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1화 (41/96)

 #41

“아! 아! 으읏, 아응!”

 그가 허리를 꽉 눌러 쑤셔 박을 때마다 틈 사이에 흰 거품이 튀었다. 적나라한 소리와 함께 재희의 몸 역시 망가진 것처럼 흔들렸다. 성기가 위에서 아래로 박히듯 꽂히자 아랫배 안에서 묵직한 불꽃이 튄다.

 강주는 그녀를 퍽퍽 소리가 날 만큼 강하게 꿰뚫었다. 귀두를 둥글려 내벽을 자극하고 쑤욱쑤욱 세게 치받아 넣었다. 구멍을 드나들 때마다 애액이 철벅하게 튀었다.

“아! 아읏! 아! 앗!”

 재희의 새된 신음이 점점 더 빨라졌다. 온몸의 피가 뜨겁게 타오르는 것만 같았다. 반쯤 거꾸로 들려 있어 그런지 호흡이 더욱 힘들었다. 위에서 때려 붓듯 퍼붓는 흥분으로 온몸이 뒤틀렸다.

 박자에 맞춰 덜컹덜컹 짓눌리는 어깨가 아팠다. 하지만 아픔이 느껴지기도 전에 거대한 쾌락의 파도가 절 덮쳐, 밭은 신음만 내질렀다.

“아, 아! 읏! 아으응!”

 강주는 흥분으로 가득 찬 재희를 새카만 눈으로 내려 보았다. 힘겨운지 찌푸려진 미간. 꼭 감은 두 눈 아래 기다랗게 펼쳐진 속눈썹. 살짝 치켜든 턱. 그의 잇새에서 탄식 같은 신음이 흩어졌다.

 바르르 떨리는 질구를 헤집고 성기를 한가득 쑤셔 박을 뿐이었다.

“아! 으읏, 읏!”

 재희의 몸이 들썩들썩 물러났다. 뜨거운 성기가 길을 만들어 위에서 아래로 망치처럼 때려 박을 때마다, 가쁜 쾌감에 비음을 내질렀다.

“아응, 읏……. 아! 아! 읏……!”

 한 번 경험해 본 감각. 아직은 낯선 쾌락이 몸을 타고 올랐다. 재희는 발끝을 움츠리며 허벅지로 그를 꼭 감았다. 돌덩이같이 크고 딱딱한 기둥이 내벽을 짓뭉개자 몸이 붕 뜨는 쾌락이 밀려왔다.

 강주가 허리를 강하게 쳐 넣었다. 그의 귀두가 안쪽 깊은 곳을 강하게 찌르자.

“아아읏!”

 재희는 몸을 바들바들 떨며 자지러졌다. 낯선 쾌락이 몸을 벼락같이 내달렸다. 안쪽을 잔뜩 좁힌 내벽이 성기를 쥐어짜듯 물었다.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내벽이 그의 것을 물고 잘게 경련했다.

 강주는 오르가즘으로 벌벌 떨리는 틈을 벌리고 끊임없이 들쑤셔 흥분을 박아 넣었다. 사정을 목전에 앞두고 격렬하게 허리를 흔들었다. 그러다 힘껏 들이박고는 울컥울컥 파정하기 시작했다.

“아으응! 흣……!”

“후우…….”

 하얗게 질린 그녀의 허벅지를 움켜쥔 채 정액을 쏟아 냈다. 그리고 느릿한 왕복으로 내벽을 문지르며 재희의 턱을 움켜잡았다.

“나 봐요.”

 재희는 우악스러운 손아귀 힘에 희미하게 눈을 떴다. 흥분으로 물들어 있는 그의 얼굴이 짐승처럼 웃고 있었다. 눈동자에 깊은 충족감이 가득 배어 있었다.

“느껴져요? 내가 재희 씨 안에 싸는 거.”

 그녀의 아랫배를 꽉 누르며 허리를 떨며 몇 번이고 정액을 쏟아 냈다. 씨물을 모조리 받아들이는 재희를 바라보며 질구를 잔뜩 들쑤셔 길게 사정했다.

 그러다 사정이 끝나자 느릿하게 성기를 왕복시켰다. 흐물흐물하게 절 조이는 부드러움을 느끼며 그녀의 아랫배를 더듬었다. 제 것을 잔뜩 받아 마셨을 곳을.

