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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화 〉아름다운 침략자 (1) (40/110)



〈 40화 〉아름다운 침략자 (1)

나를 감싸고 있는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멈춰있을 수는 없다.
조만간 신지혜가 이 사건을 폭로하고 분위기를 반전시킬 것이다.
그때까지 나는 최대한 몸을 사리면서 앞으로의 일을 준비하면 된다.

‘일어나지 않은 일로 고민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지.’

나는 지금 주아린의 비서로서 근무하고 있다.
그녀는 어떻게 되었냐고?
혜성그룹의 계열사 중 하나인 혜성식품의 사장으로 취임했다.
이런 낙하산 인사에 보통은 반발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회장은 다른 직원들의 직급도 높여주거나 합당한 보상을 하는 방법으로 불만을 무마했다.
대한민국 재벌의 특성상 논란은 금세 잠잠해졌다.

‘의외로 이 자리가 꿀이라는 말이지.’

처음에 비서를 맡았을 때는 불만도 있었다.
실무를 배우면서 산업의 전반적인 이해가 가능한 ‘영업’이나,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부서인 ‘상품개발’에 관련된 부서에서 일하기를 희망했다.
그런데 회장이 나에게 내려준 직책은 비서였다.
주아린의 감시역을 겸하는 동시에 그녀의 심부름이나 해야 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이것은 나의 대단한 착각이었다.
비서라는 자리는 정말 꿀이었다.
왜냐고?
앉아 있어도 저절로 정보가 모이니까.
자잘한 일은 몰라도 최종적인 의사결정이나 사업관련 정보, 자금의 흐름은 모두 주아린에게 보고되는 구조였다.
자연스럽게 혜성식품의 전반적인 상황을 파악할  있었다.

‘사이즈가 커서 그렇지 편의점과 크게 다르지는 않구나.’

물론사업 구조상 영세한 사업자가 따라 하기에는 어려운 분야도 있었다.
하지만 그 안을 관통하는 핵심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재화를 가공해서 가치를 높인다. 그것에 이문을 붙여서 판다.’
‘재화의 위치를 옮긴다.  과정에서 들어간 비용과 이문을 덧붙여서 판다.’
‘재화의 가치가 높다고 여기게 만든다. 그리고 그렇게 포장된 제품을 비싸게 판다.’

기본적인 상업의 이치에서 벗어나는 것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고 나니 맥이 빠졌다.
대기업이라고 하니 뭔가 혁신적인 구조와 아이디어가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것은거의 생산공정, 작업방식, 업무 관계, 제품에서만 이루어질 뿐이었다.
상업이라는 본질을 뒤엎을 정도의 파격은 없었다.

“장사꾼이 다 그렇죠. 사실 정말 핵심적인 건 상품을 개발하는 사람들이에요.”

소위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주인이 챙긴다’라는 격이다.
대기업의 방식은 그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 주제에 세상의 주인이라도  것처럼 의기양양하게 굴었던 건가?

“그래도 아주 노하우가 없는 건 아니에요. 저희도 나름의 방식이 있답니다.”

“방식?”

“혹시 영화나 드라마에서 ‘거절  할 제안을 하지’라는 대사 들어본 적이 있죠?”

“응.”

“그거에요.”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저희가 하는 사업이 크고 화려해 보이지만 맥락은 딱 하나거든요. ‘사람들이 구매할 수밖에 없는 상품을 만들어라’가 바로 그것이에요. 사실 아이디어가 넘치거나 세상에 꼭 필요한 제품은 달리 더 있답니다. 하지만 대부분 대기업이 가전제품, 스마트폰, 자동차, 통신 등에 매달리는 건 그러한 상품들이 거의 현대인에게 필수품이 되었기 때문이죠.”

“그러면 정부에서 치약이나 휴지의 가격을 잡으려고 하는 것도?”

“필수품이니까요. 거지도 지갑을 열어야 하는 물건이니까요. 만약 한 기업이 경쟁에서 승리해서 독과점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서민들은 치약 하나에 1만 원이 넘는 돈을 주고 사야  수도 있다는 거예요.”

노하우라고 말해주는 것이 악독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전혀 배울 점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필요한 건 어쨌든 무조건 팔린다는 뜻이니 말이다.
그런 부분을 신경 써서 제품을 개발하면 실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쌓여있는 결재서류로 시선을 돌렸다.
그때였다.

