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화 〉 바닷가에서의 일화 2
* * *
봉긋한 가슴라인, 유륜을 아슬아슬하게 가리고 지나가는 두 개의 분홍 끈...
그것들이 하나가 되는 지점은 예상외로 전혀 튀어나와 있지 않았고, 허벅지 사이의 깊은 곳으로 매끈하게 들어가며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은밀한 곳 주변으로...
미처 정리하지 못한 것처럼 듬성듬성 자라 있는, 은색의 털들이 삐져나와서...
...
아니, 날 놀려먹겠다고 마법을 이렇게 실감 나게 거는 거냐, 테사!?
"테사! 무슨 짓이야!?"
"왜 그래? 필리아도 입고 있는, 그저 평.범.한 수영복일 뿐이라구? 그보다 프릴 예쁘지 않아? 한번 만져봐."
돌연 테사가 내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에 가져다 댔다.
보이는 것에서 예상할 수 있었던, 탄력 있으면서도 몰캉한 촉감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으앗!?"
기겁한 나는 황급히 손을 떼려고 했지만...
"심한 말을 한 크리스가 잘못했잖아? 그러니까, 피하면 모두에게 걸어 준 마법 전부 풀어버릴 거야."
"윽..."
테사는 작게 속삭이며 협박했다.
분명 내가 잘못한 건 아니고, 그러니 단호히 거절할 수 있겠지만...
여기서 테사의 심기를 거스르면 분명 난장판으로 만들 게 뻔하다.
...
그래서 잠자코 있을 수밖에 없었다.
라이디도, 필리아도 해변에서 놀 생각에 잔뜩 기대하고 있는데...
별것도 아닌 거로 괜히 분위기를 망치긴 싫었으니까.
"어머, 프릴이 마음에 들었어? 부드러운 촉감이 좋지? 계속 만지고 싶지? 자, 그럼 여기에 달린 것도 만져보는 게 어때?"
이번엔 내 손을 그의 아래쪽으로 밀어 넣었다.
"테사, 잠깐...! 아윽! 이게 무슨..."
만져본 적은 없지만, 책에서 봐서 구조는 알고 있는...
소중한 곳을 감싸며 지켜 주는 대음순의 부들부들함이 느껴진다.
"읏... 거기가 아니고... 여기..."
대음순 사이에 파묻힌 끈을 살짝 젖히고, 더 안쪽으로 내 손을 유도하는 테사.
입을 꾹 다물 듯, 잔뜩 오므라진 채 자기 어필을 하는 소음순,
그리고 그 끝에 자리 잡은 작은 콩알... 이건 분명 클리토리스!
마치 여성기를 만지작거리는 것만 같은 생생함이 손끝을 타고 올라오고 있다!
"하아... 프릴... 크리스도... 윽... 좋지...?"
그리고,
뭔가 끈적한 액체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이... 이건...!?"
"평범한... 흣... 옷이... 으으... 어쨌다고...?"
테사는 내 반응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번엔 내 손에 고간을 비벼대기 시작했다.
"아으... 아무리 마법이라지만... 이건...!?"
"으흐.. 마법이라곤... 하앙! 옷을... 바꾼 것뿐인데...?"
"테사! 장난은 그만...!"
"그래서... 하응... 내 옷이 어떻다고...?"
야릇한 표정을 지은 채 날 올려다보는 테사.
보이는 건 새빨갛게 잔뜩 달아오른, 수컷을 원하는 암컷의 얼굴...
거기에 서려 있는 색기는, 어딜 봐도 남자의 것으로 생각할 수가 없었다.
"...식상하게 노출이 많지 않고, 슬렌더한 몸매에 어울리면서도 매력적인 부분을 부각하기 위해 세심하게 고른 프릴이라서 좋아. 분홍색도 잔뜩 귀여움을 어필하면서도 한편으론 청순한 느낌이 드는 이미지라서 너무 잘 어울려! 그래서 좋아! 좋아요!! 그러니까 제발 봐줘, 테사!!!"
"브... 하아... 그래... 아쉽지만, 간곡하게 부탁하는 것 같으니 특별히 봐줄게."
"핫...!"
테사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그의 다리 사이에서 재빠르게 손을 뗐지만...
그 끝에는 끈적끈적하고 허연 액체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자, 다 골랐으면 얼른 사고 바다로 가죠!"
분명 그녀의 눈앞에서 벌어졌는데도, 무슨 일 있었냐는 것처럼 태연하게 말하는 라이디.
아무래도 라이디와 필리아는 테사의 장난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아니면 그새 인식저해 마법을 걸고 있었을 수도 있고...
"응... 그러자..."
나는 손을 등 뒤로 숨기며 답했다.
그리고 조심스레 손가락을 붙였다 벌렸다 하며 묻어 있는 액체의 느낌을 재확인했다.
이 질감...
