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화 〉 무더위 1
* * *
"더워요~ 크리스 니임... 필리아 덥다구요... 더워더워더워요!!!"
하루 내내 불평을 해대는 필리아.
하지만, 미친 듯한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건 비단 필리아만은 아니었다.
"그럼 필리아는 들어가 있어. 목걸이 안이 더 시원한 거 아냐?"
"싫어요오... 모처럼 집도 구했는데 밖에 있고 싶단 마리에요..."
"덥다면서 왜 자꾸 들러붙는 거야? 저리 가!"
"히잉... 덥지만 붙어있고는 싶은데..."
"주인님, 죄송하지만 청소를 위해 잠깐 자리를 비켜 주십시오."
소리가 난 곳을 올려다보니, 메이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덥지도 않은 건가? 그녀는 라이디마저 드러누운 폭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집을 청소하고 있다.
그래서 방해는 하지 않기 위해 옆으로 데구르르 굴러 피해주었다.
"힘들지 않아? 청소는 나중에 같이 해도 될 텐데..."
"메이는 극한의 환경에도 봉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그리고 집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은 메이로선 가장 즐거운 일 중 하나입니다."
그렇게 말한 메이는 땀을 흘리는 기색도 없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걸레로 다시 바닥을 닦기 시작했다.
"크리스 니임~ 뭔가 시원한 거 없을까요?"
"몰라, 머리도 뜨거워서 아무 생각이 안 나..."
"그렇게까지나 더우시다면, 옷을 벗고 계시지요."
"응?"
"메이는 다른 여러분들이 주인님을, 그리고 주인님이 모두를 좋아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벗고 있어도 상관없는 관계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메이가 황당한 제안을 해와, 잠깐 어안이 벙벙했다.
"...좋아하는 사이라고 옷을 벗고 지내도 괜찮은 건 아니잖아!?"
"맞아. 그리고 난 크리스를 좋아하지 않는데?"
"..."
"테사, 마법으로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면 어떨까요?"
"라이디야 괜찮은지 몰라도, 그거 너무 변태 같지 않아? 그리고 더워 죽겠는데 마력까지 대량으로 뽑히긴 싫어."
"벗고 있는 게 더 변태 같은 거 아닌가요? 최소한 수영복이라도..."
"아!! 모르겠어요!!!"
훌렁~
필리아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순식간에 입고 있던 하늘색 잠옷이 사르르 내려왔다.
나는 너무 자연스럽게 살짝 올려다보았고, 땀에 절어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튼실한 보랏빛 허벅지가 고스란히 보이기 시작했다.
이어 다리 사이에 눈길이 가다가...
"기세 좋은데? 그럼 나도..."
정신을 차리고 시선을 돌린 곳에선 테사가 원피스의 어깨끈을 까내렸고, 이내 하얀 피부가 여실 없이 드러났다.
아담한 가슴도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역시 잘록한 허리로부터 커다란 골반까지 이어지는 무지막지한 커브가 몇 번을 봐도 너무나 아름답다.
"저기 테사..."
"알았어.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친구라니까."
"고마워요."
훌렁~
아랫도리를 확인한 라이디도 망설이지 않고 전라가 되어버렸다.
탄탄한 몸, 나올 덴 엄청나게 나오고 들어갈 덴 확실히 들어간 육감적인 바디.
달려 있지 않은 라이디는 완벽 그 자체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아!
"주인님도 벗으시지요."
"......싫어."
조금 더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애써 바닥으로 눈을 옮기고 단칼에 거절했다.
알몸이 부끄러운 건 아니다. 더한 것도 보여준 사이인데 그 정도는 문제가 될 리가 없다.
나도 너무 더워서 다 벗어버리고 싶지만...
"그럼 혼자서만 옷을 입고 있을 생각이십니까?"
"문제될 건 없잖아?"
"에이, 홀딱 벗어버리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자구요, 크리스 님!"
"크리스, 우리만 부끄럽게 할 셈인가요?"
필리아와 라이디가 날 끌어올려, 양팔을 감싸왔다. 거기에 부드러운 거대한 네 개의 살덩이가 아찔함을 더해 온다.