 재희의 요동치는 질벽이 강주를 짜내듯 물었다. 느릿하게 빼내고 다시 박을 때마다, 기둥 위로 재희의 붉은 속살이 스윽스윽 따라붙었다. 정액과 애액으로 뿌옇게 흐려진 액체가 기둥에 달라붙어 쩍쩍 소리를 내며 미끄러졌다.

 강주는 만족했다는 듯 깊은 숨을 길게 내뱉었다.

“계속 이렇게 하는 거예요.”

“읏…….”

“재희 씨는 앞으로 내 것만 받아먹어요. 다른 새끼 건 안 돼요.”

“하아, 하아…….”

 재희는 온몸을 잠식하는 오르가즘으로 제대로 된 대꾸조차 하지 못했다. 쾌락에 젖은 숨을 힘없이 내뱉을 따름이다.

 강주가 그제야 그녀의 몸을 놓아주었다. 슬슬 내려가는 그녀의 하체를 벗어나, 사정을 마친 성기가 툭 빠져나왔다.

 음란하게 젖은 성기는 여전히 반쯤 서서 진득한 액체를 뚝뚝 떨구고 있었다.

 강주는 시선을 내려 바닥을 나뒹구는 재희를 응시했다. 질구 사이로 애액과 정액이 뒤섞여 질척하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의 눈빛이 다시 반쯤 비틀렸다. 고개 숙여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며 다시 끄트머리를 입구에 맞춘다.

“기왕 젖었으니, 한 번 더 할까요.”

 재희가 고개를 내저을 새도 없었다. 반박하려는 입술을 열어 혀를 감아 빨며, 강주는 제 성기 역시 안쪽에 쑥 밀어 넣었다.

 둘의 몸이 다시 맞붙었다. 학학거리는 재희의 달뜬 숨소리는 그에게 모조리 먹히고, 그의 정액은 그녀의 몸으로 모조리 삼킨 뜨거운 낮이었다.

 ***

 강주는 대부분 식사를 외부에서 해결하는 편이었다. 집에서는 간단한 간식을 먹을 뿐, 주방은 늘 물기 하나 없이 보송했다.

 그쯤 되자 재희는 의아해졌다. 이런 사람이 그동안 내 반찬은 왜 먹었을까. 주방은 먼지가 쌓이다 못해 화석이 될 판인데, 어째서.

“상무님, 식사는 늘 이렇게 밖에서 하시나요?”

 둘은 퇴근 후, 집 근처에서 밥을 먹고 들어온 참이었다. 샤워를 마친 강주가 젖은 머리카락을 대충 쓸어 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부분요, 집에서 먹는 게 좋아요?”

“네, 내 집에서 편하게 먹고 싶어요.”

 강주는 냉장고를 열다가 우뚝 멈추고 옅게 웃었다.

“재희 씨가 여기를 내 집이라고 하니 기분이 새롭네요.”

 재희는 그제야 흠칫 놀랐다. 내 집이라니. 내가 여기를 그리 칭했나. 실상, 여기서 자신의 공간은 단 하나도 없었다. 지금 발바닥을 대고 있는 대리석 타일 하나조차 그의 것이었다.

 냉장고를 소리 나게 닫은 강주가 부엌 상판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가끔 오시는 아주머니께 반찬 해 달라고 할게요. 앞으로 집에서 자주 먹죠.”

“음, 제가 하면 되는데.”

“재희 씨 밥하라고 부른 거 아니에요.”

 딱 떨어지는 말에 재희는 입술을 약하게 물었다가 뗐다. 하기야 그렇다. 밥하러 이곳에 온 건 아니었다. 그가 절 여기까지 불러들인 이유가 무척이나 명확하지 않은가.

 그는 재희가 해 주는 밥 대신 다른 것을 원했다. 바로, 섹스를.

“돈 주시면 되잖아요. 170만 원.”

 재희가 농담조로 웃었다.

 수고료 100만 원. 재룟값 70만 원. 그가 늘 주던 반찬값이었다. 주마다 채워 주는 냉장고의 대가치고는 조금 분수에 넘쳤던.

“그러고 보니 이번에는 반찬도 안 했는데, 돈이 들어왔어요. 계좌 번호 주시면 다시 넣어 드릴게요.”

 자신에게는 꽤 큰돈이지만 그에게는 푼돈일 터라 계좌 번호를 묻는다는 행위 자체가 조금 민망하기는 했다. 강주는 대답 대신 물을 마시더니 컵을 내려놓은 후 재희를 향해 한쪽 팔을 벌렸다.

“이리 와 봐요.”

