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그 날은 성주와 유치원일로 정례 협의를 할 예정이었다.
정오에, 성주의 남편이 운영하는 카페 「미스티 마운틴」
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있었다.
평상시라면 둘째 딸도 함께 데리고 가지만,
그 날은 할머니가 하루 돌봐 준다 라고 해,
방금, 친가에 아니를 데려다 주고 왔던 것이다.
맑게 개인 아침.
건조한 공기에 이끌리듯이, 남주가 어수선하게 세탁물을 베란다에 널고,
청소기를 가볍게 돌릴까하고 생각했을 때,
손님을 알리는 인터폰이 울렸다.
오전 10시를 조금 넘은 시간이다.
「네, 누구십니까」
남색 원피스에 평범한 가디건이라고 하는 차림의 남주는,
실내의 인터폰을 들었다.
카메라로 확인하니, 몇번 본 기억이 있는 고교생이 거기에 서 있다.
「아, 그····, 옆집에 사는 이승기라고 합니다···」
조금 굳어진 표정으로, 그 고교생은 인터폰에 말을 건네고 있었다.
그가 자기 소개를 하기 전에도,
남주는 그 학생이 옆 집에 사는 소년인 것에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이 새 주택으로 이사 온 당일밤,
인사치레로 가족이 모두 근처를 몇채인가 돌았다.
그 때, 옆 집의 부부는 공교롭게도 외출중으로 부재중이며,
외아들이라고 하는 그 소년이 응대에 나온 것이다.
상당히 성실하고 점잖은 것 같은 고교생,
이라고 하는 것이 남주가 그 때 받은 첫인상이었다.
「그래요, 지난 번에 옆 집에서 봤었죠····」
「네,····이승기입니다」
학교에 가 있을 시간인데, 고교생이 혼자.
어떤 용무로 방문인가. 남주는 조금 의심스럽게 생각했지만,
밝은 어조로 답했다.
「그렇구나, 이승기라고, 확실히. 지난 번에도 인사했어요.
어떻게 왔어요, 무슨 용무라도?」
「아, 그···, 아줌마에게 조금 건네주고 싶은 것이 있어서····」
「어머나, 뭐, 무슨 반상회 연락이나 그런거야?」
「아니요, 다릅니다·····」
고개를 푹 숙이고 그렇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카메라로 확인한 남주는,
그 고교생이 조금 긴장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분명히 방문 목적을 말하지 않는 이승기.
「좋아요, 조금 기다리고 있어·····」
조금 불안을 느낀 남주였지만,
학생에게 기다리하고 말하고, 현관의 도어를 열었다.
학생복차림의 이승기가 거기에 서 있었다.
큰 스포츠가방을 안고 있는 승기는,
그러나 스포츠맨 타입의 건장한 체격은 아니고,
어느 쪽인가 하면 문과계의 이미지가 강한 소년이었다.
신장은 170센치 정도일까.
약간 마른듯한 그 몸은, 동글동글로 한 눈동자가 인상적인 표정의
아직은 천진난만함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어머나, 오늘은 학교는 휴일이야?」
그렇게 반갑게 맞아주는 남주를,
승기는 한 번 또렷이 응시한 뒤, 곧바로 시선을 내리며,
부끄러운 듯이 대답했다.
「아, 오늘은 학원 준비로 수업은 거의 쉬어요·····」
「어머나, 그래. 이승기군은, 고 3 이었지···」
「아, 네····」
옆 집의 유부녀가 자신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는 것이 기쁜 것처럼,
승기의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이제 입시가 얼마 안 남았네, 열심히 노력해요」
「아, 감사합니다·····」
「그런데, 무엇입니까, 건네주고 싶은 것은····」
전혀 불안을 느끼게 하지 않는 그런 남주의 표정을 앞에 두고,
승기에게는 많은 죄의식이 덮치려 하고 있었지만,
그 고교생은 스스로도 놀라울 정도로, 시원스럽게 그것을 뿌리치고,
발밑에 놓아 두고 있던 스포츠가방에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거기로부터, 조금 부끄러운 듯이 ,
1매의 A4사이즈의 봉투를 꺼냈다.
「어머나, 무엇이야 , 이것······」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남주는 그 봉투를 받아,
주저 하는 일 없이 내용물을 확인했다.
그것은 크게 뽑아진 칼라 사진이었다.
어둠속에서 촬영된 것 같아서,
흑백과 다르지 않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사진은 전부 7매였다.
