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8화 (88/96)

 #88

 달뜬 강주의 숨결이 목덜미 위로 흩어졌다. 재희의 목덜미를 움켜쥔 손은 사뭇 강압적이기까지 했다. 강주는 재희를 놓을 수 없다는 듯 바짝 끌어당겨 몸을 억세게 붙였다. 바르작거리는 재희의 움직임을 봉쇄하며 급하게 살갗에 입술을 내리눌렀다.

“흐읏…….”

 커다란 덩치에 밀려 재희의 몸이 바짝 물러섰다. 둘의 몸짓에 현관 앞 테이블에 놓여 있던 바구니가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쨍그랑하고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으나 강주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재희는 강주와 벽 사이에 짓눌려 끙끙거렸다. 그러다 제 치마를 휙 들치는 손길에 화들짝 놀라 그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차가운 메탈 시계가 만져졌다.

“강주 씨, 아직 여기 현관- 읏.”

 그녀의 말꼬리가 제 아래를 만지는 강주의 손길에 사그라들었다. 흥분을 급하게 유도하는 듯, 강주는 속옷 위로 재희의 틈새를 문지르고 볼록 솟기 시작한 음핵을 부드럽게 비볐다. 돌기가 속옷 천과 마찰될 때마다 재희에게서 신음이 터졌다.

“아응…….”

 몇 달 만에 마주한 흥분이 지독하게 자극적이었다. 툭툭 튀는 쾌감으로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집 안으로 들어갈 여유도 없이, 신발만 겨우 벗고는 그의 손길에 흐물흐물 녹았다. 그의 손길 아래 음부를 쉽게 적시는 야함이 창피할 정도였다.

“하읏, 강주 씨…….”

 재희의 허벅지가 파들파들 떨렸다. 기다란 손가락이 흠뻑 젖어 버린 천 사이로 들어왔다. 척척한 천을 들치고 그보다 더 축축한 질구를 문질렀다. 외설적인 손길에 다리에 힘이 풀렸다. 제대로 서 있기 힘들어 몸이 무너져 내렸다.

“아, 아흑!”

 아랫배가 움찔움찔 떨렸다.

 늘어지려는 그녀의 허리를 그의 팔이 잡아챘다. 강주는 재희의 허리를 휘감고는 벽에 억지로 꽉 눌러 붙였다. 이어 철컥거리는 금속 소음이 작게 울렸다. 바지 지퍼를 풀어 헤치는 소리 역시 뒤이었다.

 그 소리가 무언지 재희는 쉽게 알아차렸다. 당황하여 고개를 내렸지만, 무겁게 툭 끄집어 나온 그의 성기를 보고는 다시 시선을 돌렸다. 한계까지 부피를 불린 페니스 선단에서 쿠퍼액이 뚝뚝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재희는 앓는 신음을 삼켰다. 그에게 만져질 때보다 아래가 더 근지러워졌다. 정갈하게 슈트를 차려입은 사내가 성기만 드러내 놓은 모습이 지독하게 외설적이었기 때문이다.

 강주는 그녀의 뽀얀 허벅지에 제 검붉은 성기를 문질렀다. 핏대가 툭툭 불거진 기둥을 묵직하게 비비고 질금질금 액이 새는 선단으로 꾹꾹 찔렀다. 그녀 안에 당장 처박고 싶다는 듯 귀두로 속옷 천을 문지르며 달뜬 호흡을 뱉어 냈다.

 재희는 잘게 버둥거렸다. 오래간만에 느낌이 야릇해 몸이 야한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그러는 사이 팬티까지 쑥 내려갔다. 치덕하게 젖은 천과 질구 사이에 얇은 선이 늘어지다가 툭 끊겼다.

 훤히 드러난 아래에 서늘한 공기가 닿았다. 재희는 새삼스러운 창피함으로 고개를 도리질했다. 현관 앞에서 아래만 몽땅 벗겨진 채 은밀한 치부를 드러내고 있다니. 심지어 가랑이까지 흠뻑 적셔서는.

