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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의 밤-2화 (2/146)

2화

현격한 힘 차이에 황제는 그대로 끌려가다시피 대공의 품속에 처박혔다. 여자치고 결코 작은 키가 아니었으나 대공의 키가 워낙 커서 품에 안기자 황제의 몸 전체가 다 가려질 정도였다.

대공의 체온은 평소보다도 더 뜨거웠다. 그중 가장 뜨거운 곳은 그녀의 배를 쿡쿡 찌르는 무엄한 물건이었다. 황제는 아연하여 옷 위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대공의 성기를 내려다보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그러나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이 입은 게 얇은 침의뿐이라는 걸 떠올렸다. 날이 밝을 때까지 아무도 만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게 화근이었다. 황제는 그 침의가 생명줄이라도 되는 양 꼭 부여잡고 고개를 저었다.

대공이 잘게 떨리는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렸다. 시선이 마주치자 황제가 어깨를 움츠리곤 눈을 꼭 감았다.

“부탁할게, 오늘은 도저히 내키지 않아서…….”

그 앞에선 황제의 위엄도 권위도 소용없기에,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간청뿐이었다.

“여간해선 폐하의 청을 들어드리고 싶지만, 오늘은 저도 참기 힘들어서.”

농담처럼 가벼운 어조였지만 목소리는 짙은 정념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대공이 침의를 꼭 잡은 황제의 손을 가볍게 떼어냈다. 그 바람에 옷자락이 흘러내려 어깨와 윗가슴이 드러났다.

황제의 몸은 창백하고 야위어 색스럽다기보단 애처로웠다. 그러나 가늘고 긴 목이나 맑은 피부는 묘하게 사내를 자극하곤 했다. 그의 눈이 드러난 맨몸을 집요하게 훑었다. 미처 막을 틈도 없이 속옷이 찢겨 바닥에 떨어졌다.

“정말로 몸이 좋지 않아. 오늘은 이만 돌아가 줘.”

황제는 의연하고 침착하게 행동하려 애썼으나, 커다란 손에 가슴이 잡히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몸을 뒤틀어 대공의 품을 빠져나오려 했지만 그럴수록 그 손에 가슴을 더 밀착시키는 꼴이 되었다.

있는 힘껏 밀쳐도 대공은 바위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지극히 순종적인 낮의 그와 지금의 그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그는 거침없고 단호하게 황제의 저항을 억누르곤 고개를 숙여 긴 목에 입을 맞췄다. 뜨거운 열기를 품은 입술은 점점 아래로 미끄러져 그대로 유두를 깨물었다.

“아읏……!”

예민한 곳을 깨물리자 저도 모르게 작은 비명이 샜다.

“죄송하지만, 오늘은 조금 거칠지도 모릅니다. 낮의 일로 심술이 나서.”

대공이 유두를 입 안에 문 채로 속삭였다.

낮의 일이란 사냥 대회의 우승자를 가렸던 걸 말하는 걸까, 아니면 사람들 앞에서 무안을 준 일을 말하는 걸까. 황제가 망설이자 대공이 다시 말했다.

“폐하를 기쁘게 해드리고자 겨우 잡은 사냥감이었는데, 마음에 들지 않으셨습니까?”

대공이 장난스럽게, 그러나 아플 만큼 가슴을 움켜쥐었다. 황제는 아릿한 고통을 삭이며 간신히 대답했다.

“맹세코 그대의 사냥감을, 흣,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었어. 다만 그대의 방식이 너무 잔인……,하여. 기분이 상했다면 미안해.”

황제의 말에 대공이 고개를 들었다. 재미있지만 약간은 한심하게 여기는 듯한 얼굴이었다. 시원한 입매에 조소가 걸려있었다.

그가 그녀의 뺨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숨결에서 미약한 술 냄새가 났다.

“순진하신 폐하. 속이는 대로 속아주시니 더 골려주고 싶어지지 않습니까.”

그제야 황제는 제가 또 속았음을 깨달았다.

대공이 어쩔 줄 모르고 서 있는 그녀를 돌려세워 서류가 흩어진 탁자 위에 상체를 엎드리게 했다.

“잠깐. 이, 이런 자세로는 싫어.”

“거짓말. 뒤에서 찔러드릴 때 가장 좋아하지 않으십니까.”

