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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의 밤-3화 (3/146)

3화

그중에서도 가장 그녀를 괴롭게 하는 건 착실히 달아오르는 몸이었다.

“제겐 솔직하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저는 폐하의 영원한 종이니까요. 종 앞에서 부끄러워하는 주인은 없습니다.”

기가 막혔다. 세상천지 어디에 이리 무도한 종이 있단 말인가. 게다가 말과 달리 그는 언제나 그녀를 수치스럽게 만들고 그 반응을 감상하길 즐겼다. 지금도 그랬다. 엎드린 자세에 굴욕감을 느끼는 걸 뻔히 알면서, 그는 곧잘 뒤에서 그녀를 가졌다.

오래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대공의 손가락이 깊숙이 박히며 그녀가 느끼는 곳을 자극했던 것이다. 발끝이 오므라들며 아래가 참을 수 없이 저릿저릿했다.

“아흑……! 으응!”

마침내 절정이 왔다. 황제가 흐느끼듯 신음을 토해냈다. 그와 동시에 허리와 엉덩이, 허벅지가 세차게 떨렸다. 뜨거운 내부가 경련하며 남자의 손가락을 꽉 물었다. 웃는 소리가 들렸지만 이제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한차례 열기가 가시고, 황제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힘없는 몸을 테이블 위에 늘어뜨렸다. 눈을 깜박일 때마다 눈물이 줄줄 흘렀다.

그러나 본격적인 것은 이제 시작이었다. 질척하게 녹아내린 아래로 뭉근하고 뜨거운 것이 닿았다. 황제가 겁에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그가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폐하.”

달래듯 대공이 그녀를 불렀다.

“그, 그만…….”

도망치고 싶었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가 두툼한 선단을 밀어 넣었다.

“아……!”

공들여 적셔놓았음에도 황제의 내부는 비좁았다. 아래가 빠듯하게 벌어지는 느낌에 황제가 흐느꼈다. 대공은 겁을 주려는 것처럼 일부러 느리게 성기를 삽입했다.

굵은 기둥이 아래를 벌리며 파고드는 느낌이 선득했다. 내부가 움찔거리는 게 흥분 때문인지 공포 때문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후우.”

뿌리까지 전부 박아넣은 그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허리를 굽혀 눈물 젖은 뺨에 입을 맞추었다.

“고결하신 폐하께서 이리 뜨거운 구멍을 가졌을 거라고 누가 예상이나 할까요. 남자 좆을 한껏 물고도 모자라 벌름거리는 게 느껴집니다.”

“그만, 제발…….”

삽입했을 때처럼 느리게 성기를 뺀 대공이 단번에 황제를 꿰뚫었다.

“아앗!”

오래 참았다는 걸 증명하듯 그가 거칠고 빠르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황제의 몸이 사내의 몸짓을 따라 정처 없이 흔들렸다.

“아응……! 응!”

터져 나온 욕망이 연약한 살을 난잡하게 들쑤시고 세차게 쳐올렸다. 거칠게 꿰뚫릴 때마다 눈앞이 하얗게 점멸하는 것 같았다. 어느새 부드럽게 풀어진 내벽은 대공의 성기가 빠져나갈 때마다 아쉬워하며 음탕하게 들러붙었다.

흐느낌은 교성이 되었고, 공포는 기대감이 되었다. 황제는 대공의 움직임에 맞춰 정신없이 허리와 엉덩이를 흔들었다. 철썩철썩, 젖은 살이 부딪히는 음탕한 소리가 황제의 침실을 가득 울렸다.

손자국이 남을 만큼 세게 허리와 골반을 틀어쥐었던 대공이 한 손으로 황제의 긴 머리채를 잡아 상체를 들어 올렸다. 갑자기 균형이 무너지자 겁에 질린 황제가 급히 숨을 삼키며 본능적으로 테이블 위에 있던 서류를 움켜쥐었다. 손 아래서 종이가 형편없이 구겨졌다.

여전히 대공이 안을 찌르고 있어 눌린 자국이 남은 가슴이 위아래로 크게 흔들렸다. 억센 손이 가슴을 그러쥐고 흥분으로 단단해진 유두를 꼬집었다.

“흣!”