 그녀의 몸은 이미 거대한 침입자를 받아들일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재희의 허벅지 아래 손을 집어넣은 강주가 한쪽 다리를 불쑥 올렸다. 붉은 살결이 고스란히 입구를 보였다. 입구가 활짝 벌어져 뻐끔거릴 때마다 애액이 허벅지를 타고 흘렀다.

 강주는 기다릴 여유조차 없는지 성기를 폭력적으로 푹 꽂아 넣었다.

“아흑!”

“후우…….”

 재희는 목을 뒤로 젖히며 질구를 조였다. 오래간만에 받아들인 성기가 생각보다 버겁게 들이찼다. 배 속이 꽉 찬 느낌이었다.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그의 것을 간신히 받아들였다.

 강주는 성기를 들이박은 상태로 움직임을 멈췄다. 짙은 만족감이 긴 한숨이 되어 흩어졌다. 제 것을 꼼꼼하게 문 질벽의 감각으로 쾌감이 꼭지까지 찼다. 꾸물거리는 안이 뜨겁고 좁았다. 이대로 사정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가 허리를 크게 움직였다. 재희의 몸이 위로 쑥 밀렸다. 묵직한 이물감이 그녀를 가득 채웠다. 아래에서 위로, 마치 그녀의 몸을 꿰뚫은 것처럼 파고든 성기가 안을 깊게 파고들었다.

“아, 아읏!”

 반쯤 고통, 반쯤 쾌감이 깃든 재희의 신음이 터졌다. 재희를 붙든 그의 팔뚝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그 뒤로는 정신없는 허릿짓이 이어졌다. 강주는 그녀의 속을 정신없이 들쑤시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을 붙들어 고정시킨 후 제 것을 콱콱 찔렀다가 다시 뺐다. 빠르게 왕복하는 박자에 맞춰 철퍽거리는 소리가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워 미치는 줄 알았어.”

 흥분에 거칠게 갈라진 목소리가 귓가에 속삭였다.

 강주는 그녀의 몸을 제게 바짝 붙이곤 짐승처럼 허리를 쳐올렸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던 재희는 들썩거리며 그에게 매달렸다.

“아! 아응, 읏! 하으…….”

 고목에 매달린 작은 새라도 된 기분이었다. 키 차이 때문에 그를 제대로 받아들이기 힘들어 몸은 거의 들려 있었다. 까치발을 하며 땅을 겨우 디딘 발이 파르르 떨렸다.

 재희는 몸을 가누기 버거워 그를 꽉 껴안았다. 강주의 팔이 허벅지 아래 불쑥 들어왔다. 단단한 힘이 그녀의 몸을 훌쩍 들어 올리자 재희는 아이처럼 그에게 안겼다.

 강주가 허리를 쳐올릴 때마다 공중에 번쩍 들린 몸이 퍽퍽 흔들렸다. 두 다리가 활짝 벌어져 안긴 탓에 질구가 한계까지 벌어져 그의 것을 빠듯하게 삼켰다.

 뿌리 끝까지 들어온 성기가 숨 가쁘게 왕복했다. 서로의 살덩이가 마찰할 때마다 야한 애액이 질퍽거리며 튀었다.

“나 없는 동안, 후… 어떻게, 참았어요?”

“아, 아읏, 참, 참다니… 흑.”

 정신없는 와중에도 재희는 착하게 대답했다. 폭력적으로 꽂히는 쾌감으로 정신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재희는 기어코 울음을 터뜨렸다. 장기까지 들어 올릴 것 같은 움직임에 숨이 턱턱 막혔고, 기절할 것 같은 쾌락이 폭력적으로 들이닥쳤다.

“이렇게 잘 받아먹으면서. 어떻게 떨어질 생각을 했냐고.”

 끝까지 빠져나간 흉기가 안을 다시 퍽 쳐올렸다.

“혼자 한 적 있어요?”

 재희는 도리질하며 눈물을 툭툭 떨궜다. 흐느낌이 쏟아지듯 터져 나왔다. 정신이 날아가기 직전이었다. 몸 안에서 시작되는 정직한 반응을 참기조차 힘들어 높은 비음이 흘렀다.

 강주는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볼기짝을 단단히 움켜쥐어 험하게 벌렸다. 강주의 것을 한가득 품은 질구가 한계까지 벌어졌다. 그 안에 때리듯 성기를 밀어 넣으며 강주는 재희를 짓눌렀다.

