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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랩 매지션즈-27화 (27/114)

〈 27화 〉 테사의 위안 ­ 2

* * *

어스름한 달빛으로 인해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테사의 눈에는 침대에 기대어서 아래쪽을 만지는 크리스의 실루엣이 확연히 보였다.

그는 문이 열렸다는 걸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한 기색이었다.

당연했다. 테사의 마법으로 인해, 그녀가 만진 문의 변화를 이상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상태니까.

'필리아론 부족했나 보네. 보기보단 절륜하잖아?"

크리스의 머리맡에 앉아 나직이 감상하는 테사.

그는 눈을 감은 채, 천천히 페니스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실물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3년을 바로 옆에서 같이 살았던 테사였지만, 크리스의 자위행위를 본 적은 없었다.

매지션즈에서의 그는 줄곧 참아왔다. 절대 낭자애들을 떠올리면서 딸치고 싶진 않다고 다짐하며, 굳은 의지로 성욕을 이겨냈었다.

'설마... 진짜 내 팬티로 딸치는 걸까?'

필리아가 한 발 빼준 이후, 크리스가 흥분할 만한 거라곤 그녀의 팬티를 보여준 것밖에 없었다.

분명 그럴 거라고 생각하니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 테사.

이내 자신의 치마를 들치고 손을 허리께에 가져갔다.

'에잇!'

그리고, 갓 벗은 팬티를 크리스의 얼굴에 씌웠다.

'풉, 변태 같아.'

얼굴에 여자 팬티를 뒤집어쓴 채 자위를 하는 낭자애의 모습. 영락없는 변태였다.

제정신의 크리스라면 소스라치게 놀랐겠지만, 그는 위화감을 느끼지 못하고 그저 손으로 자지를 흔들어댈 뿐이었다.

그것이 바로 그녀의 마법인 '인식저해'의 효과.

다만, 말의 뜻과는 달리 그 효과는 '인식하기 어렵게 만드는 효과'가 아니었다.

정확히는 마법이 걸린 대상이 존재하는 것을 너무 당연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 결과로 대상을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크리스가 테사의 팬티를 인지하지 못하는 게 아니었다.

다만 '얼굴에 팬티가 씌워져 있다'던가 '냄새가 난다'라는 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너무나 당연하고 일상적인 것으로 느껴지기에, 기억에도 남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테사는 한없이 부끄러웠다.

크리스가 기억하지 못할 뿐, 하루 내내 입고 있던 그녀의 팬티 냄새를 맡고 있는 거였다.

땀, 오줌, 애액 등... 눅진하게 녹아 있는 그녀의 다양한 체취가 묻어 있을 게 분명했다.

한편으론 크리스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어떻게 보자면 딸감을 던져준 거긴 하지만, 그의 의중을 물어본 건 아니었다.

기본적으론 더러운 걸 씌운 거기도 했고.

하지만, 테사는 이내 상념을 걷어버렸다.

'아내'로서 못 해줄 건 없으니까.

'남편'이라면 받아줄 테니까.

그러니 테사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크리스는 받아줘야 했다.

반대로 크리스가 무엇을 요구해 오더라도 테사는 기꺼이 받아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아무 소리도 안 내잖아? 쳇, 재미없는데...'

크리스를 쭉 지켜보던 테사는 조금 실망해버렸다.

남자들은 자위할 때 그다지 신음소리를 낼 일이 없다는 걸 몰랐던 거였다.

'하아... 진짜 내 팬티로 딸치는 건지 궁금한데, 저질러 버릴까? ...에잇, 내 팬티를 쓰고도 아무 반응 없는 크리스가 잘못한 거니까!'

스스로 정했던 '금기'를 깨버리기로 결심한 테사는, 크리스의 귀에 입을 가져다 댔다.

"크리스, 무슨 생각 하면서 자위하고 있었어?"

"테사... 팬티..."

마치 최면에 걸린 것처럼 테사의 물음에 답하는 크리스.

이상할 건 없었다. 테사의 '당연한' 질문에 '당연하게' 답한 것뿐이었다.

예상대로 자신의 팬티를 딸감으로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테사는, 기쁜 속내를 애써 감추며 크리스를 조금 더 몰아붙였다.

"그거, 얼굴에 쓰고 있잖아. 어때?"

"좋아..."

"더 자세하게 묘사해 줄래?"

"보자마자 얼굴을 파묻고 싶었어. 이런 건 처음이야. 가장 진한 여자의 냄새... 라이디의 냄새보다 훨씬 깊고 따뜻하고 좋아..."

"흐읏... 하아... 그래?"

라이디보다 낫다는 말이 테사의 뇌리에 꽂힌다.

안그래도 그녀보다 매력이 부족한 건 아닐까 계속 신경 쓰고 있던 차였기에, 크리스의 고백은 그녀의 가슴을 더욱 울렸다.

어느 때보다도 흥분해버린 테사는 몸을 일으켰다.

일단 저지르고 싶었다.

그녀가 지금 크리스의 위에 올라타면, 섹스를 해 버리면 누구도 모르게 기정사실을 만들 수 있다.

혹시 들키더라도, 3년 동안 함께였다는 걸 밝히면 크리스가 돌아봐 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럴 거였으면 매지션즈에서 같이 있었을 때 진작에 저질렀으리라.