대공의 혀가 귓바퀴를 핥고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질척한 느낌에 황제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다.

“아니야, 나는……!”

강하게 부인하며 다시 몸을 뒤집으려 하자 그가 짧게 혀를 찼다.

“앙탈 부리는 폐하께선 귀여우시지만, 오늘은 받아줄 여유가 없군요. 귀한 몸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으니 이만 허락해 주시는 게 좋을 겁니다.”

말하는 목소리가 찼다. 그의 알량한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뜻이었다.

결국 황제는 체념하듯 눈을 내리깔았다. 평소에도 그는 온화한 편이 아니었지만, 오늘은 특히 막무가내였다. 이런 날엔 얌전히 그가 원하는 걸 내어주는 게 낫다는 걸 그녀는 그간의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내리깐 시선 끝에 서류 위의 글자가 닿았다. 조금 전까지 열심히 들여다보던 서류였다.

[토네르 해의 항구 무역에 관한 보고서.]

황제는 지금 상황을 잊기 위해 무작정 글자를 읽어내렸다. 곧 행위가 시작되면 아무 소용 없게 될 걸 알고 있어도 당장 지금 처지를 잊게 해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다른 생각하지 마십시오. 짜증이 나려고 하니까.”

대공이 커다란 손으로 엉덩이를 때렸다. 아플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정신이 아찔해졌다. 곧 침의가 완전히 끌어내려지자 무역 같은 건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제가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그의 기분을 맞춰주는 게 먼저였다. 곧 바지 버클을 푼 대공이 성급하게 마른 곳을 비집고 들어오려 했다.

“흐윽.”

결코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은 고통에 저절로 앓는 듯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쾌락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메마른 신음이었다.

대공이 다시 한번 삽입을 시도했다.

“힘을 빼세요.”

황제도 그러고 싶었다. 아파도 좋으니 대공이 어서 제 욕심을 채우고 가버렸으면 좋겠다. 그러나 잔뜩 긴장한 몸은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대공의 것은 젖은 상태에서도 받아들이기 버거운 크기였다.

연달아 삽입에 실패하자 그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욕설을 내뱉었다.

“정말이지, 손이 많이 가는 분이시군요.”

한 글자 한 글자에 분노와 해갈되지 못한 욕정이 묻어나왔다. 황제는 몸을 떨며 그가 내릴 벌을 기다렸다. 대공이 그녀의 머리를 눌러 탁자 위에 상체를 완전히 엎드리게 했다.

짓눌린 뺨에 무역 보고서가 닿았다. 흘러내린 눈물로 종이가 젖는 게 느껴졌다. 내일이면 필시 글자를 알아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안 되는데…….

그러나 질구에 기다란 손가락이 닿는 순간, 그런 생각 따윈 새하얗게 사라졌다.

놀란 황제가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키려 하자, 대공이 머리를 누른 손에 지그시 힘을 주어 옴짝달싹 못 하게 했다. 그 사이 손가락이 안으로 쑥 들어왔다.

“흐…….”

메마른 비부는 침입을 거부하듯 꽉 다물려 있었지만, 대공은 아랑곳하지 않고 손가락을 앞뒤로 움직였다. 배려 없이 파고드는 감각에 황제가 고통을 호소했다.

“아, 아파……!”

황제는 제 안을 헤집는 손가락을 느끼며 숨을 깔딱깔딱 쉬었다. 갈 곳 없는 손이 테이블 위의 서류를 꽉 움켜쥐었다. 손등 위로 뼈마디가 희게 드러났다. 저절로 울음 섞인 흐느낌이 샜다.

“고작 손가락 하나가 들어갔을 뿐이니 엄살떨지 마세요.”

대공이 매몰차게 말했다. 그의 말대로 못 견딜 만큼 아픈 건 아니었다. 다만 두려움 때문에 고통이 몇 곱절 크게 느껴질 뿐이다.

모양 좋은 손가락이 성기처럼 질 안을 빠르게 드나들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빡빡하기만 하던 내부가 조금 풀어졌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손가락이 하나 더 파고들었다.

“아흣!”

대공의 손가락이 깊게 안을 찌를 때마다 두툼한 손바닥이 엉덩이를 쳤다. 철썩철썩 울리는 소리가 황제의 수치심을 더 자극했다. 대공 역시 그를 알고 일부러 더 소리가 잘 나도록 때리고 있었다.

