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화 〉 필리아 버스트 3
* * *
"라이디 님, 주무시고 계신가요?"
"아니요..."
모두가 잠자리에 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필리아가 라이디를 찾아왔다.
라이디는 저녁을 먹을 때부터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밥 먹는 내내 야릇한 표정으로 그녀를쳐다보는 필리아의 저의는, 분명 '오늘 밤에 야한 짓을 하고 싶다'라는 거였으니까.
"배부르기는 한데... 필리아는 오랜만이라 더 즐기고 싶어요. 간식을 먹고 싶다고 할까요? 그러니까 아까 받았던 권리로, 라이디 님의 것을 잔뜩 먹고 싶어요!"
"알았어요, 필리아. 다만 부탁이 있어요."
"부탁이요?"
"부끄럽지만... 꿈에서라도 크리스와 해보고 싶어요."
"흠... 흐음..."
고민하는 필리아를 보니 라이디는 살짝 불안해졌다.
이런 부탁을 하는 자신이 변태 같다고, 역겹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혹시 불가능한 건 아닐까...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우려들이 그녀를 잠식해 갔다.
그러나 다행히도 필리아는 금세 입을 열었다.
"가능하긴 한데, 라이디님은 크리스의 알몸을 본 적 있어요?"
"네?? 아... 으... 그게... 사실... 없는데..."
"필리아도 크리스 님의 나신을 본 적은 없어요. 그래서 라이디 님의 꿈에서 크리스 님이 잘 재현될지 모르겠어요."
"그런가요..."
펠라치오까지도 했던 사이인데, 알몸을 보지 않았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저 필리아는 라이디를 달아오르게 하려고, 최고의 상태에서 착정을 하려고 약간의 거짓을 섞은 것뿐이었다.
"그러니까, 일단 크리스 님의 구석구석을 감상하고 나서 꿈에서 섹스를 하는 게 어떨까요? 이왕 할 거면 완벽한 게 좋잖아요!"
"...네?"
"크리스 님을 벗겨보자구요."
"그, 그건... 그러니까... 크리스에게 물어봐야 하는 게..."
"만지는 것도 아니고, 보는 것 정도로는 범죄는 아니죠. 게다가 크리스 님은 라이디님을 좋아하고 있잖아요? 곧 사귀게 될 사이인데, 조금 진도가 빠를 뿐 문제는 없을 거예요."
"하으... 그렇긴 한데..."
다른 것보다도 '사귀게 될 사이'라는 말이 라이디의 가슴을 찡하게 울렸다.
필리아도 이미 공언하고 있을 정도로, 곧 크리스와 사귈 사람은 바로 라이디 자신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크리스의 알몸을 보는 것 정도는 정말 별 게 아닌 것 같이 느껴지긴 했다.
"자자, 그럼 어쨌든 통념적으로 허용 범위인 상반신까지만 벗겨 보고, 그다음으로 넘어갈지는 라이디님이 결정하는 건 어떤가요? 이 정도면 괜찮죠?"
"......"
굳이 답을 듣지 않아도, 이미 라이디는 넘어왔다는 걸 필리아는 직감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필리아는 즉시 테사와 크리스를 깊은 잠에 빠지게 했다. 그리고 크리스를 침낭에서 꺼내, 뒤에서 끌어안았다.
"휴, 준비는 마쳤고, 필리아는 슬슬 시작할게요. 라이디님이 손을 대면 범죄에요. 게다가 크리스 님의 기대를 배신하는 일이니까, 꾹 참고 보기만 하셔야 해요!"
"네. 알았어요..."
이미 '크리스의 알몸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성이 마비되어 버린 라이디.
그렇게 말하는 필리아는 크리스의 이곳저곳을 만질 거라는 객관적 사실 같은 건 이미 안중에 없었다.
"읏차! 거추장스러운 외투는 치워버리고... 라이디님, 가까이 오세요."
라이디는 크리스의 앞에서 얌전히 무릎을 꿇었다.
"뜸 들이진 않을게요. 바로 벗길게요!"
이내 필리아는 크리스의 상의를 스르륵 벗겨냈다.
그의 하얀 피부가, 깊게 파인 쇄골이, 보드라운 어깨가 점차 드러나기 시작했다.
"겨우 한 꺼풀 벗으면 이렇게나 야한 몸이 있는데... 인간들은 옷을 입고 살아야 한다니 필리아는 참 안타까워요. 에잇!"
그렇게 말하며 한 번에 마저 벗겨버리는 필리아.
크리스의 가슴과 복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지켜보던 라이디는 마른 침을 삼켰다.
"하아... 크리스... 이게 크리스의..."
"예쁜 분홍색인 것 같은데, 잘 안 보이죠? 지금이 밤이어서 너무 아쉽네요."
달빛과 모닥불의 빛에만 의존해야 하기에, 선명하게 보이는 것은 아니니 아쉬울 만도 했다.
그러나, 라이디로선 이렇게나마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다.
"보세요, 크리스 님의 유두가 발딱 섰어요. 차가운 밤공기를 쐬어서 그런지, 아니면 라이디님이 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건지... 아마 라이디 님의 시선에 부끄러워하는 거겠죠?"
"헤으... 크리스..."
"그리고 넓게 보자면... 크리스 님은 낭자애라 그런지, 가슴에도 약간 살집이 있네요. 어떻게 보면 덜 발달한 여자애 같고, 또 다르게 보면 아슬아슬하게 남자애 같기도 하고..."
"맞아요... 너무 귀엽게 생겼어요..."