 사타구니까지 꽉 닿을 정도로 깊숙하게 박혔다. 맞물린 틈새에서 흐른 애액이 까칠한 음모까지 적셨다. 빠르고 강한 허릿짓이 이어졌다. 뿌리까지 처넣으며 아주 깊은 곳까지 파헤쳤다.

“난 재희 씨 생각하며 매일 했어요. 이 안에 처박아 싸는 생각 하면서. 흣.”

 그가 낮은 신음을 뱉었다.

“그런데 상상했던 것보다 너무 좋아서 무섭기까지 해.”

 짐승같이 속삭이는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재희는 간단한 대답조차 할 수 없었다.

“아! 흐응, 응…! ”

 덜렁 들린 몸 사이로 성기가 들락날락을 반복했다. 안을 쾅쾅 짓쑤실 때마다 강렬한 쾌감이 전신을 훑었다.

 그에게 단단히 잡혀 고정된 상태로, 재희는 흉흉한 성기를 가쁘게 받아들였다. 쑥 들어왔다 내벽을 짓쑤시고, 질벽을 긁으며 빠져나갔다가 다시 콱 들이박히는 움직임이 선명히 느껴졌다. 결합 틈새로 퍼지는 젖은 소리가 더욱 농밀해졌다.

“좋다고 말해 줘요.”

 재희의 뺨에 입을 맞추며 그가 성기를 깊이 쑤셔 박았다. 깊숙이 박았다가 뽑아내며 이어 속삭인다.

“내가 좋다고, 나와 하는 게 좋다고. 나밖에 없다고 말해 줘요.”

“아, 으… 흑. 아읏.”

“내가 보고 싶었다고, 그립고 그리워 미칠 것 같았다고. 다시는 이렇게 떠나지 않겠다고.”

 쾌감으로 재희의 허리가 바들거렸다. 강주는 그녀의 허벅지를 힘주어 잡았다. 재희를 반듯이 안아 세차게 성기를 밀어 넣었다. 성기를 문 질구에서 축축한 소리가 올라와 귓가를 때렸다.

“말해 줘, 재희야. …응?”

“좋아요. 강주 씨가 좋아요. 너무 좋아… 아……!”

 재희는 우는 목소리로 답했다. 선명히 밀려드는 쾌감을 가르고 겨우 진심을 끄집어내어 애처롭게 속삭였다.

 순간 강주의 것이 강하게 파고들었다. 폭력적으로 들어선 성기가 절정을 맞아 움찔거리며 깊숙이 헤집었다.

“아! 아으응……!”

 한계를 넘어선 쾌감으로 재희는 자지러지듯 비명을 내질렀다. 그가 푹푹 쑤셔 넣은 쾌감이 폭죽 터지듯 펑펑 퍼졌다. 절정을 맞이한 몸이 그에게 안겨 바르르 떨렸다. 붕 뜬 채 맞이한 오르가즘이 전신을 격렬하게 뒤덮는다.

 짓씹어 통통하게 부푼 입술 위로 강주의 입술이 닿았다. 그녀를 안아 허리를 바짝 쳐올린 채 농밀하게 혀를 섞는다. 질구를 버겁게 쑤시고 있는 성기처럼 입 안을 헤집고 빨아 당겼다.

 재희는 할딱거리며 그를 받아들였다. 절정을 맞이한 몸이 자꾸만 아래로 늘어졌다. 재희의 입술을 빨고 핥고 씹어도 부족하다는 듯 강주는 결코 입술을 떨어뜨리지 않았다. 야하게 맞물린 아래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정을 마친 후에도 안에 길게 머물며 끝없이 입을 맞췄다. 재희는 몸이 늘어지는 와중에도 애써 혀를 움직였다. 혀를 누르며 핥는 그의 혀를 휘감고 느릿하게 그의 입술을 빨았다.

 언뜻 입술 사이로 그의 웃음소리가 흩어진 것 같기도 하다. 그게 퍽 기분 좋아 재희는 울며 웃었다.

