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5화 (5/343)

5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도적이었는데요? “어휴, 또 그 아가씨 놀려먹은 거요?”

“아니 갑자기 묘하게 분위기가 진지하기에.”

진지하면 놀려먹어도 되냐며 방삼이 헛웃음을 쳤지만, 그건 이놈이 실제로 못 봐서 하는 소리였다.

아가씨가 분위기를 잡으면 영 제 분위기로 있기 힘들었다. 영 낯간지럽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더 툴툴대는 걸지도 모르겠네.

처음에는 이런 관계가 아니었는데.

나는 사실 그녀를 기껏 구해줬더니 도리어 이쪽을 쥐어팬 희대의 악녀라고 생각했었다. 물에서 건졌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것보다 심한 처사였다.

그러다가 결국 같이 가기로 마음을 먹고 정을 붙여 보니 꽤 귀여운 면도 있지 않은가.

세상 물정을 모르는 천재라는 느낌일까. 어떤 의미로는 좀 보호해줘야 할 작은 동물을 건사하는 기분도 들었다.

“그래서 형님. 그 새끼들 얘기는 했수?”

“안 했어.”

세상 물정 모르는 천재.

진소연 그녀는 딱 그 표현이 적합한 사람이었다.

“배신하려던 새끼들인데 그걸 말 안 해도 되겠수?”

“됐다. 애당초 배신이 어딨나. 힘으로 꿇린 놈들인데.”

어차피 이렇게 될 게 뻔했다.

도적을 힘으로 따르라 해서 간단히 숙인다면 놈들이 도적질했겠는가.

도적질이나 하던 것들을 그나마 좀 쓸만하게 만들려면 돈이나 잔뜩 쥐여주면서 우리가 놈들보다 월등히 강할 필요가 있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당장 모아둔 재화도 대부분 식량을 사들이고 있는 데다가, 머릿수만 2,000명이지 실제로는 제각각 다른 산채나 영채에서 모아온 놈들이라 하나라고 하기도 민망했다.

그걸 어떻게든 굴러가게 하려면 공포가 필요했다.

배신하면 죽인다. 그것 외에는 어지간한 일은 다 용서할 수 있지만, 그거 하나만큼은 반드시 죽음으로 갚아주리라는 걸 놈들의 머릿속에 각인시켜야 했다.

“몇 명이드나.”

“숫자는 한 50명 정도? 좀 더 조져서 입 맞춘 놈들이 있나 찾아봐야겠지만, 당장 돌아오는 길에 난동부린 패거리는 그 정도 될 거요.”

식량을 막 매입하고 돌아오던 길에 갑자기 내부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갑작스레 등 뒤에서 창을 찔러오는가 싶더니 사방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내분. 어떻게든 수습하긴 했지만, 하마터면 소연 아가씨 말대로 정말 황천을 건널 뻔했다.

놀랄 건 없었다. 생각보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했으니까. 어차피 도적을 모아 군체를 형성한다 했을 때 이렇게 되리라는 건 알고 있었다.

어디 있는 헛똑똑이 아가씨는 이렇게까지 반발이 심하리라는 건 전혀 모르는 듯싶지만.

몰라도 된다. 보나 마나 손에 피 한 방울 안 묻혀본 소녀였다.

겉으로는 냉정한 척은 다 하고 다니지만 어디 내 눈까지 속이겠나. 처음에 소연의 눈앞에서 우리에게 반발하던 놈의 목을 베었을 때 확신했다.

베어져 떨어지는 목. 그것이 굴러 그녀의 발치에 닿았을 때.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을 발로 밀어냈지만 꽉 쥐인 주먹이, 살짝 창백하게 변한 얼굴이, 무엇보다 울기 직전처럼 보이는 눈동자가 말해줬다.

이 사람은 살인 같은 거랑은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 뒤로 그녀의 앞에선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

구태여 죽일 필요도 없었을뿐더러 그냥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 아가씨는 위에서 거만한 표정으로 깔보는 게 딱 적성에 알맞았다. 적당히 잘난 척하면서 지시하면 된다.

어차피 거친 일은 내가 하면 그만이었다. 그런 약속이다.

내가 이 근방의 공포가 되리라. 그 상징이 되겠다고 했던 건 내게 있어선 그런 의미였다.

“다 한자리에 모아둬. 내 손으로 직접 목을 칠 테니까.”

“그러다가 진짜 인간 백정 되는 거 아니요?”

인간 백정이라. 방삼이가 우스운 소리를 했다. 백정이라. 어떻게 보자면 맞는 말이다. 인간 백정. 인간이 되어 같은 인간을 도축하는 꼴이 꼭 백정과도 닮았다.

“푸흐흐, 그러면 뭐냐. 네들은 그 백정 부하냐?”

“뭐긴. 다 같은 인간 백정이지.”

서로 마주 보며 낄낄 웃었다. 이제 곧 50명, 혹은 그 이상이 될 사람을 죽이러 가는 인간의 모습치고는 썩 우스운 모습이었지만 어쩌겠는가.

