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9화 〉요망한 신지혜 (1) (29/110)



〈 29화 〉요망한 신지혜 (1)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신지혜에게 연락이 왔다.
드디어 장치가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가족들이 집을 비우도록 만들었다.
아버지와 어머니께는 평소에 가고 싶어 하시던 곳에 여행을 보내드렸고, 형에게는 애인이 오기로 했다며 둘러댔다.
물론 쉽게 믿는 표정은 아니었다.
‘이놈이 혼자 있고 싶은 모양이야’라고 여기며 마지못해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뭐, 어떻게 생각해도 상관없다.
쉽사리 밖으로 나갈  없는 처지다.
페로몬 때문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으니 말이다.
신지혜와 단둘이 있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 방법은 이것뿐이었다.

“놀랍네요.”

그녀를 맞이하기 위해서 문을 열었다.
그러자 그녀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가 이것이었다.
그래, 놀랍기도 하겠지.
사람이 완전히 변했으니까.
고맙다고 해야 할지, 쌍욕을 해야 할지.

“그 장치는 어디에 있죠?”

나는 그녀에게 바로 본론을 꺼냈다.
지금까지 불편한 다리 때문에 갇혀 있던 시간이 얼마인가?
그런데 또 나의 잘못도 아닌 일로 감옥살이다.
더는 참을 수 없었다.
게다가 지금의  몸은 시한폭탄 그 자체였다.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여유를 가지고 그녀를 대할 수가 없었다.

“저기...”

그녀는  방으로 들어와 이것저것 장비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먼저 표본을 채취해도 될까요?”

아직도 정신을  차린 건가?
나는 그녀를 슬쩍 흘겨봤다.
그러자 그녀는 손사래를 치면서 말했다.

“나중을 위해서 그러는 거예요. 향기 씨의 몸은 또 한 번 극적인 변화를 했습니다. 이 시점에 표본을 남겨두면 여차할 때 도움이 될 거예요.”

또 다른 실험을 하거나 나를 속이려는 의도는 없어 보였다.
그래, 어차피 벌어진 일이다.
나중을 위해서라도 표본을 많이 남겨두는 건 좋겠지.
다만 중요한 건 그녀를 믿을  있는가 하는 점이다.

“알았습니다. 어쨌든 앞으로  몸에 이상이 생기면 전부 다 책임져 주세요. 알겠죠?”

이렇게  거 평생 부려먹어 주겠어!
앞으로 감기만 걸려도 그녀를 호출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녀는  인생을 송두리째 뺏은 것이나 진배없었다.
유전자 단위로 사람의 뇌를 바꿔치기한 거 아닌가?
더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게 만들어 놓은 것치고는 값싼 처분이었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억대 소송이라도 했을 것이다.
물론 그 경우에는 실질적인 피해를 증명해야 해서 복잡하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어?
그러고 보니 나는 아직 직접적인 피해를 본 건 없네?
 광신도에게 덮쳐진 것은 제외하고는 말이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증거가 없어서 아쉽다고 해야 할지.

“물론이죠. 제 목숨이 다하는 순간까지 향기 씨의 건강은 제가 책임질게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녀는 재빨리 손을 움직이며 나의 표본을 채취하기 시작했다.

“따-끔~.”

어?
그런데 혈액을 채취하는 손길이 뭔가 어눌했다.
예전보다 통증도 심하게 느껴졌다.
뭐지?
그 사이에 실력이  건가?

“하-앍. 하-앍.”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녀의 얼굴은 붉게 들떠있었고, 눈빛도 뭔가 몽롱해 보였다.
게다가 연신 심호흡을 하면서 흥분을 애써 누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꺄-악~!”

나는 손을 떨면서 구강상피세포를 채취하려는 그녀의 팔뚝을 손가락으로 살짝 찔렀다.
그러자 그녀는 귀여운 비명을 지르며 몸을 떨었다.
역시!
그녀도 페로몬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손에서 면봉을 빼앗으며 말했다.

“나머지는 제가 하겠습니다.  떨어져서 지시만 하세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멀찍이 물러났다.
나는 체모, 구강 상피 세포, 비강 점막 세포, 눈물, 콧물 등을 채취했다.
그리고 그녀의 지시에 따라서 각각 용기에 담아 밀봉했다.

“자, 이제 다 했습니다. 그 장치나 주시죠.”