"필리아나 라이디 님의 것에 비하면 정말 하찮은 크기라고 할 수 있지만, 그래서 더욱더 귀여운 거 같아요. 그보다..."
필리아는 지긋이 라이디를 쳐다봤다.
그러나 라이디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한 기색이었다. 이미 크리스의 몸에 정신이 팔렸었으니까.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필리아는 쐐기를 박았다.
"아래로 갈까요? 말까요?"
"..."
"부정하지 않으시면,필리아는동의하는 거로 받아들일 거예요?"
"......"
"그럼... 자아, 크리스 님의 은밀한 부분이 있는 곳으로 내려갑니다!"
이번엔 필리아가 양손으로 크리스의 허벅지를 쓰다듬어갔다.
"탄탄하고 매끈한 허벅지, 좋네요. 요즘 오랜 시간 걷는 데다 열심히 훈련하고 계시지만, 안타깝게도 근육이 붙기보다는 탄력이 있는 정도에서 머물고 있어요. 낭자애가 된 것의 부작용인 걸까요?"
"하으..."
"만지고 싶어요? 쓰담쓰담 해보고 싶어요? 안 돼요. 라이디님은 눈으로만 감상하세요. 안타까워도 참으세요. 나중에 사귀기 시작하면 지겹도록 만질 거잖아요?"
필리아는 라이디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녀가 애타는 건 허벅지 때문이 아니다.
일부러 살짝살짝 보여주고 있는, 그 너머의 것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 게 분명했다.
필리아도 빨리 라이디의 것을 잔뜩 맛보고 싶었기에, 굳이 그녀를 더 몰아붙이지 않고 빠르게 진도를 뺄 생각이었다.
"이런 거보다, 그거 보고 싶은 거죠? 에잇, 바로 메인 디시로 가버릴게요!"
필리아는 크리스의 치마를 벗기고, 순식간에 속바지도 내려버렸다.
"하아, 크리스 님의 포경 자지라니... 이건 필리아도 처음 보는 귀한 광경이에요. 귀엽지 않나요? 사랑스럽지 않나요?"
"아으... 입에 넣어버리고 싶어요..."
"죄송하지만 그건 안 돼요. 대신 가까이 와서 자세히 감상하고, 확실히 기억해 두세요. 이따 꿈에서 만날 크리스 님은, 라이디 님의 기억을 바탕으로 할 테니까요."
"너무해요... 이런 걸, 크리스의 걸 앞에 두고 참으라니..."
"포경 자지도 좋지만, 역시 까보고 싶죠? 섹스할 때는 이건 분명 벗겨질 테니까, 반드시 확인해야 하기도 하고요. 그러니 제가 크리스 님의 것을 발기시켜 볼게요. 괜찮죠?"
"하아, 하윽... 크리스..."
결국 라이디는 참지 못하고 클리토리스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잠깐! 라이디님, 뭐 하시는 거예요? 겨우 이 정도로 만족해하시는 거예요? 아직 최상급 디저트가 남아 있다구요!"
"후에... 읏... 디저트?"
"라이디님은 축복받은 몸을 지녔으니까, 크리스 님한테 넣을 수도 있잖아요? 그렇다면, 아마 이곳을 사용하지 않겠어요?"
크리스의 무릎 뒤쪽을 잡아드는 필리아.
다리가 M자로 벌어지며, 크리스의 엉덩이 사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어머어머, 이쪽도 분홍색이라니, 필리아는 여길 맘껏 사용할 라이디님이 정말 부럽네요!"
"흐앗! 으아앗! 아니, 그런... 하으..."
"그거 아세요? 괄약근은 위아래보다는 좌우로 조이는 힘이 더 강해요. 그래서 잘 발달한 경우, 세로로 벌어지게 되죠. 크리스 님의 것도 세로로 예쁘게 벌어진 걸 보니 상당한 명기일 것 같네요. 여기, 엄청 기분 좋을 것 같지 않아요?"
"흐윽... 아아, 안돼...! 흑... 열심히 참고 있었는데..."
울상을 지으며 아래쪽을 가리는 라이디.
상스럽게도 크리스의 애널을 보자마자 그녀의 페니스가 발기해 버렸다는 걸, 필리아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괜찮아요. 자연스러운 거니까, 자신을 책망하지 말아요. 혹시 라이디님은 자신의 페니스를 만져본 적이 있으신가요?"
"으... 하... 딱 한 번..."
"에? 겨우 한 번만 만졌다구요? 그럴 수가... 기분 좋지 않았어요?"
"아니에요... 왠지 죄를 짓는 것만 같아서..."
"기분 좋은 걸 억지로 거부하다 보면 더 나쁜 상황에 몰릴지도 몰라요."
필리아는 라이디의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대,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게 했다.
"그래서 말인데... 필리아가 한 발 빼줄까요?"
입을 살짝 벌려, 기분 좋아지는 끈적한 구멍으로 유혹하는 필리아.
크리스도 단번에 넘어왔었다. 이 정도로 달아오르게 했으면 천하의 라이디도 쉬이 거부하긴 힘들리라.
저 거대한 페니스로 목구멍 깊숙한 곳까지, 숨이 넘어가기 직전까지 쑤셔넣어진다고 상상하니 아찔한 기분이 드는 그녀였다.
"아, 안 돼요! 전 크리스의 거니까..."
생각보다완강하게 거부하는 라이디.
그러나 필리아로선 이미 예상하던 바였기에, 숨겨두고 있던 두 번째 수를 꺼냈다.
"그럼, 라이디 님의 입으로 해보는 건 어때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