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아!”
옅은 탄성과 함께 재희가 그의 어깨를 밀었다. 힘없이 올라간 손이 달달 떨렸다.
풍만한 살덩이에 얼굴을 묻고 볼록 솟은 꼭지를 잘끈 씹었다. 강주의 젖은 혀가 천 아래 유두의 흔적을 더듬으며 훑을 때마다 재희의 숨소리가 달아올랐다. 금방이라도 흐느적거리며 그에게 안길 것만 같다.
“아, 읏…….”
천을 들고 일어난 꼭지를 혀끝으로 툭툭 건드리자 재희의 몸이 축 늘어졌다. 다른 쪽 가슴 위에 커다란 손이 올라왔다. 천 위를 움켜쥐고 뭉개듯 부드럽게 주무른다. 손가락 틈으로 불쑥불쑥 꼭지가 도드라졌다가 사라졌다.
천을 사이에 둔 야릇한 애무에, 재희는 입술을 깨물었다. 입술이 조금이라도 벌어지면 걷잡을 수 없는 신음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손 틈으로 부드럽고 커다란 살덩이가 뭉개질 때마다, 강주 역시 흐트러진 숨을 내뱉었다. 한참이나 천 위를 쭉쭉 씹어 대다가, 결국 그녀의 니트를 휙 올려 젖혔다. 풍만한 젖가슴이 불쑥 드러나 출렁 흘러내렸다.
아! 재희가 다급히 상체를 물렸다. 천 아래 괴롭혀지던 젖꼭지가 외설스럽게 솟아 있었다. 마치 들이민 것처럼 그의 얼굴 앞에 빳빳이 존재를 드러내고.
그 모습을 보이기 창피해 급히 두 손으로 가슴을 가렸다. 강주가 그녀의 손가락을 느릿하게 핥았다.
“…상무님!”
그리고 그를 밀어내려 재희가 힘을 풀자, 재희의 손목을 잡아 내려 훤히 드러난 가슴을 물어 버렸다. 무르고 부드러운 살덩이를 짓씹고, 바짝 도드라진 유두를 혀로 굴렸다.
“아읏!”
당황으로 재희가 바들바들 떨 때마다 젖가슴이 출렁거렸다. 반대쪽 가슴을 움켜쥔 채, 강주는 아리도록 빨아 당기고 세차게 짓씹었다.
재희는 억지로 교성을 참았다. 남자의 손길과 입을 처음 받아들인 가슴은, 생경한 자극에 바르르 떨렸다. 그가 살덩이를 주무를 때마다 미약한 고통과 황홀이 치밀었다.
“아, 으응……!”
재희는 강주의 옷을 꽉 붙들었다. 가슴에 매달린 강주의 머리카락이 살갗을 부드럽게 간지럽힌다. 강주가 반대쪽 살덩이를 큰 손으로 움켜쥐었다. 모아 그러쥐니 탱탱하게 부푼 유두가 작정한 것처럼 불쑥 튀어나온다.
강주는 고개를 옮겨 젖꼭지를 한 번 빨았다.
“으응!”
재희는 울먹이며 턱을 젖혔다.
감질나는 감각이 이어졌다. 그는 도드라진 꼭지를 혀끝으로 톡톡 건드리다가 입술 끝으로만 살짝 훑었다. 재희의 아랫배가 한껏 움츠러들었다. 머리꼭지까지 차오르는 쾌감으로 눈앞이 흐릿했다.
결국 충동을 참지 못한 강주가 그녀의 젖꼭지를 꽉 깨물었다.
“아!”
재희는 깜짝 놀라 그의 머리카락을 확 움켜쥐었다. 쾌감을 뚫고 고통이 관통했다. 그가 이로 잘근 씹고 비빌 때,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리를 바르작거렸다.
“아파요, 흑. 읏…….”
재희의 애원이 미약하게 울렸다. 강주의 잇새에 힘이 풀렸다. 아픔으로 달아오른 정점을 핥고 위로하듯 비빈다. 혀로 말아 문지르고는 입술로 뭉그러뜨렸다. 혀끝으로 유륜까지 샅샅이 매만지다가 아이처럼 매달려 젖을 빨았다.
“으응……. 읏…….”
