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7화 〉 암컷타락!? 1
* * *
"하악... 하아... 힘들어, 힘들어!!"
우리는 알자스... 를 찾기 위해 루이스와 루트 사이의 산맥 속의 울창한 숲을 헤치며 걷고 있었다.
"크리스 님, 여기까지 메이 님이 들고 날아와 주셔서 얼마 걷지도 않았잖아요?"
"하지만 더워서 조금만 걸어도 힘들단 말이야. 게다가 필리아는 목걸이 안에서 편하게 오고 있으면서..."
"저 언덕만 넘으면 돼요. 조금만 더 힘내세요!"
"주인님, 조금만 더 힘내십시오. 거의 다 왔습니다."
필리아와 메이가 격려해 주었지만, 별로 반갑진 않다.
왜냐고?
"하아... 애초에 저 위에서 내려주면 됐잖아!"
"하지만..."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렇다고 필리아와 말씨름을 하긴 싫었다.
그녀가 갑자기 '제 발로 걸어서 올라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나을 것이다'라고 이상한 주장을 하고!
거기에 메이가 이유 없이 동조해 버렸고! 어쩔 수 없이 사서 고생을 하고 있지만!!!
"하... 후우... 여기가..."
"네. 로레인 님의 레어에요."
거의 다 와 가는 상황에 불평해서 뭐 하겠어... 싶었다.
게다가 곧 드래곤을 만날 것이니, 굳게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균형을 수호하는 최강의 생명체.
대체로 유순한 편이라고는 하지만, 눈앞에서 펼쳐질 압도적인 위용을 보고도 떨지 않는 게 이상한 것이리라.
그래서, 커다란 동굴의 중앙에 서서 크게 심호흡하고,
온몸에 퍼진 긴장이, 힘이 풀리는 걸 확인하고 나서, 확실히 들리도록 큰 목소리로...
"로ㄹ..."
"오랜만이구나, 이계의 방문자여."
"으악!?"
동굴 속에서 드래곤이 기어 나올까 봐 긴장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 앞에 푸른 머리의 여성이 나타났다!
나는 깜짝 놀라서 뒤로 넘어지고 말았고, 그 모습을 내려다본 그녀는 내게 손을 뻗어주었다.
"그리고 크리스. 놀랐느냐? 미안하구나."
"아... 아니에요. 당신... 이 로레인 님이신가요?"
"그렇다."
"그리고 알자스였던 거죠?"
"그렇다."
...
무미건조한 반응이 당황스럽다. 쉽게 풀릴 것 같진 않다.
"무슨 일로 찾아온 것이냐?"
"그게... 그러니까... 이 마법을 푸는 게 난감해서... 조금 도움을 받고 싶어서..."
"그건 알자스가 건 것인데, 왜 내가 도와줘야 한단 말인가?"
"..."
...
하아?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야?
조금 전에 한 말을 잊어버린 건가!? 수천 살 살아가다 보니 치매라도 온 거냐고!!!
내가 이 고생을 하게 만든 알자스를 생각하면, 그리고 그게 사실은 지금 눈앞에 있는 그녀라는 것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최대한의 인내심을 발휘하며 꾸욱 참았다.
오늘 반드시 이 빌어먹을 발기부전 마법을 풀고, 모두와 하렘 라이프를 만끽하고 싶으니까!
"아까 말씀하셨다시피 당신이 알자스잖아요?"
"나는 알자스가 아니다."
"예?"
"나는 로레인이다. 그러니 알자스가 아닌 내가 도와줘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럼 알자스로 와서 도와주세요."
"그것도 싫다. 넌 로레인을 찾아온 것이니까. 게다가 그 몸... 남자 인간으로서의 유희가 지겨워서 버리려고 하고 있는데, 지금 굳이 다시 꺼내야 할 합당한 이유는 없다."
하아...
조금은 도와주지 않으려나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한 발짝도 물러설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그래도 고생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든 그녀의 도움을 받고 싶은데...
그보다도 여기서 아무 수확이 없으면...
...
으아!! 맨정신으로 라이디의 그 엄청난 걸 받아들이는 건 무리인데!!
그렇다고 다른 사람하고... 남자하고 하는 건 더 싫고!!!
