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6화 〉 무더위 2
* * *
메이의 재촉에, 결국 우리는 식당으로 향했다.
내 옆에는 테사, 앞에는 라이디, 그 옆에는 필리아가 앉았다.
“이 많은걸 어느새 준비한거야? 힘들지 않았어?”
"메이드로서의 당연한 의무입니다."
"...알았어. 메이가 그렇다면야... 그런데 메이는 밥 안 먹으려고?"
왜인지 사이드에 앉은 메이의 앞에만 식기가 놓여 있지 않아 물어봤다.
"메이는 아직 밥을 먹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곧 가능해질 것이니 걱정하지 마시고 마음껏 드십시오."
"하지만...”
"밥을 먹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어디 아픈가?
그러나 굶은 사람 치곤 멀쩡해 보이기도 하고, 본인이 괜찮다고 하니 더 이상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잘 먹겠습니다!""
그리하여 결국 식사를 시작했는데...
"음, 나쁘지 않네."
...
그 전체적인 광경...
"차가운 걸 먹으니, 필리아는 따뜻한 것도 조금 끌리네요! 이대로도 엄청 맛있지만."
다 같이 알몸으로 밥을 먹는 모습이란...
...
"크리스, 다음엔 옆에 앉아요. 직접 먹여주고 싶으니까요."
조금 어색하기는 하지만...
...
좋아!!!
너무 좋아!!!!!!
앞을 봐도 미녀, 옆을 봐도 미녀...
가슴, 가슴, 가슴, 가슴...
여긴 천국인가!? 음식이 눈에 들어 올 리가 없잖아!
"이제 어느 정도 적응됐나요? 크리스."
"아? 으응... 그러게... 솔직히 이러고 있으니까 좋긴 한데..."
"애초에 여자끼린데 이상할 거 있어?"
"테사! 여자끼리라니히이익!?"
갑자기 아랫도리에 무언가 느껴져서, 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
"...뭐야 그 이상한 반응은?"
"아, 아니아니, 별거 아냐."
"후후, 별거 아닌가요? 그보다 크리스가 여자라니, 그럴 리가 없잖아요? 제대로! 확실히! 달려있다고요?"
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라이디.
위화감의 정체는, 그녀가 발을 뻗어 내 다리 사이를 문지르고 있는 거였다!
"남자애라기엔 너무 예쁘게 생겼잖아. 적당히 반쯤은 여자애라고 해도 누구나 이해하지 않으려나?"
"흐응~ 흣... 크리스의 반응을 보니 그것도 틀리지 않은 것 같기도 한데..."
라이디는 발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발도 뻗어, 위아래를 감싸고 비벼대기 시작했다!
"큭... 저기... 라이디..."
"네, 크리스. 무슨 일 있나요? 어디 불편한 데라도 있어요?"
"아흑!?"
이번엔 돌연 라이디가 발가락으로 꾹 눌러왔고,
고환이 살짝 짓눌리면서 가벼운 고통이 느껴졌다.
"뭐야, 어디 아파?"
"자...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서, 우선은 화장실을 핑계로 급히 자리를 피해버렸다.
* * *
"하아..."
화장실에 들어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식사 중에 라이디가 발로 괴롭히는 것...
그건 문제가 아니다. 이런 야한 장난은 언제든 환영이다. 오히려 나도 라이디에게, 모두에게 이런 식의 장난을 쳐보고 싶으니까.
그보다...
이처럼 꼴릿한 상황인데도 아래쪽에선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는다는 게 더 서럽다!
이상한 기분은 들지만, 아무리 라이디가 만지작거려도 전혀 야한 기분으로 전환되질 않는다.
라이디의 괴롭힘에 느끼는 것처럼 거짓 반응하는 건 좀 그런데...
그렇다고 아무 반응도 해주지 않으면 라이디가 실망할 것 같다.
그래서 시간이 필요했다.
느긋하게 오줌이나 싸며 천천히 어떻게 대처할지 생각의 정리를...
"으악!? 테사???"
하려는데, 돌연 눈앞에 테사의 얼굴이 튀어나왔다!
"이 무슨... 마법을 쓴 거야?"
"딸치러 가는 건가 싶어서."
"그럴 리가 있겠냐?"
"히히... 사실 이런 기회는 흔치 않을 것 같아서, 크리스가 알몸으로 오줌 싸는 거 구경하고 싶었어."
"싫어. 얼른 나가!"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것 같네. 몰래 볼 수도 있었는데, 이렇게 모습을 드러내 준 거라구?"
"으으..."
...
내보내려 해봤자 100% 몰래 볼 거라는 뜻이잖아?
그게 더 찝찝하니, 그저 내버려 두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테사가 보는 앞에서 오줌을 누게 되었지만...
