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4화 (4/343)

4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도적이었는데요? 책상에 앉은 소연은 잠시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물자, 물자.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문제야.”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도적들을 털면서 나온 재화나 식량으로 버텼지만, 아무리 그래도 더는 한계였다.

제아무리 도적이라 해도 그들이 천금을 가진 것도 아닐뿐더러 이미 2,000을 넘긴 머릿수로 그나마 비축해둔 식량마저 모자라졌다.

게임에서는 문제없었다.

베타테스터로 몇 번이고 플레이했던 게임이기에 잘 아는 것이, 2,000명 정도는 적당히 주변 마을에서 징발하며, 그래도 모자란 군량은 상인에게 정치력이 높은 인물을 보내 거래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물론 징발을 너무 수행하면 악명이 붙긴 했지만, 그거야 보통 일반적으로는 반동탁 연합 시나리오에 참가하는 것만으로 상쇄하고도 남았다.

그렇지만 여기서는 그런 수를 쓸 수도 없었다. 군량의 배급을 줄이면 얼추 해결될 문제이긴 했으나 그러자니 군 사기가 떨어지는 걸 막을 방법이 없었다.

게임에서야 사기 좀 떨어진다고 해도 전투력이 낮아질 뿐이지만.

“여기서 사기가 낮아지면 탈주하거나 모반이겠지.”

소연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다가 이런 세상으로 떨어졌을까. 아버지가 운영하는 게임회사에서 새로 내놓는 게임에 테스터로 참가한 게 그리 큰 죄였나?

무엇보다 문제인 것이 실제 현실이 되니 게임에서의 운영법과는 너무 큰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당장 물자 배급에 조금만 차질이 생겨도 병사들, 특히 도적을 복속시켜 세를 불렸기에 더욱 거칠기 짝이 없는 것들은 바로 불만을 토로했다.

그나마 그녀가 이 세계에 넘어온 초기에 발견했던 재야 무장 하나가 생각보다 일을 잘하고 있기에 아직까진 별 탈이 없었지만, 언제까지 거기에 기댈 수도 없었다.

“상태창.”

「 전호 」

통솔력 - 79

무력 - 81

지력 - 74

정치력 - 68

매력 – 89

원래라면 호감도나 충성도, 소속 등까지 표기되어야 했을 상태창도 많이 간소화되어, 이제는 딱 그 인간의 능력치만 보여주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그녀에게 있어선 감지덕지한 상황이었다.

적어도 맨몸으로 이런 전쟁 게임에 떨어진 그녀에게 미래를 안다는 것과 함께 둘뿐인 무기 중 하나였으니까.

“뭐야. 무력이 또 올랐네?”

불과 두 달 전에 봤던 무력은 78이었는데.

원래 이렇게 자주 오르던가.

그녀는 잠시 생각해봤지만, 딱히 이렇다 할 답은 나오지 않았다. 애당초 NPC의 수치는 청년기와 노년기, 단 두 개로 분류되어 그걸 경계로 바뀌지 저렇게 조금씩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이것도 게임이 현실처럼 변한, 혹은 게임세계로 넘어오며 생긴 영향 중 하나일까.

“매력은 거의 군주나 명사 수준으로 높고, 지력도 나름대로 무장치고는 괜찮은 편에 통솔력도 무난하게 굴릴 수 있는 B급 장수긴 한데.”

정치력이 발목을 잡았다. 지금까지야 실무를 전부 그에게 맡겨두었다지만 언제까지고 그럴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머릿수가 점점 불어나면 불어날수록 그 혼자서 처리할 수 있는 일은 한계를 맞이할 터였다.

게다가 그가 자신의 본명을 밝히지 않는다는 것도 다소 불안하게 하는 점이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그의 이름을 호세라고만 들었지, 전호라는 이름이라는 걸 들은 적이 없었다.

“상태창은 전호라 하니까, 분명 이게 본명인데.”

게임일 때가 편했다. 적어도 게임은 모든 걸 명확하게 수치로 보여줬는데, 그걸 현실로 하라 하니 당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난감했다.

고작 B급 장수 하나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해 불안해하는 꼴이란.

차라리 자신이 스텟만큼의 활약을 할 수 있다면 문제도 없을 건데.

「 진소연 」

통솔력 – 100

무력 – 100

지력 – 100

정치력 – 100

매력 – 100

테스터 캐릭으로 모든 스텟을 풀로 맞춘 계정.

확실히 그녀는 자신의 몸이 현실과는 전혀 딴판이라는 걸 느끼긴 했다.

애초에 몸에서 느껴지는 힘 자체가 전혀 달랐고, 어지간한 속도에도 반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걸 보아 자신의 스텟도 제대로 반영됐다고 보는 게 맞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현실에서 무술은커녕 누구 머리끄덩이를 잡아본 적도 없었다.

