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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랩 매지션즈-13화 (13/114)

〈 13화 〉 라이디의 사정 ­ 1

* * *

'다음 임무를 위해 빠르게 잠드는 것도 기사의 미덕이에요.'

라고 말하긴 했지만, 라이디는 전혀 잠들지 못했다.

그렇다고 일어날 수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자는 척 연기하는 것이 유일한 선택지였다.

이건 크리스와 테사의 대화가 신경 쓰여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대화에 끼고 싶었던 그녀였다.

하지만 크리스의 몸을 만져서 달아오른 몸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조금 전까지는 어떻게든 참아낸 라이디였다. 애써 딴생각을 하면서 간신히 억누르고 있었다.

그러나 침낭에 눕는 순간 모든 긴장이 풀리고, 참아왔던 성욕이 한꺼번에 몰려와 그녀를 더욱 미치게 했다.

크리스 앞에서는 왜인지 모르게 대담해지는 라이디.

아까는 대담하게 크리스의 이곳저곳을 만졌었다. 그리고 지금은 대담하게 크리스를 덮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다들 깨어 있으니까, 참아야 하는데...'

더하여 테사가 있기에 참아야만 한다.

그보다도 크리스가 참아 달라고 했으니까, 약속을 지키고 싶다.

그렇게 결심한 채 잠들기 위해 노력한 라이디.

그러나 아무리 누워 있어도 잠은 오지 않고, 그녀의 불만은 오히려 커져만 갔다.

'하아...'

계속 뒤척이던 라이디는 살짝, 작은 기대감을 담아 크리스 쪽을 바라봤다.

불행인지 혹은 다행인지, 테사와 대화하느라 크리스는 라이디에게 전혀 시선을 주지 않고 있었다.

'조금... 조금만 만져볼까?"

소리만 내지 않으면 들킬 일은 없다. 이 욕구를 풀어내지 않으면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겠으니 어쩔 수 없다. 이건 생리현상일 뿐이고 자연스러운 거니까.

결국 그렇게 자신을 합리화한 라이디는, 참는 것을 포기하고 양손을 아래로 가져갔다.

'크리스...'

야한 짓을 하겠다고 생각했으니, 라이디는 당연히 크리스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미처 선을 넘지 못하고 스스로 부끄러워 하는 표정,

그녀의 손길을 버티지 못하고 터져 나온 야릇한 신음 소리,

게다가 작고 귀엽지만, 자기주장이 확실한 페니스까지.

하나하나가 라이디를 흥분하게 만든 것들이고, 오늘의 소중한 반찬이 되어줄 것들이다.

정말 그러하다는 걸, 라이디의 것도 빳빳하게 서서 주장하고 있었다.

'하아, 왜 이러는 걸까?'

남성에게 달려 있어야 할 물건. 여성에겐 절대 존재할 리 없는 물건,

페니스.

라이디에겐 그저 전혀 '반응이 없으'며, '달려 있을 뿐'인, '작았던' 막대기였다.

분명 얼마 전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크리스를 떠올리려면 어쩔 수 없으니까."

복근 위로 느껴지는 묵직한 감각을 애써 무시하고, 그녀의 두 손은 조금 더 깊은 곳으로 뻗어간다.

그리고, 드디어 마주쳤다.

소중한 곳.

크리스를 당장이라도 받아들이고 싶어서 안달이 난,

그녀 본연의 것인 게 분명한 여성기.

라이디는 숨을 크게 내쉬었다.

마음을 준비를 마치고, 아무 쓸모도 없고 그저 방해만 되는 음낭을 걷어 올렸다.

다른 손으론 그 이면에 곱게 숨어 있던 클리토리스를 손가락 끝으로 톡톡 두드렸다.

'으으...'

살짝 닿았을 뿐인데, 저릿하면서도 몽글몽글한 느낌이 라이디를 덮친다.

'좋아...'

오랜만의 쾌감, 아니, 당장의 쾌감은 하찮기 그지없다.

다만 그 끝에 비로소 다다를 오르가즘에 대한 기대감에 기뻐하는 라이디.

그녀는 크리스를 떠올리며 손가락으로 클리토리스를 비비기 시작했다.

*

처음 크리스를 봤을 때, 라이디는 너무 놀랐다.

지금껏 자라오면서 누구에게도 이끌림을 느낀 적이 없었다.

그러나 크리스를 보고 처음으로 반해 버렸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흑발의 차가울 것만 같은 인상의 냉미녀.

하지만 라이디의 눈에는 한없이 따뜻하게만 보였다. 그저 사랑스럽게만 비쳤다.

*

'하읏... 으, 으하앙...'

크리스의 외모를 떠올리자, 마치 소름이 돋듯 라이디의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신음이 새어나갈 것만 같았지만, 어떻게든 간신히 참아낼 수 있었다.

*

이내 라이디는 자신이 여성에게 이끌린다는 사실에 당황했다.

여느 남성에게도 끌린 적이 없었고, 평생 자신을 여성이라고 생각해 왔으니까.