 재희는 고민하다가 주춤주춤 그를 향해 다가왔다. 둘의 몸이 가까워지자, 강주는 재희의 어깨를 끌어당겨 품에 한가득 안았다.

 재희가 당황으로 움찔거리는 사이, 몸이 더욱 가까이 맞붙었다. 방금 씻고 나온 사내에게서 향긋한 바디 워시 향이 풍긴다.

 귓가에 나른한 그의 목소리가 감겼다.

“돈은 안 돌려줘도 돼요. 가끔 이렇게 안아 줘요.”

 재희의 몸이 그의 체온으로 녹녹하게 풀렸다. 그와 저 사이에 맴도는 이 온기조차 값으로 치환되는 묘한 사이. 그게 그와 저의 관계였다.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그의 품이 지독히 따뜻해서 자꾸만 파고들고 싶어진다.

“이르지만, 이만 잘까요.”

“네?”

 잔다는 그 말이 말 그대로 ‘잔다’는 말이 맞는 걸까. 어느새 재희의 두 다리가 번쩍 들렸다. 강주는 아기 안듯 재희를 가뿐히 들어 안고는 성큼성큼 침대로 걸어갔다. 그러곤 뭉개지기 쉬운 부드러운 것을 내려놓듯 천천히 침대 위에 눕혔다.

 재희는 누워 눈만 굴렸다. 이 이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자 심장이 두근거린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강주는 그대로 재희 옆에 누웠다. 그러곤 뒤에서 팔을 감아 안고는 그녀의 목덜미에 코를 박고 눈을 감았다. 타인의 따뜻한 숨결이 목덜미 아래 퍼졌다.

 이전에 그는 말했었다.

‘매일 섹스할 거란 뜻이에요. 날마다 재희 씨 안에 처박고 쌀 거라고.’

 하지만 그 말과 달리 강주는 정중했다. 재희를 억지로 열어 강제로 절 들이지 않았다. 오늘처럼 그녀를 온몸으로 안고 만족했다는 듯 몸을 포갤 뿐이었다. 물론 격렬한 밤을 보낸 적도 많지만, 강압적인 관계는 단 한 번도 가진 적 없었다.

 재희는 제 것이 아닌 숨결이 어색해 등을 움츠렸다. 살갗에 닿는 머리카락이 서늘하고도 간지럽다.

 한참이나 재희의 목덜미에 얼굴을 비비며 향기를 들이마시던 강주가 팔을 뻗어 조명을 껐다. 둘의 몸에 어둠이 내렸다. 빛이라고는 커튼 틈으로 뿌옇게 드리운 야경뿐이었다.

 재희가 뒤돌아 조심스레 물었다.

“불 이렇게 다 꺼도 괜찮아요?”

“괜찮아요.”

“너무 어두우면, …혹시…….”

 혹시 발작을 일으키거나 공황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까요. 그 질문을 목 뒤로 삼켰다. 그도 알고 저도 아는 사실이나, 묘하게 입으로 올리기 힘들었다.

 강주는 질문의 요지를 파악했다는 듯 작게 웃었다.

“괜찮아요, 답 없는 정신병자 새끼도 상황은 가리더라고. 예전에도 늘 그랬잖아요. 재희 씨만 있으면 어두워도…….”

 말을 중간에 멈추고 강주는 침묵했다. 재희는 몸을 움직여 그를 온전히 돌아보았다. 절 안아 주던 강주의 가슴팍에 뺨을 기대며 가만히 안긴다. 쿵, 쿵, 낮게 울리는 심장 박동 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예전을 말해 오자, 문득 옛일이 떠올랐다. 창고 안. 하얀 달빛 아래 창백히 질려 있던 예쁜 소년. 두 뺨 위에 엉켜 있던 뜨거운 눈물. 조심스레 끌어안으면, 절 마주 안고는 벅찬 숨을 내쉬던 상처 입은 새.

 그 소년이 어느새 이렇게 커다래져서 절 안아 주고 있다. 재희는 그를 전처럼 마주 안을 용기가 없어, 그의 옷깃만 가만히 말아 쥐었다. 사락거리는 천을 붙들고, 그의 온기를 느꼈다.

 이상하지. 이 너른 어깨를 가진 남자가. 단단한 가슴팍으로 절 누르며 안아 주는 이 남자가 한없이 유약하게 느껴지다니.

 재희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아득한 어둠 속. 둘의 숨결만이 흩어진다. 긴장이 풀리고 나른한 수마가 잔파도처럼 밀려왔다. 재희는 그의 품에 안겨 꿈결같이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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