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화 〉페로몬 조절 장치
[철-썩! 철-썩!]
엉덩이를 받쳐 들고 허리를 움직였다.
그녀도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도록 신경 쓰면서 내 목에 손을 단단히 감았다.
남자의 힘과 균형감각에 의지해야 하는 체위가 ‘들어치기’다.
게다가 여자도 상대의 리듬에 잘 맞춰야하는 그런 자세다.
생각보다 까다로운 체위인 것이다.
알다시피 남자의 물건도 비틀리거나 갑자기 충격을 주면 손상된다.
따라서 이 체위는 어느 정도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체위를 내가 굳이 하는 이유는?
‘크~~죽인다. 뿌리까지 느껴져~.’
허벅지에 전해지는 든든한 무게감과 음경 뿌리까지 전해지는 깊은 삽입감 때문이었다.
이 자세만큼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자세도 드물다.
물론 여자의 속살이 너무 연약하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만.
‘아~. 마치 거머리 같다!’
나는 가슴을 설레게 만들고, 연신 뇌를 저리게 만드는 그녀의 속살에 감탄했다.
다행히 그녀의속살은 ‘들어치기’를 해도 될 정도로 쫀득하고 탱탱했다.
건실한 그녀의 살집은 체중이 실린 피스톤 운동에도 조임이나 움직임에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깊은 삽입에 더욱더 단단히 나의 물건을 물어댔다.
역시 명기다.
“하-읏! 깊어! 좋아!”
그녀는 나에게 필사적으로 매달리며 허리를 움직였다.
나의 움직임에 맞춰서 리듬감 있게 파도를 탔다.
“갑자기 왜?”
점점 숨이 거칠어지는 그녀의 움직임을 억지로 멈추게 했다.
나는 그녀를 들고 있는 자세 그대로 나의 움직임도 멈췄다.
그저 서로의 성기가 얽힌 상태로 모든 동작을 멈췄다.
마치 목석처럼.
“...왜?”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그녀는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가볍게 아랫입술을 핥고는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부터 절정에 이를 때까지 무조건 내 얼굴을 바라봐야 해.”
“에?”
“눈을 까뒤집거나 얼굴을 품에 묻으면 바로 그만둘 겁니다.”
그녀는 나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모르면 몸으로 배우면된다.
나는 가볍게 허리를 움직였다.
그녀는 나의 움직임에 나직이 신음을 흘리며 기뻐했다.
나는 그녀의 반응을 살피며 점점 속도를 더했다.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돌리며 낮은 신음을 흘리려고 했다.
어허, 그러면 안 돼!
“어? 어?”
“이런 뜻입니다. 아무리 느낌이 와도 무조건 얼굴은 나를 향할 것! 시선은 무조건 나를 향할 것!”
나는 다시 움직임을 멈췄다.
그러자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곧 내가 주문한 요구가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듯했다.
그렇다.
사실 사람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억제하는 건 꽤 힘든 일이다.
나는 그녀에게 그것을 주문한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행동을 통제하도록 말이다.
“...해볼게요. 그러니까 움직여 주세요.”
“오케이. 조금이라도 시선이 돌아가면 바로 움직임을 멈출 겁니다.”
이제 그녀는 작은 딜레마에 시달려야 할 것이다.
극치의 쾌감에 눈이 돌아가거나 침을 흘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쾌감을 더욱더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미처 수용하지 못하는 자극이나 쾌감에서 몸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그런데 나는 그걸 못하게 막은 것이다.
이제 그녀는 절정에 이르기 위해서 자신의 반응을 억눌러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해소 동작이 없으니 답답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런 작은 딜레마를 그녀는 스트레스로 느낄까?
아니면 또 다른 쾌감으로 느낄까?
어쨌든, 나에게는 재미있는 일이다.
그녀가 견디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충분히 즐길 생각이다.
[즈-억. 떡! 즈-억. 떡!]
나는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며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도 나의 움직임에 맞춰서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시선은 나를 향한 채로.
[즈-북. 떠-억! 즈-북. 떠-억!]
조금 더 힘과 속도를 붙였다.
그녀의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눈동자가 점점 흰자위를 보이며 돌아가기 시작한다.
나는 작은 헛기침을 하면서 그녀의 행동을 지적했다.
