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폐하의 밤-119화 (119/146)

119화

“흣……!”

뜨거운 점막이 유두와 주변 살을 빨아들이자 저절로 몸이 움찔거렸다. 이를 세운 것도 아닌데 그녀는 유난히 파들거렸다.

이전보다 훨씬 민감한 것을 알아챈 대공이 아란의 표정을 살피며 유두를 혀로 굴렸다. 그 감촉이 썩 유쾌하진 않았지만 참을만했다. 그러나 가슴 주변을 둥글게 문지르던 손이 점점 안쪽으로 다가왔을 때는 저도 모르게 허리를 띄우고 말았다. 흠칫 놀라 몸이 경직되자, 기름으로 미끄러운 손이 뒤로 돌아가 그녀의 등줄기를 부드럽게 쓸었다.

그는 가슴을 애무하는 중간중간 배에도 입 맞추는 것을 잊지 않았다. 배에 발랐던 향유를 먹어도 되는 건지 아란은 그 와중에도 잠시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녀가 다른 생각을 할 때마다 매섭게 몰아붙이던 그는 이번엔 별다른 타박을 하지 않았다. 다만 콧등을 살짝 깨물었을 뿐이다. 무심코 그를 마주 본 아란은 벌써 그의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것에 놀랐다.

그리고 다음 순간 몸이 뒤로 넘어갔다. 배 때문에 똑바로 눕는 게 힘들다고 호소하자 그가 그녀를 모로 눕혔다. 등 뒤에서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아란은 제 변화를 똑똑히 느꼈다. 그가 없던 반년간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전장으로 떠나기 전, 친히 그를 찾아갔을 때조차 그녀는 늘 그가 두려웠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단단한 가슴이 등에 빈틈없이 맞닿고, 강한 두 팔이 몸을 감싸자 조금 전까지 느껴졌던 당황스러움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는 성급하게 움직이는 대신 부드럽게 가슴을 어루만졌다. 이전엔 그의 손을 반이나 겨우 채웠던 가슴이 지금은 넘쳤다. 그것이 신기한지 그는 그곳에서 오래도록 손을 뗄 줄 몰랐다. 그러다 조금 늦게 다리 아래로 손을 미끄러뜨렸다.

길고 마디가 굵은 손가락이 속옷 위를 지그시 눌렀다. 아란은 저도 모르게 날카롭게 신음했다.

“아……!”

놀랍게도 벌써 젖어 있었다.

의지와는 관계없는 몸의 반응에 놀란 아란은 그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그 전에 그의 손가락이 속옷을 젖히고 맨살 위로 미끄러졌다. 보드라운 표면을 파고든 손가락이 끈적하게 젖은 입구를 지나 툭 튀어나온 돌기에 닿자 저절로 비음이 흘렀다.

“아으응…….”

앓는 소리를 냈지만 아파서 나온 건 아니었다. 다 안다는 듯 그가 웃었다. 약이 올라 밀치려던 손은 그가 귀를 깨물자 저절로 힘이 쭉 빠졌다. 그러나 아란은 여전히 긴장을 놓지는 못하고 있었다. 잔뜩 굳은 몸을 눈치챈 그가 그녀를 얼렀다.

“괜찮습니다.”

아프지 않을 거다, 아기에게 위험하게 굴지 않겠다, 그는 끊임없이 아란의 귀에 안심시키는 말을 속삭였다. 달래는 말에 방심한 사이 손가락이 더 깊숙이 들어왔다. 젖은 입구는 손가락 두 개를 가뿐히 삼켰다. 그가 느리게 손가락을 휘젓자 고여있던 액체가 찰박이며 흘러나왔다. 그 느낌이 지나치게 적나라하여 아란은 어쩔 줄 몰랐다.

“으아…….”

그녀는 저도 모르게 손톱을 세워 그의 팔뚝을 긁으며 한 손으로는 제 아래를 헤집는 손목을 잡았다. 구부러진 손가락이 질벽과 입구를 쓸어내리고, 엄지손가락으로 단단해진 클리토리스를 누를 때마다 허리와 엉덩이가 들썩였다. 그럴 때마다 찔꺽이는 소리도 커졌다.

아란은 눈을 가늘게 뜨며 고개를 돌려 대공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어느새 상체를 살짝 들어 그녀의 반응을 낱낱이 관찰하고 있었다. 애무받는 것은 그녀뿐인데, 어째 그가 더 달뜬 얼굴이었다. 욕망으로 가득한 두 눈을 보자 이제 더는 물릴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대공이 살짝 고개를 숙여 아란과 이마를 맞댔다. 그녀는 순순히 사지를 늘어뜨리고 그가 주는 쾌락을 받아들였다. 아래위로 돌기를 희롱할 때마다 그녀는 교성을 흘렸다.