세상이 이러하니 웃어야지. 웃지라도 않으면 못 살아갈 세상이었다.

그런 세상이었다.

“그러면 그 뺀질뺀질한 놈 있소. 그 놈 목은 내가 치게 해주쇼.”

“왜. 싸웠냐?”

“그놈이 저번에 내가 잡은 도적놈을 자기 거라고 박박 우기면서 내가 잡은 시체에서 다 벗겨갔소. 군자의 복수는 뭐시기라고, 그런 놈은 내가 보내줘야 속이 시원하지.”

암! 그렇고말고. 자고로 사내대장부가 자기 원한은 스스로 갚음이 옳았다. 방삼이에게 고개를 끄덕여 수긍해주니 놈이 누런 이를 드러내며 씩 웃는다.

다 좋은데 이놈은 웃는 게 어디 지옥에서 기어 올라온 악귀 같은 부분이 있어 좀 무섭다.

생긴 게 이래도 성질은 나름 악독, 하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착한, 면도 그다지 없지만. 그래도 나름 마음에 드는 놈인데.

생각해보니 이놈은 진짜 지옥에서 기어 올라온 악귀가 아닌가?

“또 뭔 좆같은 생각하고 있는 거요.”

“응앗. 들켰다.”

“미친 양반.”

아무리 그래도 형님으로 모시겠다더니 미친 양반이라고 하는 건 너무하지 않은가. 애초에 미치지 않고서야 칼을 생업으로 삼는 인간이 어디에 있겠느냔 말이다.

적어도 인간이라면 사람 죽이는 일이 생업이어선 안 됐다.

“그 여자도 우리가 이렇게 헌신하는 걸 알아야 할 건데 말이요.”

“몰라도 된다니까.”

아까부터 쓸데없는 소리만 자꾸 싸고 있어.

소연이 이걸 안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나. 어차피 우리는 우리가 해야 했던 일을 할 뿐이고, 그녀는 그녀 나름의 일을 하면 그만이다.

적재적소라고, 구태여 피 묻힐 일 없는 여자가 피를 볼 이유는 없었다.

피는 우리 같은 인간 백정들이 보면 그만이다.

그게 이치에 맞는 일이었다.

***

어둠이 짙게 내리깔린 밤. 그녀는 홀로 창 한 자루에 몸을 지탱하며 산길을 오르고 있었다. 딱히 목적지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하염없이 걸었다.

노년의 선생이 가르칠 것이 없으니 나머지는 천하를 돌아보며 담금질하고, 그로 말미암아 검은 완성되리라는 말과 함께 하늘로 떠났으니 그저 스승의 마지막 명을 따르고 있을 뿐이었다.

많은 사람을 만났다. 저마다가 사연이 있고 슬픔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녀가 우습다 여긴 것은 그 많은 사람을 만났거늘 행복이나 기쁨을 가진 이가 없었다는 것.

천하는 이미 혼돈에 빠졌다.

그녀가 만난 명사들은 황천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를 아직 창천이 채 메꾸지 못하여 천하가 아직도 비탄에 젖어있노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황천도 결국에는 백성이었다. 그들에게 황건이건 한이건, 그런 이름은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그들은 살고 싶었을 따름이었을 것인데, 그것을 이용해 제 배를 불리려던 장각은 분명 무도한 범죄자다.

그렇다면 애초에 백성들을 살기 위해 발버둥 치게 만든 국가는? 그것을 우리는 정녕 올바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춥다.”

아직 가을이라 실제로 추울 일은 없었지만, 그녀는 그것을 추위라 느꼈다. 애당초 그녀가 느끼기에 이 천하가 봄이었던 적이 있긴 한가 의문이었다.

언제나 겨울이었다. 단지 견디고 버틸 뿐인, 죽고 싶지 않아 어떻게든 살고자 발버둥을 칠 수밖에 없는 계절.

그 고통스러울 뿐인 계절이 이 천하를 뒤덮었고, 아주 오래. 사실 이 대륙은 겨울밖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에 대해 고찰을 하게 만들었다.

당장 그녀가 이렇게 산등성이를 오르고 있는 동안에도 사람은 죽어 나간다. 당장 그녀는 병주 땅을 지나면서 굶어 죽는 이를 제법 많이 보았다.

쌀 한 줌.

그것만 있어도 하루를 버틸 수 있을 것인데. 그런데도 누구 하나 그에게 쌀 한 줌의 베풂을 행하지 않았다.

백성들은 본인들 입 건사하기도 바쁘니 그럴 수 있었다고 치더라도, 현령이라는 작자나 태수, 자사라는 작자들은 대체 뭘 하고 있다는 말인가.

누군가가 배를 부여잡고 굶어 죽어갈 때 그들의 곳간은 어떠했는가.

백성들에게 의무를 부여하지만, 정작 본인들이 행해야 했을 책임을 지긴 했는가?