[뚜-르르르르]

내선전화가 시끄럽게 울렸다.
표시되는 발신자를 보니 본사의 회장실에서 걸려온 것이었다.
무슨 일일까?

“네. 혜성식품 사장실입니다.”

“아, 향기 군?”

“네.”

“급한 일이 생겼네. 아린이에게 빨리 본사로 들어오라고 전해주게나. 따로 문자도 보내지.”

왠지 다급함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회장이 허둥댈 정도의 일이 무엇일까?

“정말 무슨 일이 있는 모양이네.”

“그러게요.”

본사의 회장실 앞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각 계열의 사장과 임원, 주요 선임연구원들이 모여 있었다.
모인 사람들의 면면을 보니 범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 건 확실해 보였다.

“잠시 기다려 주세요.”

그녀는 회장실로 향했다.
일반적인 회의라면 비서나 측근까지 동석하는 경우가 많았다.
회의의 내용을 메모하거나, 일정을 조율해야 할 경우도 많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런 것도 없이 책임자들만 모여서 회의에 들어갔다.
그것도 대회의실이 아니라 회장실로 말이다.
어지간히 엄중한 사안인 모양이다.

“향기 씨...”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에 회장실의 문이 열렸다.
사람들은 지친 얼굴로 방을 빠져나왔다.
그중에는 주아린도 있었다.
그녀는 거의 울상이 된 얼굴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팔을 붙들며 울먹였다.

“못난 모습을 보이지 말아라. 직원들이 보고 있어.”

“하지만...”

“오, 향기 군. 일단 들어오게.”

사람들을 배웅하기 위해서 방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회장이 나를 발견하고는 말했다.
나와 주아린은 그의 말에 따라 회장실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자네와 아린이의 부서를 바꿔야  것 같네.”

“네?”

“혹시 ‘볼쇼이 데레바 (большое дерево)’라는 러시아 기업을 알고 있나?”

“아니요.”

“러시아의 대기업이네. 정부와 마피아까지 인맥을 가지고 있는 막강한 기업이지.”

“그런데 그게 왜...”

“그 회사와 관련이 있는 사람이 우리에게 접촉해왔어. 전자와 식품 분야를 넘기라고 하더군.”

“그건 우리 회사의 핵심 분야 아닙니까?”

“그렇다네. 처음에는 거절했지. 그런데 그쪽에서 다소 무서운 협박을 해왔어. 거절하기 어렵더군.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중지를 모아보려고 회의를 열었던 걸세.”

식품이라면 나와 주아린이 속한 계열사이기도 했다.
나는 슬쩍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주아린은 거의 이를 갈고 있었다.
어지간히 분한 모양이었다.
회장의 말에 따르면 돈이나 약점으로 부족하다고 느끼면, 힘으로라도 원하는  차지하는 부류의 인간들인 모양이었다.

“뭐, 어쩔 수 있나. 돈보다는 역시 목숨이 중요하지. 일단 모든 고용을 승계하고, 세금이나 기타 부가적인 이윤은 한국에 귀속시킨다는 조건으로 사업을 넘길 생각이네.”

혜성그룹도 절대 만만한 회사가 아니었다.
식품과 전자를 기반으로 일어선 대한민국의 대기업이었다.
그런 회사를 손쉽게 굴복시킨 것이다.
도대체 그 사람들은 얼마나 대단한 능력이 있기에 이런 대기업을 무릎 꿇린 것일까?
상상도 되지 않았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내가 가진 걸 곱게 뺏길 수는 없어요. 직접 만나봐야겠어요.”

그렇게 외치며 주아린은 회장실을 뛰쳐나갔다.
그러자 주대철 회장은 당황한 낯빛으로 외쳤다.

“향기 군. 아린이가 서투른 짓 하지 않도록 잘 좀 부탁하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녀는 무서운 기세로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곧 그녀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향기 씨, 이거 놔요! 내가 가서 결판을 지을 거야! 뭐 하는 놈들인데 다른 나라에 와서 회사를 뺏는 거야?”

그녀는 눈물이 맺힌 얼굴로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당신도 얼마 전에 나를 인간 이하 취급하면서 마음대로 대했다고. 당신의 평소 지론대로 더 강한 자가 시장을 지배하는 것뿐이잖아?’

