. 내가 보기엔 방삼이도 나름의 방비는 하던 것 같은데, 그걸 또 요리조리 목검을 움직이며 벗겨낸다.

내가 보기에도 막기 힘들어 보이는 것을 방삼이에게 강요하면 어떡하나.

확실히 방삼에게는 큰 벽이 생겼으니 배울 것은 많을 듯싶으나, 그것은 가르침에 의한 게 아니라 안 맞는 방식을 저 스스로 터득할 것 같았다.

역시 천재는 가르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는 걸까.

다행이다, 시발.

나도 쭈뼛거리면서 조운에게 무의 가르침을 청할까도 생각했었는데, 그 전에 방삼이 먼저 선수를 쳐 제발 이 부족한 한량에게 가르침을 달라고 엎드렸었다.

그 당시 조운이 말하길.

‘제게 배우려면 분골쇄신의 각오로 임해야 해요. 매우 고난한 일이 되리라 보는데, 잘 따라오실 수 있으시겠어요?’

하여 방삼이 말하니.

‘내 더는 대장에게 짐이 될 순 없소. 앞으로도 많은 전쟁이 있을 건데, 이렇게 무능한 한량으로 있을 수는 없지 않겠소.’

그러니 조운이 웃으면서 화답하길.

‘알겠어요. 그럼 일단 뼈 몇 대 부러지고 시작하죠!’

진짜로 두드려 패면서 방삼이의 뼈를 박살 냈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뼈가 부러져 방삼이는 그 뒤로 한 달을 꼬박 요양해야만 했다.

대체 뭐 하는 짓이냐고 방삼과 내가 따졌으나 조운은 웃으며 분골쇄신하라 하지 않았냐고 말하더라.

아니 시발. 그녀가 말한 분골쇄신은 뼈 부러질 각오로 노력하라던 것이 아니라, 진짜 뼈 부러질 각오를 하라는 말이었다.

나도 당장 흑산적과 전투로 왼팔의 뼈가 부러져 두 달을 부목을 덧대어 요양하고 있었는데, 방삼이도 그 뒤를 따라와 같이 요양을 했더랬지.

그 뒤로도 저렇게 종종 훈련하는 걸 보아 방삼이도 썩 그것이 싫지만은 않은 것 같은 게. 혹시 놈, 피학체질이라던가?

그렇게 그들의 훈련을 멍하니 지켜봤다.

방삼의 목도가 기습적으로 조운의 목덜미를 노리나, 너무나도 가볍게 쳐 내지고 허리를 맞았다. 다시 일어나려다가 또 허리.

이번엔 앉은 채로 조운의 발목을 노리지만, 그것도 조운의 발에 막히고 또 허리.

아니 시발, 주저앉은 사람의 허리는 어떻게 때리는 거지?

뭣보다 운이 얘는 대체 방삼이 허리에 무슨 악감정이 있어서 저리 집요하게 허리만 두들겨 패는가. 거긴 남자의 생명이다. 허리라도 나가면 어떡하려고.

“아 좀!! 허리 좀 고만 때리소! 이러다 내 후사가 끊기겠소!!”

“후사도 어디 엄한 곳에서 죽으면 없는 거죠.”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방삼이를 정말 개 패듯이 열심히 패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는 면이 없잖아 있었다.

가령 나였다면 방금 방삼이의 공격을 막을 때, 그냥 힘으로 밀어 쳐내면서 바로 복부를 가격했을 것인데 조운은 검을 비스듬이하여 흘려버렸다.

무엇이 낫냐고 말하면 당연히 후자가 나았다.

전쟁이 무슨 단기 결전도 아니고, 전장에 나서면 당연히 수십 이상의 사람을 상대해야 했고, 길면 몇 시간 내내 싸워야만 했다.

그런 상황에서 계속 힘을 주면서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저런 식으로 힘을 낭비하지 않는 전투법이 나았다.

“쯧, 어디 또 부러지지만 않게 패라. 아가씨 명 떨어지면 다시 행군길인데, 난 부상자 돌보면서 가는 꼴은 못 봐.”

“알겠어요. 걱정 마세요, 오라버니!”

“시발, 대장!! 사, 살려어억!!”

방삼이가 뭐라고 외쳤지만, 그나마도 다시 허리를 맞고선 주저앉았다. 휴, 시발 다행이다. 그래도 군 대장 체면이 있지, 내가 저렇게 맞을 순 없지. 암.

그렇게 그들을 두고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부터 향할 곳은 우리의 주군, 진소연이 있는 막사.

벌써 며칠이나 막사에서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 그녀에게 찾아가야만 한다는 부분에서 살짝 위가 아파졌다.

슬슬 군을 움직여야만 하는데, 요 아가씨는 어째서인가 방에서 두문불출하며 움직일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그것만이 최근 유일한 고민이었다.

흑산적과의 전쟁 이후, 그녀는 뭔가 좀 변했다.

어디가 어떻게, 라고 말하면 좀 답하기 곤란한 것이 뭔가 크게 변했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냥 느낌일 뿐이니까 착각이라 치부해도 되겠으나.

“어이, 아가씨. 나요. 들어가도 되겠소?”

사실 요 며칠간 소연 아가씨의 막사에 들른 적이 없어 조금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안에서 들어오라는 말이 들렸고, 막사의 천막을 걷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어우, 어둡…, 이게 다 뭐요??”