"로레인 님, 메이는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또 다른 이계의 창조체여, 편하게 말해 보아라."
"알자스님이 임포텐스가 되는 마법을 주인님께 걸었고, 그 마법을 풀려면 주인님께서는 페니스를 통해 애널 섹스를 당하셔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까?"
"그렇다."
그때 갑자기 메이가 로레인 앞으로 나섰다.
방법이 있는 걸까?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지켜보기로 했다.
"메이는 그 마법이 인간의 마법이나 의학으로는 풀 수 없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맞습니까?"
"아니다."
"가능한 인간이 존재합니까?"
"가까운 미래에 내 마법을 풀 수 있는 인간이 하나 있단다. 그녀가 과거로 돌아온다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 곧 찾아올 테고."
...
마법을 풀 수 있는 사람이 곧 미래에서 찾아올 거라고?
뭔가 엄청난 얘기들이 오간 것 같지만...
그보다 당장 그게 누구냐고 물어보고 싶다!
그러나 메이는 여유를 주지 않고 질문을 이어갔고, 나는 차례를 기다리며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메이는 마법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합니다. 다만 로레인 님의 말씀대로라면 현재로선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라고 보입니다. 맞습니까?"
"그렇다."
"그렇다면 알자스님은 인간의 범주를 초월한 강력한 마법을 건 것이 아닙니까? 메이는 그가 드래곤인 로레인 님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판단해야 하며, 마찬가지로 주인님도 응당 도움을 받아 마땅하다고 사료됩니다."
"흐음... 그대의 말도 일리가 있는 것 같구나. 크리스, 로레인으로서 한 가지 도움을 주마."
"감사합니다."
"어... 에?"
너무 빠르게 일이 진행되는지라, 로레인의 말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그녀가... 드래곤이...
도움을 주겠다고?
"메이 님, 대단해요!"
"아싸! 메이, 잘했어. 고마워!!"
"메이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얼른 주인님을 완벽하게 모시려면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니까요."
메이는 아무렇지 않은 척 쿨하게 말했지만, 칭찬을 받아서 기분이 좋은지 입은 살짝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너무 예쁘고 똑똑하고 착하고 성실하고 대단한 아이다. 자주 칭찬해 줘야겠어!
"어떤 도움을 받기를 원하느냐? 크리스."
"그럼 로레인... 마법... 풀어줄 수 있어요?"
"그건 알자스에게 베푼 도움을 무효로 하는 것이니 거절하겠다. 게다가 방법은 이미 알려주지 않았느냐?"
쳇, 역시 무리였나.
물론, 풀어줄 리 없다 생각하고 그냥 던져본 거였다.
처음부터 큰 걸 부탁해야 다음 부탁이 납득할 만 한 것 같이 들리는 게 보통이니까.
"라이디의 것으로도 풀리는 거죠?"
"그렇다."
"그럼... 그녀의 것을 일시적으로 작아지게 할 순 없을까요?"
"불가능하다. 그건 틸라의 창으로 인한 부수적 효과이니까."
...
엥?
드래곤이 할 수 없는 게 있다고???
그 이름에 화요일을 관장하고 있다는 불의 여신 틸라의 이름이 달려 있는 것으로 이유는 대강 알 것 같지만...
전지전능에 가까운 드래곤에게도 불가능한 게 있다는 고백은, 평범한 인간 마법사에겐 매우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저번에도 라이디에게 말씀하실 때 그걸 들은 것 같은데, 틸라의 창이 대체 뭔가요?"
"그걸 알려줌으로써 도움을 준 거로 쳐도 된다면 말해주겠다."
"아니아니 그건 됐어요. 그럼 고통이나 두려움 같은걸 없앨 수 있을까요?"
"가능하다만, 그건 네 일행인 은발의 소녀도 해줄 수 있는 일이지 않느냐? 정말 괜찮겠느냐?"
"그렇긴 하지만..."
테사의 인식개변 마법도 고려해 보지 않은 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건 선택지가 아니다.
거사를 치를 거면 라이디와 둘이서 조용히 처리해야지, 테사를 껴서 평생 놀림거리를 늘릴 순 없으니까!!!
"흠... 그쪽이라면 마법이 아닌 방법도 있겠구나."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