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3화 (3/343)

3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도적이었는데요? 189년 5월. 낙양에서 첨예하게 갈등을 빚던 서원팔교위의 수장 건석이 사살당하고 한의 황제가 승하하니 그 시호를 효령황제라 칭했다.

하진의 경거망동을 막고 십상시를 보호해줄 영제가 떠나고 소제가 들어서니 자연스레 권력의 핵은 환관에게서 외척으로 이동하였으니, 하 태후를 비롯한 하진 일가가 압도적으로 환관을 밀어내는 모양새가 되었다.

그럼에도 하진이 움직이지 못했던 이유.

그것은 하진의 여동생이며 황실의 큰 어르신인 하 태후가 십상시를 비호하며 하진에게 자제를 명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낙양의 대립은 또 다른 결과를 말미암았으니, 낙양 인근에 자리 잡은 외부군벌들의 낙양 입성이었다.

흑산적을 빌미로 계엄령을 선포하여 외부군벌들을 움직여 낙양을 동요케 하고, 그 사이에 흑산적 유화정책을 펴던 십상시 일파를 숙청한다.

그 후엔 중앙으로 모인 외부군벌을 이용해 흑산적까지 토벌하여 사태를 진정시킨다는 계책.

그렇게 계엄령이 동원됨과 동시에 중앙은 큰 혼란에 빠졌으나, 그와 마찬가지로 병주 역시도 큰 혼란에 빠지게 되었으니.

* * *

“다 죽여!! 항복하기 전까지는 절대 도망치게도 두지 마!!”

손에 쥔 검을 휘둘러 달려들던 도적 하나를 베어 넘기며 외쳤다.

주변을 둘러보니 전장의 주도권은 확실하게 이쪽으로 넘어왔다는 게 느껴졌다. 전방위적으로 아군이 저들을 압박하며 하나씩 베어내는 모습.

“항복해라! 항복하여 아군 군문에 들어오면 목숨은 살려두마!!”

“시발 우리가 누군지 알고!! 우리가 흑산적이다!! 우리를 건드리고도 네놈들이 무사할 것 같더냐!! 장연 수령께서 우리를 건드린 걸 아시면 너희 같은 건 단숨에 개먹이로 던져질 거다, 이 멍청한 연놈들아!!”

멍청한 건 네놈이다. 장연 그놈이 당장 여기에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고작 수백 언저리의 군소 도적단을 하나하나 신경 쓸 것 같은가.

당장 놈을 따르고 있는 머릿수 천 이상의 영채만 하더라도 스물이 넘는다는데, 이런 놈이 장연을 들먹거리니 우습기만 할 따름이었다.

설령 장연이 이 소식을 알아 군을 파견한다고 하더라도 그 전에 먼저 자신의 목이 산채에 내걸리리라는 건 생각하지 않는 건가.

우리도 알음알음 머릿수를 채워 이제는 싸울 수 있는 숫자만 천에 달하는 나름 대규모의 군체로 발전했다.

처음에야 머릿수가 좀 많은 영채는 피했다지만, 이제는 이런 중소규모의 교전은 너끈히 치를 수 있었다.

“오냐, 장연놈이 오기 전에 내 직접 네놈의 목부터 쳐주마!!”

손에 쥔 검을 치켜들었다.

꽤 전부터 써먹어 곳곳에 이가 빠진 게 보이는 게 슬슬 바꿔줘야 할 시기려나 싶었다. 이 전투를 끝으로 검 하나 새로 장만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앞으로 나섰다.

“길을 열어라!! 내가 직접 저치의 목을 치겠다!!”

“호세 대장의 길을 열어라! 막는 새끼들 죄다 치워버려!!”

머릿수가 많아져 사람을 나눠 부대를 구분했는데, 그중 예전부터 같이 다녀 1부대의 장으로 정했던 방삼이 크게 소리치니 순식간에 1부대가 앞으로 돌출하기 시작했다.

“미친개가 온다! 막아!!”

“아니 시발,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

어떤 의미로는 아가씨와의 약속을 지키긴 했다.

이 근방에서 공포의 대상으로 남으라던 그 명령, 비록 조금 뭣같은 악명이긴 하나 지켜지긴 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미친개는 아니지 않은가.

어엿하게 이름도 호세, 호랑이의 기세로 자칭하고 있는데.

“좋다, 와라! 이 대초 어르신께서 오늘 보신탕을 해주마!!”

“어르신은 시부레, 늙었으면 벽에 똥칠이나 할 것이지.”

“아직 스물다섯이다!!”

이런 시발, 저 면상으로 나보다 형이라고? 이 늙지 않는 세상에서 혼자만 잠금장치가 풀려버린 것이 분명했다. 아니고야 저런 액면가는 말이 안 됐다.

“어이구, 그럼 형님 대우 좀 해드려야지?”

“이 광견놈!!”

검과 검이 부딪혔다.

손이 살짝 저릿한 걸 보아 겉멋으로 수백을 이끄는 도적단의 두목 노릇을 하는 건 아니라는 게 느껴지긴 했다. 힘에는 일가견이 있어 보이기를, 실제로도 누런 이를 드러내며 씩 웃는다.

“네놈의 목을 쳐 장연 두령께 보내드리련다.”

“칠 수 있다면야.”

검과 검이 맞붙는 공방.