그러자 그녀는 얼른 시선을 다시 나에게 향했다.
“우-훅! 으흐흐흐~. 후-욱!”
그녀는 이제 거의 노려보는 수준으로 나를 쏘아봤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바로 눈이 돌아갈 정도로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나는 그런 그녀를 비웃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속도를 더했다.
“으으으으~! 끄~~으으윽!”
이제 제법 빠른 속도로 그녀를 내리쳤다.
그러자 그녀는 이까지 악물면서 필사적으로쾌감에 견뎠다.
마지막 절정을 맛보기 위해서 자신의 해소 동작을 모두 통제하며 얼굴과 시선을 나에게 향했다.
‘여신이 쾌락에 빠지면 이런 얼굴이겠지.’
몽롱한 시선은 애써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미간은 있는 힘껏 찌푸려져 있었다.
게다가 입가에는 진득한 침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해소 동작을 통제하고, 자잘한 쾌감을 견디느라 이를 악물었던 탓이다.
눈과 코에서도 맑은 물이 연신 흐르고 있었다.
인상을 쓰면서 마지막을 향해서 달리는 그녀의 표정은 나에게 묘한 쾌감을 안겨다 줬다.
쾌감에 몸부림치는 여자의 표정도 좋지만, 쾌감에 견디면서 숨을 몰아쉬는 여자의 표정도 각별하다.
[쩌-억. 철-썩! 쩌-억. 철-썩!]
나는 더욱더 속도를 냈다.
그러자 마치 떡방아를 치는 듯한 찰진 소리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아-흑! 좋아! 이거야!”
그녀가 목에 감은 손에 힘이 느껴졌다.
그녀는 나를 노려보며 더욱더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인상을 쓰면서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어-흑! 그어어어억! 어~흐흐훅! 꺼어어억!.”
그녀는 절정이 가까운 모양이었다.
이제 넋이 나간 상태로 괴상한 신음을 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내가 지시한 명령은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아마 해소 행동을 하게 해줬으면 저렇게 사나워지지는 않았겠지.
무조건 시선을 나에게만 향한 상태에서 섹스는 계속해야 하니 얼마나 답답하고 애달팠을까?
“자, 이제 갑니다!”
[짜-악! 짜-악! 짜-악! 짜-악!]
이제 뺨을 때리는 소리가 날 정도로 허벅지를 부딪쳤다.
그녀의 엉덩이와 나의 허벅지가 만들어내는 우렁찬 소리는 방을 울릴 정도였다.
그녀의 눈은 이미 초점이 없어진 상태였다.
잔뜩 열린 동공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의식이 꽤 날아간 모양이다.
‘크읍, 나도 이제 슬슬!’
그녀의 이런 흐트러진 모습이 좋은 양념이 되었다.
사정감이 들었다.
나는 더욱더 속도를 냈다.
그리고 감각이 절정에 이르자 그녀의 허리를 누르며 시원하게 사정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
그녀는 허리를 꺾으며 절정을 맞이했다.
나는 몸부림치는 그녀가 떨어지지 않도록 얼른 허리를 움켜잡았다.
하지만 절정에 이른 그녀는 한참이고 몸부림을 쳤다.
나는 양팔로 그녀를 단단히 감았다.
“흐으으으~으~”
그녀는 절정이 끝난 후에 몸을 늘어뜨렸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녀는 조금씩 경련을 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나의 자지를 더욱더 조이기 시작했다.
‘가벼운 쇼크가 온 모양이군.’
얼른 나의 물건을 그녀의 질에서 뽑아냈다.
그리고 그녀를 다독이며 침대에 눕혔다. 익숙하지 않은 체위로 엄청난 쾌감에 휩쓸렸다.
그녀의 정신과 몸도 고단했을 것이다.
나는 콘돔을 빼서 처리했다.
그리고 그녀를 옆으로 뉘고는 뒤에서 껴안았다.
그렇게 그녀의 경련이 진정되도록 다독였다.
“아-흑! 가는 게 멈추질 않아...”
그녀는 끊임없이 몰려드는 쾌감에 몸을 떨었다.
아무래도 나의 페로몬 때문에 절정을 한 후에도 느낌이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잠시 그녀의 몸에서 떨어졌다.
