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5화 〉 사정관리 1
* * *
“필리아 님, 주무시고 계신가요?”
“아? 아뇨... 메이 양? 여긴 어떤 일로?”
“우선 제가 아랫사람이니 편하게 불러 주십시오.”
그날 밤,
자신의 방에서 창문 밖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겨 있던 필리아는, 메이를 보며 짓궂은 표정을 지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메이가 언니라고 부르면.”
“알았어요. 필리아 언니.”
“꺄하~! 생각보다 귀엽잖아!?”
“큼... 크흠...”
“알았어. 무슨 일로 이런 야심한 밤에 찾아온 거야?”
“주인님의 태도에 대해 상담을 하고 싶어서요.”
“태도...?”
작게 읊조리며 의문을 표하는 필리아.
한참을 방에 틀어박혀 있던 터라 짚이는 구석이 없는 그녀였다.
“주인님께선 메이가... 안드로이드가 어떤 개념인지 받아들이려 하지 않으시는 것 같아요. 안드로이드에 대해서 제일 잘 이해하고 있고, 주인님이 이야기를 잘 들어 주실 분이 필리아 님인 것 같아서...”
“크리스 님께 직접 설명을 해달라는 거지? 메이는 인공생명체니까 나이를 세는 게 의미가 없고, 그러니 마음껏 야한 짓을 하셔도 괜찮다는 걸.”
“맞아요.”
“흐응... 알았어. 언니가 도와줄 게.”
“감사합니다.”
필리아는 바로 승낙했다.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지만, 첫 인상과는 달리 신기하게도 메이드라기보다는 여동생처럼... 안드로이드라기보다는 인간처럼 느껴지게 하는 메이의 친근함에 더욱 마음이 갔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언니의 고민은 의미가 없어요.”
“...응?”
“주인님께서는 모두를 사랑하시니까요.”
“아... 하하...... 눈치 챘어?”
“비록 밤시중은 절대 못하게 하시고, 얼마 전에 주인님을 위해 콘돔을 드렸는데도 왜인지 격하게 거부하시는 등 항상 메이에게 야한 것만은 단호하시지만... 메이를 싫어하는 건 아니라는 걸 평소의 행동이나 언행으로 느낄 수 있어요. 마찬가지로...”
“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크리스 님과 얘기해 볼게. 됐지?”
“알겠습니다. 오늘의 용건은 이상입니다. 좋은 밤 보내세요, 언니.”
가볍게 미소를 지은 채 목례를 하는 메이.
필리아는 이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무언가 떠올랐는지 새로운 화두를 꺼냈다.
“잠깐, 메이. 왜 크리스 님의 밤시중을 들고 싶어하는 거야?”
“...잘 모르겠어요.”
“에!?”
“당연히 주인님께서 원하실 경우에만 도움을 드려야 된다는 게 원칙이지만... 모르겠어요. 주인님과 함께 있으면 논리회로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그저 하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 차게 되어버려요. 마치 어딘가 고장이 난 것처럼...”
“흐응... 신기하네...”
메이를 고치겠다며 그녀의 머리에 테사 님이 마법을 써서 무언가 오작동하게 된건가?
필리아는 잠깐 고민했지만, 그대로 머릿속에서 날려버렸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으니까.
중요한 건 눈 앞의 한 소녀가 한 소년에게 애틋한 감정을 품고 있다는 사실뿐이니까.
“메이. 크리스 님과 꼭 이어지고 싶은 거라면, 내가 도와줄 방법이 있는 것 같긴 한데...”
* * *
그리하여 나는 완연한 암컷이 되었고, 테사, 라이디와 함께 행복한 여생을 누렸다...
...
라는 엔딩은 없었다. 평소처럼 테사가 마법으로 장난을 쳤을 뿐...
당시에 나 자신의 진심이 약간은 섞였던 것도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기는 하지만... 아무튼 나의 소중한 아기씨앗 주머니를 포함하여 다친 곳 하나 없이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
반면 어제 마법을 사용해 현자타임의 페니스를 강제로 세우는 등 몸을 혹사해서인지, 테사는 하루 종일 잠을 자고 있었다.
덕분에 나는 느지막하게 일어나 점심을 먹은 후 담요를 덮은 채 소파에 누워...
필리아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결론은, 메이는 인간이 아니라 인공생명체라는 거지? 그러니까 이미 성년이라고 봐야 한다는 거고.”