"...안 나와? 도와줄까?"
"네가 보고 있으니까 안 나오는 거잖아!?"
"흐응... 이제 와서 새삼스레 부끄러워할 거 없는데."
"그게 아니라 생리적인 이유로... 게다가 나 좋아하지도 않는다며?"
"응. 맞아."
그녀는 내 뒤로 다가오더니...
"크리스의 귀여운 꼬추야, 잔뜩 싸고 싶은 거지? 부끄러워할 거 없어. 쪼르르 흘러내 보렴~!"
"으앗!? 흐으..."
테사가 내걸 잡고 말하자, 신기하게도 즉시 오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이 마법, 알자스가 건 발기부전 마법에도 통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지금쯤...
"기세 좋은데? 있잖아, 크리스."
"무... 왜?"
"...좋아하던 시절은 이미 지났어. 난... 크리스를 사랑하고 있으니까."
"그... 으으... 알았어."
바짝 붙은 테사의 여성스러운 몸의 굴곡이 등줄기 너머로 느껴진다.
탱글탱글한 허벅지가, 어렵사리 살짝 맞닿은 뱃살이, 그리고 가슴...
꼿꼿이 서 있는 두 개의...
크윽! 그래서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이해가 안 될 지경이다!
그리고 그녀는, 내 걸 만지작거리던 손가락으로 앞쪽을 훑어...
입에 가져다 대며...
...!?
"맛이 나쁘지 않네. 다행히도 크리스는 꽤 건강한 것 같아!"
"아!? 테사! 그거 먹으면 안... 놀리지 마!"
"그래그래. 그만 놀릴게."
“정말! 나 갈거야!”
쿡쿡 웃어 보이는 테사를 뒤로한 채 빠르게 화장실을 나섰다.
...
그래도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이 거슬렸었는데, 조금 안도감이 들긴 했다.
게다가 홀딱 벗은 채 자신의 손가락을 핥는 그 모습이, 마치 내 걸 핥는 것 같아서 시각적인 만족감도 좋았...
"앗! 화장실 가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크리스 님이 껴안은 것처럼 되어버렸네요!"
순간, 부드러운 두 개의 가슴 덩이가 내 얼굴을 덮쳤다!
땀에 절어 따뜻하면서도 끈적하고 질척이는 그곳은, 짐짓 기분 나쁠 수도 있었지만
여성의 체취가 가득 배어 나오고 있다 보니 마냥 싫지만은 않았다.
"필리아의 가슴이 마음에 드시나요? 크리스 님이라면 마음껏 즐기셔도 된답니다?"
...
정신이 아득해...
...
으아아!!!
더는 못 참아!!!
* * *
"병원에 다녀오겠다고요?"
침을 꿀꺽 삼키곤 말하는 라이디.
걱정하는 듯하면서도, 속으론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날아서 루트에 다녀올래. 필리아, 금방 갈 수 있지 않을까?"
"가능하긴 하죠. 그런데 필리아는..."
걱정하는 듯한 필리아의 목소리에 정신이 퍼뜩 들었다.
필리아가 날개를 보여줘서 좋을 게 없다.
그녀를 쫓고 있는 자도 있으니, 가급적이면 피하고 싶겠지.
나도 같은 생각이었기에 도보로 가려고 했었고, 그래서 지금까지 날아서 빠르게 가본다는 선택을 하지 않았던 거고...
"주인님, 메이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아? ...아!"
맞아, 잠시 잊고 있었는데...
하늘을 나는 누더기가 메이였지!
"정말? 가능할까?"
"메이의 소형 반중력 엔진은 약 1톤가량의 하중도 무리 없이 들어 올릴 수 있습니다."
"...아무튼 된다는 거지? 고마워. 당장 가보자!"
"주인님, 지금은 불가능합니다."
"왜?"
"옷부터 입으시지요."
...
너무 흥분해버렸다!!
결국 새빨개진 얼굴을 애써 감추며, 곧장 내 방으로 향했다.
* * *
"하아..."
루트 공화국의 저명한 비뇨기과에서 나오는 길에서, 난 재차 한숨을 푹 쉬었다.
큰 기대를 한 건 아니었지만...
전혀 방법이 없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인 줄은 몰랐다.
...
사실, 어떻게 푸는지는 이미 알자스로부터 들은 바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라이디의 것을 맨정신으로 받아들이기엔 너무 무섭다.
이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알자스에게 싹싹 빌면 풀어주지 않으려나? 하아... 만나러 갈 수도 없고..."
"그렇다면 알자스님을 만나러 가면 되잖아요?"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잖아."
"필리아는 알고 있는걸요?"
"...정말?"
"그럼요. 왜냐하면 알자스님은..."
이어지는 필리아의 말에,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