가로로 후려치는 검의 궤적이 막힌다. 그렇다면 찌르기. 그것도 막힌다면 상단으로 이어붙이는 궤적을. 빠르게, 더 빠르게. 조금씩이지만 상대방의 호흡보다 빨라지고 있었다.

호흡을, 상대방의 숨을 내쉬는 간극보다 반보 빠르게.

숨을 쉴 시간도 주지 마라. 생각할 시간 따위, 내어줄 것 같으냐. 움직임을 계산할 시간도, 이쪽의 움직임을 파악할 시간도 주지 않는다.

전쟁은 계산이겠지만 전투는 계산이 아니었다.

그저 반보. 상대방보다 반 박자 빠르게 움직여라. 호흡을 흩트려라. 이게 지금까지 살면서 근 6년 가까이 전쟁터를 구르면서 익힌 배움이었다.

구태여 전투가 아니더라도 인간이 하는 모든 행동은 호흡과 관련이 있다. 힘을 줄 때는 언제나 숨을 들이켜거나 내뱉으며 잠깐 호흡을 멈추는 틈이 생긴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상대의 호흡과 괴리감을 준다.

그 숨보다 반 박자 빠르게 치고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허억, 흐읍, 이, 미친개가!!”

봐라, 벌써 헐떡인다.

고작 맞붙은 시각은 1분도 채 지나지 않았다. 그 1분 사이에 10합도 넘게 맞붙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 저렇게 지칠 정도는 아니었다.

단지 숨을 쉬지 못하게 만들었을 뿐이었다.

더 빠르게, 유효타 같은 건 생각하지 않는다. 확실하게 죽일 수 있는 곳을 노리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호흡을 흐트러뜨리며 완전하게 주도권을 가져온다.

그렇게 계속 검을 맞붙이며 싸움을 이어나가면 언젠가는.

“지금!!”

이렇게 빈틈이 생긴다.

잠깐 상대방의 검이 내 검을 따라오지 못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이, 그 찰나의 틈에 내 검은 상대의 가슴팍을 베어낼 수 있었다.

살짝 얕은 것이 완벽한 치명타는 아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적의 움직임에 공백을 만들었다.

그것만으로 생사투에서는 죽음으로 직결됐다.

“느그 두령 목 따였다, 이 새끼들아!!”

그 외침을 끝으로 전쟁은 거의 끝났다. 남은 건 마지막까지 저항하려는 머저리들과 도망치려는 얼간이들. 그리고 무릎을 꿇고 항복하는 도적뿐.

소연 아가씨와 함께하며 도적 떼를 규합하기로 한 이후로 대체로 이런 식의 전투가 계속되었다.

그녀는 내게 도적들의 공포가 되라 명했고, 그렇기에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직접 앞장서며 적의 두령을, 하다못해 잡졸이라도 베었다.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주변은 이미 얼추 정리되었고, 대초인지 하는 자칭 어르신의 목도 베어냈다.

이제 적당히 인원을 추려내고 놈들의 산채에 있는 재화나 식량을 챙겨 돌아가면 또 한고비를 넘어갔다.

이번에 항복한 인원들을 추려서 모으면 얼추 1,200명 언저리까지 모을 수 있으려나.

소연 그 기지배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이렇게 일을 벌여놓고 그저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본인 말대로 정원이 낙양으로 떠났고 흑산적에 대한 토벌령도 떨어지면서 병주의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뭘 더 기다릴 게 있다는 건지.

사실 흑산적의 토벌령은 우리에게도 제법 민감한 문제였다.

겉으로는 무도현의 현장 인장을 내밀고 있다지만 실체는 그저 도적집단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흑산적을 토벌할 군대가 병주로 몰려오면 우리의 목도 곱게 붙어있으리란 보장이 없었다.

게다가 당장 식량문제도 시급했다.

지금이야 어떻게든 주변 현이나 기주쪽 상단과 거래를 하고 있다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언젠가 재화도 바닥이 보일 것인데.

자급자족할 땅도 없기에 언젠가 한계에 부딪힌다.

“어우 대장. 고생하셨소.”

“너도 고생했다 방삼아.”

그의 어깨를 몇 번 두드렸다. 저 뒤로는 항복한 도적들을 우리 애들이 한곳으로 몰아넣고 있는 게 보였다.

머릿수는 대략 200명 언저리. 생각보다 항복한 인원이 제법 많은 것이, 잘만 받으면 예상보다 조금 더 많은 병력을 확보할 수 있을 듯싶었다.

“자 이제 애들 모아라! 항복한 놈 중에서 우리를 따르지 않겠다면 모가지를 쳐버리고, 산채에서 챙길 수 있는 건 다 챙겨간다. 뭐 빼돌리다 걸리면 그놈 모가지도 쳐버릴 테니 주의해두고. 알겠냐?”

“옙!”

“그리고 우리 쪽 피해는 나중에 따로 모아서 보고하고. 적어도 시체라도 묻어주고 가야 하지 않겠냐.”

전쟁이란 게 언제나 그렇다.

남을 죽이고자 했다면 나도 죽을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처럼, 아무도 죽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만도 없는 게 전쟁이었다.

그렇지만 목숨을 걸어서라도 원하는 게 있으니까 사람은 서로 다툰다.

참 지독한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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