통솔력도 솔직한 말로, 누군가를 강압적으로 지배하고 다스리는 카리스마는 현대에서 필요하지 않았다.

적어도 그녀는 그리 생각했다. 현대 사회에 있어 적당한 노력에는 합당한 보수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올바른 사회의 구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녀가 현재 있는 곳은 법보다는 주먹이 조금 더 가까운 세상. 안타깝게도 그녀에게 요구되는 통솔력은 현대와는 다소 종류가 다른 것이었다.

“그나마 매력이 반영돼서 그런지 몰라보게 예뻐진 건 좋긴 한데.”

예뻐지면 뭐하나. 누구 하나 보여줄 사람도 없다.

그나마 이 게임이 남성과 여성 모두가 즐길 수 있게 양성평등을 기반으로 두었으니 망정이지, 만약 정말로 고대 삼국지 배경 그대로 남존여비의 세계였다면 그녀는 정말 죽고 싶었으리라.

물론 지금도 죽지 못해 억지로 버티고 있는 상태였지만.

“어이, 아가씨. 있소?”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그녀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

이제는 근 1년 가까이 같이 지내서 너무도 익숙한, 그렇지만 소연에게 있어서 결코 얕보여선 안 될 남자의 목소리.

“들어와.”

그녀의 허락이 떨어지니 그제야 전호, 호세라 자칭하는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얼굴에는 핏방울을 묻힌 채로 전장에서 막 돌아와, 천갑만 벗어던지고는 그는 바로 소연에게 찾아왔다.

현대에서는 그리 볼일이 많지도 않은 핏물이 이 세계에서는 일상이었다. 슬슬 익숙해질 법도 했는데 여전히 그녀에게 핏물은 적응하기 힘든 것이었다.

그렇지만 웃었다.

“이제 드디어 노크라는 걸 할 줄 알게 되었네?”

“거 하도 뭐라고 하니까 그러지. 문 두드려주는 게 무에 어렵다고.”

그는 태연하게 말했지만 사실 요즘도 가끔 벌컥벌컥 문을 열어젖힐 때가 있었다.

그런데도 태연하게 아닌 척하고 들어오는 전호가 아니꼬웠던 소연은 손에 들린 죽간을 가볍게 던졌다.

“아니, 이 아가씨는 뭐가 또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러실까.”

“웃지마. 정들어.”

정들면 좋은 거지 뭐. 그는 작게 툴툴거리며 그녀의 맞은편에 세워진 의자에 걸터앉았다.

그 반동으로 그의 뺨을 타고 흐르던 핏방울이 바닥에 떨어졌다. 웃으면서 대화하지만,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사람을 죽이고 있었던 남자.

그건 소연에게 분명 비현실적인 광경이지만, 이제는 그녀도 그걸 현실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정말 소름 끼치게 싫었지만 그게 현실이었다.

“일은 잘 처리했어?”

소연은 최대한, 자신이 낼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덤덤하게 말을 꺼냈다.

아무리 자신을 따른다고 하지만 그들은 살인마였다. 그런 이들을 따르게 하려면 결코 얕보일 수 없다는 게 그녀의 결론이었다.

“거, 말 좀 따듯하겐 못하겠소? 고생했다느니, 다친 곳은 없냐느니.”

“그런 잡병에게 다치면 너에 대한 평가를 수정해야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전호는 혀를 찼다. 확실히 그녀는 남자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덴 수준급이었다. 저게 분발하라는 고의적인 비아냥이라면 그는 그녀에게 당당히 박수를 선사할 용의가 있었다.

미녀의 조소는 남자에겐 언제나 즉효약이었으니까.

“내가 고작 그런 놈들한테 다칠 리가 없지.”

거짓말이었다. 당장 옆구리를 창에 스쳐, 영채로 돌아오면서 앓는 소리를 내는 꼴을 그의 측근인 방삼이 한심하게 쳐다봤던 일이 있었다.

물론 그 방삼은 이곳에 없기에 그녀가 그걸 알 도리는 없지만.

“어? 어, 뭐요?? 왜 갑자기 다가와?”

“쉿.”

소연은 그의 입술에 가볍게 손가락을 가져갔다. 살짝 붉어지는 얼굴이 그럭저럭 귀여운 면이 있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그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아니 뭐요!? 아무리 그래도 이런 대낮부터, 남녀가 유별한데윽!!”

“안 다치긴.”

그녀가 코웃음을 치며 옆구리를 살짝 눌렀다. 그러니 곧 천 옷을 빨갛게 물들이는 핏물이 그녀의 손가락에 찐득하게 묻어나왔다.

어쩐지 평소에는 옷을 갈아입을 생각도 안 하더니 웬일로 갈아입나 싶었다.

일주일이 멀다 하고 소규모 전투가 벌어지는데 안 다치는 게 더 이상한 것이었다. 그녀도 그걸 익히 알았고, 종종 그가 다쳐서 오는 모습을 보기도 했었다.