눈에 들어오는 건 사방에 널브러진 죽간.

그것도 한두 개가 아니었다. 언제 이렇게 모였나 싶을 정도로 수없이 쌓이고 널브러진 그것을 발로 쓱 치우자니 아가씨가 고개를 들었다.

요사하게 빛나는 새빨간 눈이 날 바라보기를.

“늦었네. 난 조금 더 일찍 올 줄 알았는데.”

“뭐요, 무슨 말이여?”

더 일찍 올 줄 알았다니, 내가 와야만 했던 이유가 있나 싶어서 반문하니 그녀는 콧방귀를 뀌며 자기가 보던 죽간을 내려뒀다.

“군을 움직여야 하잖아. 언제까지 이런 곳에서 계속 야영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것 때문에 온 거 아니었어?”

틀리진 않았다. 틀리진 않았는데.

“꼭 그런 이유만은 아니었소. 하도 얼굴을 안 비치니, 살아는 있나 싶어서 온 것도 있으니 오해는 하지 마쇼.”

“흥.”

또또, 저 콧방귀. 새침하게 콧방귀를 뀌는 모습이 영 아니꼽다. 머리 좋은 사람들은 다 저런가. 뭔가를 비꼬려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됐수다. 암튼 말 그대로요. 우리 언제까지 여기 있을 거요? 세간에선 벌써 반동탁 연합에 합류할 제후들을 모으고 있다는데.”

물론 우리가 제후라는 것은 아니었다.

가진 직책이라고 해봐야 저 멀리서 빼앗았던 무도현장의 인장 정도일까. 현장이라. 각지에서 자사, 목, 상, 태수 등이 구름처럼 몰려오고 있다는데 현장 따위는 쳐주지도 않겠지.

나도 솔직한 마음으로 저런 곳에 껴야 하나 싶었다.

그렇지만 아가씨는 반드시 거기에 참가해야만 한다고, 애초에 그걸 위해 군을 모았다고 말했으니 어쩌겠나.

“슬슬 움직이긴 해야지. 일단 원소에게 가볼까?”

“그 발해태수 말이요?”

나쁘진 않았다.

그 대 원가의 미공자. 동탁에게 발해태수의 직을 받았지만, 불의를 참지 못하고 각지의 군웅을 모아 반동탁 연합이라는 대업의 축으로 선 인물.

나 같은 무지렁이도 알 정도로 천하에 이름을 날린 인물이다.

“근데 그 양반도 어차피 기주목 한복의 도움을 받는 이가 아닌가? 차라리 기주목에게 가는 편이 낫지 않겠소?”

대단한 인물이고 만고의 충신이라는 명성도, 지금은 동탁의 손에 멸문당했다지만 그 원가의 인물이라는 것도 알겠다.

물론 그런 남자에게 인정받고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것도 좋기야 하겠지만, 그 이상으로 실리는 따져야 했다.

정작 그 원소가 움직일 수 있게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주는 것은 기주목 한복이었다.

현재 우리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것도 한복이니, 차라리 그에게 지원을 받으며 움직이는 게 낫지 않은가?

“기주목 한복은 동탁에게 지위를 받은 자잖아. 결국에 원소를 지원하는 것도 대세를 생각해서 움직인 것인데, 반동탁 연합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바로 손을 털 사람이야.”

믿을 수 없다며 그녀는 고개를 가로젓더니, 이젠 제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흑발을 만지작거리면서 또 생각에 잠기는 것이 아닌가.

확실히 내가 생각해도 한복이 아니라면 가문의 복수와 난적의 토벌이라는 확실한 명분을 가지고 있는 원소도 나쁘진 않게 보였다.

뭣보다 사세삼공 원가의 인물이 아닌가.

세간에서는 얼자라고 욕도 먹는다지만, 그런 입지에서 저렇게까지 올라섰다면 능력적으로도 부족함이 없지 않을까?

“그러면 우리는 원소에게 의탁한다고 생각하면 되오?”

그리 물으니 아가씨가 그 붉은 눈을 치켜떴다.

“의탁이 아니야. 그를 후원자로 둘 뿐.”

아니 시발, 솔직히 그게 그거 아닌가. 아무래도 아가씨에겐 그 차이가 굉장히 큰 것 같았지만, 내가 보기엔 그게 그거였다.

솔직히 작위 딸리고 군도 밀리는데, 밑으로 들어가는 거지 뭐가 후원자야.

“아가씨, 혹시 원소를 어디 동네 바보로 보는 건 아니지? 그는 현 천하에 가장 이름을 날리는 이인데, 설마 단물만 빨고 버릴 생각은 아니지?”

천하에 황제는 몰라도 원소를 모르는 이는 없었다. 그만큼 원소의 이름값이 절정에 달했는데, 그런 이가 그리 호락호락할까.

“걱정하지 마. 나도 그럴 생각은 없으니까. 게다가.”

그러면서 그녀는, 우리의 진소연 아가씨가 씩 웃기를.

“지금의 원소 정도라면 충분히 이쪽 입맛대로 움직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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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많은 호응이 있어 저도 힘이 납니다.

비축분을 쌓고 있는데, 아무래도 저도 일을 하다보니까 영 시간이 맞질 않네요. 그래도 힘내서 계속 쓰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심 감사하겠습니다.

사랑해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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