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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화 〉육탄공세 (1) (11/110)



〈 11화 〉육탄공세 (1)

연일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나를 보기 위해서 찾아오는 손님을 상대해야 하고, 업무도 해내야 한다.
사장님은 나에게 다른 일은 하지 말고 그냥 서 있으라고 했다.
하지만 어디 그럴 수가 있나?
같이 근무하는 사람을 생각해서 마냥 농땡이를 부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점점 살쪄가는 계좌의 잔액를 보고 있자면 쌓이는 피로를 날리는  쉬운 일이었다.

“월급 들어온 거 보고 있어요?”

스마트폰으로 계좌를 들여다보고 있는 나에게 권아영이 말을 걸었다.

“네. 뭐, 하하하.”

나는 얼른 스마트폰을 치우며 얼버무렸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월급날이었구나.
생각해보니 임상시험 아르바이트에서는 아직 돈을 보내지 않고 있었다.
금방 지급해준다고 하고 시간을 끄는 건 또 뭐란 말인가?
 회사라 그런 건가?
오히려 이런 회사들이 지급은 확실하다고 했었는데.
이상한 일이다.

“저도 월급이 들어왔어요.”

권아영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흔들면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잘도 재잘거린다.
그 후에 우리의 관계는 제법 부드러워졌다.
하지만 친하다고 할 수는 없는사이였다.
아무래도 나에게는 꽤 트라우마가 된 모양이다.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거리를 두고 있었다.

“아직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거예요?”

“아니요. 그런 건 아니에요. 하지만 아직 어색하네요.”

제법 티가 나는 모양이다.
내가 하는 모양새를 보고 바로 심중을 짐작했다.
아니면 여자의 감이라는 것인가?
어쨌든 자신의 미숙함이 부끄러울 뿐이다.
이걸로 또 기분 나빠하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

“칫, 남자가 쪼잔하네요. 정식으로 사과도 했는데.”

그녀는 짐짓 토라진 척을 하면서 입을 비쭉거렸다.
하지만 표정과 기색을 보니 정말로 감정이 상한 건 아닌 모양이었다.
나름대로 장난을 치는 거겠지.

“앞으로 천천히 친해지면 되죠. 제가 원래 낯을 많이 가려서요.”

자신의 미숙함을 변변치 않은 변명으로 둘러댔다.
이런 식으로 모든 감정이 드러나서야 어디 제대로 사업이나 할  있을까?
나는 왠지 미래가 걱정되었다.

“혹시 오늘 시간 있으세요?”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자 그녀가 물었다.
무슨 일인가?

“네. 시간은 있어요, 그런데 무슨...”

“제가 사과의 뜻으로 저녁을 대접하고 싶어서요.”

“아니요. 안 그러셔도 됩니다. 다 끝난 일인데요.”

“그러지 말고 어울려 주세요. 오늘 월급도 들어와서 지갑도 빵빵해요!”

공짜 밥은 늘 옳다.
하지만 그건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할 때의 이야기다.
권아영은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불편한 사람이었다.
전에 있던 악감정이 풀린 정도지 살갑게 느껴지는 사람은 아니었다.

‘음. 그래도 여기서 거절하면 관계가 다시 벌어지겠지?’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녀는 화색을 띠며 좋아했다.
그렇게 마음에 걸렸던 걸까?
생각보다 그녀는 착한 사람인 모양이다.
역시 그날은 순간적인 감정에 실수했던 것이리라.

“알겠습니다. 그러면 그렇게 하죠.”

나는 그녀의 청을 받아들였다.
우리는 퇴근  편의점에서 멀리 떨어진 한 주점으로 향했다.
그녀의 기색을 보니 밥만 먹을 속셈은 아닌 모양이다.

“그냥 간단한 거 사주셔도 되는데...”

“아니에요. 먹는 김에 술도 한잔하면 좋잖아요.”

뭐, 돈 내는 사람이 왕이다.
그녀가 흥이 올라서 지갑을 열겠다는 것을 말릴 수가 있나?
나는 잠자코 그녀가 하는 대로 따랐다.

“맛있어 보이네요.”

“호호호, 많이 드세요.”

금방 음식이 나왔다.
음식은 제법 먹음직스러웠다.
흠이라면 열량이  높아 보인다는 것 정도?
나는 그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맛있게 접시를 비워나갔다.
그렇게 어느 정도 배를 채우고 분위기가 무르익자 그녀가 벨을 눌렀다.