 ***

 새벽빛이 어스름하게 밀려나는 시간. 재희는 눈을 찡그렸다. 커튼 틈으로 새어 들어온 햇살에 눈이 부셨다. 평소라면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기지개부터 켰을 텐데 오늘은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리기만 했다.

“강주 씨, 팔 좀…….”

 제 몸을 꽉 끌어안고 잠든 한 남자 때문이었다. 무심결에 몸을 일으키려 움직이자 허리를 밧줄처럼 휘감은 팔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재희는 다시 몸을 늘어뜨렸다.

 방금 그의 눈썹이 살짝 움직였다. 잠이 깬 건 확실한데. 들리지 않는 척 눈만 감고 있는 모습이 귀여워 대충 장단을 맞춰 줄 요량이었다.

 멍하니 천장을 응시했다. 환하게 번지는 볕이 오늘따라 더욱 따뜻해 보였다. 그건 아마 이 공간에 그의 온기가 한가득 찼기 때문이겠지.

 몸을 뒤척여 돌린 후 강주를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표정 없이 매끈한 얼굴은 긴 시간 단단하게 굳은 얼음처럼 차가워 보였다. 손끝으로 그의 뺨을 톡 건드렸다. 장난 같은 손길에 그의 입꼬리가 살짝 움직였다.

 그 미소에 가슴 안쪽이 자르르했다. 재희는 배시시 웃었다. 이제는 알고 있었다. 한없이 차가워만 보이는 눈앞의 그가, 눈꺼풀을 들어 올려 자신을 바라볼 때. 그 눈동자가 얼마나 상냥하고도 다정한지.

“강주 씨.”

“…….”

“강주 씨.”

 모른 척 답하지 않는 그를 두어 번 더 불렀다. 그제야 그가 찬찬히 눈을 떴다. 재희는 절 가만히 바라보는 고요한 눈동자를 빤히 마주했다.

“그런데 여기는 어떻게 찾아왔어요?”

 어제는 정신이 없어 미처 묻지 못했었다. 다리 앞 벤치에서는 격정적인 재회를 즐기느라 차마 묻지 못했고, 함께 숙소로 돌아왔을 땐 그보다 더욱 격정적인 관계를 갖느라 기회가 없었다.

 다시 만났다는 기쁨에 빠져 잊고 있었다. 영현이 완벽한 방어벽을 쳐 둔 상태라, 자신은 지금 한국과 완벽히 단절된 삶을 사는 터였다. 휴대 전화도 무용지물, 한국과 연관된 건 모조리 차단됐다 함이 맞았다.

 그런데 어떻게 여기까지 찾아온 건지.

“재희 씨 뒤를 아무리 파도 안 나오기에 대신 효정이를 팠어요.”

“효정이? 저 효정이한테도 전화 안 했었어요. 추적될까 봐.”

“도둑질 좀 했어요.”

“도둑질이요?”

“효정이에게 발신인이 적혀 있지 않은 엽서가 오기에 그것 좀 훔쳤어요. 미안해요.”

 전혀 미안하지 않은 표정과 전혀 사과하는 것 같지 않은 말투로 그가 미안하다고 말했다.

 재희의 눈이 끔뻑, 느릿하게 움직였다. 엽서. 엽서라. 이따금 자신이 효정이에게 보내곤 했던 엽서를 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정말 엽서일 뿐인데. 이곳 풍경만이 덩그러니 담겨 있는.

 설마 그 사진을 단서로 모든 지역을 뒤져서……. 재희는 그의 집요함을 상상하려다가 이내 그냥 덮기로 했다. 올 수 있으니 왔겠지. 그 덕에 이렇게 마주할 수 있으니 좀 좋은가.

 재희는 강주의 목에 팔을 둘러 꼭 끌어안았다. 둘의 몸이 닿자마자 뺨에 입술을 내리누르는 그의 입술이 느껴졌다.

 요만큼의 애정을 보내면 이만큼의 애정이 돌아온다. 그 사실이 사뭇 벅차 재희에게서 자꾸 웃음이 새어 나왔다.

 강주의 행동이, 눈빛이 사랑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굳이 말로 꺼내지 않아도 쉽게 느껴지는 애틋한 마음.

 그 마음을 오롯이 받는 지금이 행복해 견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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