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6화 〉연구원 신지혜 (2) (16/110)



〈 16화 〉연구원 신지혜 (2)

“일단 모텔로 가죠.”

“네?”

카페를 나선 그녀의 입에서 뜻밖의 장소가 튀어나왔다.
나는 놀라서 되물었다.

“박사님의 연구실이나 병원으로 가는 게 아니었나요?”

나의 몸을 자세히 살펴보려면 제대로 된 시설이 있는 곳이 좋지 않을까?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곳에는 보는 눈이 많아요. 제가 말씀드렸죠? 저희 팀의 연구를 노리는사람들이 있다고. 최대한 은밀하게 검사를 진행하고 싶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찜찜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CT나 MRI, 하다못해 엑스레이라도 찍어야 하는 거 아닌가?
과학이나 의료에 무지한 나라도 사람의 신체를 점검하기 위해서는 꼭 거쳐야 하는 장치가  가지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저렇게 말하는데 어쩌겠는가?
따를 수밖에.
어쨌든 돈까지 받았으니 돈값은 해야 했다.
나는 그녀가 이끄는 대로 잠자코 따랐다.

“오랜만이네요. 요즘은 이렇구나.”

방을 잡고 들어서자 그녀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컴퓨터에 와이파이까지...”

그녀는 방을 둘러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실제로 요즘 모텔은 예전보다 시설이 많이 좋아진 편이다.
샤워실과 냉장고는 기본이고 컴퓨터와 와이파이, 에어컨, 심지어 간단한 조리를 할 수 있는 전기스토브까지 갖춘 곳도 있다.

“특별한 테마방도 아닌걸요. 요즘은 다 이래요.”

“테마방?”

“네. 영화, 특정한 연예인, 철학이나 사상, 유명한 성인 비디오, 각종 페티시 등등. 요즘은 다양한 주제로 특이하게 방을 꾸미는 곳이 많거든요.”

“그렇구나. 제가 숙박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사실  몰라요. 몇 년간 애인도 없었고, 출장 갈 일도 없었거든요.”

그녀는 제법 묵직해 보이는 가방을 침대 언저리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가방을 열었다.
가방은 다양한 물품들이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신지혜는 소독제를 찾아 자신의 손에 뿌리고는 비비며 말했다.

“일단 채혈부터 하겠습니다. 침대에 편하게 앉아주세요.”

엉거주춤하게  있던 나는 얼른 자리를 잡았다.
모텔에 오면서 묘한 설렘을 느꼈다.
아마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대낮에 아름다운 여성과 단둘이 모텔에 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녀의 목적은 나의 몸을 검사하는 것이었다.
그녀가 라텍스 장갑을 끼고 채혈용 주사기를 꺼내는 것을 보니 비로소 정신이 들었다.

“따-끔.”

그녀는 입으로 신호를 주면서 내가 놀라지 않도록 배려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될 정도로 그녀의 채혈은 능숙했다.
약간의 이물감은 느껴졌지만, 통증은 없었다.

“다음은 콧물 좀 채취하겠습니다.”

채혈한 피를 시험관에 옮겨 담은 그녀는 이번에는 면봉을 들고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어쩌랴?
이 모든 것이 나의 몸이 건강한지 알기 위해서 꼭 필요한 과정이다.

“다음은 구강상피세포와 침도 채취할게요.”

나의 목을 젖히고 코를 쑤시던 면봉은 어느새 밀봉되어 그녀의 가방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새로운 면봉 두 개가 나의 입을 유린했다.
하나는 입안을 긁어댔고, 하나는 혀에 고인 침을 훑어댔다.

“다음은 체모  채취하겠습니다.”

[툭-!]

“아-얏!”

이건 좀 따끔하다.
하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뜯어낸 머리카락을 유심히 바라보며 말했다.

“모근이 살아 있어야 하거든요. 사람들이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많이들 착각해요. 그냥 머리카락에서 쉽게 유전자를 추출해서 검사할 수 있는 거로 알거든요. 사실은 모근이 있는 부분이 제일 중요한데 말이죠. 조직이 붙어있어서 꽤 정확한자료를 얻을 수도 있거든요. 친자확인 소송을 할 때도 대부분 모근이 붙은 머리카락을 쓴답니다.”