그러자 그녀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서 자신의 짐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뭔가를 가져왔다.
‘시계?’
그녀는 ‘스마트 워치’처럼 보이는 뭔가를 가져왔다.
그리고 떨리는 몸으로 나에게 그것을 채웠다.
“후~. 이제 좀 진정이 되네요.”
그녀는 차츰 안정을 되찾아 갔다.
아무래도 이 물건이 ‘제어 장치’인 모양이다.
나는 손목에 걸린 물건을 살피며 말했다.
“이제 이것만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는 거죠?”
“네. 이건 향기 씨의 생체 신호와 뇌파, 체성분들을 분석해서 조금이라도 변화가 있으면 밸런스를 잡아주는 역할을 해요. 생각보다 꽤 높은 수준의 A.I 기술도 쓰였다고요.”
그러니까 건강한 사람과 다른 상태가 되면 자연스럽게 균형을 잡아준다는 소리다.
이건 다른 용도로도 꽤 좋겠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물건을 만지작거렸다.
‘엉? 그런데 무슨 기능이 이렇게 많아?’
단순한 억제 장치가 아닌 모양이다.
스마트 워치를 조금 만져보니 다양한 아이콘이 떠올랐다.
강도(세기) 조절부터 각종 곤충, 포유류, 조류, 파충류까지 다양한 아이콘이 있었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팔을 흔들었다.
“뭐가 이렇게 많아요? 이거 단순히 억제하는 기능이 아니죠?”
그러자 그녀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사실 억제 장치라고 하기보다는 일종의 조절 장치거든요. 조종하고 싶은 대상을 지정하고 신호를 보내면 그 생물에게 영향을 주는 페로몬을 내뿜게 되는 거죠.”
그러고 보니 애초에 무기로 개발되었던 기술이었다.
아마 이 ‘스마트 워치’도 내가 먹은 약과 쌍을 이루는 물건이겠지.
순순히 반응을 억제하기만 하는 장치를 만들 리가 없었다.
페로몬을 내뿜게 만들고, 동시에 조절한다.
원하는 대로 다룬다.
그게 이 장치의 핵심일 것이다.
“이제 밖에 나가도 큰 소란은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여기 설명서.”
안정을 되찾은 그녀는 천천히 옷을 입었다.
그리고 나에게 책자 한 권을 건넸다.
나는 그것을 책상에 대충 던져 놓았다.
이어서 나도 옷을 챙겨 입었다.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에요. 저는 이만 가볼게요. 다음에 봐요.”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흥분할 때 들뜨는 것과는 다른 표정이었다.
지금까지 발정해서 날뛴 자신을 떠올리니 부끄러워지는 모양이다.
뭐, 나는 이상형인 그녀와 몸을 섞을 수 있어서 나름 나쁘지않았다.
“네.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연락할게요. 차로 오셨어요?”
“네.”
“세워 놓은 곳까지 같이 가죠.”
그녀와 함께 집을 나섰다.
일전의 소동을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집을 나섰다.
다행이다.
전처럼 소동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나를 스쳐 지나가는 여자들은 평범한 반응이었고, 고양이나 개가 덮치지도 않았다.
정말 이제는 괜찮은 모양이다.
[부-우우웅!]
그녀가 차를 타고 사라질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아쉬운 마음이 있다거나, 연애감정이 강해져서 이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를 속인 구석이 있는 그녀에게는 이제 남은 건 성욕 정도였다.
다만 돈독이 오른 대기업과 거친 사람들에게 쫓기고 있는 몸이니 안쓰러운 생각은 들었다.
최소한의 배웅은 해주는 게 좋겠지.
그녀가 무사한 것이 나의 건강을 생각해서도 유리한 일이다.
“드디어 자유를 되찾았네.”
하지만 마음이 마냥 편한 것만도 아니다.
편의점 사장님께 사정을 설명해야 하고, 권아영에게 이후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도 물어봐야 한다.
무슨 사고는 없었겠지?
그 당시 나는 도망치느라 주변을 살필 겨를도 없었다.
‘어쨌든 오늘은 자유를 만끽하자.’
나는 집주변의 공원으로 발길을 옮기며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오랜만에 마시는 바깥 공기는 왠지 시원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