오늘은 그나마 얕은 상처라고 하니 다행이었지만.

“벗어.”

“별거 아니요. 침이나 바르면 아물 것인데….”

“벗으라고.”

이 세계가 게임이었을 당시의 설정도 있어 현대적인 시설도 제법 있는 편이었다.

의약품도 마찬가지라 당시 고대 중국에 맞지 않는 효과를 지녔지만 그걸 쓰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몇 마디 더 하려고 입이 달싹거리는 그를 지긋이 노려보니 이윽고 포기하여 웃옷을 벗기 시작했다.

살짝 처량한 강아지 같은 표정을 짓는 그의 표정에 살짝 심장이 두근거렸으나, 이내 벗으면서 드러난 옆구리의 상처를 보곤 그녀의 얼굴이 굳었다.

아무것도 아니라더니 살이 베여 시뻘건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녀가 보기에는 충분히 심각해 보이는데 그는 그저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소연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 놈들에게 다칠 리가 없다고?”

“뭐냐, 가끔 그런 거 있잖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 등 뒤에서 창을 찌르는데 그거까지 피하면 내 뒤통수에 눈알 하나 더 달린 거지.”

나는 죄 없소. 그리 말하며 입을 삐쭉인다. 참 얄밉고도 철 없어 보이는 남자가 이 오원군 인근에서 미친개라 불리는 남자라니.

그 괴리감에 그녀는 살짝 웃었다.

“네 평가를 조금 수정해야겠네.”

“아!! 거 진짜, 조금 실수한 거 가지고 이러기요??”

조금 실수. 그녀는 그 말에 결코 동의하지 않았다.

“옆으로 조금만, 손가락 한 마디만 비켜 맞았어도 배가 꿰뚫렸어. 조금의 실수? 사람은 아주 조금 불운했던 것만으로 죽을 수 있어. 인간은 강하면서도 나약한 생물이야.”

정이 너무 들어버렸다. 분명 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우호적인 사람인 데다가 근 1년간 말동무가 되어줬기 때문이리라. 그녀는 그렇게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고작 B급 무장에 불과한 이 한량에게 정이 들 리가 없었다.

그녀는 계속 그렇게 자기 마음을 정리하며 약을 꺼냈다.

“그거 비싼 거요.”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렇지만 그 분위기만은 파악한 그는 살짝 낮은 목소리로 그리 말했다.

“비싸 봐야 약이야. 쓰라고 있는 걸 아낄 이유는 없어.”

“벌어오는 건 난데.”

이런 상황에서도 비아냥거리긴.

그녀는 그게 못마땅해서 그의 등짝을 살짝 두들겼다. 물론 그건 그녀의 관점에서나 살짝이고 무력 100의 스텟 값은 어디로 가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그가 느끼기엔 상처에서 오는 고통을 아득히 웃돌 정도의 아픔이었다.

“…다치지 마. 아직 네가 해줘야 할 일이 많아.”

앞으로 반동탁 연합도 있었고, 그 뒤엔 군웅할거의 시대를 거쳐 관도대전까지. 그녀의 계획대로 움직인다면 그 모든 전투에는 그가 함께 따라야 했다.

그건 고작 이런 도적과의 전투는 우습게 여겨질 정도의 대전이었고, 그렇기에 이런 전투에서도 다쳐서 오는 그가 못마땅했다.

고작 이런 곳에서 다칠 정도면, 그런 대전에 끼면 정말로 죽을지도 몰라, 아니 확실히 죽을 것만 같았다.

그녀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소연 아가씨.”

그런 그녀의 표정을 바라보던 전호는 손을 뻗어 그 뺨에 살짝 손가락을 가져갔다.

손가락으로 살짝, 만지면 망가질 공예품을 만지듯이 손가락 등으로 살짝 그녀의 뺨을 훑은 그는 이내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하길.

“내 예전부터 생각했는데, 아가씨는 살짝 울상을 짓는 게 예쁘더라.”

“이, 이익!!”

다시 한번 등짝을 후려친다.

이번 건 제법 감정이 실렸기에 그가 도저히 못 참고 비명을 지르며 저 멀리 도망가버렸다. 아직 붕대도 다 못 감았는데. 그렇지만 익살맞게 구는 그가 나빴다.

그녀는 이미 저 멀리 멀어져가는 그의 등을 향해 외쳤다.

“B급 주제에, B급 주제에!!”

두고 봐, 너 같은 거 삼국지에 이름난 명장 명사들만 등용하면 바로 창고지기로 돌려버릴 거니까.

그녀는 그리 생각하며 씩씩거렸다.

그러면서도 손에 쥔 붕대를 놓을 생각은 차마 하지 못했다.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작품후기] 미천한 글쟁이에게 코멘트는 많은 힘이 되옵지 말입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