오묘하게 매끄럽고 끈적한...
정액일 리가 없다. 쿠퍼액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많다.
본 적도 없고 만져본 적도 없지만, 이건 확실히 애액일 것만...
아니, 애액이어야만 설명이 가능할 것 같은데...
마법으로 이런 것까지 가능한 건가?
너무나도 궁금하지만, 대놓고 물어볼 수도 없는 일이니 그저 의문부호로 남게 될 뿐이었고...
진심으로 테사가 여자였다면 너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새록새록 들기 시작했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우린 백사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수영복도 샀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물놀이를 시작...
하나 했는데...
발을 몇 번 담가 보던 테사는 그새 질렸는지 파라솔 아래서 책을 읽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고,
필리아는 물놀이는 내일 하자고 말하곤 그의 옆에 누워 일광욕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라이디와 남겨진 나는, 그녀로부터 수영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자,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 같으니까, 이제 저기 헤엄치는 사람이 있는 곳까지 스스로 갔다 와보세요."
"으음... 괜찮을까...?"
"걱정하지 말아요.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구하러 갈 테니까요!"
손으로 이끌어주지 않아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걱정되지만...
그래, 라이디를 믿지 않으면 누굴 믿겠어.
"알았어. 다녀올게. 하... 후... 흡...!"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물속으로 몸을 담근 후 열심히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열심히 팔과 다리를 놀리니 점차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
그렇게 쭉쭉 물을 가르며 헤엄쳐 가다가...
슬슬 꽤 멀리 나아간 것 같아서, 자리에 멈춰서서 라이디를 불렀다.
"푸하! 나 도착했... 어... 라... 이디...?"
하지만, 저 멀리 있는 라이디는 흐릿하게 보였고...
더하여 왠지 모르게 다리의 힘이 풀려갔고...
점점 의식이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어... 여긴...?"
"정신이 들었어요?"
"응..."
옆에서 라이디의 목소리가 들려, 안도하면서도 급히 주변을 둘러봤다.
이미 하늘은 어스름한 색으로 변해 있었고, 저 멀리 백사장과 도시가 보였다.
"크리스를 구하러 갔다가, 물살에 휘말려서... 외딴 섬에 표류하고 말았어요. 지금 출발하면 위험하니까 필리아가 구하러 오길 기다리거나, 다시 해가 뜨면 수영해서 가도록 하죠."
"알았어. 그런데 왜 뒤돌아서 앉아 있는 거야?"
"이... 이쪽으로 오지 마세요! 아니, 와도 되지만... 그게... 지금은 곤란하니까..."
아아...
잠깐 멈칫했다가, 이내 어떤 상황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아마 테사로부터 멀리 떨어지게 되어서 인식개변 마법이 풀린 거겠지.
"자, 이걸로 덮어."
그래서, 래시가드를 벗어 라이디에게 건네줬다.
"앗! ...고마워요."
래시가드를 가져가는 걸 확인한 후, 나는 그녀와 등을 맞대고 앉았다.
"크리스는 항상 상냥하네요."
"그런가?"
"가끔 짓궂기도 하지만요. 그보다 오늘 어땠어요?"
"재밌었어. 주변의 시선이 신경 쓰이긴 했지만..."
"그래요? 무슨 일 있었어요?"
"아니, 그냥... 라이디를 빤히 바라보는 남자들이 있길래..."
"보라고 해요. 어차피 절 가질 수 있는 건 크리스뿐이고, 그들은 그저 부러워할 뿐이니까요. 그리고, 시선의 절반 정도는 크리스를 보고 있었을걸요?"
"응?"
"크리스는 예쁘니까... 게다가 이런 야한 가슴... 드러낸 채로 해변을 활보하고 다녔으면 우리들보다 훨씬 시선을 끌었을걸요?"
"흣...!"
갑자기, 라이디가 손가락으로 내 유두를 훑었다!
급히 손으로 입을 가렸지만...
찌르르하고 퍼져나가는 쾌감에 순식간에 터져 나오는 교성을 막을 순 없었다.
"조그맣고 예쁜 모양... 페니스도 그렇고... 어쩌다 보니 크리스의 이곳저곳을 전부 보게 되었네요. 그런데... 크리스는... 제 이곳저곳이 궁금하지 않은가요...?"
"으읏... 으하... 당연히 나도... 라이디를... 흣... 알고 싶어..."
"그럼... 괜찮은 거죠?"
내 가슴을 괴롭히던 손이 멈춰서, 고개를 돌려 라이디를 바라봤다.
그녀는 볼에 홍조를 가득 띠고 있었고...
나만큼이나 긴장했는지, 속눈썹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간절히 나를 원하는 모습에 기뻐하며, 안도하며, 기대하며...
나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선 라이디는 내 앞에 서서
허리에 묶은 래시가드를 천천히 풀어나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