신음을 참으려 입술을 깨물자 대공이 억지로 그녀의 입을 벌리고 손가락을 넣었다. 조금 전까지 그녀의 안을 오가던 손가락이었다. 손가락뿐만 아니라 손바닥 전체가 미끌미끌한 애액으로 젖어있었다.

기겁한 황제가 도리질을 치자 대공이 머리채를 더 세게 잡아당겼다. 목이 뒤로 젖혀졌다.

“고집부려 좋을 게 없을 텐데.”

쾌락에 잠긴 대공의 목소리는 평소보다도 훨씬 낮았다. 동시에 거세게 성기가 박혔다. 충격에 저절로 발끝이 오그라들었다.

“아니, 안……흑.”

겁에 질린 황제가 머뭇머뭇 입술을 벌리자마자 손가락이 목구멍을 찌를 듯 쑤셔 넣어졌다. 위와 아래 구멍에 전부 대공이 가득 들어찼다. 차마 그의 손가락을 깨물 수 없어 벌린 입술 틈으로 아까보다 높고 날카로운 교성이 샜다.

“하읏, 아앙……! 아, 응……!”

만족할 때까지 입안을 희롱하던 대공이 마침내 손가락을 빼고 그녀의 고개를 돌려 입술을 겹쳤다.

“흐응, 흡!”

황제의 신음이 그의 입안에서 사라졌다. 그는 잡아먹을 듯 황제의 입술을 물고 빨며 그녀의 긴 목을 가볍게 쥐었다. 가냘픈 맥박이 느껴졌다.

“흣, 사실은 아까 사냥터에서부터, 이러고, 싶었습니다.”

대공이 으르렁거리듯 내뱉었다. 몽롱하게 젖은 황제의 눈동자 위로 겁에 질린 사슴의 눈이 겹쳤다. 그래서 더 잔인하게 가지고 놀다 죽였다. 황제를 연상시키지만 않았어도 사슴은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문득 그는 손안에 쥔 가는 목을 조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그녀는 언제든 잡을 수 있는 사냥감이 아니었다. 한번 망가지면 두 번 다시 돌이킬 수 없다. 대공은 아쉬움을 참으며 맥박이 뛰는 곳을 어루만졌다.

다시 한번 황제의 절정이 다가오고 있었다. 대공은 잠시 성기를 빼고 그대로 그녀의 몸을 돌려 테이블에 앉혔다.

“하앗.”

성기가 빠져나가는 감각이 지나치게 생생해 황제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대공이 늘어진 그녀의 두 다리를 벌려 제 팔에 걸치고 엉덩이를 잡아 바짝 당겼다. 뒤로 넘어갈 것 같아 황제는 테이블 모서리를 꽉 쥐었다. 불안정한 자세였지만 대공에게 매달리는 것보단 나았다. 그녀의 머릿속을 읽기라도 한 듯 그가 코웃음을 치며 다시 삽입했다.

황제는 버릇처럼 시선을 내렸다가 그만 연결된 부위를 보고 말았다. 한계까지 벌어진 구멍 안에 굵고 흉물스러운 것이 박혀 있었다.

이런 게 들어가 있다니……. 눈으로 보면서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그녀의 시선을 느낀 대공이 보란 듯 성기를 조금 빼냈다가 다시 박아넣었다. 질척하게 젖은 성기가 수월하게 그녀의 안을 파고들었다. 돌출된 클리토리스부터 대공의 성기 뿌리 부분까지 온통 애액이 묻어 번들거렸다.

“보이시지요? 폐하의 구멍이 얼마나 사내를 잘 삼키시는지. 가끔은 이 구멍을 저 혼자 독점하기 아깝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폐하께선 모든 제국민을 아끼고 사랑하시니 비천한 마구간지기나 부역 노예의 좆도 기쁘게 삼켜주시겠지요.”

“아니야! 그렇지 않아……!”

황제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감은 눈꺼풀 위에 대공이 입을 맞추며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눈 뜨지 않는 그녀를 벌주듯 그가 허리를 가볍게 튕겼다.

황제의 몸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대공은 그런 그녀의 사정을 봐주지 않고 추삽질을 시작했다. 잔뜩 달떴던 황제는 곧 두 번째 절정에 도달했다.