그녀의 어울리지 않는 행동에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지금의 나는어디까지나 혜성식품 사장의 비서다.
회사가 사람이나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 한 회사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

“이럴 게 아니고 일단 회사로 복귀하자. 차분하게 생각해 본 다음에 행동하는 게 좋겠어.”

“싫어! 지금 가서 담판을 지을 거야!”

그녀는 고집을 부리며 팔을 뿌리치려고 들었다.

‘어쩔 수 없지.’

나는 슬쩍 조절 장치의 수치를 ‘20%’로 올렸다.

“읏-흥!”

그리고는 그녀의 팔을 의미심장한 손길로 어루만졌다.
그러자 그녀는 곧 얼굴을 붉히며 품에 안겨 왔다.

“뭐, 향기 씨가 그렇게 말하니까. 일단 따를게요.”

나의 호르몬에 취해서 발정한 그녀는 얌전히 말을 따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진정 아닌 진정을 시켜서 간신히 회사로 데리고 왔다.

“지금 무지하게 하고 싶은 기분이에요.”

사장실에 들어서자 그녀는 문을 걸어 잠갔다.
그리고 빛의 속도로 옷을 벗어젖혔다.
나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그녀를 따라서 옷을 벗었다.

[추-웁! 추-웁!]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나의 물건에 달려들었다.
그리고는 맹렬한 펠라티오를 펼쳤다.
그녀의 격정적인 움직임은 나에게 묘한 흥분을 가져다줬다.
귀두와 음경으로 전해지는 저릿한 쾌감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그녀의 표정이 걸작이었다.
분노와 욕정이 뒤섞인 묘한 표정은 나의 입맛을 돋우기에 그만이었다.

“저기에 누워.”

나는 그녀의 책상을 가리켰다.
그러자 그녀는 얼른 일어나서 책상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거친 손길로 책상 위를 쓸어버렸다.
책상 위에 있던 물건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나중에 치울 것을 생각하면 짜증이 나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흥분을 더 하는 좋은 양념이었다.
그녀의 과격하고 화끈한 움직임은 나까지 발정시키고 있었다.

“어서! 빨리!”

그녀는  빈 책상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양손으로 오금을 붙잡고 드러누웠다.
그녀의 성기가 훤히 드러났다.
연신 꿀을 흘리며 뻐끔대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조절 장치의 수치를 ‘50%’까지 올렸다.
그리고 콘돔을 씌운 물건을 흔들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래도 아직 가장 중요한 건 뺏기지 않았잖아?”

“그게 뭔데요?”

“바로 나!”

그녀는 작은 소리로 폭소를 터뜨렸다.
그리고는 나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잡고 당겼다.
나는 저항하지 않고 그녀의 손길을 따라서 전진했다.

[즈-부-욱!]

그녀의 따뜻한 안에 다다랐다.
나의 물건이 삽입되자 그녀는 쾌감에 몸을 뒤틀었다.
그리고는 깊은한숨을 토해냈다.

[철-썩! 철-썩!]

나는 체중을 실어서 그녀를 내리찍었다.
나의 허벅지와 그녀의 허벅지가 부딪치는 소리가 우렁찼다.
그렇게 나는 정상위 자세로 그녀를 탐했다.

“커-헉! 이거야! 좋아!”

그녀의 얼굴에서 분노는 사라지고 오직 쾌락만 남았다.
그녀는 나의 등을 감싸 쥐고 연신 헐떡이기 시작했다.

“회장님 말씀을 들어보면 정말 위험한 놈들 같아. 나에게 한 가지 약속을 해줄 수 있을까?”

“하-읏! 뭐...뭘요?”

“나 없이 혼자서 움직이지 않겠다고.”

“좋...좋아요. 알았으니까.  세게 박아주세요!”

“기억해. 까불다가 죽으면 섹스를 못 하게 된다는 걸. 이 좋은 느낌을 더는 느낄 수 없다는 소리야. 알았어?”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의 엉덩이를 당겼다.
오케이.
이걸로 혼자서 날뛰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슬쩍 수치를 ‘60%’로 올렸다.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해서 허리를 내리찍었다.
그러자 사장실은 어느새 모텔방으로 돌변했다.
그녀와 내가 풍기는 단내와 교성만이 사방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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