재희는 흥분을 참지 못해 움찔거리며 그에게 기댔다. 그제야 강주가 천천히 얼굴을 떨어뜨렸다. 꼭지가 쪽, 하고 떨어지자, 반쯤 끌려갔던 가슴이 출렁거리며 떨어졌다.
“아팠어요?”
강주의 손끝이 타액으로 젖은 젖꼭지를 문지르며 물었다. 재희의 몸이 미모사처럼 움츠러들었다. 그의 손이 유두를 툭툭 건드릴 때마다 전기가 튀는 것 같은 자극이 일었다.
“조금 아팠어요.”
흐느끼는 목소리로 간신히 대답했다.
“미안해요. 다음에는 안 아프게 할게요.”
재희는 아래를 내려 보았다가 눈을 질끈 감았다. 걷어 올린 니트 아래 불쑥 나온 젖가슴, 그리고 툭 튀어나온 유두를 희롱하는 그의 손가락이 몹시 야하게 느껴졌다. 울고 싶은 기분이었다.
“추, 추워요.”
그녀는 변명하듯 중얼거리며 그를 꽉 끌어안았다. 그렇게 안아야 그가 제 가슴을 들여다보지 않을 것 같았다.
이가 닥닥 맞물렸다. 기실 추위 때문은 아니었다. 단정한 표정으로 제 젖꼭지를 문지르는 그가 낯설어서, 톡톡 건드리며 긁어내리는 자극이 아찔해서. 그래서 저절로 몸이 떨렸다. 그의 손길에 무너질 듯 흥분하는 스스로가 무서웠다.
춥다는 그녀의 말에, 강주는 고개를 내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뾰족 솟은 유두를 한 번 쭉쭉 빨고는 친절히 브래지어를 채워 주기 시작했다. 도드라진 젖꼭지와 풍만하게 늘어진 살덩이가 천 아래 숨었다.
재희는 멍하니 그의 손길을 내려 보았다. 그러다가 브래지어 안에 제 젖가슴이 오목하게 담기자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다급히 니트를 끌어 내려 속옷을 가리고 입술을 깨문다.
고개 들어 마주한 그의 얼굴은 놀랄 만큼 정적이었다. 방금까지 제 가슴을 마구 희롱했던 사내답지 않게.
가슴이 아렸다. 얼마나 세차게 빨아 댔는지 브래지어 천이 스칠 때마다 꼭지가 쓰라렸다.
새까맣게 가라앉은 강주의 눈을 바라보며 재희가 물었다.
“상무님은 자꾸 저한테 왜 이러시는 거예요?”
사실 답은 알고 있었다. 제 얼굴이, 제 몸이 좋다고 하지 않았나. 제 가슴에 정신없이 매달려 있던 방금의 그를 떠올려 보니 확실히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알고 있음에도 긴장으로 입술을 적셨다. 기다리는 순간을 견딜 수가 없었다. 약간은 무서워졌다. 그에게서 어떤 잔인한 말이 나올까.
강주는 잠시 그녀와 눈을 마주했다. 흡사 공포와 두려움처럼 보이는 그녀의 감정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어쩐지 힘겹게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저번에 키스해 보니까, 생각보다 좋더라고. 몸도 예쁘고.”
재희는 완전히 굳어 버렸다. 뜨겁게 달아오른 몸이 차갑게 식는다. 이미 알고 있는데.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다른 손으로 재희의 몸을 당겨 확 붙었다. 천을 사이에 두고 딱딱하게 발기한 성기가 바짝 닿았다. 재희가 깜짝 놀라 바르작거렸다. 그의 것이 더욱 몸집을 부풀리는 것 같았다.
강주는 아예 그녀를 잡아당겨 제 것에 맞추듯 꾹 눌렀다. 당장이라도 들어올 것처럼 꺼떡거리는 것이 그녀를 찔렀다.
“이 정도면 설명이 충분할 것 같은데…….”
“…….”
“부족하면 직접 말로 해 줄 수도 있어요. 혹시 원해요?”
…역시. 재희는 고개를 내저으며 눈을 감았다. 맞닿은 몸이 이토록 뜨거운데. 이 사람의 목소리는 왜 이리도 차가울까.
이제 알 것 같다. 나이를 이렇게나 먹어 놓고 이제야 깨달았다.
내가 알던 강주 오빠는 이렇게 달라졌구나. 자신이 키스 한번 못 하며 숙맥으로 발발거리는 사이, 저 하나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뜨릴 수 있을 정도로 그는 변했다.