나는 퉁명스러운 말투로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런데 그녀는 몸을 비비 꼬면서 나의 눈치만 살피는 것이었다.
혹시 페로몬을 조절할  있는 장치가 있다는 것은 거짓말이었던 걸까?
나의 표본을 채취할 욕심에 그럴듯하게 둘러댄 걸까?
그녀의 태도에 순간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아...아직 채취하지 못한 게 있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옷을 벗기 시작했다.
아!
그러고 보니 하나 빼먹은 게 있었다.
바로 정액이었다.

“괜찮아요. 혼자 해결하겠습니다. 여기서 기다려 주세요.”

예전에는 얼떨결에 몸을 겹쳤었다.
그것도 신지혜가 적극적으로 원했으니까.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것도 페로몬의 효과였다.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그녀의 야릇한 행동에도 마음이 움직이질 않았다.
나의 아들도 일어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그녀가 얄미웠다.

“그...그렇죠. 저도 참 주책이네요.”

그녀는 옷을 추스르며 물러났다.
하지만 안색을 보니 간신히 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를 악물고 나에게 다가오고 싶은 욕망을 간신히 참고 있었다.
어찌나 필사적으로 참고 있는지 입가에는 침이 흐르고 있었고,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얼씨구?
다리까지 떨고 있었다.

“그러면 할까요?”

“!!!”

힘겨운 표정으로 애써 욕망을 누르고 있었다.
그런 그녀는 나의  한마디에 얼굴에 꽃이 피듯이 화색이 돌았다.
그리고 마치 사탕을 받고 싶은 어린아이처럼 연신 머리를끄덕였다.

“농담입니다. 여기서 기다리세요.”

나는 그녀를 내버려 두고 화장실로 향했다.
내 인생에 백태클을 건 여자다.
아무리 나의 이상형이라도 쉽게 안아주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저렇게 발정이 나서 괴로워하는 그녀를 놀려주고 싶을 뿐이었다.

‘기분이 묘하네.’

화장실에 들어온 나는 문을 걸어 잠갔다.
그리고 물건을 꺼내서 천천히 문지르기 시작했다.
뭔가 기분이 묘했다.
이렇게 담백한 자위도 처음이었다.
보통 자위란 성욕을 분출할 때 하는 법이다.
그리고 정액이란 이런 욕구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배출하게 되는 이른바 ‘부산물’이다.
물론 사랑과 임신을 전제로 한 성행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때의 정액은 단순한 ‘부산물이 아닌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게 된다.
내가 말하는 것은 단순한 자위를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뭔가 사정이 반대였다.
정액의 배출을 위해서 자위행위를 억지로 하고 있었다.
끓어오르는 성욕이 결여된 자위는 마치 양념 수프를 빼놓고 끓인 라면처럼 밍밍한 느낌이었다.

‘크-으!’

그래도 물건은 솔직했다.
적절한 자극을 주니 답변을 해줬다.
나는 사정한 정액을 밀봉해서 화장실을 나섰다.

“뭐 하는 겁니까?”

“냄새라도 맡고 싶어서요~. 하-앍. 하-앍.”

문을 열자 바로 앞에 그녀가 서 있었다.
그녀는 연신 자신의 음부를 문질렀는지 옷이 잔뜩 구겨져 있었다.
그리고 허벅지에서 발목까지 애액이 흐른 흔적이 역력했다.
젖은 옷감은 색이 짙어진다.
나는 실눈을 뜨면서 그녀에게 용기를 건넸다.

“자, 여기요.”

나는 그녀와 함께 방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녀는 용기를 정리하지 않았다.
그저 나를 묘한 표정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왜 그래요? 빨리 그 장치나  주세요. 제가 지금 밖에 나가지를 못해요.”

“그...그게...”

그녀는 머뭇거리면서 빈 용기를 나에게 내밀었다.
뭐지?
아까 건네준 건 어디 갔어?
나는 눈을 크게 뜨고 빈 용기와 그녀를 살폈다.
어디에 숨긴 건가?
그런데 그녀의 입가에 뭔가 우윳빛 액체가 보인다.
설마?

“그걸 먹었어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수줍은 표정으로 배시시 웃는 것이 아닌가?
아니, 그걸 먹으면 어쩌자는 거야!

“너무 좋은 냄새가 났어요. 어쩔 수 없었어요. 저는 그걸 먹어야만 하는 운명이었던 거죠.”