“응, 아, 아…….”

손가락이 안을 때리면 저절로 짧은 신음이 연달아 터졌다. 대공의 숨도 덩달아 가빠졌다. 아란은 눈을 질끈 감고 무심결에 맞닿은 이마를 비볐다. 그것이 그의 음심을 자극했다.

“후…….”

진작부터 완전히 서 있던 아래가 아프도록 당겼다. 난폭한 충동이 불길처럼 일었다. 그녀의 양 손목을 그대로 결박하고 함부로 쑤셔 박고 싶었다. 약탈하고, 빼앗고, 짓누르는 게 그의 본성이었다.

그러나 아란을 사랑하는 것 역시 그의 본성이었다. 그는 한쪽 팔에 힘을 줘 제 몸을 지탱했다. 실수로라도 그녀의 몸을 짓이길까 봐 매우 조심스러웠다.

그는 아란이 입술을 깨물지 못하게 제 입술을 겹쳤다. 그러면서도 미끈하게 젖은 속을 드나드는 손은 점점 속도를 높였다.

“으응, 아, 아……!”

약한 절정이 아란을 덮쳤다. 내부가 수축하며 손가락을 꽉 조이고, 허벅지는 잘게 진동했다. 그의 손과 손목, 그리고 그녀의 배와 허벅지엔 애액이 잔뜩 묻어 있었다.

대공은 아란에게 키스하며 바지 앞섶을 풀어 제 것을 꺼냈다. 그리고는 젖은 손으로 배에 바짝 올려 붙은 그것을 문질렀다. 아란이 몽롱한 눈으로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연한 황금빛 속눈썹이 느리게 깜박였다. 그 시선에 눈앞이 아찔해졌다.

“후우…….”

그는 저속한 말이 튀어나오는 것을 참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쾌락에 얼굴이 찌푸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용두질하는 내내 아란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것만으로는 그칠 줄 모르고 솟아오르는 욕구를 충족하기엔 모자랐다.

그는 늘어져 있는 그녀의 손을 잡아 가져다 댔다. 뜨겁고 굵은 것이 닿자 아란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미 그것은 선액을 줄줄 흘려대고 있었다. 그는 한 번 웃고 그대로 조그만 손을 겹쳐 제 것을 빠르게 문질렀다.

엉겁결에 손을 내어준 아란은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삽입하지 않은 건 이전에도 종종 있던 일이지만 이번엔 느낌이 달랐다.

“좋아…….”

대공이 속삭였다. 이따금 정념을 어쩌지 못하겠는지, 성마르게 입술을 겹치거나 귀를 살짝 깨물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어쩐지 몸에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 눈앞이 홧홧했다.

사정이 가까워지자 그가 다급하게 아란의 손을 떼어놓았다.

“하아…….”

그가 눈을 감고 크게 한숨을 내쉬며 정액을 쏟아냈다. 희끄무레한 액체는 그의 손바닥에만 쏟아졌다.

이제 끝난 건가.

아란은 아직도 끈질기게 귀를 애무하는 입술과 혀를 느끼며 나른하게 사지를 늘어뜨렸다. 그녀의 당부대로 아프거나 난폭하지는 않았다. 다만 모든 과정이 정신없이 몰아친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의 예상과 달리 그는 끈적한 액체로 흥건한 속옷을 마저 벗겼다. 뒤이어 허벅지가 질척하게 젖어 들었다.

“뭐…….”

아래를 내려다보자 대공이 애액과 정액이 범벅된 손으로 그녀의 음부 겉면과 허벅지를 문지르고 있었다. 그녀가 상황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그가 젖은 허벅지 사이로 제 것을 끼워 넣었다.

“으……?”

그새 성기는 박동이 느껴질 만큼 다시 단단해져 있었다. 기둥이 미끄러지며 음부 전체를 훑자 저절로 몸이 부르르 떨렸다. 성성하게 선 핏줄이 그대로 느껴질 만큼 감촉이 적나라했다. 기둥에 닿은 입구가 그녀의 의지를 거스른 채 오물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것을 깨달은 그가 뭉툭한 선단으로 클리토리스를 문질렀다.

“조르지, 마세요. 지금도 힘드니까.”

“조르다니…….”

조르기는커녕, 흉흉한 것이 당장이라도 틈을 뚫고 들어올 것 같아 저절로 몸이 굳었다.