분했다. 그것이 용납되는 세상도 싫었고, 그걸 알면서도 막을 수 없는 자신도. 그렇게 짓밟히면서도 힘을 기르지 않는 백성들도.

그 모든 것이 분했다.

“어? 젊은 처자가 여긴 무슨 일이야?”

잠깐 그녀가 상념에 잠긴 사이에 누군가가 그녀를 발견했다. 이윽고 그 뒤편에서 차례차례 나타나는 사람들. 행색을 보아하니 도적 떼가 분명했다.

“이런 오밤중에 돌아다니면 못된 짓이라고 안 배웠니?”

“…이 병주는 유독 도적이 많네요.”

그녀가 병주에 들어서고 한 달. 벌써 만난 도적 떼만 하더라도 열 무리가 넘었다. 유주도 상황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대체 병주는 어떻게 되어 먹은 동네인가.

3일에 한 번꼴로 도적을 만나는 건 다소 과하지 않은가?

“뭐, 우리도 먹고살기 힘드니까. 어쩌겠어? 세상이 이런 것을. 그냥 아가씨가 가지고 있는 거 다 내놓으면 우리도 좋은 마음으로 풀어줄게.”

가장 선두에 선 아줌마가 그리 말하니 주변에 있던 이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라며 그녀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도적이라더니 제법 인간미가 넘치는 모습에 그녀는 작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베풂은 좋지만, 제가 가진 거라곤 이 창과 약간의 노잣돈 정도라서요. 이걸 다 잃어가면서까지 그럴 순 없어요. 죄송합니다.”

“뭐, 다들 그런 거지. 어쩔 수 있나?”

어쩔 수 있냐면서 저마다 몽둥이를 들고 말하길.

“다치게 하고 싶진 않았는데, 미안해 젊은 처자.”

가장 선두에 선 아줌마는 그리 말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그리 쉬이 당해줄 생각은 없었다.

애당초 열 번이 넘는 도적 떼와 만났으면서도 자신의 소지품을 다 챙기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그녀는 그냥 강했다. 그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그들은 모두 땅에 몸을 뉘었다. 그녀도 손속을 두어 창대로만 후렸기에 죽은 이는 없었지만, 그 누구도 그녀에게 덤빌 생각을 못 할 정도는 되었다.

“아고고, 젊은 처자가 힘도 좋네.”

어설픈 도적 떼의 두목인 아줌마가 그리 말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녀가 살짝 손을 뻗으니, 아줌마는 웃으며 그 손을 거절하고 무릎을 짚고 일어났다.

“착한 처자네. 세상에 처자 같은 사람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도적질하던 분께 들으니 조금 그렇네요.”

그도 그렇다며 아줌마는 허탈이 웃었다.

“우리도 처음부터 이러려던 건 아니야. 얼마 전까지 화전을 꾸리고 있었는데, 거기에 도적 떼가 덮쳐서 가진 걸 다 빼앗겼거든. 당장 가을에 추수해야 했는데 그걸 다 빼앗겼으니. 우리도 방법이 없었다, 는 건 변명이겠지.”

자조적으로 웃는 모습에 아니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 뒷말을 떠올릴 수가 없었다.

그녀는 기본적으로 강한 사람이었다. 빼앗기는 고통은 알아도 약자가 그걸 이겨내는 방법은 모르는 사람이었기에 더는 말할 수 없었다.

“아고고. 이봐! 맞으면 얼마나 맞았다고, 언넝 퍼뜩 일어나지 못해!?”

“아니, 뼈 맞았다요.”

그렇게 칭얼거리면서도 한둘씩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래도 살려줘서 고마워 처자. 그 실력이면 우리를 다 죽이고 가는 것도 어렵지 않았을 건데, 힘든 선택을 했네.”

힘든 선택이라. 분명 후환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는 다 죽이는 편이 나았다. 실제로 지금껏 만났던 도적들은 대부분 다 죽이고 넘어왔었고, 또 그게 맞았다.

단지 지금은 그렇게 악하다고 보긴 힘들어 손속을 두었을 뿐.

“처자. 가는 길은 어디야?”

“일단은 서하군으로 가고 있어요.”

“서하라. 그러면 오원군을 지나야 할 건데, 조심해. 요즘 그쪽에서 도적 떼가 서로 싸우고 난리가 났다더라. 미친개라는 작자가 주변 도적들을 모아서 머릿수가 이천이 넘는대. 웬만하면 다른 길로 돌아서 가드라고.”

“말씀 감사합니다.”

그녀는 그 말에 고개를 숙여 화답하고는 자리를 벗어났다.

오원군의 미친개. 이 근방으로 오면 올수록 그 이름이 자주 들렸다. 도적들과 하루가 멀다고 전투를 벌이면서 세력을 불리고 있는 도적단의 두령.

분명 피하는 게 맞지만, 그녀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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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우역을 자처하는 제가 머리 씨게 박겠습니다.

삼국지 소설은 오랜만인데, 최대한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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