‘나는 당신을 좋아했어. 좋아해. 어릴 때부터 좋아하고 또 좋아해서, 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가만히 받아들이고 있어.’
그런 속마음은 차마 보일 수가 없었다. 몸만 원하는 상대에게 마음을 어찌 드러내겠는가. 예전처럼 내쳐지면 그 상처를 어찌하라고.
아마 많은 여자를 경험했겠지. 아름다운 꽃 주위로 모여들듯, 그의 주위엔 늘 예쁜 나비가 팔랑팔랑 날갯짓했으니까.
왠지 서러워 원망하고 싶었지만 팔을 둘러 그를 끌어안았다.
그가 이런 식으로 다가오는 이상, 아마 자신은 그를 결코 밀어내지 못할 것이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늘 그러했듯.
가슴이 타 버리는 것만 같았다.
6장. 숨은 진실
활짝 웃는 재희의 뺨이 반짝 빛났다. 다시 모인 TF 팀 회의. 그녀는 고유민 사진과 기사 하나를 스크린 화면에 띄워 놓은 상태였다.
“이거 보셨어요? 우리 운 진짜 좋은 것 같아요!”
기사 제목은 단순하고 직관적이었다.
「고유민, 선강의 러브콜 받아. 탄산수 여제로 활약!」
재희가 화면을 하나 더 넘겼다. 고유민의 SNS 피드 캡처 화면이 촤라락 떴다. 자신이 즐겨 먹는 탄산수 업체에서 러브콜이 와 광고 모델을 하게 됐다는 말과 함께 올린 셀카였다.
“우리가 탄산수 프로모션 준비하는데, 어떻게 고유민이 딱 방송에서 탄산수를 마실 수 있어요? 건강하고 젊은 이미지도 너무 딱 떨어지잖아요!”
“우리 이번 프로모션 잘될 건가 보다!”
“처음에 엎어진 건 액땜이었나 봐요.”
영업 팀 과장도, 상품 기획 팀 대리도 싱글벙글이었다. 재희는 막말로 기분 좋아 환장할 지경이었다. 저의 기획안이 프로젝트에 발탁됐다는 것도 기쁜데, 이렇게 아귀가 착착 맞아떨어져 진행되다니 운도 이런 천운이 없다.
듣고만 있던 강주가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그만 즐거워하고 이제 회의 시작합시다.”
“네! 네!”
방방 떴던 분위기가 대번 차분해졌다. 둘레둘레 회의 테이블을 살피던 영업 팀 과장이 물었다.
“정 팀장이 안 보이네요?”
고개도 들지 않은 강주가 덤덤하게 답했다.
“정 팀장은 스스로 프로젝트에서 빠지겠다고 말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아무래도 첫 기획 엎어진 게 꽤 신경 쓰였나 보다, 라고 모두는 수긍했다.
사실 프로젝트 엎어지는 일이야 흔한 일이었다. 제품까지 생산해 놓고 파기하는 경우도 없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일은 인솔자가 차강주 상무라는 게 큰 문제였다. 차강주가 누군가. 선강 그룹 회장의 외동아들이다. 그 사실을 알기에 모두 고개만 주억거렸다.
“공장 상황은 어떻습니까.”
자리에 앉은 강주가 상품 기획 팀 대리를 향해 물었다. 대리는 미리 준비한 듯 술술 답했다.
“현재 안산 공장에서 출하 직전까지 준비 마친 상태이고요, 윤 주임이 말했던 곳도 제가 체크해 보니 머리띠를 다 생산했다고 합니다. 포장해서 각 지점에 바로 배송하면 될 것 같아요.”
“대형 피규어는.”
“아……. 그건 조금 시간이 더 걸리는데, 그래도 이벤트 날에는 맞출 수 있습니다.”
“그래요, 차질 생기지 않게 계속 체크 부탁할게요.”
“네, 상무님.”
그 뒤로도 릴레이 같은 회의가 이루어졌다. 최대한 단기간 안에 결과물을 뽑아야 했기에 잡담할 시간조차 없었다.
말발굽 모양으로 배치된 책상의 맨 끝자리. 구석에 앉은 재희는 눈을 반짝이며 펜을 꽉 쥐었다. 회의 시간은 늘 절 설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