남주의 표정이 곧바로 굳어졌다····.
「이것은······, 도대체, 무슨 작정이야, 당신····」
어렴풋이 나온 사진이었지만,
또렷이 기억할 수 있는 사진들 이었다.
침대 위에서, 브라를 제거한 유방을 덮어 가리듯이 왼손을 거기에 두고,
오른손으로 비소를 자극하는 여자.
전라가 되어 자신의 손가락을 빨면서
침대에 앉아 가슴을 비비는 여자.
그리고 엎드려, 힙을 후방으로 쑥 내밀어,
다리사이로 손가락 끝을 가져가는 여자.
눈을 감고 여자는 쾌감에 빠지고 있는 것을 나타내듯이 괴로운 표정을
비뚤어지게 하거나, 혹은, 열린 눈동자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나체를 제대로 응시하고 있다.
선명하지 않은 부분도 다소 있지만,
그 사진속의 인물이 누구인가를 나타내기에는 너무나 충분한 내용들이었다.
(도대체, 어째서······)
모두 자신의 추잡한 자태였다.
장소는 새로 이사 온 주택의 2층, 침실인 것이 틀림없다.
「이것, 남편에게 건네주어도 괜찮겠습니까····」
승기는 처음으로 남주의 눈을 제대로 응시하면서,
그 유부녀의 의향을 묻는 것 같이 그렇게 말했다.
「지난 주, 어느 날 밤, 시험 공부에 지쳐 창을 열고 기분 전환이라도 하려고 하는데,
아줌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와. 엿보기는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만, 어떻게도 할 수 없게 되어····.
나는 사진이 취미이니까, 그렇게 깨달으면서 카메라를 가져와 쭉 봐 버렸습니다」
전혀 반성의 기색이 감돌지 않게 하면서도,
방금전까지의 확실치 않은 어조와는 반대로 승기는 술술 이야기를 했다.
「당신,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을 알아? 훌륭한 협박이겠지, 이런 것은···」
남주는 스스로의 동요를 필사적으로 숨기면서,
승기에게 설득을 시도했다.
「알고 있습니다. 다 좋습니다, 아줌마는 좋을대로 해.
그렇지만, 나, 정말로 이것을 남편에게 건네주어요, 정말이에요」
남주는 가만히 승기를 응시하면서,
많은 생각에 빠져 들고 있었다.
만일 이 사진들이 남편에게 건네졌다고 해도···.
남편이라면, 잘 설명하면 자신의 입장을 알아 줄 것이다.
이런 행위를 하는 아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겠지만,
그래서 치명적인 상처를 받게 되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뭐니 뭐니해도 이것은 자신 혼자서 만의 행위이다.
매일 저녁 돌아오는 시간이 늦어지고, 몸을 섞은 것은,
이사 후 아직 한번도 없다.
혼자서, 자신의 몸을 위로하려 하고 있던 것을 알아도,
남편이라면 충분히 자신을 이해해 줄 것이 틀림없다.
「좋아요, 할 수 있으면 해 보세요. 부모님 뿐만이 아니라, 경찰에도 알릴테니」
남주는 단호히 그렇게 말하며, 현관의 도어를 닫으려고 했다.
그 때, 승기는 의외롭게도 강력한 움직임으로,
그것을 방해하면서, 빠른 말로 남주에게 이렇게 말했다.
「누구입니까, 김종국씨는······」
정말 깜짝 놀랐다.
전신에 소름이 돋고, 몸이 차갑게 굳어져 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떻게 이 아이가 김종국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인가····.도대체, 어떻게······.)
「아줌마, 이것을 하고 있으면서, 쭉 그를 부르고 있었어요,
종국씨라고 부르는 소리는 .아줌마의 목소리가 너무 꺼, 여기까지 들려 왔어」
승기는 얄미운 듯한 미소를 띄우면서, 남주를 다그쳤다.
(내가 그렇게 바보같은 행동을 하다니···.)
남주는 그의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적당한 핑게의 말을 해 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남주의 예측을 시원스럽게 끊는 것 같이,
승기는 말을 계속했다.
「비디오도 있어, 아줌마····.이곳의 밤은 몹시 조용하기 때문에,
아줌마의 말소리도 제대로 거기에 녹음되어 있어」
이대로 시치미를 떼어 버리면,
남편에게도 김종국의 이름이 들통나 버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야기는 조금 복잡한 것으로 진행 될지도 모른다.