그녀는 이미 탁해진 눈빛으로 아무 말이나 내뱉고 있었다.
게다가 내가 다가서자 더욱더 얼굴을 붉게물들이며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심지어 다리까지 떨었다.

[주-르르륵.]

그녀의 음부에서 애액이 솟아났다.
옷감이 물들며 다시 짙은 색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애액은 흘러서 점점 그녀의 발목으로 향하고 있었다.

[쪽-!]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는 나에게 그녀는 뽀뽀했다.
입술을 오므리면서 나의 뺨에 자신의 입술을 부딪쳐왔다.

“지금 이 상황에서!!!”

목소리가 커지자 그녀는 눈치를 살피며 살짝 물러났다.
그리고 연신 몸을 떨었다.
그녀는 흥분에 겨워서 몸을 떨면서도 나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나를 가지고 싶다는 본능과 나의 뜻을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는 이성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에-효. 이게 페로몬 때문이란 말이지? 어쩔  없구만.’

내가 무른 성격인 탓도 있을 것이고, 그녀가 워낙 이상형인 탓도 있을 것이다.
또 페로몬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든 나는 분기를 잠시 접어두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정액을 다시 채취해야겠네요.”

“하-앍. 네. 그...그게...그렇네요.”

“그냥 우리 할까요?”

“!!!”

나의 말에 그녀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냉큼 달려가서 콘돔까지 가져오는 것이 아닌가?
 무슨 닌자를 보는 줄 알았다.
엄청나게 재빠른 동작에 나도 모르게 감탄이 나왔다.
그러고 보니 그녀는 훈련된 경호원을 따돌릴 정도로민첩한 구석이 있었다.
무슨 운동이라도 하는 걸까?

“고마워요. 정말 좋아해요. 향기 씨.”

[쪽! 쪽! 쪽! 쪽!]

그녀는 나의 뺨에 연신 입술을 맞췄다.
마치 딱따구리가 나무에 구멍을 뚫듯이 연신 입술을 뺨에 부딪쳤다.
그녀의 애교에 짜증스럽던 기분이 조금은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래, 화를 내서 무엇 하겠는가?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조금이라도 즐길 거리를 찾는 것이 남는 장사다.
나는 그녀를  껴안으며 말했다.

“저 완전히 풀린  아닙니다. 평생 제 건강 책임지셔야 하고요. 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가족들에게 보상하셔야 합니다. 알았죠?”

“당연하죠.”

그녀는 기쁜 기색을 드러내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의 눈빛이 그윽해지자 천천히  몸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음~.”

목을 빨면서 손으로 나의 젖꼭지를 탐했다.
 위로 스치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전까지 나를 지배하던 불안과 짜증은 어느새 사라지고 있었다.
나보다 한참 나이가 많은 여자가 애교를 부리며 나를 원하고 있었다.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뭔가 묘한 정복감이 있었다.

“하-읏!”

나는 그녀의 애무에 답례하듯이 그녀의 음부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그러자 그녀는 움찔거리며 교성을 내뱉었다.

“전희는 필요 없겠죠?”

촉촉한 촉감을 느끼며 나는 말했다.
이렇게 달뜨고 농익은 몸에 전희는 필요 없을 것이다.
나는 손에 묻어나는 애액을 느끼며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천천히 나의 상의를 벗기기 시작했다.
나도 그녀의 손길에 맞춰서 그녀의 상의를 벗겼다.

‘워~. 언제봐도 좋은스타일이네.“

탐스러운 가슴과 미끈한 몸매는 흠잡을 곳이 없었다.
그녀의 엉덩이와 허리를 어루만지며 감탄하는 기색을 보이자 그녀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이며 나의 바지를 벗겨냈다.
요망한 여자 같으니!
흐름을 탈줄 안다.
남자를 기쁘게 하는 법을 알고 있다.
지금까지 이 여자는 몇 명의 남성을 이렇게 기쁘게 해줬을까?
순간 나는 약이 올랐다.
부드럽게 그녀의 엉덩이와 허리를 어루만지던 손을 가슴으로 옮겼다.
그리고 거칠게 움켜쥐었다.

“응-흣!”

그녀는  손길도 좋은지 몸을 살며시 뒤틀며 교성을 냈다.
그녀의 이런 모습이 나를 더욱더 흥분시켰다.
나는 그녀의 모습을 잠시 즐기며 호흡을 다스렸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이 나의 입술을 덮쳐오는 순간에 맞춰서 그녀의 바지도 벗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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