“하……. 가끔, 궁금합니다. 천한 놈의 좆을, 물고도 이렇게 꼴리는 얼굴로 울어주실지……. 고민할 것 없이 한번 시험해볼까요.”

“아, 안, 아아아아……!”

몰아치듯 밀어닥치는 쾌락에 황제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아래에서 치받는 힘과 절정으로 휘청이던 그녀의 몸이 결국 뒤로 넘어갔다. 그녀는 충격을 예상하고 몸을 굳혔다. 그러나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부딪히기 직전 대공의 손이 그녀의 뒤통수를 감쌌기 때문이었다.

놀라 눈을 뜨자 바로 앞에 붉은 눈이 보였다. 그 눈이 무서운 황제는 곧바로 고개를 돌리려 했다. 그러나 그보다 빨리 대공이 턱을 눌러 입술을 벌리게 했다. 곧 뜨거운 혀가 파고들었다.

그가 몸을 숙이자 삽입이 더욱 깊어졌다. 아직도 쾌락이 가시지 않은 몸이 빈틈없이 대공의 성기를 쥐어짰다.

“후…….”

세차게 허리를 움직이던 그가 어느 순간 동작을 멈췄다. 그 와중에도 입맞춤은 계속 이어졌다. 커다란 손이 황제의 골반을 꽉 틀어쥐고, 안쪽에 애액과는 다른 뜨거운 액체가 퍼졌다.

그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 황제의 안에 배출하고 나서야 성기를 빼냈다.

힘이 빠진 황제가 그대로 테이블 위에 늘어졌다. 빨리 대공을 내보내고 몸을 씻고 싶었지만 너무 피곤해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완전히 녹초가 된 그녀와 달리 대공은 아직도 힘이 넘치는지 가파르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슴을 지분거렸다.

“제발 그만…….”

황제가 힘겹게 애원했다. 그게 실수였다. 애처로운 애원에 대공의 성기가 다시 딱딱해지기 시작했다. 황제의 얼굴이 희게 질렸다.

“안 돼, 더는 못 해…….”

이번에도 대공은 그녀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가볍게 그녀의 말을 무시한 그가 저항할 힘도 없어 늘어진 다리를 다시 벌렸다.

황제는 밤새도록 대공 아래 깔려 흔들려야 했다.

*

아란흐로드 에린 라인스터는 라인스터 제국의 17대 황제였다. 그녀가 쟁쟁한 오라비들을 제치고 황제가 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로아크 대공 덕이었다.

딸이 매우 귀한 황가에서 백 년 만에 태어난 황녀였던 그녀는 세상에 나온 순간부터 선황의 사랑을 독차지했지만, 권력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미 그녀보다 다섯 살 많은 첫째 황자가 후계로 내정되어 있었고, 선황 역시 귀하게 얻은 딸이 골치 아픈 정쟁에 뛰어들기보단 남편의 사랑이나 받으며 마음 편히 살길 원했기 때문이었다.

딸을 너무 사랑했던 선황은 그녀를 신분이 떨어지는 귀족 사내와 결혼시키려 한 적도 있었다. 너무 잘난 사내를 붙여주면 딸이 기죽을까 우려한 탓이었다. 그는 사랑하는 딸이 결혼 후에도 남편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대로 살게 해주고 싶었다. 황후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선황이 시종장을 시켜 잘생긴 얼굴과 선한 성품 외엔 가진 것 없는 사내들의 목록을 만들게 한 일화는 아직도 유명했다.

아비의 지극한 애정 아래 아란흐로드는 사슴처럼 순진하고 아름답게 자라났다. 몸이 약한 게 흠이었으나 어린 그녀는 세상이 즐겁기만 했다.

열세 살이 되던 해, 그녀는 로아크 대공의 아들인 에녹 로아크와 혼약을 맺었다. 선황은 눈빛이 반항적이라며 에녹을 탐탁치 않게 여겼으나, 아란흐로드는 잘생기고 다정한 그에게 대번에 매료되었다.

반면, 열여섯으로 한창 성장기를 지나고 있던 에녹은 어린 황녀에게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래도 약혼자로서, 신하로서 늘 예의를 갖춰 그녀를 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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