그런데도 한쪽은 땀에 절어 미끈미끈 끈적끈적하고 다른 한쪽은 보송보송 보들보들한, 사뭇 다른 촉감이 느껴지는지라 꽤 즐겁다!
"포기하고 얼른 벗지?"
게다가 테사가 다리를 붙잡았고...
"망설이시는 주인님을 위해 메이도 옷을 벗겠습니다."
말릴 새도 없이, 메이는 메이드복을 상의부터 하나하나 스르륵 벗어나가기 시작했다.
테사보다도 작은 가슴과 골반은 섹시함보다는 귀여움을 자아내고 있다.
게다가 아래쪽은 솜털이 난 흔적도 없이 매끈하고, 그저 작게 갈라져 있는 끝부분만이 보일 뿐...
...
이거, 보고 있어도 되는 건가?
마치 범죄를 저지르는 것만 같잖아!?
"메이의 생식기에 관심이 있으십니까? 안타깝게도 겉모습만 조금 구현되어 있을 뿐, 성교는 불가능합니다. 다만 곧 생식파츠로 교체하면 가능해질 예정이니 밤 시중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교체? 몸을 갈아 끼우는 게 가능한 건가요?"
"그렇습니다.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주인님. 파츠의 교체가 가능하더라도, 메이는 아직 성 경험이 없는 처녀 안드로이드입니다. 앤님과 떠나온 차원에는 남자가 없었으니 어찌 보자면 당연한 거지만요."
"그것참 끔찍한 세상이네요..."
"남자가 없다고? 왜?"
필리아는 정색하고, 테사가 물어봤다.
"전쟁으로 인해 전부 죽었습니다. 남녀가 서로 갈라져 다투던 것이 우주 전쟁 수준으로 번졌고, 결국 남성들이 패해 모두 처형당했습니다."
뜬금없이 다른 차원의 존재들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나 머리의 1/4가 날아갔음에도 끄떡없는 메이가 범상치 않은 존재라고 느끼고 있었고, 이차원의 존재라면 이미 필리아의 전례가 있었기에 딱히 놀랍진 않았다.
...
남자들을 전부 죽여버렸다는 건 섬뜩하긴 하지만.
"그래서 앤님은... 아닙니다. 잊어주십시오. 주인님, 메이가 옷을 벗겨드리겠습니다."
"하아... 그래, 맘대로 해."
딱히 빠져나갈 방법은 없어 보이기에, 저항을 포기했다.
이내 메이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내 웃옷을 벗겼고, 치마와 속바지를...
...
잠깐, 메이는 내가 낭자애라는걸 모르는 거 아닌가?
"메이, 잠깐... 테ㅅ!"
훌렁~
미처 테사에게 부탁하기도 전에, 메이는 치마와 속바지를 내려버렸다.
"주인님... 아까부터 페니스의 반응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혹시 메이의 몸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시는 겁니까? 원하신다면 풍만한 몸으로 바꿔올 수도 있습니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렇다면 임포텐스입니까? 주변의 반응을 볼 때 바르다고 판단됩니다. 젊은 나이의 임포텐스는 심인성일 가능성이 큽니다. 전문가에게 심리 치료를 받으실 것을 권장해 드립니다."
...
젠장...! 그거 때문에 옷을 벗기 싫었던 건데!
게다가 놀라지도 않고 달려 있는 게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더하여 순식간에 발기부전이라고 못 박기까지 하다니!!!
"메이, 그게 아니라..."
"그보다 어떠신가요? 옷을 벗고 나니 시원하시지요?"
"...아까보단 낫긴 하네."
메이가 말을 돌리는 게 분명해 보였지만 덕분에 진정할 수 있었다.
게다가 애써 부끄러움을 걷어내고 나니, 더위가 확실히 가시는 게 느껴졌다.
여기저기에 펼쳐져 있는 여성의 나신들도 계속 보다 보니 조금은 적응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면, 이제 이르지만, 점심을 드시는 게 어떠신가요? 뜨겁지 않은 음식들로 구성해 두었습니다."
"벌써? 어느새 점심도 준비했다고?"
"주인님의 기분, 취향, 현재 상황을 잘 파악하고 미리 준비하는 것도 메이의 즐거움 중 하나니까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