테사는 마법의 힘을 빌리고 싶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매력만으로 그를 매료시키고 싶었다.

비겁한 사랑은 싫었다.

짝사랑을 넘어, 진정한 맞사랑으로 넘어가고 싶었다.

작고 귀여운 페니스를 넣어버리고 싶은 욕망을 가까스로 참으며, 테사는 크리스의 허벅지 위에 올라탔다.

그의 손 움직임에 맞춰, 허리를 움직여 고간을 비벼댔다.

"크리스... 하응..."

테사의 입에서 교성이 터져나왔다.

팬티를 보여준 걸 곱씹을 때부터 크리스의 자위행위를 목도할 때까지 계속 흥분해 있었기에, 그녀의 아랫도리는 이미 애액으로 흥건한 상태였다.

그것들은 훌륭한 윤활유가 되어, 테사의 쾌감을 빠르게 증폭시켜 갔다.

"흐으... 바보, 멍청이... 사랑해... 하아... 너도 그렇지?"

나직이 신음하는 테사의 목소리가 닿은 걸까, 크리스의 움직임도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크리스, 쌀 것 같아? 읏... 그래도 조금만 참아... 같이... 가...?"

"...으윽!"

애원하듯 참으라고 부탁하는 테사.

하지만, 이미 크리스는 울컥울컥 쏟아지는 정액을 자신의 손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야! 같이 가자니까? 남자애가 그걸 못 참아?"

"하으..."

"괘씸해. 이건 정말 크리스가 잘못한 거니까! 내 맘대로 할 거야!"

크리스의 손을 억지로 펴서, 정액을 긁어모아 그의 자지에 묻히는 테사.

그리곤 자지의 기둥 부근에 보지를 갖다 대고, 맹렬히 비벼대기 시작했다.

"악! 으극... 만지지도 않고 있는데... 으억...! 왜...?!"

"흣... 이제야 마음에 드는.... 소리를 내는구나... 온몸으로... 하으... 나를 느껴봐...!"

테사의 아랫도리에서 하얀 거품이 일며, 찌걱찌걱대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크리스가 위화감을 느낄수록 마법이 풀릴 가능성이 커지겠지만, 이미 그런 건 테사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다.

크리스가 잘못한 거니까.

"에윽... 이런 거... 흐윽... 이상해...!"

"핫... 하으.. 좋아? 내 몸... 좋은 거지?"

이번엔 온몸을 크리스에게 기대고, 전신을 움직이며 자극해 가는 테사.

크리스만큼이나 그녀도 짜릿한 쾌감을 잔뜩 맛보고 있었다.

허벅지와는 차원이 달랐다. 페니스가 그녀의 균열에 딱 맞게 맞닿아, 구석구석의 성감대를 모두 훑고 지나간다.

그의 가슴에 발딱 선 유두가 스쳐 지나가는 것도 좋았다. 크리스와 밀착한 온몸이 따뜻하게 달아오르는 게 느껴져서 더욱 좋았다.

"흐아... 이번엔 같이 가자. 흣... 확실히 안에다가 싸줘. 알았지?"

"아으... 응... 으으... 윽!"

"좋아, 하으... 나도 가버려... 크리스, 잔뜩 싸질러줘...!!"

마지막 순간에 귀두를 입구에 가져다 대는 테사.

질 속으로 꾸물꾸물 들어오는 크리스의 아기씨들을 하나하나 오롯이 느끼며, 테사도 다가온 절정을 한껏 만끽했다.

"하아... 읏... 좋아... 크리스... 좋았어?"

"..."

"풉, 정신줄 놓을 정도로 좋았나 보네?"

강렬한 오르가즘에 기절해 버린 크리스는 답을 하지 못했다.

'하아... 질내사정해 버렸지만, 괜찮겠지?'

피임 걱정이 들진 않았다. 아마 인식저해 마법으로 인해 크리스의 정자가 테사의 난자를 '인식'할 수 없을 테니까.

그보다도 마법의 힘을 빌리지 않고 그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그녀가 스스로 정한 규칙을 깬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곧바로 자신을 합리화하는 테사였다.

섹스를 한 건 아니니까. 처녀막은 온전히 있으니까. 그저 정액을 들이부은 것뿐이니까.

반칙은 아니었다.

'뭐, 실패하면 크리스의 아이를 낳는 것도 괜찮고... 아무튼, 다행이네.'

크리스가 그녀에게 넘어온 건 아니다.

그래도 자신이 그에게 여자로 보이고 있긴 하다는 걸 느껴서 조금은 안심이 드는 테사였다.

"미안하지만, 그거 돌려받을게. 원하면 언제든 해줄 테니까."

열심히 몸을 움직여 오르가즘을 느끼고 나니, 테사에게 급격히 피곤함이 몰려왔다.

이제 뒤처리를 하고 그의 옆에서 누워 자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크리스의 얼굴에서 팬티를 벗기려던 테사는 잠깐 머뭇거렸다.

조금 고민하다가, 이내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사랑해, 크리스."

그녀의 팬티를 사이에 둔 채 테사는 크리스와 입술을 포갰다.

키스를 한 건 아니니까, 반칙은 아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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