“그게... 생명체는 아니지만... 아니, 맞다고 하는 게 맞을 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으음...?”
“복잡하네... 일단은 알았어.”
모든 걸 인간의 나이 기준으로 판단하면, 대부분의 엘프들은 노인이 되어 버리니 적절하지 않다.
반대로 인간이 아닌 메이를 외견만으로 미성년 취급해서는 안 되는 게 당연하다. 이미 태어날 때부터 성숙해 있는 존재니까.
머리로는 이해를 하겠고, 필리아의 세상은 한 때 메이의 세상과 연결되어 있던 적도 있다고 하니 의심할 여지도 없을 터지만...
얼굴 빼곤 메이의 어느 면을 보더라도 테사보다 어린 앳된 소녀로 보일 정도니 납득하기가 쉽지 않아!
그 얼굴마저도 차분한 이미지라서 그렇지, 하나하나 뜯어서 보면 전혀 어른스러운 느낌이 아니고...
“싶은데요...”
“아...? 미안, 딴 생각하느라 못 들었어. 다시 말해줄래?”
“슬슬 정기를 보충하고 싶은데요!”
“에... 어... 정기...?”
“네!”
정기...
맞아, 필리아는 주기적으로 정액을 섭취해야 하는 종족이었지?
오랜만에 듣는 단어라 잠깐 뇌정지가 왔었다.
“지금? 어떻게 하면 될까?”
“오늘은 쉬신다고 했으니까, 내일 컵에 담아서 제 방에 놓아주세요. 그럼 필리아는 이만 쉬러 가볼게요!”
“어... 어? 아, 알았어...”
컵에다가... 라니 조금 묘한 느낌이긴 해도 음식을 건네 준다 생각하면 못할 건 없지만
그런 걸로 괜찮은 건가? 직접 가져가도 되는데...
라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필리아는 순식간에 제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뭐, 원하는 대로 해주면 되는 거겠지. 딱히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지도 않고.
그래서, 머릿맡에 두었던 책을 집어 들었다.
자꾸 비정상적인 플레이를 당하는 이 상황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될 것 같지만, 모처럼 황금 같은 휴식을 날려 버리긴 싫으니까 내일로 미뤄버렸고
그렇게 정말 평온한 하루가...
지나가는 것 같았다...
알몸 에이프런 차림으로 거실을 청소하고 있는 메이를 보기 전까진.
“저기, 메이...?”
“네, 주인님. 필요한 게 있으신지요.”
“왜 옷을 벗은 채 청소하는 거야?”
“네? 제대로 에이프런을 입고 있습니다만...”
“아.. 으아!?!? 다른 곳은 전혀 입질 않았잖아! 어서 입고 와!!!”
방금까지 가감없이 훤히 보이던 그녀의 뒷태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였지만...
메이가 몸을 이쪽으로 틀고 몸을 숙이자마자 가슴골이 훤히 드러나서... 게다가 안타깝게도 그녀의 작은 유방은 가볍게 걸친 앞치마로는 전혀 커버될 수 없었고
그 끝에서, 핑크빛으로 물들어 있는 부분이 보이고 마는 엄청난 광경이!!
...순간 깜짝 놀라서 호통을 치고 말았다.
“옷을 꼭 입어야 합니까? 메이는 안드로이드이기에 옷을 입지 않아도 쉬이 청결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 거 이전의 문제잖아!”
“혹시 메이의 육체를 보고 주인님의 몸이 반응하는지라 곤란하신 건지...”
“아... 아무튼 빨리 입고 와!”
“알겠습니다.”
애써 무시하고 있었지만, 필리아의 부탁으로 인해 살짝 야릇한 감정이 솟아올랐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가 이야기를 꺼낸 그 순간, 컵에 담긴 내 정액을 천천히 음미하는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 수가 없잖아!?
그래서 온갖 망상의 나래가 자동으로 펼쳐지다가, 오늘만은 야한 것들은 잊고 싶어서 책을 읽으려던 건데...
메이의 몸을 보니 다시금 몸이 달아오르고 말았다. 젠장!
그녀를 성인 취급해줘야 한다는 건 알겠지만, 아직 앳돼 보이는 몸을 대상으로 발정하는 건 범죄를 저지르는 것만 같아서 기분이 좋지만은...
“주인님, 갈아입고 왔습니다.”
“으아!! 옷을 입으라니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