몸은 저 아리따운 흑발의 여인을 강렬하게 원하고 있는데, 머리는 열심히 현실을 부정했다.

그래서, 생각이 정리될 때까지 라이디는 그저 멍하게 바라만 보고 있었다.

*

'이거, 너무 좋아... 하아.. 크리스...!'

라이디의 손가락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더 이상 자신의 페니스에 대한 건 떠오르지 않았다.

크리스와 하고 싶다. 크리스의 것을 오롯이 받아들이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해져 간다.

아래쪽은 흥건히 젖어 질척거리는 정도라는 걸, 굳이 만지지 않아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손가락을 기분 좋아지는 균열 사이의 깊은 곳으로 밀어넣어보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그녀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곳의 처음은 크리스를 위해서 아껴놔야만 하니까.

크리스의 것이 아니면 절대 안 된다고 되뇌며 가까스로 참아 냈다.

*

다행히도 나나의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알아챘다.

그리고 크리스의 반응을 보고 확신했다.

그가 실은 여성스럽게 생긴 남자아이라는 걸.

역시 자신은 여성이었다고 깊게 안도하면서도, 라이디는 직감했다.

이 사람을 놓치면 평생 홀로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고.

그와 함께하는 건 내 운명이라고.

*

'하아, 크리스.. 크리스으으...'

그녀의 클리토리스는 자극이 한계치까지 쌓였다는 걸 보여주듯 크게 부풀어 있다.

이내 라이디는 클리토리스를 비비는 것을 멈추고, 살짝 꼬집는 걸 반복하기 시작했다.

이미 아래쪽은 가버릴 준비를 마쳤지만, 이대로 가버리면 너무 얕게 가버리고 만다.

여기서 깊게 가버리려면, 하다못해 그것에 근접이라도 하려면 이렇게 쌓인 쾌감을 주변에 퍼트려야 한다.

온몸의 곳곳이 정복당하고 마지막으로 뇌까지 쾌감에 함락되는 순간, 최고의 다행감이 찾아오니까.

*

라이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여성으로서의 욕구를, 그리고 작게나마 공존하는 남성적인 욕구를 모두 만족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

게다가 차가우면서도 청순한 여자애의 외모에 걸맞지 않게,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강해 보이려고 애쓰는 귀여운 남자애 같은 성격의 갭에 그녀는 더욱 이끌렸다.

*

'으, 흐읏...!'

라이디가 몸을 움츠린다.

공을 들인 끝에, 클리토리스로부터 은은한 쾌감이 그녀의 온몸으로 아련하게 퍼져간다.

'흐으.. 아아, 하아아...'

라이디의 몸이 작게 경련했다.

가벼운 절정.

한계치에서 폭발했던 클리토리스의 감각은 빠르게 흩어져 버렸다.

반면 라이디의 뇌 속은 하얗게 물든 채 남아있었고, 정신은 아득해져만 갔다.

그녀의 몸은 기억하고 있다. 이는연속 절정에의 준비를 마쳤다는소식이라는 걸.

'하앗... 조금만 더...'

크리스를 만졌던 것 때문에 달아올라서 그런지, 아니면 오랜만의 자위라 그런지는 몰라도 평소보다도 쉽게 느끼고 있는 그녀였다.

평소에는 몇 번은 가볍게 가고 나서야 깊은 오르가즘이 시작되곤 했다.

하지만, 오늘은 첫 번째인데도 벌써 오르가즘의 한계 직전까지 몰린 듯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빨리...'

가버린 건 맞지만, 오랜만의 자위를 이렇게 끝내기엔 너무 아쉬웠다.

이 정도론 끝까지 버틴 의미가 없다.

줄곧 '페니스를 문질러 보고 싶다'는 욕구를 간신히 참은 것에 대한 보상으론 한참 부족하다.

깊게 가버리고 싶다. 그래야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교대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기도 했기에, 라이디는 치트를 쓰기로 했다.

'읏, 하읏...'

클리토리스의 포피를 벌려 완전히 노출시켰다.

동시에 다른 손으론 검지와 중지를 세워, 소중한 부분의 갈라진 틈 사이를 스윽 훑었다.

그리고, 그렇게 모은 끈적한 애액을 클리토리스에 골고루 발라갔다.

"흐아... 하으응...... 흡!"

라이디의 입에서 작은 교성이 터져나갔다.

손가락으로 클리토리스를 살짝 비볐을 뿐인데, 가볍게 가버릴 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강렬한 쾌감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당황한 그녀는 손으로 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위험했어...'

라이디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크리스가 불침번을 위해 깨어 있을 텐데, 하마터면 들킬 뻔했다.

'그래도, 빠르게 끝내면...'

당황해서 자위의 흐름이 끊겨 버렸지만, 아직 쾌감이 가라앉진 않았다.

놀란 마음을 가다듬고, 그녀는 다시 클리토리스에 감각을 집중했다.

손가락으로 살짝 꼬집어서 감도를 다시 살리고...

"라이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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