“우리 술도 마시죠?”

“뭐, 좋을 대로.”

곧 우리 앞에 술이 깔렸다.
그녀와 나는 수다를 떨면서 술을 목구멍으로 넘겼다.
오래간만에 마시는 술은 쓰기보다는 오히려 달콤한 느낌이었다.
군대와 부상 때문에 술을 마시는 건 실로 오랜만이었다.
거의 2년?
2년 만의 음주였다.

“오랜만에 술기운이 도니까 기분이 좋네요.”

“저도오랜만입니다. 술 마시는 건요.”

조금 취기가 돌자 분위기는 한결 더 부드러워졌다.
이제는 간단한 농담과 장난까지 치는 사이가 되었다.
왜 사람들이 술을 마시면서 관계를 다지는 건지 알 것도 같았다.
여러 가지로 긴장을 풀어주는 물질이다.
요망한 액체 같으니!
왜 사람들이 술을 ‘악마의 음료’라느니, ‘신의 물방울’이니 하는 건지 알 것 같았다.

“저기 내가  하나 물어봐도 돼요?”

“네. 물어보세요.”

“혹시 애인 있어요? 보니까 인기 엄청 많던데. 벌써 있죠?”

“아니요. 없어요.”

아직 없다는 말에 유난히 화색을 띠는 그녀다.
뭐가 그렇게 좋은 거지?
그녀와 나는 다시 별 의미 없는 수다를 떨면서 술을 더 마셨다.
얼큰히 취하니 세상이 빙글거리고, 기분이 들뜨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이만 일어나죠. 많이 마셨네요.”

이제 충분히 만족했다.
나는 그녀에게 일어날 것을 권했다.
그러자 그녀는 갑자기 내 손을 붙잡았다.

“...”

“...저기 할말이 있어요.”

뭐지?
기분이라도 안 좋아졌나?
숙취해소제라도 사다줘야 하는 걸까?
하지만 들려온 말은 뜻밖의 말이었다.

“말해 보세요.”

“...저...저기..”

“...”

“그쪽이 마음에 들어요. 나랑 사귀어 보는  어때요?”

“!!!”

술에 얼큰하게 취한 그녀가 갑자기 고백해온 것이다.
나는 순간 술이 깨는 기분이었다.
뭐지?
장난치는 건가?
아니면술기운에 그냥 찔러본 걸까?
당황스러웠다.

“술기운에 하는 고백이라면 넣어 두세요. 내일 술이 깨면 엄청 부끄러울 겁니다.”

“그런 거 아니에요. 진짜로 좋아한다고요. 오히려 술의 힘을 빌린 거라고요!”

그녀의 얼굴은 술기운에 달아올라 있었지만, 눈빛만은 진지했다.
정말인 모양이다.
나는 잠시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나 이런 일이 있지는 않을까 걱정도 했었다.
하지만 다행히 같이 일하는 여자 중에서 나에게 들이대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불의의 일격을 맞을 줄은 몰랐다.
나는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풀어내며 말했다.

“마음은 고맙습니다. 특별한 장점도 없는 나를 좋아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 마음을 받을 수는 없어요.”

“왜요? 내가 예쁘지 않아서? 집안이 가난해서?”

내가 거절의 기미를 보이자 그녀는 맹렬히 자신의 열등감을 드러내 보였다.
크~.
이런 모습부터가 비호감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그녀를 거절하는 것은 아니었다.
원래부터 나는 일하는 곳에서는 사적 관계를 가지지 않기로 맹세한 터였다.
그런데 성격이나 외모가 나의 취향이 아닐뿐더러 첫인상도 좋지 못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것을 잊고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말인가?
아까 말한 신의 물방울은 취소다.
역시 술은 악마의 음료다.
또 이런 재앙을 나에게 내리다니!

“직장에서는 애인을 만들지 않기로 다짐했거든요. 일하는 것에 방해가 돼서요.”

“그러면 내가 일을 다른 곳으로 옮기면요?”

“솔직히 요즘 몰려드는 손님들 때문에 제가 오히려 관두고 싶다고요. 이런 일로 아영 씨가 일을 그만두면 제가 더 힘들어집니다. 그냥 우리 친구로 지내면  될까요?”