그러나 그녀의 아래는 정말 그의 말대로 침입을 기다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애액을 흘리며 한껏 벌름거렸다.

의지를 따르지 않는 건 그곳뿐만이 아니었다. 대공이 꿈쩍도 하지 않는 게 애가 타는 것처럼, 그녀의 허리와 엉덩이는 자꾸만 몸을 내려 그것을 삼키려고 들었다. 당황한 아란은 서둘러 상체를 일으키며 그를 돌아보았다.

“안 넣을, 테니까…….”

그가 달래는 말에 안심하면서도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그 기분을 모르는 그는 남은 체액을 바지에 쓱 문질러 닦고는, 그녀의 몸이 흔들리지 않게 골반을 잡아 고정한 후 조금씩 허리를 움직였다. 다른 한 손은 모로 누운 몸 아래를 파고들어 가슴을 움켜쥐었다.

뱀처럼 긴 성기가 꿈틀거리며 허벅지와 외음부를 문지르고 빠져나가는 감촉이 이상해 그녀는 작게 진저리를 쳤다. 그러나 동시에 입 안이 자꾸 바짝 탔다. 성기끼리 비벼지는 감촉은 분명 쾌감이었지만 부족하여 감질났다. 그녀의 몸은 그가 주는 쾌락이 어디까지 커질 수 있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냥…….”

아란은 저도 모르게 재촉하듯 허벅지를 꽉 모았다.

궁의는 괜찮다고 했는데……. 유혹이 자꾸만 그녀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

“그냥, 아, 그냥…….”

그러나 마지막 남은 이성으로, 그녀는 차마 말을 다 잇지 못하고 욕망을 삼켰다.

“그냥?”

대공이 되물었다. 그 순간에도 아래는 계속 문질러지며 그녀를 자극하고 있었다.

아란은 결국 그를 원망스레 쳐다보며 실토했다.

“실은, 궁의가, 괜찮다고…….”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두껍고 뭉툭한 것이 불쑥 몸속을 비집고 들어왔다. 허락을 깨닫자마자 그 짧은 끝맺음을 기다릴 여유조차 없을 만큼 그 역시 애가 탔던 것이다.

“아흐, 아으으응……!”

조금의 여유도 없이 빠듯하게 파고드는 느낌에 저절로 입이 벌어지고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녀는 목을 뒤로 젖히고 신음했다. 발가락이 곱아들고, 벌어진 다리가 그와 얽혔다. 내부가 순식간에 조여들며 그를 감싸 안았다. 대공 역시 아득한 감각에 한순간 숨 쉬는 것을 잊었다.

“움직이지, 도, 않았는데, 가버리시다니…….”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는 아란이 자신을 원한다는 게 기뻐 웃음이 나왔다. 그 사실을 증명하듯 그녀의 안은 그를 계속해서 끌어당기고 있었다.

대공은 대공대로, 숨을 고르며 움직임을 자제하느라 애썼다.

아이를 다치게 하면 안 되지…….

증오뿐이던 그녀의 눈이 배를 쓰다듬을 때만큼은 반짝였다. 아이가 그녀를 다시 채워주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가 잘못되면 그때는 정말 두 번 다시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아이가 다칠까 봐 그는 성기를 반만 삽입했다. 그것만으로도 아란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아으응, 아…….”

허리를 뒤로 뺐다 다시 찔러 들어가자 아란이 달뜬 신음을 뱉었다. 쾌락에 잠겼을 얼굴이 보고 싶었다. 그는 그대로 상체를 일으켜 조그만 턱을 쥐었다. 눈을 질끈 감고 있던 아란이 가늘게 눈을 떴다. 녹색 눈이 잔뜩 흐려져 있었다.

그 눈을 마주하는 순간, 그는 정말 말하고 싶었다. 제가 얼마나 그녀를 사랑하는지,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 고백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그러나 끝내 그 말만은 허락받지 못했다. 아이를 가진 아란은 놀랄 만큼 태도를 누그러뜨렸으나, 그것이 온전한 용서가 아님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는 대신 벌어진 입술에 키스했다. 혀를 강하게 얽고 입술의 감촉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그리고 아까 못했던 깍지를 꼈다. 쾌락에 정신이 팔린 그녀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저를 원한다고 말씀해보세요.”

언젠가 오만하게 내뱉었던 말을, 이제 그는 애타게 간청했다. 그러나 아란은 지난날을 보복이라도 하듯 입을 꾹 다물고 원하는 대답을 들려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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