TMI(too much information)은 아니다.
이건 알아두면 좋은 지식이다.
그런데 유전자?
나는 조금 의아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자 그녀는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로 말을 이어갔다.

“조직이나 유전자 레벨의 변성도 있을 수 있어요. 어떻게 향기 씨의 다리가 한순간에 회복되었다고 생각하세요? 저희가 개발한 신약에는 다양한 효과를 내포하고 있어요. 저는  결과를 면밀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고요.”

뭔가 개운하지 않지만, 딱히 반박할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유전자 레벨까지 영향을 끼치는 약이 아니고서는 이런 극적인 회복은 설명하기 어렵겠지.
나는 상처가 있던 다리를 어루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이제 다리를 좀 볼까요?”

그녀는 채취한 표본들을 정리하고는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상처가 있던 다리를 보여주기 위해서 바지를 걷어 올렸다.
어라?

‘잘 올라가지를 않네?’

너무 꽉 끼는 바지를 입은 모양이다.
상처가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다.
낑낑대며 애를 쓰는 나에게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그냥 바지를 벗으면 되잖아요.”

“네?”

“아니, 아니다. 하는 김에 그냥 완전히 탈의하시죠. 그렇게 하는 편이 전체적으로 살펴보기에 좋을 거 같아요.”

부끄러운 마음에 쭈뼛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그녀는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호호호, 여자라서 그래요? 저는 그냥 과학자입니다. 의사 자격도 가지고 있고요. 병원에 왔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옷을 벗으세요.”

그녀의 말이 옳다.
괜히 설레고, 괜히 부끄러워했다.
상대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왜 나만 과하게 의식을 한단 말인가?
오히려 그녀에게 실례다.
나는 천천히 옷을 벗었다.

“좀 볼게요.”

팬티 한 장을 남기고 살구색의 몸뚱이를 드러냈다.
그녀는 천천히 살폈다.

“이 자리에상처가 있었다고요?”

“네.”

흉터와 통증이 자리 잡고 있던 곳이었다.
 부위가 마치 성형수술이라도 한 것처럼 말끔하게 회복된 것이다.
그녀는 다리를 매만지며 자세히 살폈다.

“좀 눌러 볼게요.”

눈으로 천천히 살피던 그녀는 이제 힘을 줘서 다리와 몸의 구석구석을 눌러보기 시작했다.
이른바 촉진을 시작한 모양이다.
뼈가 있는 부위나 배를 조금 세게 누를  빼고는 특별히 불편한 것은 없었다.

‘뭐지? 눈빛이...’

그런데 묘한 느낌이 들었다.
나를 살피던 그녀의 눈빛이 조금씩 변하는 것이 아닌가?
학자의 눈길로 나를 살피던 그녀의 눈은 점점 여자의 시선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나를 더듬던 손길도 은은한 열기를 띠기 시작했다.

“살결이  곱네요. 냄새도 좋고...”

그녀도 다른 여자들처럼 나에게 끌리는 걸까?
나는 당혹감을 느끼며 침을 삼켰다.
그러자 그녀는 더욱더 나에게 밀착하며 말했다.

“괜찮아요. 이게 정상이라는 증거니까요.”

무슨 소리일까?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은 그녀는 이미 끈적하게 변해버린 손길과 눈빛으로 내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이미 이것은 촉진이 아니었다.
나를 흥분시키거나 자신의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서 쓰다듬는 일종의 애무였다.
이런!
나의 물건에 피가 쏠린다.

“그러고 보니 아직채취하지 못한 체액이 있네요.”

몸을 더듬던 그녀는 잠시 떨어졌다.
그리고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왔다.

‘콘돔!?’

그녀의 손에는 콘돔과 작은 플라스틱 샬레가 들려있었다.
설마?
그 체액이라는 것이?

“혹시 그거?”

“네. 맞아요. 정액.”

민망한 소리를 망설임도 없이 내뱉었다.

‘이럴 때는 선수를 쳐야지.’