금세 엉덩이가 붉어졌다. 아릿한 아픔이 느껴질 때마다 긴장으로 내부가 꽉 조여들었다.

“기분이 좋아지셨나 봅니다. 제 손가락을 이리 무시는 걸 보니.”

“무슨, 말을…….”

황제가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확실히, 뭉근한 고통 속에 아주 조금씩 간지러운 감각이 섞여들었다. 그를 증명하듯 아래가 서서히 젖고 있었다. 흐느낌에도 점차 비음이 섞였다. 그를 알아챈 대공이 삐뚜름하게 웃었다.

황제는 눈을 질끈 감고 달아오르려는 몸을 진정시키려 했다. 의도와 달리 눈을 감자 아래를 드나드는 손가락이 더 잘 느껴졌다.

“으흑, 흣…….”

“당신처럼 성가시고 귀찮은 여자가 또 있을까요. 한두 번 몸을 섞은 것도 아닌데 매번 공을 들여야 하니.”

그렇게 말하면서도 대공은 착실히 비좁은 안을 넓혔다. 아까보단 매끄러워졌지만 아직 부족했다. 황제가 내는 소리 역시 교성보다는 고통에 찬 신음에 가까웠다.

이대로 안으면 분명 상처가 남을 것이다. 대공은 짧게 혀를 차곤 흘러나온 액을 엄지손가락에 묻혀 클리토리스를 문질렀다.

“아!”

강렬한 감각에 황제가 저도 모르게 허리를 뒤틀며 새된 비명을 질렀다. 등 뒤에서 나직한 웃음이 들렸다. 그녀의 얼굴이 수치로 붉게 달아올랐다.

“하, 하지 마. 싫어…….”

“그렇지만 제 손가락을 꽉 물고 안 놔주고 계시지 않습니까.”

“아니, 아니야……! 으응……!”

예민한 곳을 문지르며 동시에 안쪽을 쑤시는 손길이 지나치게 자극적이었다. 그 손을 피하려 황제가 엉덩이를 흔들었다. 그게 사내의 눈에 어떻게 보이는지 그녀는 몰랐다. 대공의 잘생긴 얼굴에서 마지막 여유가 사라졌다.

아래를 헤집는 손길이 거칠어졌다. 아랫배를 간지럽히던 감각은 이제 찌릿한 느낌으로 바뀌었다. 아래에 온몸의 신경과 열기가 집중되는 것 같았다.

황제는 자꾸만 새어 나오려는 신음을 억누르며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그 탓에 머리를 묶고 있던 가느다란 끈이 끊어졌다. 긴 금발이 폭포처럼 흘러내린 등을 덮었다. 음부를 희롱하던 대공이 갑자기 몸짓을 멈췄다.

놔주려는 걸까? 제발 그래 주길 바라며 황제는 숨을 골랐다.

머리를 누르던 손이 목을 타고 내려와 색이 옅은 금발을 빗어 내렸다. 허전해진 머리 위에는 손 대신 입술이 내려앉았다. 구속하던 힘이 사라졌는데도 사내의 손가락이 안에 있으니 무서워서 황제는 도저히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꼼짝도 못 하는 그녀를 칭찬하듯 대공이 목과 귀에 다정하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 다시 손가락이 움직이며 질구를 쑤시기 시작했다. 입술과 달리 아래를 농락하는 손은 거칠었다. 마디가 굵은 것이 안을 휘젓고 드나들 때마다 젖은 소리가 났다.

“그냥, 흐, 응……! 차라리 그냥, 해…….”

“폐하께선 본인의 몸을 너무 과신하시는군요. 이대로 하면 필시 아래가 다 찢어져 내일 앉아있지도 못하실 텐데요.”

“제발, 읏……!”

엄지가 클리토리스를 집요하게 문질렀다. 애액이 흥건히 넘쳐 허벅지를 타고 흘렀다.

“정말 싫으십니까?”

“짐이…… 잘못했으니, 흣, 이제 그만 용서를……!”

황제가 흐느끼며 애원했다. 눈에서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더할 나위 없이 비참하고 수치스러웠다. 제국의 주인이랍시고 황위에 앉아서는, 이런 꼴로 테이블 위에 엎드려 아래로 사내의 손을 받아내며 울고 있었다. 심지어 대공은 옷도 제대로 벗지 않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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