그녀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그녀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말없이 계산대로 향했다.

‘휴~. 어떻게 금방 마음을 접어줄 모양이네. 다행이다. 그나저나 내일부터 괜찮을까?’

그녀에게 특별한 감정이 없는 나야 문제가 없었지만, 거절당한 그녀가 괜찮을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이것만은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녀 스스로 이겨내야 할 문제지.

“...흑흑흑.”

“울지 마세요. 그러면 제가  힘들어요.”

감정을 잘 추스르던 그녀는 인적이 뜸한 곳에 이르자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아무래도 감정이 북받치는 모양이다.
내가 할  있는 일이라고는 그녀와 함께 걸으며 달래주는 것뿐이었다.
그렇다고 아무 감정도 없는데 거짓으로 사귀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냥 도망갈까?’

곤란한 상황에 마음속에서 비겁함까지 싹텄다.
그녀를 팽개치고 당장 내빼고 싶었다.
하지만 술에 얼큰하게 취한 그녀를 혼자 내버려 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난감했다.

“혼자 못 가겠어요. 흑흑. 택시...정류장까지만...같이...흑흑...”

그렇지 않아도 배웅해줄 생각이었다.
나는 최대한 표정을 숨기면서 그녀를 따랐다.
이윽고 다시 건물이 많고, 인적이 활발한 곳이 나타났다.
그때였다.
갑자기 그녀가 나를 으슥한 골목으로 이끌었다.

[쪼-오-옥!]

그리고는 내 입술을 훔쳤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나는 놀라서 그녀를 밀쳤다.
하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나에게 엉겨 붙었다.
그리고는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속삭였다.

“계속 거부하면 소리 지를 겁니다. 당신이 나를 강간하려고 했다고 소리칠 거라고요!”

“!!!”

만약 누군가 소리를 듣고 달려오면 명백하게 내가 불리하다.
나는 어쩔  없이 그녀의 손에 유린당하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혀만은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 입술을 마음껏 탐했다.

“너무 좋아. 이렇게라도 가지고 싶었어요. 너무 좋아!”

그녀는 이미 제정신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엄청난 흥분과 취기에 그냥 몸을 맡긴 한 마리의 괴물이었다.
나는 그 괴물에 사로잡힌 사냥감이고!

“이렇게 한다고 내가 그쪽과 사귈 거 같습니까? 어림도 없어요!”

나는 그녀의 폭거에 조용히 항거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 나의 뜻을 당당하게 밝히는 정도였다.
주위에 들킬세라 목소리를 낮추고, 인상을 잔뜩 찌푸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더욱 음탕하고 심술궂은 표정으로 되받아칠 뿐이었다.

“상관없어요. 곧 당신은 나의 것이  테니까요.”

그녀는 이제 나의 목까지 핥기 시작했다.
그리고 손을 움직여 나의 물건을 더듬기 시작했다.

“내가 기분 좋게 해줄게요.”

그녀는 점점 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나의 기특한 아들은 쉽사리 고개를 들지 않았다.
아무리 자극에 민감하다고 하더라도 버틸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남자라는 존재도 인격체다.
이성이 있는 존재다.
성욕에 지배되는 가련한 생물이라도 상대는 가리는 법이다.
나는 지극히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도 작은 승리를 일궈내고 있었다.
훌륭하다.
마이 선!
절대로 고개를 들지 마라!

“무의미한 저항은좋지 않아요. 내가 기분 좋게 해준다니까?”

아무리 문질러도 아무런 반응이 없자 그녀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나의 손을 잡고 당기기 시작했다.
뭐 하려는 속셈이지?
나는 짐짓 버텨보았지만 강하게 거부할 수도 없었다.
만약 조금이라도 거친 행동을 하면 당장 소리를 지를 기세니 말이다.

[질-척!]

손에 묘한 감촉이 느껴졌다.
설마?

“내 보지가 어때요? 느낌 좋죠?”

그렇다.
그녀가 나의 손을 자신의 음부로 가져간 것이다.
따뜻하고 미끈거리는 감촉이 손끝을 통해서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굳건했던 마음은 서서히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나의 물건에 피가 쏠리기 시작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후후후, 이제야 할 마음이 든 거예요?”

그녀는 마치 승리라도 한 것처럼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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