나는 얼른 다가가서 그녀의 손에 든 물건을 낚아챘다.
그리고는 화장실로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그러면 얼른 받아서 나올게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아무리 그래도 보는 앞에서 쥐어짜는 건 있을 수 없다.
어떻게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여성 앞에서 자위할 수 있겠는가?
얼른 화장실에서 뽑으면 될 것이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필요 없어요.”

그녀는 갑자기 뒤에서 나를 껴안았다.
그리고 농염한 목소리로 귓가에 이렇게 속삭이는 것이었다.

“내가 도와줄게요.”

그러면서 바로  물건을 어루만지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동시에 그녀는 더욱더 몸을 밀착하며 가슴을 등에 붙여왔다.
벌거벗은 등으로 그녀의 부드러운 가슴의 감촉이 느껴졌다.

“그게 무슨...?”

“그냥 빼기 힘들 거 아니에요. 내가 도와줄게요. 몸.으.로.”

부드러운 손길로 연신 물건을 문지르며 귓가에 속삭였다.
그래도 이건 아닌 거 같은데.

“갑자기 왜 이러는 거죠? 그냥 검사만 하는 아니었나요?”

“네. 검사해야죠. 성 기능도 확인하고, 정액도 확인하고요.”

그녀는 연신 물건을 탐하면서 귀까지 핥기 시작했다.
억지로 뿌리치자면 못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자칫 그녀가 다칠 수도 있었다.
거친 행동은 하고 싶지 않았다.

‘솔직히 나도  끌리기도 했고.’

내가 왜 설렘을 느꼈겠는가?
그녀가 상당히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는 이상한 기분이 들지 않도록 검사받는 내내 필사적으로 자신을 억눌렀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녀가 나를 유혹해  것이다.
여기에서 더 참을  있겠는가?
남은  의사를 확인하는 것뿐이다.

“지금 그 말씀은 저랑 관계를 하고 싶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후후후, 네. 그런 거예요.”

나는 그녀의 손을 살며시 풀어냈다.
그리고 돌아서서 그녀를 바라봤다.
정확한 나이를  수는 없었지만, 젊고 아름다운 외모였다.
약간 곱슬머리에 긴 머리, 늘씬한 몸매.
키는 167cm정도, 군살은 없어 보였다.
전에 몸을 섞었던 미용실의 ‘김희연’과 비슷한 스타일이었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가슴이 조금 크다는 정도.

“좋아요. 도와주시면 저도 좋죠.”

[쪼-오오오옥-]

그녀의 의사와 나의 마음을 확인한 후에는 거칠 것이 없었다.
적어도 그녀는 나와 잠자리를 가지고 싶어 하고, 나도 그녀에게 연애감정은 아니더라도 육욕은 느끼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가벼운 키스를 날렸다.
그러자 그녀는 입을 열고 능숙하게 나의 혀를 받아들였다.
우리의 혀는 만나자마자 격렬한 레슬링을 하면서 얽히고설켰다.

‘아~! 키스를 잘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

애인이 없다면서 어떻게 이렇게 능숙한 걸까?
지금까지 만난 여자 중에서 키스 솜씨가 가장 뛰어났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키스만으로 뇌에 전기가 흐르는 느낌을 맛보여 준  이 여자가 처음이니까!
신지혜의 키스는 실로 엄청났다.
끊임없이 혀로 나의 혀와 입술을 농락했다.
단순히 움직임과 흡입력만 화려한 것이 아니었다.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완급을 조절하면서 나의 입술과 혀, 입안을 휘저었다.

‘입으로 섹스를 하는 느낌이야.’

딱 이 표현 말고는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모든 욕정을 입술로 표현하고 있었다.
자신의 모든 감정을 혀로 표현하고 있었다.
어느새 양팔까지 목에 감고는 그녀는 계속 키스했다.
이런 능숙하고 자극적인 키스를 받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렇다.
나의 물건은 이미 힘차게 전투준비에 들어갔다.

“키스로 벌써?”

어느새 발기한 나의 엑스칼리버가 그녀의 허벅지와 음부를 찌르고 있었다.
바짝 몸을 밀착한 상태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자 그녀는 웃으며 나에게서 조금 떨어졌다.
그리고 천천히 옷을 벗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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